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잔매귀도

5화

첫 번째 충격에 판자가 갈라졌다.

청현은 잔월을 빼들고 문 왼쪽으로 붙었다. 남궁소리는 오른쪽. 손가락으로 셋을 센다. 둘. 하나.

문짝이 안쪽으로 터져 들어왔다. 검은 복면의 무인 셋이 밀고 들어왔다. 선두가 단도를 뽑는 순간, 청현의 검이 아래에서 위로 그었다.

매화검법 세 번째 초식, 한매농설. 복면 밑으로 붉은 선이 번졌다. 두 번째 무인이 협공하려 했으나 남궁소리의 단검이 먼저 그의 손목을 그었다.

“창문!”

당가령의 외침과 함께 창문을 깨고 무인 둘이 추가로 진입했다. 한 명이 착지하며 소매를 휘둘렀다. 바늘 세 개가 허공을 갈랐다.

하나는 청현이 튕겨냈다. 두 번째는 오른쪽 어깨를 스쳤다. 세 번째는 뒤로 날아갔다.

짧은 숨소리.

남궁소리가 어깨를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독침의 꼬리가 보였다. 그녀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입술이 파래졌다. 청현이 몸을 날려 그녀 앞을 막으며 잔월을 뒤로 찔러 넣었다. 뒤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남궁소리.

“당가령!”

당가령은 이미 약포를 찢고 있었다. 어깨의 독침 근처로 검은 실핏줄이 퍼져 나갔다. “오금독 변형이야. 심장까지 반 시진도 안 걸려.” 그녀가 작은 칼로 독침 주변을 십자로 가르자 검은 피가 흘렀다. “빨아내야 해.”

청현은 이미 검을 꽂고 무릎을 꿇었다. 구멍 주변이 검게 변색된 상처에 입을 댔다. 쇠 맛, 이어 텁텁한 단맛.

한 번 빨아 뱉었다. 두 번째. 세 번째 빨아내자 피 색이 검붉은색으로 옅어졌다.

그가 상체를 일으키자 시야가 일그러졌다. 혀끝이 저리며 마비가 목구멍으로 내려갔다.

왼손 약지의 철제 반지가 진동했다.

동시에 경락을 타고 익숙한 흐름이 올라왔다. 잔매도향의 감각이 허깨비처럼 팔을 스쳤다. 상대의 경락을 가르는 궤적이 뇌리에 그려졌다.

그러나 하단전에서 올라오는 기운이 찢어진 경락에 걸려 역류했다. 가슴이 타들어 갔다. 손가락이 검집을 더듬었지만 감각이 없었고, 시야 가장자리부터 어둠이 밀려들었다.

“누워.”

당가령이 그의 어깨를 밀었다. 약포를 통째로 입에 털어 넣었다. “삼켜.

안 그러면 혀가 마비돼서 못 삼킨다.” 청현이 억지로 삼켰다. 당가령은 두 번째 약포를 남궁소리의 상처에 붙이고 재빨리 약재 선반을 밀었다. 작은 통로가 드러났다.

“일으켜.”

당가령은 청현의 팔을 어깨에 걸쳤다. 남궁소리는 왼손에 단검을 쥔 채 스스로 일어나 비틀거리며 통로로 향했다. 당가령은 이동하며 등롱을 걷어찼고, 쏟아진 기름에 불길이 번지며 은신처가 폐쇄됐다.

통로는 폐광 갱도였다. 당가령은 막힘없이 앞장섰다. 청현의 의식은 끊어졌다 붙었다 했다.

손끝은 여전히 저렸다. 갱도 끝 나무 사다리를 올라 뚜껑을 열자 새벽 공기가 쏟아졌다. 지상의 작은 석조 건물이었다.

침상 옆 의자에 백운이 앉아 있었다. 왼팔에 붕대를 감고 오른손에 작은 죽통을 든 그의 얼굴은 핼쑥했다.

“늦었네. 지도 써먹었나.”

청현이 품에서 땀과 핏물에 젖은 약도를 꺼내 보였다. 백운은 받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됐다. 가진 건 가진 거다.”

