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원수의 제자, 멸문의 막내

5화

비급의 남색 표지가 촛불 아래서 젖은 것처럼 반짝였다. 기름종이가 벗겨진 자리마다 열 살 때 봤던 칼집 장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서문린은 비급을 품 안에 넣고 회랑 기둥에서 몸을 뗐다. 새벽 공기가 옆구리 봉합 부위를 찔렀다.

공선화는 이미 사라졌다. 장로회 별당 쪽 감시 불빛은 두 번 깜박인 뒤 회랑 끝으로 옮겨갔다. 서문린은 어둠을 따라 대청으로 걸었다.

대청 입구에 서자 혈영단 문양이 새겨진 목패가 문고리에 걸려 있었다. 잠기지 않았다. 그는 문을 밀었고, 넓은 마루에 깔린 달빛이 처음 들어오는 동작만큼 차갑게 바닥을 갈랐다.

대청 한복판에는 제사상이 하나 놓여 있었다. 위무극이 아직 오지 않은 장로 자리를 미리 깔아 둔 것이었다. 서문린은 상 앞에 서서 도포 끈을 풀었다.

검은 옷이 벗겨지자 안쪽에 입은 청명검문 제자복이 드러났다. 열 살 이후 한 번도 남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옷이었다. 칼을 겹친 매화 가지가 왼쪽 가슴에 희미하게 박혀 있었다.

그는 품에서 비급을 꺼내 제사상에 올렸다. 옆구리가 뜨겁게 뛰었지만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검집을 짚고, 대청 문 쪽을 등진 채, 어깨를 곧게 세웠다.

한 시진 뒤 장로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발소리는 여럿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먼 복도에서 칼집이 허벅지에 닿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이어서 세 사람이 대청 문을 넘었다. 혈영단 장로 둘과 입회 진행관 한 명이었다. 모두 검은 무복에 붉은 인끈을 둘렀다.

“이게 무슨 짐승이냐.”

앞장선 장로가 서문린을 보자마자 멈춰 섰다. 눈이 제자복보다 제사상 위 비급에 먼저 갔다. 다른 장로가 검집에 손을 얹었다.

“아직 신원을 밝히지도 않았는데 등 뒤가 전부 칼이군.”

서문린이 혼잣말처럼 말하고 몸을 돌렸다. 대청 밖 회랑에 혈영단 직속 제자들이 어느새 줄지어 섰다. 위무극이었다. 제자들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검은 비단 무복이 바람에 움직이고, 왼쪽 가슴 혈영 문양이 달빛을 삼켰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대청으로 들어왔다.

“네가 여기 있게 된 연유를 짧게 말하게.”

위무극은 제자상 앞에 서서 서문린을 내려다봤다. 목소리는 낮고, 어미는 하나하나 잘렸다. 서문린은 고개를 들었다.

“십 년 전 청명검문의 마지막 제자 서문린입니다.”

대청이 조용해졌다. 장로 둘이 서로를 보지 않았다. 입회 진행관만 제사상 위 비급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위무극이 비급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청명검문 비급은 불에 탔다고 공표된 것을 들고 왔겠다. 그러면 그게 네 것이란 근거부터 대라.”

“요구가 아니라 확인입니다.”

서문린이 검집을 짚고 서서 비급 첫 장을 넘겼다. 칼을 겹친 매화 문양이 얕게 찍힌 면지가 펴졌다. 멸문 지시도 없이 그 문양을 그릴 자격이 있는 이는 청명검문 제자뿐이었다.

장로 하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비급만으로는 부족하다. 생존자가 하필 혈영단 문주 직속 제자 ‘양진’이었다는 걸 증명해야 하지 않나.”

서문린이 손을 올려 목덜미 뒤를 눌렀다. 오래된 낙인 자리를 덧살로 지운 흉터가 있었다. 그는 상처 부위를 장로에게 보이도록 몸을 반쯤 틀었다.

“청명검문 정규 제자에게 새기는 자리입니다. 열 살 때 칼로 지웠습니다.”

혈영단 제자들 사이에서 옷깃 닿는 소리가 났다. 위무극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 흉터 하나로 내 제자를 사칭할 셈이냐.”

“사칭이 아니라 지금부터 청구입니다.”

서문린이 검집에서 검을 뽑아 겨누었다. 장로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입회 진행관이 두 사람의 거리를 물러서서 재었다.

“공개 혈채를 청합니다. 혈영단 문주 위무극, 청명검문을 사술로 멸문시킨 주동자입니다.”

