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녀 독초 도감 - 12화 완결
6화
날이 밝자 형조 참의 집무실의 촛불은 이미 세 개 중 둘이 꺼져 있었다. 강윤은 탁자 위의 문서를 펼친 채 앉아 있었다. 낙빈이 건넨 무관청 내부 문건이었다.
조현궁 을유년 예식 물품 목록. 하단에 작은 글씨로 '술시 초 이관 예정'이라 적혀 있었다. 기록 담당자의 수결은 빠져 있었다. 무기록 이관임을 뜻하는 행정 표시였다.
문이 열리고 서연이 들어왔다. 옷깃에 이슬이 약간 배어 있었다. 그녀는 탁자 건너편 의자를 당기지 않고 선 채로 문서를 내려다보았다.
강윤이 문서의 한 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술시 초, 조현궁에서 증거물을 무기록 반출합니다.”
서연의 시선이 손가락 끝에 멈췄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관청 기록부에 남지 않는 이관이면, 증거물은 오늘 밤 이후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맞소.”
강윤이 손을 거두며 말을 이었다.
“김상선이 대왕대비 측 구두 지시를 빌미로 움직이고 있소. 문서상 근거는 부족하지만 현장에서 증거물을 확보하기 전에 선제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서연이 문서의 다른 부분을 가리켰다. “예식 물품 중 독약과 관련된 항목이 있습니까.”
“목록만으로는 알 수 없소. 하지만 폐비 서한에 언급된 예식 장소가 조현궁이라는 점, 그리고 을유년 물품이 그대로 보관되어 왔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강윤이 문서를 접어 탁자 한쪽으로 밀었다.
“술시 전에 조현궁에 들어가야 합니다. 증거물이 사라지기 전에.”
서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경비 배치는 어떻게 됩니까.”
“명시 초가 교대 시각입니다. 가장 취약한 시간대라는 건 이미 확인했소. 낙빈이 오늘 아침 추가 정보를 가져올 겝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 밖에서 발소리가 났다. 두 번의 짧은 노크 후 낙빈이 들어왔다. 손에 작은 두루마리 하나를 쥐고 있었다.
“경비 배치 변경이 확정되었습니다.”
낙빈이 두루마리를 강윤 앞에 내려놓았다.
“술시 전에 병력이 두 배로 늘어납니다. 남측 작은 문은 봉쇄되고, 동측 회랑에 감시 초소가 추가됩니다. 정문은 한 분대가 완전히 막습니다.”
강윤이 배치도를 펴서 탁자 중앙에 놓았다. 서연이 다가서서 내려다보았다. 세 사람의 시선이 한 지점에 모였다.
“서쪽 담장 옆 배수로.”
강윤의 손가락이 배치도의 구석을 가리켰다.
“경비 순찰에서 빠진 유일한 구간입니다. 차하가 조현궁 설계도에서 확인한 부분이오.”
서연이 짧게 숨을 내뱉었다. “좁을 겁니다. 한 사람씩밖에 통과 못 하는 너비라면 시간이…”
“시간은 제가 법니다.”
강윤의 목소리에 계산이 실려 있었다.
“술시 직전에 무관청으로 정식 증거물 열람 신청을 넣겠소. 행정 절차만으로 미룰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아도, 현장의 시선을 분산시키기에는 충분할 겁니다.”
서연이 입을 열려다 멈췄다. 그녀의 시선이 낙빈을 향했다. 낙빈은 여전히 배치도 위로 몸을 숙인 채였으나, 서연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약간 들었다.
“낙빈 낭청께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서연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무관청에서 얻은 정보를 이쪽에 전달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대왕대비 측 감시가 빈틈없는 상황에서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겁니까.”
낙빈의 손가락이 배치도 위에서 멈췄다. 잠시 그의 얼굴에 어떤 표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강윤이 입을 열려는 순간, 낙빈이 먼저 대답했다.
“형조 정랑께서는 십 년 전 가을에, 내자시 창고 화재 현장에서 저를 끌어내셨습니다.”
낙빈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당시 저는 내자시 하급 서기였고, 화재는 기록 보관소에서 시작됐습니다. 사흘 동안 불길을 잡지 못했고 사망자가 열둘이었습니다.”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형조에서 파견된 인원은 화재 원인 조사가 목적이었습니다. 인명 구조는 그들의 임무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정랑께서는 불길 속으로 들어와 저를 어깨에 메고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무관청 채용 시험을 볼 것을 권하셨습니다.”
