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은비녀 독초 도감 - 12화 완결

7화

회현궁 월영의 처소. 촛불 세 개가 타고 있었다.

한장현이 품에서 밀봉한 서찰 두 통을 꺼내 탁자 위에 나란히 올렸다. 첫째 봉투에는 희천에서 확보한 독차 배합 기록 사본을, 둘째에는 형조 문서고에서 대조한 서연의 검시록 원본 대비표를 담았다.

“대왕대비 마마께서 직접 지시하신 대조입니다.”

월영이 먼저 첫 봉투를 열었다. 서윤이 확보한 기록은 적화독의 전구 물질인 백화독 배합 비율. 25년 전 세자 독살에 쓰인 것과 정확히 같은 비율이었다. 이어 두 번째 봉투를 열자 서연의 검시록 필적과 형조 공식 양식 간 어휘 차이를 정리한 표가 드러났다. 내의원 진찰록과 달리 독이 퍼져나간 경로를 별첨으로 묶어두었지.

“서 참하의 검시 기록은 전부 이 인물이 대필했습니다.”

월영이 문서 두 점을 병치했다. 왼편은 형조 참하 서윤의 공식 임명장 사본. 오른편은 서연이 작성한 검시록. 붓의 압력과 획 순서가 동일함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서윤이라는 인물은 존재한다. 그러나 검시관으로 현장에 선 자는 따로 있다. 실제 검시관은 서윤의 친여동생으로 추정된다.”

월영이 붓을 들어 새 용지에 논증을 적어 내려갔다. 은비녀 문양 위조, 검시록의 멍 시각 조작, 내의원 기록과의 독기 확산 방향 불일치, 필적 감정까지 네 가지 증거를 차례로 기재했다. 마지막 줄에서 붓을 멈추고 말했다.

“서연은 여성이다. 관직에 오를 수 없는 신분으로 검시관 행세를 하며 형조 공문서를 위조했다.”

한장현이 물었다.

“언제 발각시키실 겁니까.”

“내일 아침 대왕대비 마마를 알현한 뒤 결정한다.”

월영은 작성한 문서를 말려 접은 뒤 촛농을 떨어뜨려 봉인하고 제 문서함에 넣었다.

“이 사실을 대왕대비 마마께 구두로 전해라. 나는 내일 묘시에 알현을 청할 것이다.”

한장현이 읍하고 물러났다. 발걸음이 복도 끝에서 사라지자 월영은 촛불 하나를 입김으로 껐다. 남은 두 불빛이 문서함 위 은비녀를 비추었다.

대왕대비전 예장 규격, 일곱 꽃잎 모란 당초문. 다만 잎맥 한 곳이 끊겨 있었다. 월영이 낮게 중얼거렸다.

“네가 처음 은비녀를 내밀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검시관 서연.”

이튿날 아침, 대왕대비의 침전. 월영이 문지방을 넘자 향낸 냄새가 무겁게 깔렸다. 대왕대비 박씨는 평상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알현을 청하다니, 긴한 일인가 보구나.”

월영이 무릎 꿇고 읍했다.

“형조 임시 검시관 서연의 신분 위조를 발각할 증거를 모두 확보하였사옵니다.”

대왕대비의 손가락이 찻잔 가장자리를 천천히 쓸었다.

“말해 보거라.”

월영이 품에서 전날 밤 작성한 문서를 꺼내 바닥에 펼쳤다. 네 개의 증거 항목이 위에서 아래로 정렬되어 있었다.

“은비녀 문양 위조, 검시록의 멍 추정 시각 조작, 의원 기록이 가리키는 독의 흐름과의 불일치, 그리고 필적 대조입니다. 서연은 서윤의 여동생으로, 형조 참하의 이름을 빌려 검시관 행세를 했사옵니다.”

대왕대비가 문서를 내려다보았다. 표정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을 어찌 사용할 계획이냐.”

“무관청에 정식 고발할 것입니다. 다만, 마마께서 거래를 허락하신다면 이 사건을 강윤과 형조의 권위 실추로 연결시키겠사옵니다.”

“네가 원하는 대가는 무엇이냐.”

“25년 전 세자 독살 사건의 재수사를 영구히 봉인해 주십시오.”

대왕대비가 월영을 한참 바라보았다. 차 향기가 방 안에 층층이 쌓이는 시간이었다.

“재수사를 봉인하는 대가로 강윤의 목을 내놓으라는 것이냐.”

“강윤이 무너지면 형조는 사건을 더 이상 추적할 명분을 잃습니다. 은비녀, 독초 도감, 폐비 서한으로 이어지는 논증은 강윤이 주도한 것입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대왕대비의 손이 찻잔 뚜껑을 천천히 여닫으며 경첩 소리를 세 번 냈다.

“대왕대비로서 형조 참의 하나를 거래 대가로 내주는 것은 손해다. 하지만 세자 사건의 재수사만은 막아야 한다. 좋다. 무관청에 직접 지시를 내리겠다. 검률 김상선에게 ‘형조 참하 서윤’의 신분 위조 혐의를 공식 조사하라 하마.”

