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혈사문의 마지막 밤

4화

진사현이 암벽에 등을 붙였다. 화강암 틈새로 척추를 따라 냉기가 파고들었다. 숨소리가 거칠었다.

바위 너머로 화승촉 여섯 개가 점멸했다. 더는 늘지 않았다.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바위 그림자가 제멋대로 춤췄다. 서율이 둘로 나뉘어 우회로를 찾는 중이었다.

“다친 데 없나.”

위소월이 고개를 들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희미한 불빛에 반짝였다.

“괜찮습니다. 왼쪽 무릎이 조금 까졌을 뿐…….”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위소월이 무릎을 감싸쥐었다. 손바닥 아래로 바지가 찢어져 있고 그 틈으로 붉은 속살이 비쳤다. 피가 옷감에 스며들어 검붉은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손끝에 실린 떨림은 감출 수 없었다.

“돌 틈으로 간다.”

진사현이 품에서 문서를 꺼냈다. 종이가 손에 닿는 감촉은 눅눅했다. 약도를 눈에 새기고 다시 접었다.

손끝이 약도 위의 ‘혈사구곡동’이란 글자를 스쳤다. 붉은 글씨가 바랜 먹빛으로 피부에 박히는 듯했다. 저 한 줄기 글씨가 가리키는 곳. 스승이 마지막으로 입에 올렸던 이름이 거기 있었다.

“서율이 곧 이쪽을 막는다. 지금 가야 한다.”

위소월이 바위에서 등을 떼며 일어섰다. 왼쪽 다리에 힘을 주자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

“속도가 너무…….”

“묻지 않았다.”

진사현이 앞장섰다. 위소월이 이를 악물고 따라붙었다. 턱에 힘이 들어간 모양이 단호했지만 발걸음은 반 박자씩 늦었다.

산길이 험해졌다. 돌부리가 발아래서 굴렀다. 굴러떨어지는 돌멩이가 한참 아래서야 멎었다.

칡넝쿨이 발목을 휘감았다. 땅은 군데군데 물기를 머금어 미끄러웠고 밟을 때마다 진흙이 신발 바닥에 달라붙었다. 진사현은 멈추지 않았다.

투로를 벗어나지 않았다. 옆구리 찰과상이 옷깃에 쓸릴 때마다 옷감이 붉게 번졌다. 한 번, 두 번, 피가 스며든 자리가 점점 넓어졌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날선 통증이 갈비뼈를 타고 올라왔다. 걸음걸이에는 틈이 없었다.

계곡이 끝나고 암벽 지대가 나타났다. 검은 바위 절벽 사이로 좁은 틈이 이어져 있었다. 자연이 만든 것인지 사람이 파낸 것인지 모를 기묘한 형태였다. 바위 표면에는 이끼가 두껍게 붙어 있었고 손바닥만 한 박쥐들이 머리 위를 스쳐 날았다. 약도가 가리키던 마지막 갈림길이었다.

진사현이 품에서 열쇠를 꺼냈다. ‘혈사구곡동’이란 글자가 음각으로 새겨진 철편이었다. 차갑게 손바닥을 눌렀다. 금속이 체온을 빼앗아갔다. 쇠에 새겨진 글자의 획이 손바닥 선을 따라 또렷하게 감각되었다.

“저기인가요.”

위소월이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목소리에 긴장과 두려움이 반씩 섞여 있었다. 진사현이 대답 없이 틈새로 걸어갔다.

동굴 입구는 좁았다. 어깨를 비집고 들어가자 내부가 갑자기 넓어졌다. 바깥 빛이 완전히 차단되자 어둠이 물리적인 무게로 내려앉았다.

습한 흙냄새가 폐를 찔렀다. 썩은 낙엽, 박쥐 배설물, 알 수 없는 부패의 냄새가 뒤섞여 숨을 길게 들이쉬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진사현이 검자루에 손을 얹었다.

손바닥에 맺힌 땀이 가죽으로 감긴 자루에 스며들었다. 위소월은 등 뒤에 바짝 붙어 동굴 초입에 멈춰 섰다. 손끝이 허공에서 맴돌았다. 어둠이 짙어 앞이 보이지 않았다.

어둠이 갑자기 움직였다.

바람도 아닌 기류가 진사현의 앞길을 막았다. 내공이 실린 공간이었다. 공기가 점성 높은 액체로 변해 움직임 하나하나에 저항했다.