검은 촛불을 받아 얇게 빛났다. 서문린의 목소리에 떨림은 없었다. 장로 하나가 입을 열려다 위무극의 손에 막혔다.

위무극이 웃었다. 눈꼬리만 좁혔을 뿐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곧 낮은 목소리가 대청을 눌렀다.

“좋다. 공개 혈채를 받아주지. 대신 네가 꺼낸 비급은 불에 탄 것이라고 강호에 알려진 문서다. 그 출처부터 장로단 앞에서 밝히는 것이 순서 아니겠나.”

그 말은 서문린을 반역자로 몰기 위한 것이었다. 장로들의 시선이 비급 출처에 쏠렸다. 서문린이 대답하는 대신 검집을 제자상 옆에 내려놓았다. 그때 회랑 쪽에서 질질 끌리는 바닥 소리가 들렸다.

혈영단 제자 하나가 포박된 위소연을 데리고 들어왔다. 두 손이 앞으로 묶인 채였다. 그녀의 머리채는 흐트러졌고, 약방 겉도포가 어깨 한쪽으로 내려가 있었다.

위무극은 딸을 보지 않았다. 입회 진행관은 이번 절차에 난입한 사람이 있음을 지적하며 대청 문 쪽으로 끌어내려 했다. 위소연이 그 앞에서 섰다.

“저로 인해 이 결투를 멈추게 하지 마세요. 증거를 제출해야 합니다.”

장로 하나가 눈살을 모았다.

“증거라면 이 자리에서 다뤄야 할 물건을 말하나?”

“예. 아버지께서 장로님들께 고하시기 전에, 이미 몰수당한 것을 꺼내 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위무극의 시선이 딸에게 왔다. 위소연은 그 시선을 받은 채, 묶인 손을 들어올려 진무영 유품 쪽을 가리켰다.

“혈영단 밀지 하나와 해독 기록 한 벌이 대청 밖에 있습니다. 제가 직접 가지고 있었고 지금은 다른 이가 보관 중입니다.”

사실 그녀의 소지품은 위무극이 빼앗아 별당 입구에 두었다. 위소연은 장로 열 명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아버지가 강제로 압수한 그 물건을 다시 증거 위치에 올리게 만들 셈이었다.

위무극이 손을 한 번 들어 제자들을 물렸다. 대청 밖에 섰던 이들이 물러나며 회랑 쪽에 반쯤 열린 공간이 생겼다.

공선화가 그 틈으로 들어왔다.

“몰수품치고는 너무 곱게 묶여 있었어서 내가 왔지.”

그는 품에서 밀지 한 장과 종이 뭉치를 꺼내 제사상 남쪽 끝에 올렸다. 위소연의 약방에서 쓰는 약봉지 겉면에 해독 배합이 기록되어 있었다.

“내가 이걸 언제 꺼냈는지 어디서 났는지는 나중에 물어도 좋고.”

공선화가 장로 한 명에게 눈인사를 했다. 장로가 손을 뻗어 밀지 뒷면을 불빛에 비췄다. 은닉 표식이 어른거렸다.

위무극이 그걸 보고서도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애초에 거짓이다. 저 밀지는 진무영의 유품에서 나왔다고 둘러댔을 물건이고, 딸아이가 약방에서 조작했을 수 있다. 그런 것은 증거로 세우지 않는 게 혈채의 격이다.”

“아까는 격을 묻지 않으셨습니다.”

위소연이 한 걸음 아버지 쪽으로 걸어갔다.

“해독 기록은 그저 약재 배합이 아닙니다. 혈영독공 시험약을 먹고 쓰러진 직속 제자의 맥과 배설물에서 남은 독의 흐름을 모두 적은 거예요. 이런 기록이 없으면 독공에 노출된 사람은 반나절 안에 장기를 다 버립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장로 둘을 차례로 보았다.

“시험약을 만든 분이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그 시험약에 제가 관찰한 증상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이물 아님’이라 판정하신 것과 완전히 다른 맥박이 남아 있었습니다.”

위무극의 오른손이 소매 안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말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먼저 몸이 움직였다.

검은 소매가 걷히며 손바닥이 뒤집혔다.

공기가 한 번 무겁게 눌렸다.

안 보이는 기운이 대청 마루를 스치자 촛불이 전부 한쪽으로 낮게 누웠다. 위무극의 혈영독공이 손바닥에서 빠져나와 서문린을 향했다.

하지만 서문린은 그보다 반 박자 빨리 몸을 틀었다. 제자상 위 비급을 옆으로 치우고 아래에서 위로 검을 뽑아 올렸다.

“독공이 아니라 해독 기록부터 먼저 치려는 겁니까.”

