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우편배달부: 단절된 세계를 잇는 자
6화
이른 아침이었다.
길드 1층 홀에는 배달 가방을 정리하던 하급 배달부 두 명만 있었다. 나는 접수대 옆 벽에 기대 서서 어제 다친 팔을 가볍게 돌리고 있었다.
정문이 열렸다. 마나 인장의 공명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리프 오닐은 어디 있습니까.”
키 큰 남자가 서 있었다. 어깨에 걸친 녹색 의원복, 가슴에는 옛 왕국 인장. 검은 정장의 인사들이 고문서 상자를 받쳐 들고 뒤를 따랐다. 아서 크롬웰. 보수파 대표였다.
하급 배달부 하나가 황급히 2층으로 뛰어갔다.
아서는 접수대 앞까지 걸어와 두꺼운 증언록을 내려놓았다.
“그리프 오닐. 오닐 가문의 생존자.”
그가 문서의 첫 장을 넘겼다. 낡은 필체로 빼곡한 연구 기록 사본이 드러났다.
“주소 마법을 처음 정식화한 가문이자, 그 마법의 군사적 응용을 왕국에 제안한 가문. 대전쟁의 원천.” 고개를 들었다. “지금은 이 길드를 운영하며 그 마법을 독점하고 있지.”
계단 쪽에서 발소리가 났다. 그리프가 내려오고 있었다. 고글도 없이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평소보다 한 톤 낮은 목소리였다.
아서가 증언록을 들어 올렸다. “이걸 부정하실 겁니까.”
그리프의 보랏빛 눈이 문서 위를 더듬었다. 입술이 떨렸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길드는 해체되어야 합니다. 전쟁을 일으킨 마법을 사유화한 조직을 더는 용인할 수 없다.”
문서를 탁, 접수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프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내 다리가 먼저 움직였다. 그리프 앞으로 한 걸음 들어서 어깨로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잠깐.”
아서의 눈이 나를 향했다. “누구십니까.”
“길드 배달부다. 강한울.” 나는 한 팔 거리까지 다가갔다.
“그 서류, 언제 입수한 겁니까.”
“어젯밤입니다만.”
“어제 그리프는 자정 넘어까지 전쟁고아 행정 서류를 처리했습니다. 오늘 아침은 업무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마나 안정화 장치 점검 기록을 검토했고.” 숨을 들이쉬었다. “당신이 고발하는 사람은 지난주에도 지난달에도 남들 자는 시간에 행정 업무를 했어요. 과거를 묻겠다면, 현재도 보시죠.”
아서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전쟁의 책임과 별개입니다.”
“전쟁은 끝났습니다. 이 길드는 매일 편지 한 통으로 무너진 마을을 잇고 있습니다. 그걸 하는 사람이 바로 저 사람입니다. 당신은 어젯밤 뭘 했습니까.”
홀 안에 정적이 깔렸다. 보수파 인사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그리프가 내 등 뒤에서 작게 숨을 들이켰다.
“강한울 씨...”
“그리프 씨는 그냥 거기 서 계십시오.”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계단 쪽에서 목소리가 터졌다. “그리프 선배님을 믿습니다!”
올리비아였다. 두 손으로 난간을 움켜쥔 채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선배님은 전쟁고아인 저를 이 길드에서 받아주셨어요!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와서 배달 안전 수칙을 확인하시는 분입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저는 믿어요.”
“나도... 그리프 씨가 내 가족 수배지를 직접 써줬어. 새벽 3시였어.” 하급 배달부가 중얼거렸다.
“마나 안정화 장치. 원래 등급 낮은 배달부는 못 받았는데, 그리프 씨가 규정 바꿨어요.” 다른 배달부의 목소리였다.
홀 안이 술렁였다. 아서의 입술이 얇게 다물렸다. 보수파 인사들에게 눈짓하자 그들이 문서 상자를 조심스럽게 닫았다.
“...가문의 기록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그 말을 남기고 정문을 향해 돌아섰다. 문이 닫혔다.
그리프가 천천히 내 옆에 섰다. 그녀의 손이 내 왼쪽 팔꿈치를 짧게 스쳤다.
“...왜 그런 말을.”
보랏빛 눈동자 가장자리에 물기가 맺혀 있었다.
“당신이니까.”
그리프가 고개를 숙였다. 손등으로 눈가를 살짝 눌렀다. 올리비아가 계단에서 뛰어내려와 달라붙었다.
“선배님, 괜찮으세요?”
“...네.”
고개를 들 때 입가가 조금 풀려 있었다. 길드원들이 하나둘 흩어지며 그리프에게 작게 고개 숙였다. 바스코가 2층 복도에서 팔짱을 낀 채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접수대 위 증언록을 내려다봤다. 펼쳐진 페이지에 그리프 가문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그녀의 기록용 퀼 손잡이에 새겨진 것과 같은 인장이었다. 나는 그 페이지를 덮었다.