뒤돌아서며 월영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강윤은 네가 책임져라. 이 기회에 형조의 심장을 뽑아내지 못하면 너도 함께 무너질 것이다.”

월영이 깊이 읍했다.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대왕대비가 탁자 위 종을 울렸다. 입회 진행관이 문을 열자 대왕대비가 말했다.

“무관청 검률 김상선을 즉시 불러들이라.”

월영은 물러나며 품 안의 문서가 눌리는 감촉을 확인했다. 대왕대비의 약속은 구두였으나, 이 침전에서 내린 명은 곧 궁중의 법이었다. 25년 전 세자 사건은 오늘로 묻히고, 서연의 정체는 한 시진 안에 발각될 것이며, 강윤은 자신이 세운 검시관에 의해 무너질 터였다.

형조 관아. 강윤이 집무실에서 문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조현궁에서 가져온 원본 뭉치 중 김상선의 증거 인멸 지시 문서만 따로 분류하여 별도 보관함에 넣었다. 문이 급히 열리며 하급 관리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대감, 서 참하께서 위독하시다 합니다. 새벽부터 각혈이 멎지 않는다고…”

강윤이 보관함 뚜껑을 닫고 일어나 외투를 집었다.

“내 지금 서 참하의 거처로 간다. 조현궁 문서 원본은 이 보관함 그대로 두라. 열쇠는 네가 맡아라.”

하급 관리가 열쇠를 받아 쥐었다. 강윤이 집무실 문을 열었을 때, 복도 끝에서 인기척이 밀려왔다. 갑옷과 도검이 부딪히는 소리까지 뒤섞여 있었다. 무관청 소속 무관들이었다.

선두에 선 김상선이 손을 들어 강윤의 진로를 막았다. 검률복 차림이었다. 그 뒤로 무관 넷이 일렬로 섰다.

“무슨 일이오.”

김상선이 품에서 체포 영장을 꺼내 폈다.

“형조 참하 서윤에 대한 체포 영장입니다.”

강윤이 영장을 받아 들었다. 혐의 항목이 적힌 부분에서 시선이 멈췄다. 성별 위반.

관직 사칭. 검시 기록 체계적 위조. 손가락으로 영장 아래쪽의 발부 근거를 짚었다.

“근거는 무엇이오.”

“대왕대비 마마의 직접 지시. 또한 혐의 대상자는 현재 형조 내에 체류 중으로 파악됐습니다. 인계하십시오.”

“서연은 이곳에 없다.”

강윤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복도 너머에서 다른 무관들이 형조 기록실과 별실 쪽으로 흩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김상선이 팔짱을 풀며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럼 직접 찾겠습니다. 대왕대비 마마의 지시로 무관청은 형조 관아 전체의 출입을 통제합니다.”

강윤이 외투를 벗어 탁자 위에 놓았다.

“영장의 법적 근거가 대왕대비 마마의 구두 지시뿐이면, 나는 이의를 제기할 권한이 있다.”

“구두 지시가 아닙니다. 마마께서 직접 발부하신 봉서가 무관청에 접수됐습니다.”

김상선이 품에서 봉서의 사본을 꺼내 보였다. 대왕대비의 친필과 인장이 찍혀 있었다.

“원본 열람을 원하시면 무관청 정청으로 오십시오. 체포 건이 종결된 뒤에.”

강윤이 봉서 사본을 바라보았다. 대왕대비의 인장은 그가 형조 참의로서 수없이 확인해온 공식 문서의 그것과 동일했다. 가짜가 아니었다.

김상선이 뒤돌아 무관들에게 명령했다.

“서연이라는 자를 찾아라. 여성이며 검시 기록을 위조한 혐의다. 저항할 경우 제압해도 좋다.”

무관들이 복도 양쪽으로 흩어졌다. 강윤이 낮은 목소리로 하급 관리에게 말했다.

“낙빈을 찾아라. 서 참하의 거처로 가 상태를 확인하고, 집무실 보관함을 무관청이 열기 전에 다른 곳으로 옮겨라.”

“대감께서는…”

“나는 무관청으로 간다.”

강윤이 관모를 다시 쓰며 복도를 걸었다. 문지방을 넘을 때 발걸음이 한 번 멈췄다. 형조 관아 복도 전체에 무관청의 장화 소리가 울렸다.

서연이라는 이름이 무관들의 입에서 입으로 번져갔다. 두 명의 필경 관리가 복도 한쪽에 붙어서서 숨을 죽였다. 어디선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강윤은 뒷문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무관청까지 가장 빠른 길은 동쪽 협문이었다. 손이 품 안의 빈 봉투 가장자리를 짚었다. 서윤이 남긴 인장 자국이 손끝에 닿았다.

무관청 심문실은 창 하나 없는 방이었다. 벽의 촛불 네 개가 방 안을 밝혔으나, 그 빛조차 습기 머금은 석벽에 닿으면 금세 무거워졌다. 서연은 중앙의 목제 의자에 앉아 탁자 위 문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상선이 탁자 건너편에서 자리를 잡았다. 손이 두 권의 문서철을 펼쳐 나란히 놓았다. 왼쪽은 서연의 검시 기록 사본. 오른쪽은 내의원 의녀 진찰록 원본이었다.

