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급식의 신

1화

한성고 급식실. 점심 배식 끝나고 십 분.

식판 부딪히는 소리, 중학생들 웃음소리가 천장을 찔렀다. 서준혁은 복도에서 면접 대기 중이었다. 손바닥에 온도계를 쥔 채로.

서너 명이 동시에 구역질을 시작했다.

의자 넘어가는 소리. 누군가 짧게 비명을 질렀다. 식판이 바닥에 쏟아지고 탕류 국물이 타일 위로 번졌다.

서준혁은 이미 급식실 안으로 뛰고 있었다.

“배식 중단. 당장.”

조리대 앞에서 당황하던 조리사 하나가 고개를 돌렸다. 마른 체격에 단정한 올림머리, 뿔테 안경. 강시은이었다. 손에 쥔 국자를 떨어뜨릴 뻔했다.

“지금 뭐라-”

“닭볶음탕. 지금 몇 명째냐.”

서준혁은 서너 테이블을 빠르게 훑었다. 구토하는 학생 여섯. 복통 호소하는 축이 열 명 이상. 증상 발현 속도가 식중독 패턴이다.

안경 너머로 강시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 이건 저희 쪽에서 먼저 확인을…”

“확인은 이미 늦었고 차단이다.”

서준혁은 조리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닭볶음탕이 담긴 대형 스테인리스 용기 하나를 들어 올린다. 식품용 비닐로 덮고 밀봉 테이프로 네 귀를 눌렀다.

냉장고 온도계 확인. 영하 12도. 기록지는 영하 18도였다. 잠시 멈춰 서서 계기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환기 팬 최대. 창문 전부 연다. 아직 안 먹은 식판은 전부 수거.”

조리 구역으로 걸어가며 덧붙였다.

“119는 내가 한다. 선생님은 학생들 대피시키고.”

강시은이 입을 열었다. “절차상 영양사가 행정실에 먼저-”

“지금 구토 멈추는 게 절차다.”

조리실 한구석에서 하급 조제사 한 명이 입을 막고 있었다. 그에게 회수 봉투를 건넸다.

“식판 수거해. 손 씻고 장갑 교체.”

조제사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강시은은 이를 악물었다. 손끝으로 안경테를 만지작거리다 교실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학생들, 3반부터 순서대로 교실 복귀합니다. 식판은 내려놓으세요!”

냉장실 문을 닫으며 휴대폰을 꺼냈다. 119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식기세척실 배수구 냄새가 났다.

닭볶음탕 냄새. 약간 신맛.

30분 뒤.

보건실로 이송된 학생들 숫자는 열셋. 구급차 두 대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나갔다.

급식실 조리 구역은 텅 비었다. 환기 팬이 천장에서 윙윙거렸다. 바닥엔 소독제 냄새가 맴돌았다.

서준혁은 냉장고 앞에 서서 격리된 닭볶음탕 용기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스테인리스 손잡이에 왼쪽 손등 흉터가 닿았다.

냄새를 맡는다. 산패 직전의 닭고기 특유 미세한 암모니아취. 육안으로 보면 색조는 정상에 가깝다. 껍질 부분의 점액이 과다하다. 유통기한 임박, 혹은 이미 지난 걸 냉동했다 해동한 흔적.

용기를 다시 밀봉하는 순간,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아니, 지금 누구십니까 여기가?”

마른 체격의 중년 남자가 조리 구역으로 들어섰다. 양복 차림에 낡은 서류 가방. 이마엔 송글송글 식은땀.

교직원 명찰. 박종태.

“행정실장입니다. 일반인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신분증-”

“식중독 사고 현장에 행정실장이 늦었군.”

서준혁이 뒤돌며 말했다. 박종태의 시선이 손등 흉터에 잠시 멈췄다가 조리복 칼라로 올라갔다.

“뭐라 하셨습니까.”

“닭볶음탕. 냄새 난다. 유통기한 지난 걸 해동한 거다.”

용기 옆면의 납품 스티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날짜 인쇄 부분에 잉크 번짐이 있었다.

“이건 납품업체가… 그런 실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거의.”

말을 잘랐다.

“납품 이력 조회해.”