위소연이 낮게 외쳤다. 그녀의 외침은 검기를 유도하는 명령처럼 들리지 않았다. 다만 장로들이 그걸 듣고 움직였다.

장로 하나가 대청 바닥에 검집을 내리쳐 소리를 냈다.

“공개 혈채의 성립을 막는 행위는 사술로 본다!”

다른 장로가 재빨리 대청 석벽 쪽에서 관솔불을 옮겨 붙였다. 불빛이 제사상과 비급, 해독 기록 위를 흩었다.

위소연은 그때 몸을 아버지 쪽에서 장로 쪽으로 돌리며 자신의 묶인 손을 대청 기둥 못에 걸었다. 포박은 한 번에 풀리지 않았다. 대신 손목의 푸른 끈이 잘리고, 약초 향이 공기 속으로 번졌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쓴 해독 배합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혈영독공의 독기를 지워요. 그 배합은 쓰러진 제자에게 투여했을 때 맥이 돌아온 것과 같습니다.”

장로 하나가 공선화를 돌아봤다. 공선화는 인상을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저혈맥이 아니라 독이었다는 게 약방 기록하고 맞아. 난 그 기록을 오늘 처음 봤어도 배합의 용법은 알아.”

위무극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소매에 숨긴 칼 손잡이까지 밀려 나왔다.

그 순간 장로단 셋이 동시에 대청 안쪽에서 검을 꺼냈다. 칼날이 무극을 향하지는 않았다. 대신 서문린과 위무극 사이로 들어가, 공개 혈채의 격을 지키라는 뜻으로 겨누었다.

“문주께서는 물러나십시오. 증거 검증이 끝날 때까지 결투는 대기로 처리합니다.”

위무극이 웃음을 거뒀다.

“대기? 내가 저 꼬마와 피를 나눌 자리에서, 혈영단 장로가 나에게 물러나란 말을 하다니.”

“피의 순서가 아니라 규례를 지키랍니다.”

장로 하나가 답했다. 위무극은 검을 뽑지 않았다. 등 뒤로 물러나며, 딸을 향해 처음으로 한 마디를 던졌다.

“네가 꺼낸 기록이 나를 죽이는 날, 그 기록은 네 손에 있는 동안에도 독공에 젖은 종이라는 걸 잊지 말거라.”

위소연은 대답하지 않고, 약봉지 위에 제자상에서 떨어진 촛농을 닦는 죽은 손가락으로 기록을 폈다. 아버지의 뜻은 이해했다. 기록을 강조할수록 자신이 독공의 온상을 어딘가에 두었다는 의심을 남기는 것이다.

그녀는 오히려 그 의심 앞에서 종이를 펼쳤다.

“한 번 읽겠습니다. 놓친 한 글자가 사람을 죽일 테니.”

대청 위 불빛이 어두워졌다. 서문린은 흐트러진 위소연의 곁선을 보지 않았다. 단지 그녀가 읽는 동안 검끝이 바닥을 향하지 않도록 검을 세워 들고 있었다.

장로 둘은 해독 기록을 들여다보다가 서로 짧은 말을 주고받았다. 이내 입회 진행관이 두 사람의 공개 혈채 성립을 알리는 구호를 길게 세 번 외쳤다.

북이 아니고 쇠막대가 울렸다.

서문린이 먼저 검을 들어올렸다. 청명검문 기본식 ‘매화 일지’의 시작 자세였다. 위무극은 그걸 보자 비로소 검을 뽑았다. 검날이 빠져나올 때 소리 없이 허공의 불꽃이 갈라졌다.

첫 합은 짧았다.

위무극이 한 걸음, 칼등을 세워 들어오는 것을 서문린은 옆으로 흘려 받았다. 무극의 검에는 독기가 실려 있었다. 칼끝이 스칠 때마다 바닥의 먼지가 닿기 전에 바스러졌다.

“혈영단 초식으로 나를 치시겠습니까.”

서문린이 말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청명검문에게 죽을 자리니 어울리겠지.”

위무극이 답하고 몸을 낮췄다. 순간 그의 검날이 세 갈래로 번졌다. 혈영단의 잔영검 초식이었다. 서문린은 그것을 정면으로 받지 않고 대청 기둥 쪽으로 세 걸음 밀렸다.

둘째 합에서 서문린의 검 끝이 위무극의 옆구리를 스쳤다. 검기가 아니라 실검이 닿는 순간, 위무극이 칼날을 틀며 밀어냈다. 서문린의 어깨에서 피가 났다.

“한 수 낮군.”

“두 수까진 안 갑니다.”

