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감정사, 나침반이 가격을 속삭인다
5화
감사팀은 항상 늦게 온다. 제일 바쁜 순간을 골라 들이닥치고, 제일 조용한 표정으로 목을 조른다. 회의실 문이 열린 지 30초도 안 됐는데, 앞장선 남자는 이미 나침반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명함은요.”
내가 물었다. 남자는 자켓 안주머니를 두드리다가…… 손을 뺐다.
“감사팀 민지호입니다. 명함은 방금 다 썼고요. 절차 시작하겠습니다.”
“절차요. 어떤 절차인지는 방금 들었습니다. 압수인지, 임의 제출인지 그것부터 구분해 주시죠.”
민지호가 한 걸음 더 들어왔다.
뒤에 있던 남자가 회의실 문고리를 잡은 채 서 있었다.
“불법 감정 프로그램으로 규정될 여지가 있는 보조 장비에 대한 압수 절차입니다. 거부하시면 강제 집행 사유가 됩니다.”
강하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잠깐만. 지금 그거 사흘 뒤 중계에서 쓸 장비잖아. 그걸 지금 가져가면 재감정은 어떻게 해?”
지금 가져가면…… 사흘 뒤 중계는?
“재감정은 감정소 공식 절차로 진행하면 됩니다. 보조 장비 없이도 가능한 게 원칙이고요.”
배문기가 복도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단말을 귀에 댄 채 회의실 유리벽 앞에 섰다. 민지호에게 고개만 까딱였다.
남궁혁이 느리게 일어났다. 내 앞에 한 발짝, 민지호 쪽으로 반 발짝.
“압수 목록에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감정 보조 장비 일체입니다.”
“구체적으로요.”
민지호가 서류 봉투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손이 미끄러져…… 종이 귀가 접혔다.
“나침반 형태의 미등록 감정 보조 장비. 규격 불명. 그 외 휴대용 감정 기록 단말은 대상에서 제외됐고요.”
남궁혁이 출력물을 들었다.
“근거 자료를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감사팀 내부 자료입니다.”
“아닙니다. 이거요.”
남궁혁이 손에 든 출력물을 반쯤 펼쳤다.
서명 로그가 빼곡했다.
민지호가 멈칫했다.
“압수 대상 장비가 3회 연속 적중의 실질 근거라면, 그 장비가 만든 결과물과 폐기 처리장 원본장부를 대조하는 게 먼저 아닙니까.”
“그건 수사 기관 몫이고요. 저희는 압수 집행만.”
“그럼 집행하십시오.”
내가 말했다. 민지호가 서류를 내려뜨렸다.
“단, 조건 하나 붙입니다. 장비는 제한 시연으로 오늘 재감정에서 결과를 냅니다. 원본장부 열람과 서명 로그 실시간 대조도 같이 하고요. 그게 끝나면 장비는 감사팀에 넘기겠습니다.”
민지호가 배문기를 봤다. 배문기는 단말을 내리면서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압수 절차는 개시됐습니다. 장비가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는 것만 막으면 조건은 검토할 수 있습니다.”
“검토가 아니라 확약이 필요합니다.”
“한도윤 씨. 지금 협상할 위치가 아닌데요.”
“위치라면 제가 더 정확합니다. 압수 대상으로 규정될 여지는 규정될 ‘수 있다’고요. ‘여지’는 확정이 아닙니다. 확정 전에 확인할 근거를 오늘 깝니다. 밟을 준비는 끝났고요.”
강하린이 내 팔꿈치를 툭 쳤다.
“오늘? 지금 스튜디오 세팅도 안 끝났는데?”
“끝날 거야. 너 손 가리개 뷰어 준비돼 있잖아.”
“있긴 한데, 그건 화면 잡는 용도잖아. 오늘 쓸 거야?”
“응.”
나는 민지호에게 돌아섰다.
“제안 아니라 일정 통보에 가깝습니다. 두 시간 뒤 스튜디오에서 제한 시연합니다. 감사팀은 압수 서류 들고 앉아 계시면 되고요. 장부 열람은 협회보다 먼저 헌터넷 중계 화면에 띄웁니다.”
민지호가 서류를 봉투에 천천히 밀어 넣었다.
“그 장비가 스튜디오 밖으로 반출되면 그때는 협상 없습니다.”
“당연하죠. 저도 그럴 거면 오늘 여기 안 왔습니다.”
감사팀 둘이 회의실 구석으로 물러났다. 민지호가 이어폰을 꽂고 누군가와 통화를 시작했다. 배문기는 복도에서 유리벽을 등진 채 서서…… 목덜미를 다시 만졌다.