박종태의 이마에 땀이 다시 맺혔다. 서류 가방을 두 팔로 감싸 쥐며 한 걸음 물러섰다.

“거기, 밖에서 기다리시던 분이 맞습니까. 조리사 면접 보러-”

“조리사가 부족한가.”

박종태가 눈을 깜빡였다.

“네? 아, 예. 지금 저희가 조리사 한 분이 갑작스럽게 그만둬서…”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말을 이었다.

“경력이 있으신 것 같은데, 지금 당장 계약서 드릴까요? 이렇게 긴급 상황에 대처하신 것만 봐도 검증은…”

서준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냉장고 온도계와 기록지의 차이. 납품 스티커 번짐.

산패취. 세 가지를 동시에 생각했다. 데이터는 충분했다.

“계약서.”

“조건은 조리실 운영 전권. 검수는 내가 직접 한다.”

박종태가 잠시 멈췄다. 손수건을 접어 주머니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래야죠. 계약 기간은 3개월부터 시작하시고…”

“한 달 단위. 갱신은 내가 결정한다.”

강시은이 먼 발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른손이 목에 걸린 녹음기 쪽으로 올라갔다가 멈췄다.

박종태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건 계약서 양식이 따로 있어서… 잠시만요. 유통기한 건은 정말로 납품업체가 실수한 모양이니…”

서준혁은 대답 대신 닭볶음탕 용기를 냉장고 깊숙이 밀어 넣었다. 문을 닫고 온도계 수치를 다시 확인했다.

“내일부터 출근한다.”

조리 구역 밖으로 걸어나가며 말했다.

박종태는 서둘러 뒤따르려다 멈췄다. 이마를 다시 닦으며 강시은을 힐끗 보았다. 영양사는 아무 말 없이 바인더를 가슴 앞으로 당겨 쥐었다.

오전 6시, 급식실 형광등이 차례로 켜졌다.

서준혁은 조리복 앞치마 끈을 조이며 중앙 조리대를 훑었다. 스테인리스 테이블 여섯 개. 자동세척기 옆 휴지통 위치. 바닥 배수구는 세 군데.

강시은이 바인더를 가슴에 안고 다가왔다.

“환복은 끝나셨습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조리실 배치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1번 라인은 국·찌개, 2번은 볶음·조림, 3번은 튀김 전용입니다.”

손가락이 조리대를 짚으며 움직였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전처리실은 이쪽입니다.”

서준혁은 그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전처리실 안쪽에 세 개의 문.

“저 문은.”

“냉동 창고, 냉장 창고, 건식 창고 순입니다.”

바인더를 한 번 더 끌어안았다.

“검수는 매일 오전 6시 반입니다. 납품서와 실물 수량 확인이 원칙이고요.”

서준혁이 냉동 보관실 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쏟아져 나왔다. 선반마다 박스가 정렬돼 있고, 구석에는 묶인 서류 뭉치가 쌓여 있었다. 서류 쪽으로 시선을 뒀다.

“저건.”

강시은의 목소리가 반 박자 빨라졌다.

“오래된 검수 기록입니다. 찾으실 일은 없을 겁니다.”

대답 없이 손가락으로 박스 겉면의 납품 날짜를 짚었다. 한 걸음 다가왔다.

“4년 전 기록은 창고 구석에 있습니다.”

바인더 모서리를 움켜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얘졌다.

“교육청 감사 대비용 보관이라, 정리하지 마시는 게 좋습니다.”

서준혁은 그 손을 바라봤다. 바인더 모서리에 눌린 손톱이 붉어지고 있었다. 천천히 문을 닫았다.

“알았다.”

강시은에게서 힘이 빠졌다.

“건식 창고는 습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제습기 필터는 매주 월요일에 점검하고요.”

건식 창고 문을 열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내부에 쌓인 쌀포대와 조미료 박스의 배치를 눈으로 훑었다. 유통기한이 가장 짧은 것이 입구 쪽에 있었다. 선입선출 원칙이 지켜지고 있었다.

조리대로 돌아오자 조리사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마흔쯤 돼 보이는 여자. 명찰에는 '유다희'.

“새로 오셨네요?”

“서준혁입니다.”

유다희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훑었다. 시선이 왼손 손등의 흉터에 닿았다.

