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열두 번째 파동

4화

네, 요청하신 완결 장면을 2362~2562자 분량으로 압축하여 아래에 제공합니다. 사건, 대사, 선택, 수위 강도, 종료 결과를 유지하고 반복 설명만 삭제했으며, 새로운 사건이나 앞뒤 요약, 금지된 요소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내 손이 핫라인 버튼을 눌렀다. 외부 수신으로 돌리지 않은, 유재민의 헤드폰에만 연결되는 내부 통화 채널이었다. “누구십니까.” 내 목소리는 믹서 페이더처럼 평평했다.

유재민이 마이크를 음소거했다. 세 초쯤 지났을까. 수화기에서 짧은 신호음이 울렸다.

통화 종료. 권태호가 부스 안에서 콘솔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발신 번호 차단.

교환기 경유는 맞는데, 외부 회선에서 한 번 더 우회했어.” 유재민이 헤드폰을 벗었다. “방송 중단할까.” “아니요.” 나는 이미 패널을 조작하며 BGM을 올렸다. 인스트루멘털 트랙이 스튜디오를 채웠다.

“최미경 씨, 보안팀 올려요. 권 선배, 발신 기록 보존해주시고.” 최미경이 문 밖에서 대답했다. “이미 불렀어!

3분 안에 온대.” 유재민이 내 앞에 섰다. “두 번째다. 같은 패턴이야.” “무엇이.” “전화.

십 년 전에도 이런 식이었어. 방송 중에 걸려오고, 말은 없고, 신호만 끊기고.” 그의 시선이 믹서 패널 위에 고정되었다. “서지윤 씨가 그 전화를 받은 후였을 거야.

도움을 요청한 건.” “증거는.” “당시 사고 로그에 통화 기록이 남아 있어. 권 선배가 보관하고 있을 거다. 방송 사고 로그와는 별개의 파일로.” 나는 유재민의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왜 그걸 지금 말하는 거죠.” “이 전화가 같은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어투, 침묵의 길이, 끊는 타이밍. 전부 비슷해.” 권태호가 부스 유리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보안팀 도착했다. 교환기 로그 뽑아놨어.” 검은색 유니폼의 보안팀 직원이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핫라인 발신 기록 요청하셨습니까.” “네.

광고 끝나기 전에 교환기 로그 확보해주세요. 외부 발신 차단은 이미 걸려 있습니다.” 유재민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경찰에는 언제 알릴 거지.” “지금은 아닙니다.

협박범이 방송국 내부 사정을 알고 있어요. 핫라인 번호, 생방송 시간, 내가 담당 PD라는 것까지. 신고는 내부 조사가 끝난 후에.” 보안팀 직원이 고개를 들었다.

“교환기 로그 확보했습니다. 발신 번호는 가상 번호. 다만 동일한 라우팅 패턴이 한 번 더 기록돼 있어요.

일주일 전, 같은 시간대.” “금요일 밤 12시 직후.” “그렇습니다.” 유재민과 내 시선이 마주쳤다. 첫 번째 편지가 도착한 날이었다. “경찰 신고 대신 자체 추적을 합시다.

다음 방송 전까지 두 번째 접촉이 있을지 모르니.” 유재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온에어 불빛이 깜빡였다. 나는 마이크 페이더를 올렸다.

“진행 재개합니다. 청취자 여러분께 잠시 끊김 사과드립니다.”

일주일이 지났다. 금요일 오전. 방송국 복도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나는 사무실 책상 위에 쌓인 우편물을 훑었다. 첫 번째 편지 이후 접수부에서 직접 전달되는 우편물은 따로 분류해뒀다. 문 두드리는 소리.

“PD님, 나야.” 최미경의 손에 흰 봉투가 들려 있었다. A4 사이즈, 첫 번째 편지와 같은 크기. “접수부에서 방금 왔어.

오늘 아침 일반 우편으로.” 나는 봉투를 받아 들었다. 필체를 확인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같은 잉크, 같은 필압, 같은 ‘ㄹ’ 받침이 살짝 위로 치켜 올라가는 습관.

“언니 글씨야.” 최미경이 입을 열려다 멈췄다. “두 번째다. 열어볼 거지.” “응.” 나는 커터칼로 봉투 윗부분을 정확히 잘라냈다.

안에는 편지지 한 장. 내용은 세 줄이었다. 진실에 다가서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너도 언니처럼 사라질 것이다. 문장 끝에 마침표가 없었다. 협박.

