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온실의 독초, 성수의 맹세

8화

셀레나의 미소가 굳어졌다.

“왕세자 전하께서 약혼녀와 함께 한밤중 남의 저택을 습격한 스캔들을 걱정하셔야 할 겁니다.”

에단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그 스캔들은 네가 은루나 거래와 성수 독살로 기소된 후엔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거다.”

그 즉시 별채 정문 쪽에서 굉음이 울렸다. 철제 장화가 돌바닥을 짓밟는 규칙적인 행군음이 복도를 메웠다. 근위대장이 선두에서 외쳤다.

“전하! 현장 확보했습니다!”

은빛 흉갑의 근위대원들이 비밀 온실 입구를 막아섰다. 근위대장이 두루마리를 펼쳐 들었다.

“독초 샘플, 생체 실험 일지, 새 사체 부검 기록. 세 가지 모두 확인했습니다.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셀레나가 날카롭게 웃었다.

“이곳은 하워드 가문의 사유지입니다. 근위대가 무슨 권리로——”

“왕세자 전하의 긴급 체포 명령입니다. 하워드 영애께서는 왕실 평의회에 소환되십니다.”

근위대원 둘이 다가가 팔을 잡으려 하자, 셀레나가 몸을 홱 뿌리쳤다. 손이 재배 선반 옆으로 휘둘러지며 말린 은루나 잎사귀 뭉치가 쏟아졌다. 에단이 왼손을 내밀어 근위대원을 막는 순간, 날카로운 잎사귀 하나가 손바닥을 스치고 지나갔다. 가느다란 선홍색 선이 번지고 상처 주변으로 미세한 보랏빛이 퍼졌다.

“전하, 독초 접촉——”

“계속 진행해라.”

근위대원들이 셀레나의 양팔을 제압했다. 입회 진행관이 은루나 샘플 병과 새 사체 상자를 봉인하고, 하급 조제사가 실험 일지의 페이지 수를 세며 봉인 왁스를 준비했다.

“모든 물증을 공식 봉인한다. 긴급 평의회 소집은——”

“지금 바로다. 증거물을 평의회장으로 이송한다.”

에단이 검을 칼집에 꽂으며 명령했다. 손바닥의 상처를 손수건으로 닦자 보랏빛이 천에 묻어났다.

다음 날 오전, 왕실 평의회장.

열두 명의 평의원이 반원형 좌석에 착석했다. 중앙 증거물 테이블에는 봉인된 나무 상자 세 개와 실험 일지, 새 사체 유리 상자가 놓였다. 에단이 테이블 앞에 섰다. 왼손에는 흰 붕대가 감겨 있었다. 셀레나는 근위대원 사이에 앉아 있었다.

입회 진행관이 낭독했다.

“안건은 하워드 백작가 영애, 셀레나 하워드의 은루나 독초 불법 재배 및——”

“잠시만. 증거를 보기 전에 한 가지만 말씀드리게 허락해 주십시오.”

셀레나가 일어나 증거물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실험 일지 앞에 멈춰 서더니 고개를 숙였다. 목소리가 떨렸다.

“이 모든 것은 전하를 향한 지독한 짝사랑 때문이었습니다.”

평의회장에 낮은 술렁임이 일었다. 셀레나가 얼굴을 들자 푸른 눈에 눈물이 맺혔다.

“전하께서 계약 약혼을 공표하신 그날, 저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독초는 전하의 관심을 얻으려는 몸부림이었습니다. 성수에 병이 들면 전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실 거라 믿었습니다. 저는 사랑에 미쳐 있었습니다.”

“그럼 생체 실험은? 새들을 왜 죽였지.”

에단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셀레나가 떨리는 숨을 들이켰다.

“전하께서 어릴 적 새장을 선물하신 적이 있습니다. 제 열두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새를……”

말을 마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서부 백작이 일어났다.

“이것은 범죄가 아니라 비극입니다. 불행한 사랑에 빠진 여인의 정신적 질환으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비비안이 방청석에서 앞으로 나왔다. 손에는 봉인 목록 사본과 손수건을 쥐고 있었다.

“발언권을 요청합니다.”

에단이 턱을 끄덕이자 평의원장이 허가했다. 비비안이 증거물 테이블 앞으로 걸어나갔다.

“셀레나 영애께서는 방금 사랑 때문에 저질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일지에 기록된 실험은 최소 3년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전하의 계약 약혼 공표보다 훨씬 이전입니다.”

비비안이 일지 한 페이지를 집었다.

“‘2년 차 여름, 은루나 뿌리 수지 농도 12퍼센트 달성. 관수 경로 안정성 시험 성공.’ 약혼 공표보다 최소 1년 반 전입니다.”

셀레나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었다.

“그리고 이것은 마커스 웰튼 약제사의 분석을 더해 확인한 사실입니다.”

비비안이 손수건을 들어 올렸다.

“셀레나 영애께서 연회에서 지니셨던 손수건입니다. 여기서 채취한 건조 향은 은루나 정제 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손수건에서만 두 차례 같은 향을 감지했습니다. 짝사랑 때문에 손수건에 매일 독초 향을 배게 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3년 전부터 관수 경로를 시험하고, 뿌리 수지 농도를 기록하며, 새 실험으로 독성을 검증하는 행위는……”

비비안이 셀레나의 푸른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이건 사랑이 아닙니다. 계획입니다.”