당가령이 청현을 침상에 눕히고 해독제를 물에 타 입에 부었다. 남궁소리는 맞은편 침상에 걸터앉아 단검을 품에 끌어안고 벽에 등을 기댔다. 당가령이 청현의 손목을 짚었다.

“오금독 성분이 반쯤 들어왔어. 최소 사흘은 운기 금지. 안 지키면 경락 찢어져서 다시는 검 못 쥔다.”

청현은 대답 없이 천장을 바라봤다. 반지는 진동을 멈췄고, 잔매도향의 감각도 사라졌다. 입안에는 쇠 맛과 독 맛만 남았다.

남궁소리가 바닥을 긁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독침은 몇 개나 더 있어.”

“강휘 쪽 거라면 열두 들이 탄창 하나. 세 발 썼으니 아홉 발 남았겠지.”

“기억한다.”

남궁소리는 눈을 감고 단검 손잡이를 감아쥐었다.

백운이 작은 새장에서 전서비둘기를 꺼내 다리에 대롱을 묶고 창문을 열었다. “외부 연락망이야. 강휘가 움직인 경로를 역추적할 사람들.”

당가령은 두 침상 사이 바닥에 앉아 약포들을 종류별로 나누었다. 남궁소리의 호흡은 규칙적으로 변했고, 백운이 창문을 닫자 새벽 하늘이 푸르게 물들고 있었다.

“여긴 하루 머문다. 다음 거처는 어둑어둑할 때 이동. 지도 믿을 만하니까.”

청현은 약도를 개서 품에 다시 넣었다. 손가락 세 개만 겨우 움직였지만 약도는 접혀 자리를 잡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

독이 핏속에 남아 있었고 경락은 찢어져 있었다. 잔매도향의 궤적은 뇌리에 남았으나 육체는 닿지 못했다. 그래도 약도는 품 안에 있었다.

밤, 안전가옥의 촛불이 반쯤 줄었다. 청현은 탁자 위에 청풍파 비밀 통로 약도를 펼쳐놓고 북동쪽 지점을 짚었다.

“이 통로. 청풍파 후원 측실로 이어진다.”

백운이 접힌 쪽지를 탁자 위로 밀었다. 손등에 멍이 들어 있었다.

“내 연락책이 외곽 경비 하나 매수해뒀어. 회맹 당일 오경 초, 후원 쪽 순찰을 한 시진 비운다.”

청현이 쪽지를 읽었다. 전생의 기억과 일치했다. 배신당하던 밤에도 후원 경비는 비어 있었다.

“들어간다. 사흘 뒤.”

남궁소리가 벽에 기댄 채 단검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강휘는.”

“회맹에서 장문인 추대를 밀어붙일 거다. 구파일방 증인들 앞에서. 만천문과의 거래로 모은 자금으로 이미 장로 셋을 포섭했어.”

청현은 지도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손가락이 측실에서 대전당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움직였다.

“추대 순간에 나선다.”

“증거는.”

청현이 품에서 밀봉 서찰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만천문 거래 암호가 담긴 서찰. 봉인은 그대로였다. 당가령이 기록지를 건네며 말했다.

“두 개면 충분하다. 거래 암호는 만천문 생존자가 아니면 알 수 없고, 독 성분은 당가 비전이다.”

백운이 수염을 쓸었다.

“그 서찰 개봉하면 무효라는 규칙, 알고 있나.”

“안다. 봉인째로 공개한다.”

남궁소리가 한 걸음 다가섰다.

“내 역할은.”

청현이 그녀를 바라봤다. 촛불이 흔들렸다.

“측실에서 대기. 내 신호 전까지 모습 드러내지 마.”

“만약 실패하면.”

“실패해도 상관없다. 그때는 통로로 도망친다. 하지만.”

청현이 검집을 집었다. 손가락이 익숙한 감촉을 더듬었다. 경락이 여전히 저렸지만, 사흘이면 충분했다.

