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Last Light at Six

5화

아침 햇살이 광장의 젖은 조약돌 위에서 김이 났다. 축제용 천막이 반쯤 쳐진 채 멈춰 있었고, 누군가 페인트 통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붉은 물감이 배수구 쪽으로 번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세 무리로 갈라져 있었다. 분수대 앞에서는 마시가 두 손을 허리에 얹은 채 고개를 젓고 있었다. 우체국 계단에는 노인들이 팔짱을 끼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하드웨어 상점 앞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

노라는 광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목에 로켓이 걸려 있었다. 마시가 그녀를 보았다.

“노라, 너는 끼지 마.”

“이미 끼어 있어요. 9년째입니다.”

노라는 하드웨어 상점의 굳게 닫힌 문 앞에 멈춰 섰다. 손바닥으로 문을 세 번 두드렸다. 안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톰이 문을 열었다.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문 닫았어.”

“알아요. 문 열려고 온 거 아니에요.”

노라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제임스 밴스가 정확히 무슨 짓을 했는지 말해 주세요. 댐 보수 기록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톰 아저씨가 거기서 뭘 도왔는지도.”

마시가 다가오려다 우체국 계단에서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광장 전체가 조용해졌다. 톰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위 게이지가 걸려 있던 벽의 금속 고리가 빈 채로 빛나고 있었다.

“짐이 말했어. 균열이 있다고. 보고서에는 그걸 ‘표면 마모’로 적었어. 내가 접수 장부를 고쳤어. 보수 요청 날짜를… 실제보다 늦게.”

마시의 손이 입에서 떨어졌다.

“당신들… 시간을 벌려고?”

“비용 때문이었어. 견적이 터무니없었고, 카운티 예산은 바닥이었고…”

톰은 말을 멈췄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변명이야. 알아.”

누군가 군중 속에서 돌을 집어 드는 소리가 났다. 마시가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그만둬!” 노라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9년 동안 이걸 안고 있었던 거예요. 혼자서.”

톰은 대답하지 않았다. 노라는 한 걸음 물러섰다. 더 물을 것은 없었다. 광장을 빠져나오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서점으로 가는 길 내내 손이 차가웠다.

서점 뒷방은 조용했다. 루스가 작은 탁자 옆에 앉아 있었다. 주전자에서 김이 올랐지만 두 찻잔 모두 그대로였다. 노라가 들어서자 루스가 고개를 들었다.

“들었구나.”

노라는 말없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루스의 손이 자신의 칼라로 올라갔다. 은빛 왜가리 브로치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네 어머니가 병실에서 이걸 내 손에 쥐여줬을 때, 나는 약속이 얼마나 길어질지 짐작도 못 했단다.”

“이제 와서 더 들을 건 없어요. 루스 이모.”

“나도 그 생각이야, 얘야.”

루스가 몸을 앞으로 기울여 노라의 손바닥에 브로치를 올려놓았다. 핀 부분이 차가웠다.

“네 어머니는 침묵을 원했어. 네가 평생 진실의 무게를 안지 않길 바랐지. 내 몫은… 말하지 않는 것이었어. 이제 그게 끝났구나.”

노라는 브로치를 쥐었다. 금속이 손바닥 체온에 천천히 데워졌다.

“이모. 이제 함께 가요. 비밀 없이.”

루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안경 너머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손수건을 찾는 대신, 그냥 흐르게 두었다.

“그래, 얘야. 참 오래 걸렸구나.”

뒷문이 열렸다. 노라가 고개를 들었다. 아이작이 문간에 서 있었다. 광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글자 수: 약 1,733자 (공백 포함)

뒷문이 열리는 소리에 노라가 고개를 들었다.

루스는 왜가리 브로치를 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눈이 문간에 선 아이작에게 닿았다. 잠시 멈칫하더니, 손을 노라의 어깨에 가볍게 얹었다.

“내일 축제에서 보자꾸나, 얘야.”

노라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루스는 뒷문을 빠져나갔다. 발걸음이 평소보다 가벼웠다. 여든 살의 할머니가 아니라 짐을 막 내려놓은 사람 같았다.

아이작은 서류 가방도 들지 않고 서 있었다. 코트 주머니도 비어 보였다. 만년필의 윤곽조차 없었다. 얼굴에는 오전 내내 입지 않은 표정이 남아 있었다. 분노도, 수치심도, 그 모든 것이 식기 전에 고인 그대로.

노라는 로켓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루스 할머니가 다 말씀해주셨어요. 어머니가 왜 침묵을 지켰는지.”

아이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뒷방의 작은 창문으로 저녁 빛이 비스듬히 들어와 그의 왼쪽 어깨를 덮고 있었다.