서연이 숨을 들이켰다. 낙빈의 눈이 강윤을 향했다.
“그 뒤로 제 목숨은 대감의 것이었습니다. 정보를 전하는 정도로 위험을 말할 자격은 저에게 없습니다.”
집무실 안이 조용해졌다. 강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낙빈을 향해 손바닥을 짧게 들어 보였다. 그 동작만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서연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낙빈 낭청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의심은 본래 수사관의 미덕입니다.”
낙빈이 처음으로 서연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다만 그 의심이 진실을 가로막지 않는다면.”
서연이 미소를 머금었다. 입꼬리만 살짝 올라간, 짧은 미소였다.
강윤이 배치도를 다시 손으로 짚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계획을 정리하겠소. 술시 초 무관청에 증거물 열람 신청을 넣어 현장의 주의를 돌립니다. 서 참하는 서쪽 배수로를 통해 조현궁에 진입하고, 낙빈 낭청은 동측 회랑 쪽 경비 동향을 감시하며 신호를 줍니다. 만약 발각되면 즉시 철수하는 것으로 합의합니다.”
서연이 한 가지 덧붙였다.
“증거물이 발견되면, 기록을 남기기 전에 먼저 반출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목록을 대조하고 물품의 보관 상태를 확인한 뒤 무관청 정식 절차를 통해 공개를 요청하는 것이 낫습니다.”
“동의하오. 물리적 증거의 보관 연속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강윤이 문서를 말아 별도 보관함에 넣었다.
낙빈이 두루마리를 소매 안으로 밀어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시 직전까지 동측 회랑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신호는 촛불 두 번입니다.”
그가 문을 향해 돌아서다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서 참하.”
서연이 고개를 들었다. 낙빈은 뒤돌아보지 않고 말을 이었다.
“참하께서 짊어진 무게가 어떤 것인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형조 참의께서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저도 신뢰합니다.”
낙빈이 문을 열고 복도로 사라졌다. 발소리가 멀어진 뒤에도 서연은 잠시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소매 속 쪽지를 만졌다.
강윤이 보관함을 잠그며 말했다.
“서 참하. 쪽지 내용에 대해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소. 하지만 오늘 밤 일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설명을 듣겠습니다.”
서연이 소매에서 손을 뗐다. 그녀의 시선이 강윤의 얼굴에 닿았다.
“…예.”
한 마디뿐이었다. 그러나 전날 밤보다는 한 박자 빠른 대답이었다.
강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 쪽으로 걸어갔다. 아침 햇살이 집무실 안으로 길게 들어오고 있었다.
“해가 지기 전까지 각자 준비합시다. 술시 한 시진 전에 여기서 다시 모입니다.”
서연이 의자를 밀어 넣고 문 쪽으로 향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전날 밤과 달리 흔들리지 않았다.
시전 거리, 한적한 찻집 안.
서윤은 탁자 한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손끝이 파랗게 질려 찻잔을 감쌌다. 기침이 터져 나오자 소매로 입을 가렸다. 숨이 가쁘게 이어졌다.
맞은편에 앉은 한장현이 눈썹을 좁혔다. 대왕대비전 문서고의 하급 관리. 서윤이 사흘을 들여 찾아낸 인물이었다. 열흘 전, 독차 관련 기록을 폐기 명령 받은 후 내의원에서 약재 목록을 베껴 간 이. 그가 차를 마시지 않고 서윤을 바라봤다.
“서 참하께서 저 같은 말단을 찾으실 일이 뭡니까.”
서윤이 손을 내려 탁자 모서리를 짚었다.
“독차 말입니다.”
한장현의 손이 찻잔에서 떨어졌다.
“아버지께서 심혈을 기울여 기록하셨지요. 그런데 십 년 전, 폐기된 줄 알았던 같은 종류의 독차가 다시 출현했습니다.”
서윤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끊기지 않았다. 그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손목 안쪽, 푸르스름한 선이 핏줄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한 관리께서는 그 약재 출처를 아실 겁니다.”
한장현이 손목을 응시했다. 호흡이 짧아졌다.
“이게 무슨…”
“제 병입니다.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서윤이 소매를 내렸다. 손가락이 경련하듯 떨렸다.
