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F급 감정사, 미공개 가치를 읽는다

5화

파멸은 늘 늦게 온다. 국립유물관리원 공개 재감정실에도 오전의 빛이 늦게 닿았다. 빛은 두꺼운 방음벽 모서리와 바닥의 전도성 타일을 번갈아 비추다가, 먼지가 앉은 관찰대 유리 가장자리에서 한 번 끊어졌다. 그동안 복도에서는 통제구역 로그 장비의 푸른 표시등만 규칙적으로 깜빡였다.

오세준은 긴 탁자 북쪽 끝에 섰다. 그는 손바닥을 탁자 모서리에 댄 채 자리에 앉지 않았다. 재감정실 안은 아직 난방이 완전히 돌지 않아 탁자 표면에 얇은 냉기가 남아 있었다.

탁자 중앙에는 잠금 상자에서 꺼낸 나침반이 투명 관찰대에 올려져 있었다. 상자 뚜껑을 덮을 때 사용한 무산소 포장재 냄새가 아직 주변에 맴돌았다. 바늘은 여전히 봉인고 쪽 벽을 가리켰다.

“봉인 해제는 거부합니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빈 재감정실 바닥을 따라 퍼졌다.

“내부 직권 제7조에 따라 저 물건의 재감정은 금지입니다. 누가 책임질 것입니까.”

서하진이 재감정대 오른쪽에서 일어났다. 남색 수트 소매가 접수 서류 위를 스쳤다.

“책임은 공개 재감정 신청 절차가 집니다. 수석 감정관 두 분의 동의 서명이 있습니다.”

오세준이 그쪽을 보지 않았다.

“수석 동의가 제7조보다 위입니까.”

“우선순위가 아니라 절차가 다릅니다.”

서하진이 봉인체 원래 감정서 사본을 탁자 가운데로 밀었다. 접수번호 모서리에 붙은 탭이 뻗어 있었다.

“일 년 전 오감정 기록과 봉인체 최초 감정서의 접수번호가 동일합니다.”

오세준이 이번에는 돌아봤다.

“그것이 사유가 됩니까.”

노윤석이 손을 올렸다. 장미령과 나란히 앉아 있던 그가 동의서 두 부를 정면으로 밀었다. 종이와 탁자 사이에서 낮은 마찰음이 났다. 장미령이 방청 접수증을 동의서 위에 가지런히 얹었다.

“재감정 개시를 확인합니다.”

서하진이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단말기의 절차 기록 화면을 켜자, 붉은 대기 아이콘이 파란 진행 아이콘으로 바뀌었다.

오세준의 왼손이 보안 지시 단말기를 쥐었다.

나침반을 가리키며 한 걸음 물러났다.

“보안팀 불러.”

강필주가 복도에서 통제구역 로그 장비를 든 채 안으로 반 걸음 들어왔다. 오세준이 말을 이었다.

“불법 감정 행위로 현장 기록한다.”

그러자 민채원이 재감정실 맨 끝 보조석에서 일어났다. 스마트폰 두 대가 동시에 위로 들렸다.

“지금 제가 그거 다 찍고 있어요! 국민 여러분——”

오세준이 손을 들었다.

한도윤은 관찰대 옆에서 왼쪽 눈을 감았다 떴다. 아직은 모래알처럼 작은 잔상이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네 번째였다. 신호는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또다.

그는 검지로 미간을 누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피로가 아니었다.

“도윤 씨.”

백아린이 옆에서 낮게 불렀다. 그녀의 뺨은 고열 탓인지 붉었다. 손등은 아직 끓는 듯했다.

“한 줄로. 뭘 할 거지.”

“나침반이 먼저야.”

한도윤이 관찰대 쪽으로 손을 뻗었다.

오세준이 단말기를 밑으로 내리치듯 들었다. 화면이 흔들리며 보안 호출 표시가 반짝였다.

“그 물건 만지지 마라.”

“압수 근거가 사라진 뒤니까.”

한도윤이 재감정대를 돌아 관찰대 앞에 섰다.

서하진이 개입했다.

“원물 무단 접촉은 검증 규정 위반입니다. 접촉 근거를 제시하세요.”

“나침반은 제 겁니다. 습득자 보관 상태 확인 권한도 있고요.”

오세준이 보안팀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복도까지 밀려 나갔다.

“막아.”

장비 화면의 접근 기록이 실시간으로 갱신될 때마다 그의 목덜미가 굳어졌다.

이거…… 절차가 이게 맞나?

화면 속 로그에는 ‘재감정 개시’가 먼저 찍혀 있었다. 지시 계통상 그 다음에 강제 진입을 하려면 관리원장의 명령을 다시 확인해야만 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기록을 두 번 되짚었다.