진사현이 걸음을 멈추고 검을 반쯤 뽑았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동굴에 울렸다. 금속음이 벽에 부딪혀 겹겹이 반사되었다.

“허…….”

어둠 속에서 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수십 년 묵은 먼지를 뚫고 기어나오는 소리였다. 성대가 녹슨 경첩처럼 삐걱거렸다.

“검을 뽑는 속도 하나는 쓸 만하군.”

진사현의 왼쪽 손목이 굳어졌다. 경직이 팔뚝을 타고 어깨까지 번졌다. 위소월이 숨을 들이켰다. 공기를 삼키는 소리가 동굴의 정적을 찢었다. 두 발은 동굴 초입의 돌바닥에 붙박힌 듯 떨어지지 않았다.

어둠 한가운데서 노인이 일어났다. 백발이 얼굴 반을 가렸다. 머리카락 몇 올이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고 나머지는 어깨 너머로 헝클어져 있었다.

도포 한 장만 걸친 가녀린 몸이었다. 천은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때가 타고 찢겨 있었다. 그 아래로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가슴, 그리고 한 줄기 굵은 칼자국이 보였다.

상흔은 왼쪽 어깨에서 시작해 오른쪽 갈비 아래까지 대각선으로 내려와 있었다. 아문 지 오래되었지만 흉터는 선명하게 붉은 기운을 남기고 있었다.

눈동자가 짙은 회색이었다. 백내장이 덮였으나 그 안에서 날카로운 빛이 꿰뚫었다. 구름 낀 하늘에 번개가 치는 듯한 이질적인 광채였다.

철면노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맨발이었다. 발바닥이 돌바닥에 닿는 소리조차 없었다. 진사현의 검에서 미세한 떨림이 번졌다. 검이 공명하듯 가볍게 울었다.

“네놈에게서 나는 냄새……”

철면노괴가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내공이 실린 호흡이 동굴의 먼지를 원을 그리며 흩어지게 했다. 먼지 알갱이들이 노인의 주변에서 살덩이가 꿈틀대듯 소용돌이쳤다.

“……혈사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익숙한 심법이 섞여 있군.”

진사현이 말없이 검을 더 뽑았다. 쇳소리가 길게 갈라졌다. 칼집에서 빠져나온 검날이 어둠 속에서도 푸르스름한 빛을 머금었다. 노인의 얼굴 반쪽을 덮은 화상 자국이 검은색과 붉은색이 뒤엉킨 딱지로 반짝였다.

철면노괴가 웃었다. 냉소였다. 입술이 뒤로 당겨지면서 누런 치아가 드러났다.

“혈사문의 잔당인가 했더니, 사문을 등진 배신자의 문하생 같기도 하고. 헷갈리는구나.”

“스승을 욕되게 하지 마라.”

진사현의 어깨에서 근육이 일었다. 어깨 위로 근육이 불끈 솟아오르고 등줄기를 따라 힘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오른손 검지가 검자루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손등의 혈관이 푸르게 도드라졌다.

철면노괴가 웃음을 거뒀다. 얼굴에서 표정이 지워지자 화상 자국만이 홀로 살아 꿈틀댔다.

“네놈 스승은 그 말을 할 자격이 없다. 내 눈앞에서 스스로 증명했으니까.”

위소월이 단도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허리춤의 칼자루에 닿으려는 찰나, 철면노괴의 시선이 향했다. 그 짧은 순간이 위소월의 손을 얼어붙게 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손목을 틀어쥔 듯 관절이 굳었다. 공포는 칼날보다 빨랐다.

“계집아이는 물러나 있거라. 이 노인네는 네놈처럼 철없는 협객 지망생과 상대할 시간이 없네.”

“나는……!”

“위소월. 가만히 있어.”

진사현이 낮게 끊었다.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지만 그 밑바닥에 다른 무언가가 흘렀다. 위소월이 입술을 깨물었다.

아랫입술이 하얗게 질렸다가 피가 돌아왔다. 허공에서 멈춘 손이 떨렸다. 동굴 초입의 차가운 공기가 목덜미를 스쳤다.

철면노괴가 다시 진사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손등의 푸른 핏줄이 꿈틀거렸다. 피부는 얇은 양피지 같았고 그 아래에서 혈관과 힘줄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손가락 세 개를 들어 올리더니 천천히 진사현의 가슴께를 향했다. 움직임 자체는 느렸지만 궤적에는 빈틈이 없었다.