“오늘 배달 있습니까.”
그리프가 한 박자 늦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접수 시작 전입니다.”
“그럼 커피나 한 잔 하시죠. 제가 탈게요.”
그리프가 나를 올려다봤다. 눈시울이 붉었지만 시선은 이미 평소의 그리프로 돌아와 있었다.
“설탕 두 스푼.”
“압니다.”
나는 접수대 뒤 간이 주방으로 향했다. 등 뒤에서 올리비아가 그리프에게 말을 걸었고, 그리프가 짧게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물을 끓이며 왼쪽 손목을 내려다봤다. 디지털 시계는 조용했다. 액정 구석의 희미한 점만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리프의 사무실 문은 손가락 두 마디만큼 열려 있었다. 마나 등불의 희미한 빛이 복도 바닥에 얇게 새어 나왔다. 노크 없이 들어갔다.
그리프가 책상 위에 손을 올린 채 앉아 있었다. 태블릿은 구석에 밀어둔 채, 보랏빛 눈동자가 공허하게 벽을 향해 있었다. 내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들어와도 돼요.”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나는 문을 등 뒤로 닫고 의자에 걸터앉았다. “해체 이야기 꺼낼 거지?”
그리프의 어깨가 움찔했다. “…역시 눈치챘나 보네요.”
“오늘 같은 일 다시 오면, 길드 혼자 짊어지겠다고 할 것 같아서.”
그리프가 손을 내려다봤다. 길게 뻗은 손가락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내가 부족했어요. 보수파를 이렇게 빨리 움직이게 만든 건 결국 내 실책이에요.”
“37초 늦었다고 생각하는 거랑 똑같은 소리야.”
그리프의 숨이 멎었다. 보랏빛 홍채가 일렁였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협곡에서 봤으니까. 네가 거기 갇혀 있던 기억.” 나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손끝에 시계의 차가운 금속 테두리가 닿았다. “나도 안다. 전생에 택배 기사였을 때, 마지막 날 샤워도 못 하고 쓰러졌어. 그리고 못 일어났어. 그게 내 끝이었지.”
그리프의 입술이 열렸다 닫혔다.
“나는 그때 이후로 혼자 짊어지는 게 답이라고 믿었어요. 누군가에게 의지하면 반드시 그 사람을 잃게 된다고…”
“그래서 지금도 혼자 해체하려고?”
“…네.”
바지 주머니 속 시계가 미세하게 떨렸다. 진동이 내 허벅지를 타고 전해졌다. 처음이었다.
협곡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패턴이지만 더 약하고 지속적이지도 않았다. 나는 손을 빼지 않았다. 그리프는 눈치채지 못했다.
“혼자 모든 걸 짊어지는 죄책감은 아무도 못 구해.” 목소리가 낮아졌다. 전생의 그날, 배달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며 숨을 몰아쉬던 기억이 잠깐 떠올랐다. “나는 과로로 죽고 나서야 알았어. 짐은 나눠야 한다고. 그래야 다음 배달도 갈 수 있다고.”
그리프가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손을 책상 위에서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강한울 씨는… 왜 이렇게까지.”
“택배 기사가 편지를 중간에 버리면 어쩌겠어. 수취인에게 닿지도 않는데.”
내 말에 그리프가 작게 웃었다. 입술만 살짝 올라갔다 내려간 정도였다. 그래도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그 말, 본인께 어울리네요. 시한부 택배 기사 같아요.”
“네가 계산한 경로에 내 직감 얹으면 못 갈 데 없어.”
그리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지만 또렷한 움직임이었다. 태블릿을 끌어당겨 액정을 켰다.
내 배달 경로 로그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이거 보면서 생각했어요. 내 계산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길들이 있다고.”
“마음이 만든 길이지.”
시계 진동이 멎었다. 나는 손을 주머니에서 뺐다.
정오 무렵, 바스코가 작업장에서 나를 붙잡았다. “루나가 아서 일행 늦췄어. 시장 입구에서 행인으로 위장한 그녀가 일부러 길을 잘못 안내했대.” 금빛 눈동자가 진지하게 깜박였다.
뒷골목 공방 앞. 루나는 손에 기름 묻은 천을 쥐고 장화 밑창을 닦고 있었다. 내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반쯤 들었다. “뭐야, 또 너야?”
“아서 일행 늦춘 거 들었어.”
루나가 천을 접어 공구함에 던졌다. 외투 안쪽에서 금속이 살짝 반짝였다. “정보 대가로 길 없는 지도 복사본 받기로 했으니까. 투자한 셈이야. 네가 해체되면 내 몫도 사라지니까.”