백아린이 돌아서 그 앞에 섰다.

“들어오면 다쳐요.”

강필주가 걸음을 멈췄다. 그는 들고 있던 로그 장비를 가슴 앞으로 끌어올린 채 한 발을 뒤로 뺐다.

“부길드장님, 이건 관리원——”

“한 줄로.”

백아린이 손을 들어 보안팀 진입로를 가로막았다.

등급 표시 단말기가 팔목에서 지직거렸다.

화면에 그녀의 등급이 S와 A 사이를 물결처럼 흔들렸다.

“등급이 왜 이래요?”

장미령이 단말기 화면을 가리켰다.

그 사이 한도윤이 관찰대 위 나침반을 집어 들었다. 투명 덮개는 이미 열려 있었다.

열려 있다고?

손가락이 금속 테두리를 감싸는 순간, 바늘이 붉게 반전됐다. 빨간 기운이 나침반 유리 안쪽으로 퍼지며 그의 손등을 붉게 물들였다.

“또야.”

민채원이 화면을 나침반 쪽으로 흔들었다.

“저거 지금 색 바뀌었죠? 진짜 실시간으로——”

한도윤의 왼쪽 눈에 금색 고리가 퍼졌다. 시야의 절반이 노랗게 물들고, 이내 손에 든 나침반 테두리가 미세하게 울렸다.

바늘이 봉인고 방향이 아니라 재감정실 안쪽, 봉인 유물 도킹 부속이 놓인 장소를 가리켰다.

“봉인체와 공명하는 거야.”

그가 말했다.

“아까 압수 뒤에 눈이 멀었던 것도 이것 때문이었어요. 붉은 반전은 위험이 아니라 공명 반응이에요.”

서하진이 한 걸음 온 뒤 서류를 집었다. 그녀는 오감정 기록 사본의 접수번호를 나침반 옆에 나란히 놓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근거는?”

바늘이 흔들리지 않았다.

격자 무늬가 빛의 간섭처럼 서로 맞물렸다.

“봉인 유물 문양이 나침반에 찍혀요. 멀면 붉어지고 가까우면 같은 무늬로 움직입니다.”

백아린이 뒤를 돌아보고 소리쳤다.

“도윤. 촉매를 그 부속에 연결해도 돼?”

“아직 안 됩니다.”

서하진이 자리를 막았다.

“촉매 접촉은 관리원 검증대 승인이 있어야——”

“없어.”

백아린이 코트를 열었다. 그녀의 손이 허리 뒤 단검을 지나 S급 각성 촉매 케이스를 꺼내 들었다. 케이스 표면에 서린 열기가 공기 중으로 연무처럼 뻗쳤다.

오세준이 크게 웃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지만 어딘가 비어 있었다.

“규정이고 뭐고 없이 그냥 꽂는다? 너 지금 관리원에서 사고 칠 생각이냐.”

“길드가 오늘 문 닫으면 그게 더 큰 사고야.”

한도윤이 촉매를 받아 들었다. 케이스의 잠금장치가 손바닥에 눌리며 약간의 따뜻함이 손금을 따라 올라왔다.

손끝에 잔열이 스며들었다.

뭐야, 이 온기.

백아린의 열과 비슷하면서도 더 깊었다. 불씨처럼 다 꺼지지 않은 온기였다.

“나침반이 이 물건과 봉인체를 이어 줄 거예요. 도킹 접속부만 개방해 주세요.”

봉인 유물은 재감정실 중앙 격리 부스 안에 있었다. 부스의 이중 유리 너머로 옅은 황색 보호층이 보였다. 밀봉된 채 도킹 부속이 앞면에 하나 뻗어 있었다. 부속 접속부에는 작은 보조 패널이 열려 있었고, 안쪽에 금속 결합구가 드러나 있었다.

서하진이 격리 부스 차단 스위치를 만지다 말고 오세준을 봤다. 손가락이 스위치 보호 커버 위에 얹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관리원장님. 승인——”

“승인 없어.”

오세준이 단말기를 들어 보안 기록 화면을 띄웠다. 화면 위로 그의 얼굴에 푸른 빛이 스쳤다.

“차단 유지하고 감정 중단. 이 자리에서 직위 남용으로——”

그 순간, 복도 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벽 너머에서 진동이 전해졌고, 재감정실 문 앞의 종이 서류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강필주가 로그 장비를 가슴에 끼고 뛰어들었다. 보안팀 세 명이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의 장화 소리가 재감정실 바닥을 한꺼번에 두드렸다.

“진입하려면 나부터.”

백아린이 단검을 뽑지 않고 검집째로 빼 들었다. 두 사람이 몸을 세우자 그녀의 코트가 활짝 벌어졌다. 허리 뒤의 빈 검집 자리가 순간 드러났다가 코트 그늘에 다시 가려졌다.