“당신 아버지가 쓴 보고서. 어머니는 그걸 뜯지도 않았어요.”

“알아.”

“아니, 모르는 게 있어요.”

노라는 로켓을 놓았다. 손가락 끝이 공기 중에서 잠시 떨렸다.

“그날 밤에 당신이 톰과 통화하는 걸 들었어요. 아버지가 은폐했다는 말. 마을을 떠나는 게 모두를 지키는 거라고 말하는 것까지.”

아이작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9년 동안 그걸—”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나도 아무 말 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차가운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래 묵혀서 이제는 온기가 빠진 그런 차분함이었다.

“당신이 떠난 이유를 알면서도 서점을 지켰어요. 침묵이 이 마을을 붙잡아줄 거라고 믿었으니까. 그게 어머니가 원한 거라고.”

아이작의 손이 허공에서 반쯤 올라왔다가 떨어졌다. 말을 찾지 못한 손이었다.

“네가… 알고 있었다니.”

“당신만 죄책감 짊어질 이유는 없어요.”

그 말이 방 안에 떨어지자 아이작은 한 걸음 물러서려다 멈췄다. 대신 뒷방의 간이 의자 위에 손을 짚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얘졌다.

“내가 도망친 이유는 아버지 때문만이 아니었어.”

숨이 한 번 끊겼다.

“너를… 이 마을에서 떼어놓을 수 없었다. 네 인생을 내 아버지의 죄로 얼룩지게 할 수 없었다.”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었어요.”

아이작은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열아홉 살이었잖아.”

“그리고 당신은 스물다섯이었고.”

노라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조금 갈라졌다. 손이 다시 로켓을 찾았다가 이내 멈췄다.

“당신이 떠난 다음 날, 폐점 시간에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책은 두고 간 사람이 아니라 돌아오는 사람이 읽는 거란다.’”

그녀의 눈이 창밖을 향했다. 합판 사이로 마지막 빛이 얇게 스며들고 있었다.

“당신이 결국 돌아왔다는 건, 이 서점도 아직 읽히길 기다리고 있다는 뜻일지 몰라요.”

아이작은 의자 등받이에서 손을 뗐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은 입술까지 번졌다. 그는 한 번 더 숨을 들이켰다. 이번에는 울먹임이었다.

“나는 네가 미울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눈물이 고였고 흘러내리기 전에 그가 손등으로 닦았다. 동작은 빨랐지만 숨기는 데는 실패했다.

노라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아침에 광장에서 봤던 그 얼굴보다 더 무너져 있었다. 그리고 더 진짜였다.

“많이 미워했어요. 오래.”

아이작의 어깨가 떨렸다. 처음으로 소리를 죽인 채 울었다. 노라는 한 발 다가갔다.

“하지만 당신이 죄책감으로 죽어가는 것도 더는 보고 싶지 않아요.”

벽시계가 종을 울리기 직전, 노라는 천천히 그 곁에 섰다. 닿지는 않았다. 닿지 않아도 닿은 것 같은 거리였다.

시계가 6시를 알렸다.

노라는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폐점 시간이에요.”

“노라.”

평소보다 한 음 낮은, 깨진 듯한 목소리였다. 아이작은 눈가를 닦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여기 남겠다는 말, 진심이었어. 아까 매장에서 한 말.”

“알아요.”

“은행에 제출할 서류가 있어.”

그는 뒷방 구석에 놓아둔 서류 가방을 가리켰다. 노라는 처음으로 그 가방이 왜 저기 있나 생각했다. 들어올 때는 들고 있지 않았다. 아까 매장에서 만년필만 꺼내고 가방은 여기에 놓아둔 모양이었다.

아이작은 가방을 열었다. 흰 서류 봉투를 꺼내 노라 앞에 내려놓았다.

“서점 가치 하락. 담보 부족. 연장 거절 권고.”

봉투를 열지 않았다. 그냥 말했다.

“이게 은행 평가 보고서 초안이다.”

노라의 눈이 서류 봉투에 멎었다.

“제출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응.”

아이작은 봉투를 가방 위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알아. 은행은 다른 감정인을 보낼 거고, 서점은 같은 자리로 돌아간다.”

노라는 손을 내밀었다. 봉투가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아이작의 손목에 가볍게 닿았다.

“대안은 있어요?”

“마을 주민 협동조합.”

아이작은 똑바로 말했다. 떨림은 사라져 있었다.

“내일 축제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직접 제안하는 거다. 은행 담보 대신 이 마을 전체가 서점의 담보가 되는 구조.”

노라는 그 손목을 놓지 않았다.

“당신이 은행에 있을 자리 없어지는 거 알죠.”

“안다.”

