FeverStory

마법 우편배달부: 단절된 세계를 잇는 자

12화

길드 앞 광장에 횃불이 켜져 있었다. 돌아온다는 소식이 먼저 닿았는지, 마을 사람들이 광장 입구부터 길 양옆으로 늘어서 있었다. 누군가 박수를 쳤다.

이내 광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올리비아가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게 다 우리 보러...?”

그리프가 어깨를 폈다. “길드 앞입니다. 들어가야 합니다.”

그때 아이들 셋이 달려와 강한울의 배달 가방을 붙잡았다. “아저씨가 균열 없앴어요? 편지 보내도 돼요?”

강한울이 무릎을 굽혀 눈을 맞췄다. “내일부터. 어디든.”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바스코가 옆으로 다가왔다. 금빛 눈이 횃불 아래서 깜빡였다. “마을 대표가 온다.”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다가왔다. “강한울 배달부님. 우리 마을은 10년 동안 이웃 마을과 단절돼 있었습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오늘, 하늘에 길이 떴습니다. 모두 봤습니다.”

노인이 허리를 굽혔다. 강한울이 재빨리 그 팔을 붙잡았다. “어르신, 아닙니다.”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프, 바스코, 올리비아, 루나, 에드거. 다섯 명이 횃불 빛 속에 서 있었다. “이 사람들이 없었으면 저는 거기서 못 나왔습니다.”

광장이 조용해졌다. 강한울이 동료들을 향해 돌아섰다. “내가 독단으로 뛰어들었을 때, 아무 이유 없이 따라왔다. 미안하다고,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

루나가 팔짱을 풀었다. “네가 사과할 일 아니야. 그 자리에서 누가 망설였어도 나는 따라갔어.”

바스코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구조를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이다. 선택을 이해한다.”

그리프가 수첩을 접어 허리띠에 꽂으며 말했다. “그걸 알면서도 화낸 건 나예요. 이제 들어가요. 밥 식었어요.”

올리비아가 앞으로 나와 강한울의 소매를 붙잡았다. “저는 따라간 거 후회 안 해요. 진짜예요.”

강한울이 올리비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이장이 손을 흔들었다. “오늘은 축제입니다! 길드 광장에서 대접하겠습니다!” 누군가 길드 안쪽에서 탁자와 빵, 수프 냄비를 줄지어 내왔다.

에드거가 루나 쪽으로 중얼거렸다. “늙은이 눈물 날 일이 많구나.” 루나가 작게 웃었다. 입꼬리만 올라간 정도였지만 확실히 웃음이었다.

사흘 뒤, 아침. 우편배달부 길드 대회의실 탁자에 흰 천이 깔려 있고 벽면에는 길드의 오래된 깃발이 걸려 있었다. 그리프가 작은 상자를 손에 들고 서 있었다. 참석자는 여섯 명뿐이었다.

“중앙 길드 규정 제7조에는 이런 칭호가 없습니다.” 그리프가 상자를 열었다. “그래서 제가 만들었어요.”

안에는 빛바랜 가죽 패치. 길드 인장 아래로 바늘땀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우편배달왕 — 모두의 길을 연 자’.

“강한울 배달부. 균열 지대 최심부 개척, ‘길 없는 지도’ 완성, 주소 마법을 통한 세계 연결망 복구의 공로를 인정합니다.”

강한울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패치를 받지 않고 그리프의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이건 혼자 받는 게 아니야.” 강한울이 뒤를 돌았다. “그리프. 균열 벽 앞에서 37초를 계산해낸 사람.”

그리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안경 너머로 보랏빛이 일렁였다.

“바스코. 정화 코어가 과부하 걸릴 때까지 마나 독소를 막은 사람.”

바스코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올리비아. 내 몸을 꿰매준 사람.”

올리비아가 손가락으로 눈가를 꾹 눌렀다.

“루나. 우리 팀이 흔들릴 때마다 진짜 방향을 물었던 사람.”

루나가 벽에서 등을 떼며 어깨를 으쓱했다.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에드거 할로우. 마지막 통로를 열어 우리를 꺼낸 선배 배달부.”

에드거가 왼쪽 눈을 감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말 대신 오른손을 가슴께로 올렸다. 길드 경례였다.

강한울이 다시 그리프를 향해 섰다. “그러니까 이건 ‘우리’ 칭호다.”

그리프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말을 고르는 듯 잠시 멈췄다가, 패치를 강한울의 왼쪽 가슴에 직접 꽂아주었다.

“인정합니다.”

바늘핀이 살짝 저릴 정도로 깊숙이 박혔다.