“실패하지 않는다. 내 방법대로 한다. 묻지 마.”

남궁소리의 손이 단검에서 떨어졌다. 한 박자 뒤 고개를 끄덕였다.

백운이 약봉지를 건넸다.

“당가령이 준 해독제야. 사흘 동안 하루 한 번 복용.”

청현이 품에 넣었다. 밀봉 서찰, 약도, 해독제. 세 개의 물건이 도포 안쪽에서 서로 닿았다.

당가령이 입을 열었다.

“네 경락 상태로 전투를 벌이면, 길어야 십 초. 그 안에 끝내.”

청현은 답하지 않고 잔월을 허리춤에 찼다.

사흘 뒤 오경 초, 청풍파 후원 숲은 짙은 안개에 잠겨 있었다. 후문 쪽 순찰 초소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청현이 돌담을 넘어 착지했다. 남궁소리가 뒤따라 내려섰다.

“여기.”

담쟁이덩굴 뒤, 청현이 벽면을 짚자 돌판이 안쪽으로 밀렸다. 비밀 통로 입구. 약도에 표시된 대로였다.

통로 안은 좁고 어두웠다. 두 사람은 어깨를 기울여 걸었다. 바닥에는 먼지, 벽에는 거미줄. 수년간 사용되지 않은 흔적이었다.

청현은 전생의 기억을 따라 걸었다. 이 통로를 알았더라면, 그날 밤 도망칠 수 있었을까. 생각은 짧게 끊었다.

한 시진쯤 지났을 때, 남궁소리가 낮게 물었다.

“청풍파에 있었냐.”

청현의 심장이 한 번 무겁게 뛰었다.

“한때.”

짧게 답하고 입을 닫았다. 남궁소리도 더 묻지 않았다. 통로 안에서 발소리가 사라졌다. 두 사람의 신법은 리듬이 맞았다.

통로 끝, 청현이 손을 들어 멈췄다. 벽 너머 발소리. 두 명.

발소리가 멀어지자 청현이 돌출부를 눌렀다. 돌문이 남궁소리 없이 밀렸다. 측실. 대전당 바로 옆, 제기와 의례복을 보관하는 작은 방이었다.

남궁소리가 구석에 몸을 붙이고, 청현이 돌문을 닫으며 벽지 한 장 틈을 남겼다.

대전당에서 웅성거리는 남궁소리. 구파일방 증인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한때 그의 동문이었던 자들의 목소리.

청현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오른손이 잔월 손잡이에 닿았다. 손끝이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당가령의 해독제가 효력을 본 모양이었다.

종소리가 한 번 울렸다. 의식 시작.

문틈 너머, 대전당 중앙 단상에 강휘가 서 있었다. 청색 비단 도포에 매화 문양이 은실로 빛났다. 스물여덟, 당당한 체격, 반듯한 인상. 겉보기에는 완벽한 차기 장문인이었다.

강휘가 두 손을 모아 증인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청풍파의 역사와 포부를 읊기 시작했다.

청현은 듣지 않았다. 품에서 밀봉 서찰과 독병 분석 기록을 꺼내 쥐었다. 왼손에는 서찰, 오른손에는 기록지. 봉인은 개봉하지 않았다.

강휘의 연설이 절정에 달했다.

“……이에 본인은 청풍파의 새 장문인으로서——”

청현이 돌문을 밀고 대전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발소리가 대리석 바닥에 울렸다. 단상 정면까지 열 보 거리. 증인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청풍파 장로 셋이 동시에 검자루를 쥐었다.

강휘의 연설이 멈췄다. 시선이 부딪혔다.

청현은 왼손을 들어 밀봉 서찰을 치켜들었다. 만천문의 세 개 산봉우리 휘장이 봉인 위에 찍혀 있었다.

대전당이 조용해졌다.

강휘의 얼굴에서 미소가 식고 눈이 차가워졌다.

“이게 무슨——”

“만천문 거래 암호 서찰이다. 거기에 강휘가 수년간 만천문을 경유해 당가 비전 독을 구매한 기록. 소요문을 멸문시킨 독과 동일한 성분. 분석 기록도 있다.”

