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마법 우편배달부: 단절된 세계를 잇는 자

7화

협곡 입구 쪽 균열 지대. 공기가 무거웠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허공에 촘촘히 박혀 있는 느낌. 숨을 들이쉴 때마다 허파가 약간씩 얼얼했다. 그리프가 마나 측정기를 든 채 앞장섰다. 그녀의 보랏빛 눈이 측정기의 수치를 빠르게 훑었다.

“공간 왜곡 밀도가 예상보다 높아요. 어젯밤 소규모 붕괴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바스코가 내 앞에 섰다. 어깨 너비의 방어 장비를 양손으로 받쳐 들었다. 마나 안정기에서 푸른 빛이 고리 모양으로 퍼졌다. 올리비아는 뒷줄에서 개인 지팡이를 꼭 쥐고 주변을 살폈다.

“우편 선배님, 저기 왼쪽 절벽 보여요? 균열 선이 마치 거미줄처럼 퍼져 있어요! 완전 불안정해 보이는데…”

“보인다.”

나는 왼쪽 손목의 시계를 내려다봤다. 초침이 평소대로 돌고 있었다. 하지만 협곡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서자 미세한 진동이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저번과 같은 떨림.

“뭐가?”

그리프가 힐끗 쳐다봤다.

“시계. 균열 쪽 반응이 있어.”

그리프는 대답 대신 마나 측정기를 내게 향했다. 바늘이 약간 흔들렸다.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은 미약한 반응이에요. 하지만 이 협곡은 기록된 정보가 너무 적어요. 주소 마법을 시험할게요. 잠시만 진로를 확인할 테니 따라와요.”

우리는 협곡 입구의 좁은 통로로 들어섰다. 바스코가 방어 장비를 앞세워 공간을 밀어내자 균열 선이 벌어지듯 길이 열렸다. 공기 저항이 줄었다. 그리프가 맨땅에 작은 마법진을 그렸다.

“주소 정보는 길드 귀환 좌표, 수취인은 팀 전원의 생체 마나. 보내는 진심은… 개척 임무 승인서에 담긴 모두의 의지로 할게요.”

마법진이 옅은 푸른빛을 띠었다. 주소 마법이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빛줄기가 협곡 안쪽으로 길게 뻗어나가며 바닥에 희미한 선을 그렸다. 그리프가 고개를 들었다.

“경로 확보했어요. 이 선을 따라가면 안전 경로예요. 선이 끊기면 즉시 정지하세요.”

바스코가 방어 장비의 출력을 높였다. 푸른 고리가 넓어지며 팀 전체를 감쌌다.

“…간다.”

작업복 차림의 거대한 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로를 따라 30분쯤 걸었을까. 협곡 바닥은 온통 깨진 암석과 말라붙은 마나 잔해로 덮여 있었다. 마치 폭격 직후의 도시 같았다.

문득 전생의 기억이 스쳤다. 택배 상자를 내리던 골목길도 이렇게 폐허 같았지. 아니, 이건 그때보다 훨씬 심각했다. 그때는 길이라도 있었으니까.

손목에서 진동이 다시 느껴졌다.

이번에는 좀 더 분명했다. 진동이 단순한 떨림이 아니라 방향을 가리키는 것처럼 느껴졌다. 협곡의 왼쪽 지류, 가파른 절벽 아래로 이어지는 좁은 길.

“잠깐.”

내가 손을 들자 바스코가 멈췄다.

“시계가 저쪽을 가리키고 있어.”

그리프가 측정기를 왼쪽 지류로 향했다. 바늘이 요동치다가 안정됐다.

“이상해요. 왜곡 밀도가 오히려 낮아지고 있어요. 마치 일부러 비워둔 공간 같아요. 길 없는 지도에 기록되지 않은 우회로일 가능성도…”

그때였다.

암석 뒤에서 검은 형체가 솟아올랐다. 덩치가 집채만 했다. 여덟 개의 다리.

바위처럼 거친 표면. 마물이었다. 그림자 바위 거미.

바스코가 방어 장비를 들어 올렸다. 푸른 장벽이 펼쳐지기 직전, 거미의 앞다리가 장비 정중앙을 내리찍었다.

쾅!

마나 안정기에서 불꽃이 튀었다. 푸른 빛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동력선 일부가 절단되며 파편이 흩어졌다. 그리프가 비명을 삼켰다.

“안정기 파손! 출력 3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어요!”

올리비아가 지팡이를 휘둘러 충격 마법을 쐈다. 거미의 다리 하나가 약간 비틀렸지만 곧바로 자세를 고쳐 잡았다. 우리는 뒤로 밀렸다. 균열 낭떠러지 가장자리까지. 뒤는 수십 미터의 어둠이었다.

바스코가 손상된 동력선을 움켜잡았다. 오른손 장갑이 찢어지고 붕대 감은 손바닥이 드러났다. 그는 품속으로 손을 넣었다. 작은 금속 상자를 꺼냈다.

“바스코! 그건?”

그리프의 외침이었다. 바스코는 대답하지 않았다. 뚜껑을 열자 정화된 마물 핵 조각이 푸른 빛을 발했다. 유리구슬처럼 투명한 빛. 그는 부서진 동력선 접속부에 핵을 밀어 넣었다.