서문린은 뿌리에서 올라오는 기를 몸에 붙이지 않았다. 대신 청명검문의 보법대로 상대의 공세를 한 번에 지워 내는 자세로 돌아왔다. 어릴 적 제자들이 칼을 잡기 전에 밟던 ‘매화 세 겹’이었다.

세 걸음째, 발끝이 위무극의 오른쪽 사선으로 떨어졌다. 위무극의 검은 허공을 쳤고, 서문린의 칼은 위무극의 소매를 찢고 상박을 열었다.

위무극이 뒤로 물러나며 손바닥을 열었다. 독공이 다시 번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힘을 싣는 호흡이 달랐다. 해독 기록과 별개로 위소연이 읽어 준 배합이 장로들의 귀에 남아 있었다. 장로 하나가 크게 외쳤다.

“혈영독공을 펼치면 공개 혈채의 무상 결투로 인정하지 않겠다!”

그 말에 위무극의 손이 흔들렸다. 그 틈을 서문린이 놓치지 않았다.

위무극이 칼을 다시 가져와 막으려는 것을, 서문린은 오히려 몸을 낮추어 들어가는 쪽을 택했다. 옆구리 봉합 자리가 터지며 뜨거운 피가 허리께로 번졌다. 검은 무극의 무릎 아래를 지나, 왼쪽 넓적다리를 베었다.

위무극이 신음을 삼키며 몸을 돌렸다. 그 동작에서 비로소 옆구리 오래된 칼자국이 드러났다. 서문린은 한 번 맺힌 호흡을 더 밀어 넣었다.

“열 살 때, 당신이 저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사술이 아니었습니까.”

위무극의 검날이 서문린의 어깨를 베며 응수했다. 서문린은 뒤집히는 어깨를 참았다.

“살아 있던 것도, 지금 여기 있는 것도 다 계획이었습니다.”

그가 검을 눕히지 않고 위로 떠올렸다. 검기가 아니고, 상대의 칼끝이 올라오는 순간을 피한 뒤 팔꿈치로무극의 손목을 높이 쳐 올렸다. 위무극의 칼이 돌아가며 회전했다. 그 틈에 서문린의 검이 오른쪽 갈비 아래를 향했다.

칼날이 들어갔다.

몇 치인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뽑혔다. 위무극의 체구가 기울자 대청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제자상 위 비급이 한쪽으로 밀리고, 장로 하나가 그 아래 떨어진 관솔불을 밟아 껐다.

위무극이 무릎으로 바닥을 치며 쓰러졌다.

“확인한다.”

입회 진행관이 다가가 숨을 짚었다. 그의 목소리는 굵고 빨랐다.

“사망.”

위소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가지 않았다. 묶였던 쪽 손목이 풀렸지만 무릎에서 힘이 빠졌다. 그녀는 대청 기둥을 한 번 짚고, 증거가 될 물건들을 차곡차곡 제자상 가까이 모았다.

밀지와 진무영의 유품, 해독 기록 사본을 한데 쌓고 그 위에 청명검문 비급을 옆으로 놓았다. 대청 기록석 앞에 증거궤가 놓이자 장로들이 관인을 찍으러 다가왔다.

서문린은 품에서 작게 접힌 표를 꺼냈다. 이름이 세 개 적힌 복수 체크리스트였다.

진무영의 이름은 검게 지워져 있었고, 그 아래 다른 이름이 지워져 있었다. 마지막 칸에는 먹 가루가 굳은 채로 여백이 있었다.

그가 위무극의 피가 묻은 칼대를 들어 마지막 이름에 한 획을 그었다. 그리고 이름을 지웠다. 표를 손바닥 위에 펼친 채, 대청 기록석에 낮게 새겨진 청명검문 문장 위에 올려놓았다.

표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청 밖 회랑에서는 제자들이 시신 수습을 시작했다. 위소연은 증거궤의 관인을 자신의 손으로 눌러 닫았다. 인주가 물기처럼 오래 남았다.

“청명검문 진실과 독공 해독 기록은 혈영단 장로부가 공식 등재할 겁니다.”

그녀는 기록석 앞에서 뒷짐을 지고 선 장로들을 향해 말했다. 장로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접수한다.”

서문린은 대청 문 쪽으로 걸으며 제자복의 찢긴 옷깃을 여몄다. 상처는 피를 머금었지만 움직임을 막지 않았다. 걸음은 천천히, 대청 밖 달빛 아래로 나갔다.

궤는 닫혔다.

복수 체크리스트는 청명검문 문장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아무도 옮기지 않았다.

원수의 제자, 멸문의 막내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