“고맙다는 말 들으러 온 건데.”
“…오지랖.” 루나의 손이 외투 주머니로 갔다. 무의식적인 동작이었다. 손가락이 작은 훈장을 만지작거렸다. 크랙 마켓에서 봤던 중앙 우편배달부 길드 인장, 더 오래된 디자인이었다.
“시스템은 싫지만.” 루나가 중얼거렸다. 붉은 립스틱이 말할 때마다 살짝 번들거렸다. “그리프 개인은 나쁘지 않아. 전쟁 때 기록 보니까, 꽤 제대로 된 계산사더라.”
“네가 정부 시스템을 좋아할 리 없지.”
“당연하지. 하지만 그녀가 이번에 당한 건 시스템이 아니잖아. 의회의 찌질한 뒷공작이지.”
훈장을 만지작거리던 손길이 멈췄다. 루나는 천천히 손을 꺼냈다. 내 눈이 문양을 따라갔다. 중심부에 새겨진 원형 패턴이 에드거의 낡은 배지에서 본 것과 같았다.
“왜.” 루나가 내 시선을 알아챘다.
“아니. 그냥.”
바스코가 공방 모퉁이에서 걸어 나왔다. 덩치 큰 그림자가 루나에게 잠시 드리워졌다. 황금색 눈동자가 루나의 외투 주머니 쪽을 힐끗 스쳤다. 굳은 살 박힌 그의 손이 살짝 움찔했다.
“…장비 재료 구하러.” 바스코가 작게 말했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루나의 주머니를 향해 있었다. 문양을 기억하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루나는 우리를 번갈아 보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볼일 끝났으면 가. 다음 의뢰 들어왔을 때 연락할게.” 돌아서서 골목을 나갔다. 발소리가 하나도 나지 않았다.
바스코가 내 옆에 멈춰 섰다. “…에드거 아저씨 장비 문양하고 똑같아.”
“알아.”
“저 훈장, 기술자 길드에 기록이 있을 거야.”
“확인해 줄 수 있어?”
“응.” 말은 짧았지만 눈빛은 진지했다.
해질녘, 바스코의 공방 창문으로 희미한 붉은 빛이 들어왔다. 그는 작업대 위에 작은 검은 파편을 올려놓았다. 협곡에서 주운 마물 핵 조각. 바이스로 고정하고 공구를 집었다.
오른손 장갑을 벗자 굳은살 낀 손가락이 드러났다. 두꺼운 손가락이 섬세하게 다이얼을 돌리자, 마나 안정화 회로가 연결된 챔버가 푸른 빛을 띠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공구로 핵 표면을 긁어내자 검은 미립자가 떨어져 나갔고, 곧바로 붉은 마나 독소가 튀어 올랐다. 챔버가 자동으로 흡입했다.
마나 역류.
손바닥에 작은 불꽃이 튀었다. 바스코가 신음을 삼켰다. 피부가 빨갛게 변했다.
화상이었다. 그는 손을 뒤로 빼지 않았다. 대신 공구로 계속해서 핵 표면을 갈아냈다.
독소 층이 벗겨지고 내부의 맑은 푸른 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화된 핵은 유리구슬처럼 투명하게 빛났다.
“…이번에야말로 모두를 지킬 힘을.” 바스코가 중얼거렸다. 오른손이 떨렸다. 붉게 달아오른 손바닥이었지만, 그는 서랍에서 연고를 꺼내 대충 바르고 천으로 감췄다.
그때, 작업실 문 틈으로 올리비아의 녹색 눈동자가 보였다. 그녀는 손을 입에 가린 채 뒤로 살짝 물러났다. 작업대 위에서는 핵 파편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조심스럽게 뒤돌아섰다. 발소리를 죽였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라가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리라.
바스코는 챔버 전원을 끄고 핵 조각을 금속 상자 안에 넣어 잠갔다. 상자 뚜껑의 봉인이 푸른 빛을 반사했다.
다음 날 아침, 길 없는 지도 제1관문 개척 임무 파견 30분 전.
나는 길드 본부 정문 앞에 서서 시계를 만지작거렸다. 어젯밤의 공명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예감하고 있었다.
바스코의 작업실. 그는 작업대 앞에서 큰 배낭에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오른손에 감은 붕대 위로 두꺼운 장갑을 덧대 끼웠다. 밤사이 정화 실험을 이어간 탓에 눈가가 약간 침침했지만 손놀림은 정확했다. 장비 점검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금속 상자의 봉인을 확인하려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작업실 구석의 마력 측정기에서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렸다. 마력 폭주 경보. 바늘은 이미 위험 수치를 넘어서고 있었다. 챔버의 푸른 불빛이 불규칙하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