“유재민 씨 불러요.” 최미경이 바로 돌아서서 복도로 나갔다. 나는 편지지를 코팅되지 않은 투명 파일에 밀어 넣었다. 손끝이 봉투 가장자리에 닿는 순간, 멈춰 있던 시계의 유리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혔다.

나는 시계를 쳐다보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유재민이 들어왔다. 최미경이 뒤에서 문을 닫았다.

“두 번째 편지다.” 그가 책상 앞으로 걸어와 파일 너머로 편지지를 읽었다. “필체는 동일해.” “네.” “내용은 반대고.” “협박이에요. 첫 번째 편지가 누군가에게 쫓기며 보낸 도움 요청이었다면, 이건 분명한 경고.” 유재민이 편지지가 든 파일을 집어 들어 빛에 비춰 필압을 확인했다.

“발신인 추적이 최우선이다. 우체국 소인 확인했어?” “아직. 봉투는 여기.” 내가 밀어준 봉투를 그가 뒤집었다.

“서울 용산. 첫 번째 편지랑 같은 발송지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그래. 지금까지 이 사건에 우연이란 없었어.” 그가 파일을 내려놓았다.

나는 편지지와 봉투를 따로 밀봉해 책상 서랍에 넣었다. 첫 번째 편지가 들어 있는 서랍이었다. “보안팀 로그랑 교차 대조하죠.

발신 시간이 생방송 중이었는지 아닌지.” 유재민이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넌 이 편지를 받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어.” “일주일 전 그 전화를 받은 순간부터.” 나는 서랍을 닫았다. 파일 캐비닛 위에 올려둔 방송 사고 로그를 집어 들었다.

“내부자 가설을 정식 수사선으로 삼을 거예요. 당신과 나, 지금부터 같이 가는 겁니다.” 유재민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대답 대신, 그는 내 책상 위에 놓인 빈 커피잔을 치우고 그 자리에 자신의 휴대폰을 올려놓았다.

“좋아. 공범으로.”

두 번째 편지는 셔츠 주머니에 넣었다. 첫 번째 편지와 같은 봉투, 같은 필체. 봉투 뒷면의 우체국 소인은 지난 금요일, 하지만 발송지는 선명하지 않았다.

유재민이 접수부 카운터 앞에 섰다.

“금요일 저녁 접수된 편지인데, 사내 우편함에서 수거된 건지 외부 우편함에서 들어온 건지 구분이 가능해.”

내가 팔을 잡았다.

“뭘 확인하려는 건지 먼저 말해요.”

“두 번째 편지가 첫 번째와 동일한 경로로 왔는지. 우체국을 거쳤는지, 아니면 누군가 이 건물 안에서 직접 넣었는지. 경로가 다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팔을 놓았다. 최미경이 복도 저편에서 회색 바인더 하나를 들고 걸어왔다.

“접수부야. 나 여기서 2년 일했잖아. 오전 근무는 신입이 아니라 15년차 주임이야. 질문은 내가 할게.”

접수부 사무실 안은 형광등 불빛이 강했다. 탁자 위에 우편물 분류용 트레이가 세 줄로 놓여 있었다. 주임 자리의 중년 여직원이 안경 너머로 우리를 훑었다.

“또 뭔 일이야, 최미경 씨.”

“지난 금요일 막차 우편물 중에 사내 우편함에서 건진 거 있어요? 《밤을 건너는 파동》 앞으로 온 편지.”

최미경이 바인더에서 첫 번째 편지 봉투의 스캔 이미지를 꺼냈다. 주임이 로그북을 펼쳐 손가락으로 금요일 칸을 짚고 천천히 내려갔다.

“사내 우편함 수거 목록에는 없네. 외부 우편함에서 오후 11시 30분에 수거된 일반 우편물 더미 속에 섞여 있었어.”

외부 우편함. 나는 숨을 내쉬었다. 유재민이 고개를 저었다.

“당일 수거된 외부 우편함 편지는 여기서 바로 접수부로 오나.”

“아니. 1층 우편실에 보관됐다가 다음 날 오전 재분류.”

“그럼 금요일 밤, 우편실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당직 직원, 청소 용역 직원, 보안팀 순찰조. 출입증 있으면 누구나.”

최미경이 바인더를 닫으며 나를 돌아봤다.

“CCTV 볼까.”

보안실은 1층 로비 안쪽이었다. 유재민이 앞장섰다. 나는 그의 옆에서 반 발짝 뒤에 섰다. 보안실 유리창 너머로 아홉 개의 모니터가 초록빛 화면을 반복하고 있었다. 당직 요원이 우리 쪽을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유.”