아이작은 그녀의 손등 위로 자기 손을 살짝 얹었다. 처음이었다. 능동적으로 닿은 것은.

“나는 이미 도망치는 걸 멈췄어. 이제 나머지는… 네 결정이다.”

서점 안이 조용했다. 시계 소리도, 합판 너머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함께 하죠.”

노라는 봉투를 집어 서가로 걸어갔다. 잠시 살피더니 회계 장부 옆 칸에 그것을 밀어 넣었다. 봉투는 두꺼운 장부 사이로 깊숙이 들어갔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파기할게요. 증거는 남겨둬야 하니까.”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아직 한 뼘이었다. 이제 그 한 뼘은 장애물이 아니라 여백처럼 느껴졌다.

아침 안개가 마지막으로 거리를 핥고 물러나고 있었다. 가을 축제 당일이었다.

뒤뜰 창고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노라는 무릎 높이의 합판 더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스케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젯밤에 거의 뜯지 않은 차가 식탁 위에 남아 있었고, 설계도에는 두 사람이 번갈아 적은 메모가 빼곡했다.

아이작이 소매를 걷고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손에는 망치와 작은 못 한 줌.

“책등 쪽에 덧대는 목재는 내가 할게.”

“책장 넘어가는 부분은 내가 붙일게요. 어머니가 하시던 방식이 있어요.”

플로트는 반쯤 완성되어 있었다. 책 모양 마차의 앞부분은 노라가 새벽에 칠한 진청색 페인트가 마르고 있었다. 등 부분의 나무 살은 아이작이 밤사이 재단해둔 상태였다.

이른 아침인데도 축제 준비 구역에서는 이미 천막 기둥을 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시 알바레즈의 머디 컵 부스에서는 커피 향이 실려 왔다.

노라는 책 표지 역할을 할 캔버스 천을 펼쳤다. 어머니가 쓰던 천. 가장자리에 손때가 옅게 배어 있었다.

“제목은 정했어요?”

아이작이 물었다. 목소리는 어젯밤보다 편안했다. 어딘가 한 꺼풀 벗겨진 느낌.

“‘마로우 크릭의 모든 책’.”

노라가 천을 플로트 틀에 걸며 말했다.

“어머니가 첫 축제 때 쓴 제목이에요. 매년 다른 책을 싣지만 이름은 바꾸지 않으셨어요.”

아이작은 천의 반대쪽 끝을 잡아당겼다.

“좋은 제목이다.”

두 사람은 양쪽에서 천을 팽팽하게 당겼다. 손끝이 모서리에서 닿을 듯 말 듯했다.

플로트가 조금씩 형태를 갖춰갔다. 책 모양 마차의 중앙에는 실제 책장처럼 칸이 나 있었고, 노라는 서점에서 가져온 오래된 책들을 꽂아 넣었다. 마을 사람들이 기증한 책 두 상자도 함께였다. 어젯밤 루스가 보내온 전언 한 줄만으로도 몇몇이 창고 앞에 바구니를 놓고 갔다.

마지막 남은 장식은 책등 위의 명판이었다. 노라는 작은 나무판을 꺼내 글씨를 써넣으려다 멈췄다.

“만년필 있어요?”

아이작이 코트 안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냈다. 금색 클립의 J.V.가 아침 빛에 반짝였다. 그는 잠시 펜을 내려다보았다. 아버지가 쓴 보고서도 이 펜으로 써졌을 것이다. 그가 은폐한 서류도.

아이작은 펜을 노라에게 내밀지 않았다. 대신 명판을 집어 자신 쪽으로 돌렸다.

“내가 쓸게.”

만년필 끝이 나무에 닿았다. 검은 잉크가 스며들었다.

『Last Light Books — founded by Eleanor Kellan, continued by Marrow Creek.』

노라가 그의 옆에 앉아 글씨가 마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이작은 만년필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더 이상 불안한 버릇으로 만지지 않았다.

“행진 시작할 시간이야.”

마차를 끌기 위해 밖으로 밀어내자 축제 구역의 소음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마시가 부스에서 손을 흔들었다. 루스가 플로트 줄 앞쪽에서 까치발을 하고 서 있었다. 톰은 길 건너편 벤치에 앉아 있었지만, 노라가 손을 들자 잠시 멈칫하다 고개를 까딱였다.

아이작이 마차의 앞 손잡이를 잡았다. 노라는 반대편에 섰다.

“서점은 6시에 닫아야 하는데.”

노라가 작게 말했다.

아이작은 플로트 위의 명판을 한 번 보고 나서 그녀의 눈을 보았다. 만년필을 만질 때처럼 고요한 손으로 손잡이를 고쳐 쥐었다.

“오늘은 예외야.”

Last Light at Six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