등급 표시 단말기가 신호음을 울렸다. 재감정실 스피커의 안내음과 겹치며 짧게 끊겼다.

화면이 마지막으로 S급으로 올라갔다가 꺼졌다. 액정이 검게 변한 뒤에도 손목 진동은 한동안 남아 있었다.

강필주가 백아린의 팔을 붙잡으려다 그 앞에서 멈췄다. 그의 손바닥이 그녀에게 닿기 전에 밀려오는 열에 옷깃이 후끈거렸다.

열이 얼굴까지 올라와 공기 중으로 번졌다. 접근한 보안팀 한 명도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반 걸음 물러났다.

이게 무슨 열이야.

강필주는 손을 허공에 멈춘 채 입술만 달싹였다.

그 사이 한도윤은 격리 부스의 도킹 접속부를 열었다. 보호 패널이 미끄러지며 부스 안의 압력차가 낮은 소리로 조정됐다.

밀봉된 봉인 유물 곁으로 나침반을 들고 들어갔다. 시야에 다시 금색 고리가 번졌다. 이번에는 왼쪽 눈이 아니라 두 눈 전체가 밝았다. 부스 안의 옅은 황색 보호층이 그의 금색 시야와 겹치며 세상을 다르게 읽었다.

나침반이 찌릿 울리며 붉은 반전을 멈추고 제자리에서 천천히 돌았다. 바늘이 아니라 나침반 테두리 전체가 돌면서 부스 내부의 정전기를 끌어당겼다.

“촉매 연결.”

서하진이 다가왔다. 그녀는 격리 부스 밖에서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공개 판정을 개시하지 않으면 그 접촉은 불법입니다. 도윤 씨, 판정 근거를 지금——”

“지금 해요.”

한도윤이 촉매를 도킹 부속에 밀어 넣었다.

딸깍.

봉인 유물의 밀봉 표면이 세로로 갈라졌다. 틈에서 연한 금빛이 먼저 새어 나왔다.

열기가 부스 안을 데웠다. 봉인 유물 위로 옅은 불꽃 같은 무늬가 퍼졌다. 유리 안쪽 면에 김이 서릴 만큼 온도가 차올랐다.

나침반이 그의 손바닥 위에서 소리쳤다. 소리는 단순한 금속음이 아니라 유리 안쪽의 물방울을 동시에 떨리게 했다.

처음 들어 보는 맑은 음이었다.

“읽혀요.”

한도윤이 눈을 감았다.

금색 고리가 가라앉았다. 시야의 노란 빛이 밀려나며 어둠 속에 글자들이 떠올랐다.

이걸…… 읽는다고?

“진명은 태하의 불씨. 등급 S. 출처, 태하 초대 길드장.”

서하진이 단말기를 부스 아래 포트에 접속했다. 화면에 국립유물관리원 데이터베이스 갱신 창이 떠올랐다. 그녀는 떨지 않고 입력을 마무리했다.

`[미공개 유물 등급·명칭·출처 자동 갱신]` `[봉인 유물 재분류 개시]`

기계적 경어체가 재감정실 스피커로 낭독됐다. 스피커의 떨림이 천장 패널 가장자리에 작게 퍼졌다.

“등급 S, 명칭 ‘태하의 불씨’, 출처 태하 초대 길드장. 공개 판정 확정.”

오세준이 단말기를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장갑 사이로 화면의 빛이 손바닥을 붉게 통과했다.

직접 수정 명령을 입력했다. 화면에 붉은 문구가 떴다.

`[관리원장 권한으로도 수정할 수 없습니다.]`

“이게 무슨……”

장난치는 거냐?

그는 화면을 다시 눌렀지만 한 줄의 문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보안팀이 우르르 재감정실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완전히 열리며 복도의 찬 공기가 안으로 흘러들었다. 그러나 민채원이 문 앞에서 중계 화면을 그들 쪽으로 살짝 틀었다. 어깨를 낮추고 화면 각도를 보안팀 정면에 맞췄다.

“잠깐, 국립유물관리원 보안팀 지금 여기 진입하는 것도 나오고 있어요! 댓글 지금 난리 났는데?”

강필주가 손을 들어 보안팀을 제지했다. 그 화면에서는 실시간 댓글이 긴 띠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색깔별로 구분된 댓글이 속도를 더해 올라갔다.

압수 영상에서 이어진 목격자 증언, 압수 시간, 오늘 재감정 장면까지……

순서대로 전부 공개되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이미 재감정실의 발언을 거의 그대로 받아 쓰고 있었다.