유재민이 말했다.

“협박 편지. 방송국 내부 감사 요청 건이야.”

당직 요원이 키보드를 당겼다. 유재민은 지난주 금요일, 오후 11시부터 자정까지 1층 우편실 앞 복도의 녹화 파일을 요청했다. 영상이 재생됐다. 복도는 어두웠다. 11시 28분, 우편실 문이 열렸다.

누군가 들어왔다. 모자도, 마스크도 없었다. 방송국 출입증이 허리춤에서 흔들렸다. 손에 하얀 봉투 하나를 들고 있었다. 봉투를 우편함에 밀어 넣고 몸을 돌리는 데까지 15초.

“여기서 정지.”

유재민이 화면에 손을 댔다. 당직 요원이 클릭했다. 화면은 남성의 뒤통수였다. 상체는 진한 점퍼. 출입증은 번호만 보이고 사진은 돌아가 있었다.

“키 큰 남자. 10년 전에도, 방송국 뒤편에서 언니랑 싸우던 사람 분이 덩치가 컸어요.”

최미경의 목소리가 딱딱 끊어졌다. 나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사본 줄 수 있습니까.”

당직 요원이 유재민을 보다가 내게 고개를 돌렸다.

“공식 요청이면.”

유재민이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공식 감사 요청은 오늘 중으로 문서 올라간다. 지금은 긴급 사본.”

당직 요원은 3초 망설이다가 USB를 꽂았다. 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편지를 꺼내지 않고 봉투의 필적만 떠올렸다. 언니가 쓴 게 확실했다.

도토리라는 은유도, 동생을 걱정하는 말투도. 하지만 전달한 사람은 방송국 출입증을 가진 제3자였다. USB가 빠지자 유재민이 받아 쥐었다.

“권 선배한테 가자.”

오후 3시, 편집실은 어두웠다. 보이차 향이 복도까지 밴 듯했다. 권태호는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 옆에 녹음 테이프를 올려둔 채였다. 유재민이 문을 닫고 USB를 키보드 옆에 놓았다.

“CCTV에서 우편함 투입자 나왔어. 출입증 소지자고, 키가 크고 덩치도 있었어. 얼굴은 안 보이고.”

권태호는 대답 없이 의자를 돌려 테이프를 집었다.

“이걸 먼저 들어.”

“녹음 파일은 이미—”

“내가 직접 복원한 최종 버전이야. 배경음 분리까지 끝냈다.”

권태호가 테이프를 데크에 넣었다.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스피커에서 지직거리는 소리가 흘렀다. 이전보다 잡음이 덜했다.

그리고 서지윤의 목소리.

“…이제 그만 괴롭히고, 내 동생은 건드리지 마.”

숨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끝까지 발음은 또렷했다. 상대방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약속을 지켜. 다음 방송에서 그 얘기 꺼내면 끝이야.”

남자였다. 나이가 많지 않은, 낮은 음성. 나는 손끝이 차가워졌다.

권태호가 콘솔의 노브를 돌리자 배경음이 분리되었다. 대화 뒤로 규칙적인 고주파 신호가 깔렸다.

“이거. 방송국 장비 점검 신호음이야. 주파수 대역이 우리 송출 장비랑 정확히 일치해. 녹음된 장소가 방송국 내부 시설이라는 뜻.”

권태호가 의자를 돌려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협박 가해자는 방송국 관계자야.”

유재민은 책상 가장자리에 손을 올린 채 녹음 테이프의 마지막 잡음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디지털 사본을 주세요.”

권태호가 USB 하나를 내 쪽으로 밀었다.

“이미 만들어 뒀네.”

나는 USB를 쥐었다. 유재민의 시선이 내 손에 닿았다.

“다음 생방송에서 범인을 유인할 거예요. 이 편지의 내용을 방송에서 일부 흘리면, 반응할 확률이 높아.”

권태호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좋아. 미련이야. 은퇴 미루는 게.”

데크에서 테이프가 빠져나왔다. 신호음이 끊기고 실내가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손에 든 USB를 들어 올렸다. 언니의 목소리와, 협박범의 목소리. 그 사이에 박힌 내부 신호음이 이 방송국 안에서 녹음된 증거였다.

유재민이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나를 향했다. 말은 없었다.

입술을 한 번 깨물고,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테이프를 들었다. 같은 신호음을 확인했다. 이제 같은 적을 향한다는 사실이 방 안에 침전물처럼 가라앉았다.

열두 번째 파동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