“칼자국?”

“옛날 거.”

유다희는 더 묻지 않고 웃으며 채소 다듬기로 돌아갔다. 서준혁은 그 손놀림을 한 번 보고 중앙 조리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강시은이 바인더를 펼쳤다.

“오늘 점심은 닭볶음탕과 미역국입니다. 3번 라인은 닭 손질, 1번은 국물 작업 병행합니다.”

3번 라인으로 움직였다. 냉장 창고에서 닭고기 박스를 꺼내 검수대에 올렸다. 납품서를 펴서 수량과 유통기한을 눈으로 짚었다. 마지막 줄의 날짜가 이틀 남짓.

납품서 사진을 찍었다.

강시은이 다가왔다.

“문제 있습니까.”

“유통기한이 짧다. 48시간 이내.”

“원래 이런 적 없었습니다.”

서준혁은 답 대신 납품업체명을 확인했다. '(주)신선유통'.

검수일지에 현재 날짜와 실제 유통기한을 기입했다.

“사진은 왜 찍으셨습니까.”

“기록.”

강시은이 한 번 더 입을 열려다 말고, 바인더를 닫으며 자리를 피했다.

오후 3시. 점심 배식이 끝나고 조리실은 조용했다. 유다희가 마지막 남은 식기구를 정리하며 돌아봤다.

“퇴근 안 하세요?”

“냉동 창고 정리하고 간다.”

“그건 담당 조리사가 따로 있는데.”

“내가 하겠다.”

유다희는 어깨를 으쓱이며 조리실을 나갔다. 강시은은 교무실 회의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서준혁은 냉동실 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냉기 속에서 형광등이 깜빡였다. 구석 선반 앞에 섰다. 쌓인 서류 뭉치 위로 먼지가 두껍게 앉아 있었다. 포장용 박스 세 개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박스를 하나씩 내렸다. 선반 맨 아래 칸에 노란색 파일 봉투가 세로로 꽂혀 있었다. 봉투 겉면에 '2019-2021 위생 점검표'.

꺼내 바닥에 펼쳤다. 2019년도 점검표는 잉크가 바래 읽기 어려웠다. 2020년도 점검표에는 익숙한 글씨체. 손등의 흉터를 문질렀다.

2021년 점검표를 넘기던 손이 멈췄다.

'은성초등학교'.

종이에 찍힌 고무인 글자가 형광등 아래서 또렷했다. '납품업체: (주)신선유통'.

그 밑에 수기로 적힌 번호. 'QC-2022-0451'.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 번호였다.

오른손이 점검표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 손끝이 얼음처럼 차가운데 등줄기에는 열이 올랐다. 엄지가 종이를 눌러 구겨질 듯 말 듯 떨렸다. 손을 폈다. 종이에 눌린 손가락 자국이 남았다.

점검표를 들어 형광등 가까이 댔다. 잉크 색상이 고무인과 수기 부분에서 미묘하게 달랐다. 동시에 적은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납품업체명이 찍힌 뒤에, 나중에, 보고서 번호를 적어 넣은 흔적.

점검표 아래 장에는 같은 업체명이 반복됐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납품업체는 바뀌지 않았다.

점검표를 반으로 접었다. 다시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접힌 종이가 조리복 안주머니에서 딱딱하게 자리 잡았다.

냉동 창고 안이 갑자기 좁게 느껴졌다. 차만식의 업체와 딸의 학교는 4년 전부터 같은 종이 위에 있었다. 그 종이 옆에는 자신의 보고서 번호.

벽을 짚고 일어섰다.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낮게 깔렸다. 밖으로 나오며 손바닥으로 철제 문을 닫았다.

닫히는 소리가 조용한 조리실에 메아리쳤다.

주머니 바깥쪽을 손바닥으로 눌렀다. 안쪽에서 접힌 종이가 받쳐졌다. 복도로 나서며 주머니 속 손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냉동 창고 안이 갑자기 좁게 느껴졌다.
차만식의 업체와 딸의 학교는 4년 전부터 같은 종이 위에 있었다.
그 종이 옆에는 자신의 보고서 번호.

벽을 짚고 일어섰다. 모터 돌아가는
급식의 신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