강하린이 단말을 꺼내 스튜디오 쪽 채팅방에 메시지를 뿌렸다.
“오늘 중계는 하린TV 단독으로 간다. 헌터넷은 남궁혁 씨가 관제 화면 연결하고.”
남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3 원본장부고 보안 영상은 제가 올리겠습니다.”
“그거 지금 어디 있는데?”
“폐기 처리장 지하 2층. 감사팀이 열람 절차를 걸기 전에 화면 먼저 확보했습니다.”
나는 요청서 사본을 꺼내 탁자 위에 폈다. 강하린이 스튜디오 배치도를 겹쳐 올렸다.
“세팅은 내가 쳐 놓을게. 손 가리개 쪽 카메라 하나, 정면 하나. 중계 화면은 3분할이야.”
“손 가리개부터 봐야 돼. 그거 각도 안 맞으면 오늘 다 무너져.”
“알겠어, 알겠어. 두 시간이면 충분하거든.”
배문기가 다시 회의실로 들어왔다. 민지호 옆에 서서 목소리를 낮췄다.
“저거, 감사팀도 모르는 장비야. 압수 안 하면 네가 책임져야 해.”
민지호가 이어폰을 뺐다.
“제가 지는 책임은 정해져 있습니다. 장비 반출만 없으면 됩니다.”
배문기의 입이 한 번 벌어졌다.
닫혔다.
나는 웃지 않으려고 시선을 요청서에 고정했다.
감사팀이 들어온 지 10분 만에.
판이 뒤집혔다.
아니, 잠깐만.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오세라가 회의실 문틈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저기, 헌터넷에 벌써 ‘감정소 압수 현장’이라고 올라왔어요. 글 지울까요, 아, 아닌가?”
“놔둬. 그거 오늘 조회수에 보태.”
표국현이 계산기를 꺼냈다. 버튼을 두 번 누르고 멈췄다.
“낙찰가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오늘 중계 조회수 10만 넘기는 순간 광고 단가가 두 배예요.”
“매출부터 계산하고 있네.”
“일이 그렇잖아요.”
표국현이 계산기를 허리춤에 꽂고 서류 정리를 시작했다.
나는 스튜디오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나침반을 한 번 만졌다.
주머니 바깥쪽으로 각진 끝이 닿았다.
식지 않았다.
오히려 손끝보다 따뜻했다.
이거…… 실화야?
스튜디오는 생각보다 빨리 완성됐다. 강하린이 카메라 두 대를 붙박이로 잡고, 오세라가 조명 스탠드를 버팀목에 묶고, 표국현이 중계용 방송 주소를 헌터넷 관리자 창과 맞췄다. 남궁혁은 구석 자리에서 노트북을 열고 보안 영상을 송출 대기 상태로 걸어 놨다.
가운데 탁자에 최종 아이템이 놓였다.
강하린은 그걸 손가락으로 밀지 않고 받침대째 돌렸다.
“각도 이 정도면 되지? 손으로 가리면서 화면은 잡히고.”
“좋아. 시작하자.”
강하린이 마이크를 켰다.
“하린TV 긴급 생중계 갑니다. 공개 재감정, 지금 갑니다. 사회는 저 강하린이고, 감정은 한도윤 감정사. 압수 서류 들어온 그 장비로 결과 냅니다.”
손 가리개 뷰어가 내 양손을 덮고도 남았다.
오른손으로 나침반을 쥐어야 했다.
손 가리개 안쪽 카메라가 내 손바닥과 나침반 윗면만 잡고, 바깥 카메라가 내 얼굴과 탁자를 잡았다. 3분할 화면에 헌터넷 실시간 댓글이 붙었다.
조회수는 벌써 12만을 넘겼다.
벌써?
월세보다 빠르네.
“제한 시연 조건은 간단합니다. 나침반 전체는 안 보여 드리고, 제 손 안에서 시스템이 띄우는 세 줄만 화면에 고정합니다.”
민지호가 카메라 뒤에서 서류를 들고 서 있었다. 배문기는 민지호의 한 발 뒤, 윤태호라는 이름이 적힌 단말 화면을 든 남자와 나란히 섰다. 윤태호는 검정 정장에 녹색 감정사 배지를 달고 있었다.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얼굴이었다.
내가 나침반을 아이템 쪽으로 눕혔다. 손 가리개 안쪽 화면이 파랗게 켜졌다.
세 줄이 떠올랐다.
[감정 결과] 등급: S | 예상 낙찰가: 9,800,000,000원 | 근거: 각성 촉매 반응도 98.7% + 위조 감정 코어 식별자
바깥 카메라가 손 가리개 안쪽 화면을 비추자, 중계 화면 3분할 중 한 칸이 그 세 줄로 채워졌다.