“출처를 증언해 주십시오. 대가로 형조 내부 기밀을 하나 넘기겠습니다.”
한장현이 몸을 뒤로 젖혔다. 벽에 등이 닿았다.
“형조를… 팔겠단 말씀이십니까.”
서윤이 기침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팔 게 아니라 거래지요. 한 관리께서 무얼 두려워하는지 압니다. 지난달, 대왕대비전 문서고에서 사라진 그 기록 말입니다.”
한장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폐기 명령을 어기고 보관했다는 증거는 제가 쥐고 있습니다.”
찻집 안이 조용해졌다. 한장현의 손가락이 탁자 아래서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말도 안 됩니다. 그걸 어찌.”
“대답은 지금 듣지 않겠습니다.”
서윤이 품에서 인장을 꺼냈다. 탁자 위의 빈 서찰 한 장에 인주 없이 찍었다. 희미한 붉은 자국이 종이에 스몄다. 그가 서찰을 밀었다.
“거래를 원하시면 이 인장 자국에 날짜와 장소를 적어 보내 주십시오.”
서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풀려 탁자 모서리를 다시 짚었다.
“연락은 시전 남문 밖, 약재상 동쪽 기둥 아래 두십시오.”
한장현이 서찰을 들지도, 밀어내지도 않고 바라만 봤다.
“서 참하. 이건…”
서윤이 등을 보이며 찻집 문 쪽으로 걸어갔다. 기침이 등을 울렸다.
조현궁 외곽 담장 아래.
해가 진 지 두 시진쯤 지났다. 바람 한 점 없고 구름이 달을 가렸다. 강윤이 등불 없이 담장 아래까지 와서 멈췄다. 검은 무관청 직령 차림의 낙빈이 그 옆에서 숨을 낮췄다. 서연은 두 사람 뒤로 반 보 물러서서 담장의 그림자 속에 섰다.
“경비 교대는 인시 정각입니다.”
낙빈이 손가락 셋을 폈다.
“지금부터 세 호흡 후면 남쪽 초소가 교대에 들어갑니다. 그 틈에 들어가야 합니다.”
강윤이 담장 위를 가늠했다. 서연이 소매에서 가느다란 줄을 꺼내 낙빈에게 건넸다. 낙빈이 매듭을 확인하고 던질 자세를 취했다.
그때, 담장 모퉁이 너머에서 불빛 하나가 다가왔다.
낙빈이 즉시 손을 내리고 웅크렸다. 강윤이 서연의 어깨를 짚어 더 깊은 그림자 속으로 당겼다. 세 사람의 숨소리가 멎었다.
월영이었다. 등불 두 개가 먼저 모퉁이를 돌고, 그 뒤로 회현궁 궁녀 셋이 뒤따랐다. 월영은 바깥으로 나갈 때 입는 암색 당의 차림이었다. 등불을 든 하급 궁녀가 그녀보다 앞서 걸으며 길을 비췄다.
“이 근처에 밀지를 전할 곳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궁녀 하나가 말하자 월영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소리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월영의 시선이 담장을 천천히 훑었다. 서연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강윤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서연의 소매를 살며시 잡았다. 손끝에서 경계의 신호가 전해졌다.
월영이 걸음을 멈추고 담장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등불이 담벼락의 덩굴을 비추자 그림자가 길게 출렁였다.
“마마.”
뒤따르던 상궁 하나가 낮게 불렀다.
“시각이 늦습니다. 밀지는 인시 전에 전달해야 합니다.”
월영이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돌렸다. 등불이 모퉁이 너머로 사라지고 발소리가 멀어졌다.
낙빈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담장 너머에서 초소 경비병의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움직이다 멈추고, 새 발소리가 이어받는 소리가 났다. 낙빈이 손을 내렸다.
강윤이 먼저 일어서서 담장을 넘었다. 서연이 다음으로 올랐다. 손을 짚은 돌이 이끼에 미끄러웠지만 강윤이 담장 위에서 손목을 잡아 완력을 보탰다. 낙빈은 넘지 않고 담장 아래 웅크렸다.
“저는 이곳에서 망을 보겠습니다. 인시 말까지 못 나오시면 제가 안으로 들어갑니다.”
강윤이 끄덕이고 서연을 데리고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조현궁 내부 빈 전각.