“얼마나 익혔나 볼까.”

“…….”

“사양하지 마라. 어차피 이게 시험이다.”

철면노괴가 동작 없이 손가락을 구부렸다. 진사현의 발밑 돌바닥이 진동했다. 진동은 신발 바닥을 뚫고 발바닥으로, 발목으로, 정강이로 전해졌다. 동굴 전체의 기류가 진사현의 몸을 스치듯 빨아들여졌다. 공기가 신형을 휘감으며 조여들었다.

진사현의 눈동자가 커졌다. 순식간에 단전에 흐르는 진기가 뒤틀렸다. 흐르던 물이 갑자기 거꾸로 치솟는 감각이었다.

진기가 경맥을 역행하며 내장을 뒤흔들었다. 진사현이 검을 방패처럼 세웠다. 숨을 멈추고 심법의 축을 되찾으려 했다.

단전에 힘을 모아 역류하는 기운을 밀어내려 했지만 외부에서 들어오는 기세는 한 수 위였다. 기운이 경맥을 타고 요동쳤다. 살아 있는 뱀이 핏줄 속을 기어가는 듯한 이질감이 온몸을 훑었다.

철면노괴의 손가락이 한 번 더 꿈틀거렸다.

진사현의 왼쪽 무릎이 꺾였다. 돌바닥에 무릎이 닿았다. 충격이 슬개골에서 둔탁하게 울렸다.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렀다. 땀방울이 눈썹을 따라 흘러 눈가에 맺혔다. 시야가 소금기에 흐려졌다.

“끝까지 버티는군.”

“이걸로…… 끝입니까.”

진사현이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철면노괴가 손을 거뒀다. 동굴을 가득 채웠던 압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기류가 멎었다. 귀가 멍해졌다가 다시 열리는 감각이 뒤따랐다. 진사현은 숨을 한 번에 두 번 들이켰다.

허파가 타는 듯이 아팠다. 무릎이 아직 바닥에 붙어 있었다. 돌의 냉기가 무릎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네 스승도 그랬다.”

진사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목덜미에 남은 땀이 식어서 차가웠다. 위소월은 동굴 초입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옷자락을 움켜쥔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

“내 시험에서 끝까지 버텼지. 열이레 밤낮을.”

열이레. 열이레 밤낮. 숫자가 동굴 안에서 메아리쳤다. 진사현의 손이 검자루에서 풀렸다. 손가락이 감각을 잃은 듯 힘없이 펴졌다.

철면노괴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 움직임에 동굴 안 먼지가 발밑을 피했다. 발바닥 주변으로 작은 소용돌이가 생겼다 사라졌다.

“하지만 마지막 하루를 넘지 못했다. 이 수법을 본 순간, 네 스승은 뭔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 때문에 사제에게 등을 내주었지.”

진사현의 주먹이 바닥을 내리쳤다. 돌이 깨졌다. 파편이 손가락 사이로 튀어 올랐다.

손가락 끝에서 피가 났다. 피가 돌 틈새로 스며들었다.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이 너무 뜨거워 나머지 모든 감각을 집어삼켰다.

“무슨 뜻이냐.”

“네놈이 생각하는 그 뜻이다.”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철면노괴가 침묵했다. 동굴 안의 침묵은 소리의 부재라기보다 하나의 독립된 존재처럼 느껴졌다. 노인의 회색 눈동자가 진사현의 부서진 주먹으로, 다시 얼굴로 천천히 옮겨졌다. 시선이 움직이는 동안 시간이 평소보다 몇 배는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딱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위소월이 동굴 초입에서 끼어들었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발걸음은 앞으로 나왔다. 신발 바닥이 돌조각을 밟는 소리가 동굴에 작게 울렸다. 두 사람 사이의 공간으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들어왔다. 어둠이 발목을 휘감는 듯했으나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비급의 마지막 비의라는 게 대체 뭡니까. 대체 그게 뭐기에……!”

철면노괴가 위소월을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진사현의 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손가락 끝이 정확히 가슴 왼편, 옷자락 아래 숨겨진 비급의 위치를 겨누고 있었다.

“네놈 품에 있는 혈사문 비급. 마지막 장만은 열지도 못했겠지.”

진사현의 손이 품을 짚었다. 스승의 비급이 거기 있었다. 손가락으로 눌러본 위치에 책의 모서리가 느껴졌다. 자주 만져서 해진 우피 표지의 질감이 손끝에 익숙했다.