평의회장이 완전히 조용해졌다.

“셀레나 영애의 손수건 향이 증거로 채택될 경우, 그녀의 모든 주장은 허위 진술로 간주됩니다. 평의원 여러분께서 판단해 주십시오.”

서부 백작이 천천히 자리로 돌아갔다. 셀레나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낮아졌다.

“네가…… 네가 어떻게.”

에단이 앞으로 나서며 셀레나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셀레나 하워드를 구속한다. 평의회 결정이 날 때까지 독방 수감.”

근위대원들이 셀레나를 잡아 세웠다. 드레스 자락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셀레나는 끌려나가는 내내 뒤돌아보지 않았다.

입회 진행관이 선언했다.

“증거의 신빙성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셀레나 하워드의 구속을 평의회가 승인합니다.”

평의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에단이 비비안 쪽으로 몸을 돌렸다. 황금빛 눈동자가 그녀에게 머물렀다.

“잘했다.”

비비안이 손수건을 품에 넣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으나 목소리는 담담했다.

“계약의 일부입니다, 전하.”

평의회장 문이 열리고 귀족들이 빠져나갔다. 발소리가 복도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비비안은 기둥 옆에 서 있었다. 셀레나가 근위병들 사이로 끌려나가는 뒷모습을 본 뒤였다.

등 뒤로 발소리가 멈췄다.

“로즈우드 영애.”

에단의 목소리는 공식 석상용 톤이었다. 비비안이 고개를 들자 황금빛 눈동자가 평소보다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증거물은 무사히 제출했다. 일지와 결정체 샘플 모두——”

“그게 지금 중요합니까. 별채에서 전하께서 하신 말씀. 계약을 상기시키라 하셨죠. 정치적 판단이라고.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정치적 판단입니까.”

복도가 조용했다. 벽 촛불이 긴 그림자를 둘 사이에 드리웠다. 에단이 천천히 손을 내렸다.

“……이것이 내 방식이다.”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검은 제복에서 밤공기 냄새가 배어 있었다.

“나는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왕세자가 되겠다.”

손이 올라와 비비안의 팔꿈치를 감쌌다. 체온이 얇은 드레스 소매를 뚫고 전해졌다. 고개를 숙이는 동작이 느렸다. 이마에 닿기 직전, 숨결이 머리카락을 스칠 만큼 가까이——

에단이 멈췄다.

그대로 한 박자. 손가락이 팔꿈치에서 천천히 풀렸다. 물러난 얼굴은 다시 무표정이었다.

“이번 사건의 정치적 책임은 내가 진다. 독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로즈우드 영애는 내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 그렇게 기록된다.”

“그게…… 전하의 방식입니까.”

“계약을 완수하기 위한 방식이다. 더 이상 가까이 두지 않겠다.”

에단의 시선이 비비안의 이마에 잠시 머물렀다 떠났다. 뒤돌아 걸어가는 발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비비안은 기둥에 기댄 채 숨을 내쉬었다.

온실 유리창 너머로 오후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왔다. 비비안은 성수 아래 무릎을 꿇고 흙을 헤집었다. 복도에서의 대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왼쪽 집게손가락의 흉터가 흙을 긁는 동작에 따라 움직였다.

두 번째 은빛 가루를 발견한 건 뿌리에서 손가락 두 마디 떨어진 지점이었다. 앞선 사건에서 채취했던 것과 동일한 결. 흙을 털어내자 작은 결정체가 손바닥 위에서 반짝였다. 체온에 반응해 희미한 푸른 빛을 띠는 것도 같았다.

“같은 결정.”

비비안이 허리춤 파우치에서 낡은 도감을 꺼냈다. 마커스가 건넨 고대 약초 도감의 77페이지. 손수건 가루로 더럽혀진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닦고 책장을 넘겼다.

은루나 뿌리 추출물의 결정화: 저온 관수 환경에서 뿌리 수지는 미세 결정체로 석출되며, 푸른 인광이 활성 상태를 증명한다.

도감의 그림과 손바닥 위 결정체가 겹쳐졌다. 같은 육각형 결정 구조. 같은 인광색.

비비안의 손이 떨렸다.

“은루나 추출물. 3년간…… 관수로 주입된 게 이것이었어.”

입술이 말라붙었다. 성수의 시든 가지가 머리 위에서 바람 없는 흔들림을 보였다. 비비안은 도감을 가슴에 안은 채 성수에 기대앉았다. 손바닥 위 결정체가 맥박에 맞춰 푸르게 깜빡였다.

물증이었다.

밤이 깊은 집무실. 서랍이 열리는 소리가 적막을 갈랐다.

에단은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열두 살 무렵의 자신과, 어깨에 손을 얹은 근위 기사. 그 기사의 목 오른쪽엔 희미한 칼자국이 있었다. 어릴 적 암살 미수 사건에서 자신을 감싸다 생긴 상처였다.

에단이 왼쪽 손바닥을 펼쳤다. 독초 접촉으로 남은 미약한 흉터가 촛불에 드러났다. 사진을 그 위에 올려놓았다. 기사의 얼굴을 가린 손바닥이 흉터 위로 무거웠다.

“이 전쟁은……”

오른손이 서랍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

“내가 끝내야 한다.”

사진틀 유리 너머로 어린 자신이 웃고 있었다. 에단은 눈을 감지 않았다.

온실의 독초, 성수의 맹세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