댓글이 밀려들었다.
오세라가 스튜디오 한쪽에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저게…… 진짜로?
남궁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을 들었다.
“원본장부 보안 영상 띄웁니다.”
그가 노트북 화면을 중계 화면 한 칸에 올렸다. 폐기 처리장 지하 2층 제3 원본장부고의 복도가 흑백으로 잡혔다.
타임스탬프가 초 단위로 돌고 있었다.
“배문기 감정사 서명이 원본장부 반출 시각과 일치하는 로그가 있습니다.”
배문기가 앞으로 나왔다.
“뭘 본 거야? 그 영상 하루 종일 봐도 난 그런 장부 근처에 안 갔어.”
남궁혁이 노트북을 돌려 나란히 두 화면을 놓았다. 서명 로그와 장부 반출 기록. 두 시각이 같은 초까지 박혀 있었다.
“장부 반출은 두 번입니다. 첫 번째가 앞선 사건 당일, 두 번째가 어제. 두 기록 모두 지문 인증 로그에 배문기 서명이 따라옵니다.”
“지문이, 그게 왜 내 지문이야. 감사팀도 봐. 저거 조작이야.”
뭐야, 저 화면…… 내 지문이라고?
민지호가 카메라 쪽으로 걸어와 화면을 들여다봤다. 뒤에 있던 윤태호가 첫마디를 꺼냈다.
“감사팀이 확인할 사안입니다. 중계 중단하고 원본 대조를 요청합니다.”
강하린이 고개를 저었다.
“중계는 계속됩니다. 원본은 이미 헌터넷 관제 화면에 떠 있거든.”
표국현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딸깍, 딸깍.
버튼 소리가 스튜디오 마이크에 탔다.
“낙찰가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지금 헌터넷 댓글 공감 수 3만 7천입니다. 이거 멈추면 오늘 매출 못 건집니다.”
윤태호가 배문기를 봤다. 배문기는 목덜미를 감싼 손을 내렸다. 땀이 손등까지 번져 있었다.
이거, 조작 아니면…… 나 지금 끝이야.
남궁혁이 서명 로그 한 줄을 확대했다. L-0233. 7년 전 가짜 감정서 발급 라인과 같은 코드였다.
“타임스탬프가 감정서 작성 시각보다 12분 늦습니다. 배문기 감정사 서명도 같은 패턴입니다. 이 라인에서 발급된 서명이 오늘 위조 감정 코어 식별자로 걸러진 물건과 겹칩니다.”
윤태호가 턱을 만졌다.
“그게 저와 무슨.”
“이겁니다.”
남궁혁이 마지막 화면을 띄웠다. 감사팀 제출용 감정서 원본 이미지. 발급 라인 L-0233. 서명 두 개가 겹쳐 있었다. 배문기, 윤태호.
잠깐…… 저게 왜.
중계 화면 위로 두 이름과 타임스탬프가 묶여 고정됐다. 댓글이 한 번에 쏟아졌다. 오세라가 개인 단말을 만지작거리다가 헌터넷 인증 게시판을 열었다.
강하린이 마이크를 턱 가까이 붙였다.
“하린TV, 검증 채널 공신력 이걸로 끝입니다. 여러분, 이거 실화야.”
민지호가 이어폰을 만졌다. 누군가와 짧게 말을 주고받은 뒤 서류를 접어 가슴 포켓에 넣었다.
“감사팀 압수 조사 대상을 전환합니다. 감정사 배문기, 윤태호. 두 분 다 재감정 종료 후 임의 동행해 주십시오.”
배문기가 일어나다 말고 회의실로 들어갈 때와 똑같은 자세로 굳었다.
아니, 잠깐만…… 이게 진짜 나한테 오는 거야?
윤태호는 배지를 만지작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변호사부터 부르겠습니다.”
“가능합니다. 다만 30분 안에 결과 보고 올립니다.”
강하린이 헌터넷 인증글 발행 버튼을 올렸다. 제목이 뜨는 순간 화면 상단에 타임스탬프가 강제로 찍혔다.
┌ [인증] 감정사 한도윤(F) — 제목: 공개 재감정 최종 감정 결과 │ 본문: S급, 예상 낙찰가 9,800,000,000원. │ 근거: 각성 촉매 반응도 98.7% + 위조 감정 코어 식별자. └ 댓글: 138
강하린이 웃으며 화면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탁, 탁.
“3회 연속 적중이야. 헌터넷이 알아서 카운트 붙였어. 재심사 청구권도 발급됐고.”
내 단말이 울렸다. 인증 게시물 아래 공식 시스템 알림이 떠 있었다.