그리프가 반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이걸로 공식 수여를 마칩니다.”

올리비아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바스코가 따라쳤다. 루나는 박수 대신 배달 파우치에서 수첩을 꺼내 한 장 찢었다. 수첩 안쪽 표지에 적혀 있던 암시장 루트 목록이었다. 찢은 종이를 접어 강한울의 배달 가방 주머니에 꽂아주었다.

“이제 필요 없어졌어.”

에드거가 입을 열었다. “길 없는 지도. 내가 완성하지 못한 걸 완성했으니... 이젠 그쪽이 오히려 나의 선배로구먼.”

강한울이 가슴에 붙은 패치를 한 번 만졌다. 천천히 쓸어내리듯.

광장이 환호로 가득했던 그 밤 뒤로, 이 조용한 대회의실 아침. 그는 문득 왼쪽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시계 액정에는 여전히 ‘다음 배달지: 모두의 마음’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한 시간 뒤, 지도실 복도.

군중의 함성과 박수 소리가 아직 귓전에 맴도는 듯했지만, 발걸음이 복도에 들어서자 모든 소리가 뭉개지며 고요로 바뀌었다. 강한울은 가슴에 꽂힌 패치를 한 번 더 만지며 복도 끝 무거운 문을 향해 혼자 걸어갔다. 손목에 남은 시계 밴드 자국이 문고리를 잡을 때 살짝 드러났다.

의식이 끝난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길드 지도실은 조용했다. 완성된 길 없는 지도가 중앙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었다. 중심부에서 뻗어나간 수많은 선들이 벽면의 촛불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혼자였다.

문을 닫고 테이블 앞에 섰다. 왼쪽 손목에서 시계를 풀었다. 낡은 디지털 시계.

전생에서 유일하게 가져온 물건이었다. 액정은 꺼져 있고, 가죽 밴드는 닳을 대로 닳았다. 지도 중심부의 빈 공간 위에 시계를 올려놓았다.

처음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리고 푸른 빛이 시계에서 번졌다. 양피지 위로 파문이 퍼지듯, 빛이 지도의 선들을 따라 흘러갔다. 균열을 메운 자리마다 빛이 머물렀다가 다음 길로 이어졌다. 액정이 켜졌다.

고맙습니다

첫 줄이었다. 그 아래로 다른 글자들이 떠올랐다. 손글씨도 있었고, 인쇄체도 있었다. 삐뚤빼뚤한 글씨, 정갈한 글씨.

아저씨 덕분에 약 제시간에 받았어요 네가 없었으면 우리 마을은 끝이었어 택배 항상 감사합니다

하나하나 다른 목소리였다. 전생의 지인들이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단골 손님, 같은 동네 배달 기사.

쉬는 날도 없이 일만 하더니 부디 건강하세요

시계의 빛이 허공으로 번졌다. 지도 위에 반투명한 형상들이 스쳤다. 아파트 복도에서 박스를 건네던 손. 경비실에서 내민 음료수 캔. 비 오는 날 현관에 놓인 편지 한 통.

전부 기억났다.

그때는 들을 새가 없었다. 하루 열여섯 시간 배달하고, 계단 오르내리다 쓰러지고, 눈 한 번 제대로 감지 못했던 날들. 받은 말들이 이렇게 많았는데, 하나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눈물이 났다. 닦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혼잣말이었다. 지도실 안에 메아리쳤다.

시계의 빛이 더 강해졌다. 푸른 빛이 천장까지 닿았다가 천천히 가라앉으며 시계를 지도 위에 녹여 넣었다. 밴드가 양피지에 스며들고, 액정은 하나의 좌표처럼 지도 중심에 박혔다.

더 이상 진동하지 않았다. 대신 지도 전체가 그 시계의 온기로 숨 쉬는 듯했다. 강한울은 지도를 만졌다. 손끝이 따뜻했다.

“다 들었어.”

십 년 넘게 묵은 멍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가슴 한복판에 박혀 있던 피로의 조각들이 조용히 사라졌다. 더는 혼자가 아니었다. 전생에서도, 이곳에서도.

한 번 더 지도를 쓰다듬고 뒤돌아섰다.

일주일이 지났다.

길드 사무실은 종일 북적였다. 그리프가 중앙 테이블에 서류 뭉치를 펼쳐놓고 말했다. “재건된 우편 시스템 공식 공표 문서입니다. 각 지부로 오늘 중 발송됩니다.” 행정 기록용 수첩을 덮으며 작게 숨을 내쉬었다. 마나 측정기에는 회복된 경로들이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었다.