파지직!

핵이 동력선에 닿자 빛이 폭발적으로 퍼졌다. 손상된 방어 장비가 재가동됐다. 출력이 급상승하며 푸른 장벽이 거미를 뒤로 밀어냈다. 마물이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며 바위 뒤로 물러났다.

장비는 살아났다. 하지만 핵 조각은 산화되며 가루로 흩어졌다.

그리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가 바스코의 손목을 붙잡았다.

“방금 뭘 쓴 거예요. 그 핵은 대전쟁 때 금지된… 마물의 핵을 정화해서 동력원으로 삼는 기술. 어디서 배웠어요. 이런 건 길드 규정에도 없고, 애초에 위험하다고 소멸된 기술이에요.”

바스코가 손을 천천히 빼냈다. 장갑을 다시 끼며 고개를 숙였다.

“…알아.”

“알면서 왜! 이런 걸 몰래 연구하고 있었다는 말이에요? 우리 팀에 알리지도 않고!”

그리프의 목소리가 떨렸다. 평소의 냉철함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올리비아가 비명을 질렀다.

“거미 뒤쪽에서 마나가 응집돼요!”

퇴치된 줄 알았던 거미의 잔영에서 검은 마나가 소용돌이치며 집중됐다. 2차 폭발. 균열 지대의 불안정한 마나가 죽은 마물의 잔류 마력과 반응하는 현상이었다.

바스코가 몸을 날려 방어 장비를 앞세웠지만 출력은 이미 반 이하로 떨어진 뒤였다. 그리프가 마나 측정기를 떨어뜨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올리비아를 향해 몸을 돌렸다.

올리비아가 두 팔을 앞으로 뻗었다.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리가 벨 세라 아크 노움.”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말은 내가 알 수 없는 고대 언어였다. 그녀의 손바닥에서 금빛 마법진이 펼쳐졌다. 이전에 봤던 치유 마법보다 훨씬 복잡한 문양.

광륜이 사방으로 퍼지며 폭발 파장을 정면으로 막아냈다. 검은 마나가 금빛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났다. 폭발이 상쇄됐다.

올리비아가 무릎을 꺾으며 주저앉았다. 마법진이 사라졌다. 나는 달려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눈은 감겨 있었다.

“올리비아!”

숨은 쉬고 있었다. 하지만 의식이 없었다. 그리프가 멍하니 마법진이 사라진 허공을 바라봤다. 그녀의 보랏빛 눈이 충격으로 떨리고 있었다.

“방금 그건… 대전쟁 이전 왕립 마법단의 소멸 방어술이에요. 올리비아가 어떻게…”

그리프가 올리비아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평범한 하급 마법사의 얼굴. 전쟁고아 출신에 재능도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아이. 그녀의 손을 떨리는 손으로 잡았다.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

바스코가 침묵 속에서 장비를 수습했다. 나는 올리비아를 번쩍 안아 등에 업었다. 숨결이 내 목덜미에 약하게 닿았다. 살아 있다는 신호.

나는 그리프를 똑바로 쳐다봤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동료를 의심하는 게 아니야. 동료를 구하는 거다.”

그리프의 어깨가 굳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열었다 닫았다.

“하지만… 규정을…”

“규정이 사람을 살리냐.”

내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짧게 끊어 말했다.

“바스코는 팀을 구하려고 쓴 거다. 올리비아도 팀을 구하려고 쓴 거다. 그게 규칙 위반이면… 나중에 따져도 늦지 않아.”

나는 올리비아를 업은 채로 뒤돌았다.

“지금은 협곡을 빠져나간다. 바스코, 뒤를 맡아.”

바스코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상된 방어 장비를 왼쪽 어깨로 받쳐들고 뒤를 따랐다. 그의 얼굴은 무거운 쇠막 같았다. 그리프는 잠시 제자리에 서 있다가 측정기를 주워서 따라붙었다. 그녀의 손이 여전히 가늘게 떨리고 있었지만, 입에서는 끝내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협곡을 되짚어 갔다. 공기 저항이 다시 느려지고 불안정해졌다. 올리비아의 고대 마법으로 인해 주변 마나가 교란된 탓이라고 그리프가 측정기 수치를 보며 설명했다.

“진입할 때보다 균열 밀도가 40퍼센트 증가했어요. 아마도 올리비아의 방어 마법진이 이 공간 자체의 균형을…”

말을 끝맺지 못하고 그리프가 걸음을 멈췄다. 나도 멈췄다. 손목의 시계 진동이 갑자기 멎었다.

동시에 협곡 입구 쪽 균열 벽 너머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그리프가 측정기를 들어 올렸다. 바늘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이건… 측정 범위 밖의 파장이에요. 기록에도 없는 종류의 마나예요.”

그녀가 숨을 삼켰다.

“대전쟁 이전의 것일 수도 있어요.”

나는 시계를 손에 꼭 쥐었다. 균열 벽을 응시했다. 새 파장은 희미한 은빛으로 반짝이며 협곡 깊은 곳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등에 업은 올리비아가 눈을 감은 채로 낮게 신음을 흘렸다.

마법 우편배달부: 단절된 세계를 잇는 자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