[감정사 전용 시스템] 3회 연속 적중이 확인되었습니다. 등급 재심사 청구권이 발급됩니다.
……결국 터졌네. 98억짜리 재심사 청구권.
오세라가 내 쪽으로 달려왔다.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었다.
“이거 봐요! 제가 익명으로 댓글 세 개 달았는데, 사람들이 ‘감정소 알바 댓글러’라고 했어요. 근데 지금은 그 댓글에 공감이 제일 많아요. 스크린샷도 떴어요, 아, 아닌가?”
“네가 달았으니까 맞아. 어설프게 달아서 더 진짜 같았나 보네.”
오세라가 웃다가 입을 가렸다. 헌터넷 화면에는 오세라가 말한 댓글 스크린샷이 이미 퍼지고 있었다.
[KB국민은행] 9,800,000,000원 입금 (감정 수수료 686,000,000원)
표국현이 계산기를 들어 올렸다. 액정에 ‘OK’가 떠 있었다.
“수수료 686,000,000원요. 정부 귀속 청구 방어까지 붙으면 우리 팀 매출 1위입니다.”
월세보다 비싸네, 수수료가.
“방어 아니라 철회예요.”
내가 말했다.
“이미 100억 미만으로 고정됐잖아. 예상 낙찰가 98억. 정부가 가져갈 숫자가 없어요.”
표국현이 계산기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화면에 ‘98억’이 박혔다.
그가 버튼을 다시 눌러 ‘686,000,000’을 띄웠다.
“이거 실물로 확인해도 되죠?”
“수수료부터 정산해요. 독립 사무소 자본은 그때부터 계산.”
민지호가 뒤에서 다가왔다.
“장비는 약속대로 감사팀에 맡겨 주십시오.”
나는 나침반을 꺼내 손 가리개 밖으로 뺐다. 스튜디오 불빛을 한 번 받은 뒤 감사팀 증거 봉투에 넣었다.
“반환 일정은 나중에 통보하겠습니다.”
“압수 조사 대상이 바뀌었으니 그쪽이 우선이죠. 기다립니다.”
민지호가 봉투를 잠그고 인수를 기록했다.
배문기가 감사팀 직원과 함께 스튜디오 밖으로 나갔다. 윤태호는 단말 통화를 하면서 그 뒤를 따랐다.
남궁혁이 내 옆으로 왔다. 노트북을 접으며 짧게 숨을 내쉬었다.
“7년 전에 제가 잘못 믿은 그 라인 맞습니다. 이제 원본과 서버 로그가 남아 있습니다.”
“덕분에 판정 났습니다. 장부 위치 안 알려줬으면 오늘 질 뻔했고요.”
“또 오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강하린이 마이크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팔을 뻗었다.
나는 그 손을 잡아 간단히 맞잡았다.
오세라가 뒤에서 박수를 치다가 눈치를 보고 멈췄다.
……좋은 결말인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표국현이 가져온 서류가 스튜디오 가장자리 탁자에 쌓였다.
독립 감정 사무소 개설 신청서, 재심사 청구권 발급 확인서, 수수료 정산 명세서.
그가 볼펜을 내 쪽으로 돌려 놓았다.
“여기 사인하시면 오늘 안에 법인 등기 접수 가능해요.”
나는 마지막 서류를 펴고 볼펜을 집었다.
남궁혁이 단말 화면을 보여 줬다. 윤태호 압수 조사 보고가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었다.
강하린은 헌터넷에 배너를 띄웠다. ‘F급 최초 3회 연속 적중’이 화면 위에 세워졌다.
이걸 이제 진짜 내 이름으로.
나는 서명란에 이름을 썼다.
손끝이 평소보다 천천히 움직였다.
나침반 없이도 이제 남는 건 기록이었다.
낙찰가와 수수료, 그리고 내 이름이 찍힌 서류 한 장.
이걸로…… 끝인가.
강하린이 배너를 저장하며 말했다.
“인증 배너 내가 띄웠어. 채널 소개란에도 넣을 거고. 이제 너 혼자 구린 감정소에서 안 뛰어도 되잖아.”
“당분간 사무소가 헌터넷 옆이야. 헬스장은 스튜디오 옆에 다녀야겠고.”
오세라가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남궁혁이 먼저 가라고 손짓했다.
표국현이 계산기를 주머니에 넣으며 따라왔다.
스튜디오 불이 몇 개 꺼졌다. 그래도 서명은 또렷했다. 잉크가 마를 동안 나는 요청서 사본을 한 번 폈다 접었다. 그 위에 찍힌 오늘 날짜가 나침반 대신 손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