바로 옆 자리. 바스코가 두꺼운 서류 봉투를 열었다. 길드 공식 인장이 찍힌 허가서였다. 마물 핵 정화 기술의 민간 사용을 승인한다는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됐어.”

바스코의 금빛 눈이 천천히 깜빡였다. 오른손 장갑을 풀며 허가서를 한 번 더 읽었다. 읽을수록 입가가 올라갔다.

“오래 걸렸네.”

그리프가 고개를 돌렸다. “당연한 귀결입니다. 당신 기술은 금지될 이유가 없었어요.” 바스코는 대답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화된 마물 핵 조각이 작업복 주머니 안에서 조용히 빛났다.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

“돌아왔어요!”

올리비아 크로스였다. 얼굴엔 땀방울이 맺혀 있고, 손에는 배달 완료 확인서가 들려 있었다. 확인서엔 수취인의 서명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리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첫 단독 배달, 어떠셨습니까.”

“엄청! 주소 마법도 완벽하게 썼어요! 중간에 비둘기하고 부딪힐 뻔했지만, 그래도 편지 젖지 않았어요!”

바스코가 조용히 웃었다. 그리프는 확인서를 받아들고 기록부에 체크했다. “공식적으로, 올리비아 크로스 배달부. 첫 단독 배달 성공입니다.” 올리비아가 자랑스럽게 가슴을 폈다.

사무실 구석, 창가 쪽 작은 탁자에 에드거 할로우와 루나 미드나잇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탁자 위에는 오래된 서류 더미가 반으로 나뉘어 쌓여 있었다. 루나가 하나를 집어 분류하고, 에드거가 지팡이 옆에 기대어 검토했다.

“이건 폐기.”

루나가 서류를 옆으로 넘겼다. 에드거가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그건 보관. 길드 초기 기록이야. 나중에 쓸모 있을 거다.”

말투는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손은 어느새 루나의 손등 근처에 머물러 있었다. 루나는 치우지 않았다. 에드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차 마실래?”

“…마실게.”

루나가 일어나 찻잔 두 개를 가져왔다. 둘 다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말이 없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하늘에는 복원된 배달 경로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탁자 위 서류는 절반쯤 정리되어 있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길드 1층 접수처는 문을 열자마자 바빴다. 접수 창구에는 벌써 편지와 소포가 쌓이고 있었다. 강한울이 카운터에서 배달 목록을 받았다. 오늘 건은 세 개. 이스트 게이트 상점가로 가는 진열장 부품, 남쪽 농장에 보내는 종자 샘플, 그리고 개인 편지 한 통.

목록을 배달 가방에 넣고 어깨에 멨다.

연결이란 이런 거였다. 대단한 순간이 아니라, 오늘 아침 누군가의 편지를 받아서 누군가의 손에 쥐여주는 일. 평범한 날들의 연속.

“우편 선배님!”

올리비아가 카운터 너머에서 손을 흔들었다. 두 번째 배달을 막 접수한 모양이었다. “오늘도 같이 안 가요?”

“오늘은 각자다.” 강한울이 씩 웃었다. “너도 이제 정식 배달부잖아.”

올리비아가 뿌듯하게 확인서를 흔들었다. “다녀올게요!”

현관 쪽에서 바스코가 내려왔다. 작업복 주머니에 접힌 허가서가 들어 있었다. 강한울과 눈이 마주치자 잠시 멈췄다.

“…첫 배달?”

“응.”

바스코가 턱짓으로 문을 가리켰다. “날씨 좋아.”

강한울이 문을 열었다.

아침 햇살이 쏟아졌다. 길드 정문 앞 거리는 재건된 마을의 활기로 가득했다. 상점들은 셔터를 올리고 있었고, 빵집에선 갓 구운 빵 냄새가 났다.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이 강한울을 알아보고 손을 들었다.

“배달부님! 오늘은 어디 가세요?”

“이스트 게이트요.”

“아, 그럼 길가에 장미꽃이 활짝 폈어요. 좋은 길 되세요!”

강한울이 손을 들어 답했다.

길드 안에서 그리프가 행정 기록용 수첩을 들고 접수처로 나왔다. 올리비아가 문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바스코는 카운터 옆에 서서 장비 점검 목록을 훑었다.

강한울은 배달 목록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을 잇는다. 가방 끈을 고쳐 메고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의식이 끝난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길드 지도실은 조용했다. 완성된 길 없는 지도가 중앙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었다. 중심부에서 뻗어나간 수많은 선들이 벽면의 촛불을 받아 은은하
마법 우편배달부: 단절된 세계를 잇는 자1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