증인석이 술렁였다. 화산파 장문인이 일어났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강휘가 단상에서 한 걸음 내려왔다. 오른손이 소매 안쪽으로 움직였다. 손목이 살짝 젖혀지는 순간. 전생에서 본 그 손짓이었다.

청현이 움직였다.

잔월이 검집을 떠났다. 매화검법 기본 세 초식을 이으며 검을 비스듬히 틀었다. 마지막 순간 검 끝을 위로 찔러 올렸다.

검날이 강휘의 오른쪽 소매를 정확히 찢었다. 천이 갈라지며 가죽 침갑이 드러났다. 은닉된 독침 발사기. 정파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암기였다.

대전당이 얼어붙었다.

강휘의 손목이 완전히 젖혀지며 침갑이 발사됐다. 세 개의 독침.

그때, 측실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남궁소리. 단검 두 자루가 교차하며 독침 두 개를 쳐냈다. 세 번째는 청현이 상체를 비틀어 피했다.

청현은 발을 내딛는 동시에 잔월을 움직였다. 매화검법 세 번째 초식, 매화낙영. 검 끝이 강휘의 오른쪽 팔꿈치 안쪽을 찔렀다. 경락 지점을 정확히 가르자, 오른팔이 힘없이 늘어졌다.

당가령의 말대로 십 초였다.

강휘가 무릎을 꿇었다. 오른팔 경락 차단. 침갑이 바닥에 떨어졌다.

“네놈…….”

“증거는 충분하다. 만천문 휘장 서찰, 당가 비전 독 분석, 네 소매의 암기.”

청현이 검을 거두며 말했다. 목소리는 차분했다.

강휘가 왼손으로 바닥을 짚고 고개를 들었다. 충혈된 눈. 굴욕의 시선.

“소요문…… 그건 만천문이 직접 처리했다. 나는 독만 공급했을 뿐이다.”

모든 시선이 남궁소리에게 쏠렸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단검 쥔 손만 새하얬다.

“집행자는 도원. 하지만 그놈은 삼 년 전 만천문 붕괴 때 죽었다. 내가 직접 확인했다.”

남궁소리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손끝에서 힘이 빠졌다. 한 박자 뒤, 단검 두 자루를 천천히 허리춤에 꽂았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청현이 증인석을 향했다.

“연맹 포박대는 어디 있습니까.”

화산파 장문인이 손을 들자, 포박대가 들어왔다. 쇠사슬 남궁소리. 강휘가 천천히 일어났다.

오른팔이 축 늘어진 채. 대원들이 왼쪽 팔을 뒤로 돌려 결박했다. 대전당을 가로질러 끌려나가는 발소리가 이어졌다.

청풍파 장로 한 명이 다가왔다.

“장문인직을…….”

“거절한다. 나는 청풍파 사람이 아니다.”

장로의 얼굴이 굳었다. 청현은 잔월을 검집에 넣고 등을 돌렸다. 남궁소리가 한 걸음 뒤에서 따라왔다.

산문 밖 돌계단은 비어 있었다. 청현이 계단을 내려가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찬바람이 불었다. 산봉우리 사이로 이른 봄 매화가 몇 점 흩날렸다. 가지에 매달리지 못한 꽃잎들이 계단 위로 떨어졌다.

청현이 걸음을 멈췄다.

“매화는 떨어졌다.”

남궁소리가 곁에 멈춰 섰다. 떨어진 꽃잎을 잠시 굽어보았다. “그래요.” 짧게 대꾸하고, 그녀는 발을 돌렸다.

청현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남궁소리가 따라왔다. 발소리는 없었다.

산문 밖, 길이 두 갈래. 청현은 왼쪽, 낭인촌으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남궁소리도 같은 쪽으로 발을 옮겼다.

두 사람의 등 뒤로 청풍파 대전당 지붕이 작아졌다. 종소리가 한 번 울리더니 산 아래로 퍼져 내려갔다.

잔매귀도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