먼지 낀 어둠 속에서 촛불 한 자루가 켜졌다. 강윤이 소매로 불빛을 가린 채 낮춰 들었다. 전각은 오래 비워져 있었다. 제단 자리엔 천이 덮였고 벽 쪽에 서가 하나가 기울어져 있었다.
서연이 서가 아래쪽 서랍을 열었다. 빈 종이 뭉치와 끊어진 먹실이 나왔다. 두 번째 서랍은 잠겨 있었다. 그녀가 옆구리에서 가느다란 쇠끝을 꺼내 자물쇠 구멍에 밀어 넣었다. 숨을 한 번 들이키자 열쇠통이 돌아가는 소리 없이 빗장이 걸렸다.
서랍 안에는 문서 뭉치가 있었다. 재가 얇게 쌓인 아래, 태워지지 않은 네 권이 포개져 있었다. 서연이 꺼내 강윤 앞에 펼쳤다.
강윤이 촛불을 가까이 댔다. 문서 첫 장에는 독초 도감 배합표였고, 둘째 장에는 은비녀 문양 본이 찍혀 있었다. 다섯 꽃잎과 일곱 꽃잎의 두 가지 도안 아래 잎맥을 그어 암호 배합 순서를 적었다. 서연이 앞선 사건에서 논증했던 것과 같은 체계였다.
“부분 원본입니다.”
서연이 손가락으로 문양과 배합표 사이의 연결선을 짚었다.
“이 필사본에는 배합 순서가 숫자로 적혀 있습니다.”
강윤이 세 번째 문서를 펴자 구절마다 김상선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조현궁 예식 물품 중 특정 약재를 별도 이관하라는 지시, 소각 대상을 선별하라는 결재 흔적, 모두 김상선의 수결로 끝나 있었다.
“증거 인멸의 책임자입니다.”
강윤이 문서를 품에 넣었다. 서연이 마지막 문서를 필사하기 시작했다. 빠르고 정확한 붓 터치. 강윤이 그 옆에서 페이지를 넘겨 주었다.
복사가 끝나자 서연이 품속에서 낙빈의 무관청 패를 꺼냈다. 앞서 진입 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낙빈에게서 잠시 받아 둔 것이었다.
“이걸 여기 두고 갑니다.”
“무관청 패를 왜.”
서연이 패를 서랍 아래, 잘 보이지 않는 틈 사이에 밀어 넣었다.
“내일 아침 이곳을 청소하는 이가 발견할 겁니다. 무관청 소속의 패가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왕대비 측은 우리가 아닌 내부 감사를 의심할 것입니다.”
강윤이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낙빈은 어떻게 됩니까.”
“무관청 기록실 소속 관리가 분실한 패. 실수는 감봉이면 끝납니다. 하지만 김상선이 이곳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는 무관청 전체가 알게 될 일입니다.”
강윤이 촛불을 입김으로 껐다. 어둠 속에서 둘의 숨소리만 가까이 겹쳤다.
“가십시다.”
둘은 들어왔던 길로 전각을 빠져나갔다.
형조 참의 집무실.
돌아온 시간은 인시 말에 가까웠다. 강윤이 품에서 문서 뭉치를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서연이 촛불을 켜고 필사본과 원본을 나란히 정리했다.
문서 사이에서 작은 봉투 하나가 떨어졌다. 강윤이 집었다. 접착되지 않은 채로 접힌 봉투 안에 빈 서찰이 한 장 들어 있었다. 펴자 왼쪽 아래 희미한 인장 자국이 보였다.
서연이 손을 멈췄다.
“오라버니 인장입니다.”
강윤이 봉투 안쪽의 작은 글씨를 읽었다. ‘한장현’이라는 이름, 그리고 그 아래 ‘십일일 묘시, 서소문 밖’.
“한장현은 대왕대비전 문서고 소속입니다.”
서연의 손끝이 떨렸다. 검시 기록 위조 때와 같은 떨림이 아니었다.
“왜 오라버니가 이 사람과…”
말을 마치지 못하고 봉투를 바라봤다. 강윤이 봉투를 탁자 위에 조심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서 참하께선 몸이 불편한 와중에도 혼자 움직이고 계신 겁니다.”
서연이 그 말을 받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봉투에 적힌 날짜에 멈춘 채 굳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