“열지 못했다.”

“당연하다. 마지막 장은, 그 앞까지 모두 익혀야 열리는 법이니까.”

철면노괴의 입매가 비틀어졌다. 화상으로 굳은 피부가 당겨지면서 입술 한쪽이 올라가고 반대쪽은 내려앉았다.

“그 장을 여는 순간, 익힌 자의 몸은 평생 불구가 된다. 수련을 계속할수록 살점이 굳고 관절이 녹아내린다. 네 스승은 그걸 알고도 수련했다. 복수를 위해서였지.”

위소월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얼굴이 백지처럼 하얘졌다. 두 뺨에만 남아 있던 홍조마저 손끝에서 빠져나가는 물처럼 사라졌다. 여전히 동굴 초입과 진사현의 뒤편 사이에 서 있었다. 두 발이 돌바닥에 붙박힌 듯 떨어지지 않았다.

“말도 안…….”

“안 될 말도 아니다. 이 늙은이가 바로 여기서 그 수련을 끝낸 산 증거니까.”

철면노괴가 왼쪽 손을 들어 소매를 걷었다. 천이 걷히면서 드러난 팔은 이미 인간의 형상이 아니었다. 팔꿈치 아래가 바깥쪽으로 완전히 뒤틀려 있었다.

관절이 뒤집혔고, 손가락은 갈고리처럼 굳은 채였다. 마디마디가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꺾여 멈춘 그 손은 한때 사람의 것이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끔찍하게 다가왔다. 피부는 양피지처럼 굳어서 움직임 하나에도 갈라질 듯 팽팽했다.

“이 수법의 대가다.”

진사현이 일어섰다. 무릎 위로 올라서는 동작이 느렸다. 허벅지와 종아리의 근육이 경련하듯 떨렸지만 표정에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검을 완전히 뽑았다. 검첨이 철면노괴를 향하지는 않았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서서 입을 열었다. 검을 든 손목이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비급의 마지막 장.”

“열고 싶으냐.”

“열 것이다.”

철면노괴가 팔을 내렸다. 소매가 다시 흘러내리며 뒤틀린 팔을 감췄다.

“네놈 스승도 그리 말했지. 그리고 마지막 하루를 넘지 못했다.”

“그 스승에게 배운 자다.”

철면노괴가 웃지 않았다.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백내장에 덮인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동굴 밖에서 바람이 울었다. 바람이 바위틈을 스치면서 깊고 낮은 신음 같은 소리를 냈다.

“……시험이 필요하다.”

노인이 결론을 내렸다. 말은 조용했지만 음절 하나하나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네놈이 스승보다 나은지, 아니면 같은 길에서 무너질지. 그걸 가르는 시험이다.”

진사현은 대답 대신 검을 들었다. 검날에 동굴 밖의 희미한 빛이 스쳤다. 빛이 칼날을 따라 흐르며 면을 한순간 밝혔다가 사라졌다. 노인의 얼굴 반쪽을 덮은 화상 자국 너머로 백내장이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눈 안에서 무엇인가가 초점을 찾는 듯 움직이고 있었다.

“또 하나 묻는다.”

“짧게 해라.”

“네 스승이 말했을 터다. 비급을 이해하려면, 폐관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랬다.”

진사현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스승에 대한 기억이 단전 아래에서부터 차올랐다 가라앉았다.

“폐관은 외부와의 모든 끈을 끊는 수행법이다. 수련 시간에 비례하여 효과가 있으나, 실패하면 내상이나 심마, 혹은 죽음으로 끝난다. 네놈은 이미 알고 있다.”

철면노괴가 뒤로 물러섰다. 움직임은 발걸음이라기보다 미끄러짐에 가까웠다. 바위가 저절로 뒤로 밀려난 듯 노인의 신형이 공간을 가르며 물러났다.

“네 스승도 보지 못한 마지막 한 수. 받아들일 용기 있다면, 오늘부로 삶을 건 폐관이다.”

진사현의 눈빛이 굳어졌다. 눈동자 안에서 무언가가 결정되는 순간이 보였다. 망설임도, 두려움도 아닌 오직 방향성만이 존재하는 눈빛이었다.

위소월은 동굴 초입에서 숨을 삼켰다. 목울대가 한 번 오르내렸다. 자신이 목격하는 것이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한 인간의 운명이 기울어지는 순간임을 직감했다.

혈사문의 마지막 밤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