공태식이 방청석에서 일어나 관리원 단말기를 바라봤다. 화면이 바뀔 때마다 고개가 앞으로 기울었다. 그러다.

“이게 말이 되네!”

노윤석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눌렀다. 장미령은 방청 접수증을 두 손으로 쥐고 떨었다. 그녀의 무릎 위에 있던 서류 봉투가 바닥으로 살짝 밀렸다.

서하진이 오감정 기록 사본을 높이 들어 보였다. 문서를 든 팔이 재감정실 조명 아래에서 꼿꼿했다.

“일 년 전 오감정 기록 원본입니다. 접수번호가 봉인체 최초 감정서와 동일하고, 오늘 공개 판정으로 봉인 사유가 무효임이 확인됐습니다.”

오세준은 대꾸하지 못했다. 입술이 움직이다 말고, 시선이 자기 단말기 화면의 붉은 문구로 다시 끌려갔다.

단말기를 쥔 손이 가늘게 떨렸다. 그 떨림이 소매 안쪽으로 번져 넥타이 매듭을 미세하게 흔들었다.

민채원이 화면 숫자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휴대폰 배터리 잔량 경고가 떴지만 그녀는 화면을 끄지 않았다.

“조회수 지금 경매장 기록 깼다! 대박인데?”

사무국 직원 하나가 문가에 나타났다. 갱신된 DB 확인을 끝낸 모양이었다. 그는 서류 대신 두 손으로 작은 증서 케이스를 받쳐 들고 있었다. 그가 한도윤에게 증서 케이스를 건넸다.

“태하 길드 계좌 동결 해제 통지 나갔습니다. 특별 감정관 증서도 교부합니다.”

한도윤이 증서를 받아 나침반과 나란히 들었다. 금색 고리는 완전히 가라앉았고, 나침반 바늘은 더는 붉지 않았다. 바늘 끝이 잠시 부스 쪽을 향하다가 문밖 빛을 따라 미세하게 움직였다.

백아린이 계약 연장서를 받아 품에 안으며 웃었다. 종이 모서리가 코트에 눌려 접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고열이 남아 있어도 손끝은 더는 떨리지 않았다. 숨을 내쉬자 열기가 식는 대신 안쪽에 온기를 남겼다.

그것만으로도…… 됐다.

서하진이 공동 감정 체계 등록 접수증을 사무국에 올리며 말했다. 그녀는 접수증 위에 절차표를 가지런히 덧쌌다.

“관리원 공동 감정 체계 가동을 등록합니다. 앞으로 미공개 유물 비공개 판정은 이 체계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오세준은 그 모든 절차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자리에서 두 걸음 물러났다. 단말기 표면의 온기가 손에서 식어 가는 듯했다.

직위 정지 통지가 개인 단말기로 넘어왔다. 진동과 함께 화면 상단에 알림이 짧게 떠올랐다.

화면은 계속 켜진 채, 그의 손에서 아래로 내려갔다. 손가락이 화면을 떠나자 보안 기록이 잠시 멈췄다.

이게…… 끝이야?

방청석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움직였다. 의자 다리가 바닥에 끌리며 낮은 소리가 잇따랐다. 민채원은 마지막까지 중계를 끄지 않았다. 공태식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화면을 한 번 더 봤다.

“이제 내가 발붙일 데가 폐기장이 아니라 여기구나.”

한도윤은 증서를 왼손에, 나침반을 오른손에 들고 재감정실 중앙으로 걸어나왔다. 걸음이 닿는 바닥마다 아까의 열기와 다른, 정제된 공기만 남았다.

“이제 이것은 빼앗길 물건이 아니라, 미공개 가치를 읽는 공식 도구다.”

백아린이 계약 연장서를 품에 안은 채 그에게 다가와 어깨를 쳤다. 그 손끝은 아직 뜨거웠다. 한도윤은 그 열을 물리치지 않았다. 어깨에 닿은 온기가 나침반을 쥔 손목까지 이어졌다.

창밖 오전 빛이 재감정실 진열대를 지나 바닥에 닿았다. 먼지가 햇빛 기둥 속에서 천천히 떠올랐다. 나침반의 바늘이 그 빛을 따라 북쪽이 아니라 문밖, 폐기 처리장 쪽으로 희미하게 움직였다.

한동안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다. 민채원은 조회수 숫자에, 공태식은 단말기 화면에, 오세준은 자기 손바닥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아니, 정말 아무도?

그리고 한도윤만 그 방향을 천천히 따라갔다. 그의 눈동자에 문밖 복도로 이어지는 빛의 선이 가늘게 걸렸다.

세상은 다시, 읽히지 않은 것들로 넓어지고 있었다.

F급 감정사, 미공개 가치를 읽는다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