“검시록에는 멍이 사후 형성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의녀 진찰록에는 생전에 형성된 것이라 적혀 있다.”

서연이 답했다. “피멍의 색조 판단은 진찰과 검시에서 기준이 다릅니다.”

김상선의 손가락이 두 번째 지점을 짚었다. “간에서 신장. 심장에서 말초. 어느 것이 옳은가.”

“진찰록은 생체 반응을 기준으로 합니다. 검시록은 사후 변화만을 기술합니다.”

손가락이 세 번째 줄, 추정 사망 시각 부분에 멈췄다. 시축과 축시 사이의 공백을 톡톡 두드렸다. “이 차이를 설명하시오.”

서연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살짝 움직이다 멈췄다. “검시관의 현장 관찰과 의녀의 진찰 시점 자체가 다릅니다. 시각 차이는 그로 인한 것입니다.”

김상선이 문서를 덮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시선이 처음으로 서연의 얼굴에 고정됐다. “벽제를 명한다.”

입회 진행관이 심문실 문 쪽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김상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이 서연의 관모 끈에 닿기 직전, 문이 열렸다.

강윤이 문지방을 넘어서며 말했다. “이 심문은 절차적 하자가 있습니다.”

김상선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몸을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 “무슨 근거로.”

강윤이 품에서 무관청 개정 절차서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제 삼년 개정 이후, 무관청의 신원 확인 심문에는 반드시 검시관 선임자가 배석해야 합니다. 증거물 관리 연속성 원칙에 의한 것입니다.”

“서 참하는 이 건의 수석 검시관이다. 본인이 확인 대상이니 선임자 배석은 적용될 수 없다.”

“그렇다면 더 상위의 원칙을 적용하십시오. 피심문자는 심문 시작 전 서면으로 검증할 증거물 목록을 제출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지금 이곳에는 그 목록조차 없습니다.”

강윤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말이 끝나자 입회 진행관이 벽 촛불 아래로 물러서며 호흡을 죽였다.

김상선이 문을 등진 채 물었다. “지금 그것을 이의 사유로 제출하는가.”

“그렇습니다.”

김상선이 손을 내렸다. 서연의 관모 끈은 닿지 않았다. 그는 탁자 위 문서를 덮으며 입회 진행관에게 명했다. “심문을 중지한다. 대청으로 자리를 옮기겠다.”

무관청 대청은 회랑 쪽 창을 열어 두었음에도 공기가 무거웠다. 관원 세 명이 좌우에 배열하고, 중앙 탁자 앞에 김상선이 앉았다. 강윤은 탁자 앞에 서서 이의 신청서를 펼쳤다. 서연은 대청 서쪽 벽 아래 의자에 앉아 두 손을 포개고 있었다.

강윤이 내의원 진찰록 사본을 들어 올렸다. “의녀 진찰록에 따르면, 피해자 홍련의 몸에 남은 멍은 진찰 시각 기준 최소 세 시진 전에 형성되었습니다. 추정 사망 시각보다 반나절 앞선 시점입니다.”

김상선이 대답하지 않았다. 강윤은 서연의 검시록 사본을 그 옆에 놓았다. “검시록은 사망 이후 피부 조직의 응고 상태와 색소 침착을 기준으로 멍의 형성 시기를 추정했습니다. 두 기록의 차이는 관찰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생체 반응, 하나는 사후 변화.”

“그 차이가 검시록 위조의 증거가 된다는 주장입니까.”

강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그 차이야말로 이 검시록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좌우 관원들 사이에서 작은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강윤이 손가락으로 진찰록의 한 줄을 가리켰다. “진찰록에는 독소가 간에서 신장 방향으로 확산되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검시록에는 심장에서 말초 혈관으로 퍼졌다고 기록되어 있고요. 진찰록이 옳다면 피해자는 생전에 이미 장시간 독에 노출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검시록의 기술은 사망 직후 체내 확산 경로를 반영하지요. 이 불일치는 조작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을 각각 본 기록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강윤이 두 문서를 모두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이 차이를 설명하지 못하는 쪽은 오히려 의녀 진찰록입니다. 멍 형성 시기가 실제 사망 추정 시각과 모순되는 점에 대해 내의원은 아직 답변한 바 없습니다.”

김상선의 손가락이 탁자 가장자리를 한 번 두드렸다. “그것은 별건의 문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심문 대상은 서 참하의 검시 기록이다.”

“그렇다면 심문의 전제가 잘못되었습니다.”

강윤이 잠시 말을 멈췄다. 대청 안의 공기가 다음 말을 기다리며 가라앉았다.

“저는 과거 무과였습니다.”

관원들 사이에서 고개 숙이던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강윤의 시선이 김상선에게 고정되었다.

“십 년 전, 무과 동기 한 사람이 궁중 기물 분실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습니다. 증거는 경비대장의 진술 한 줄이었지요. 진술서는 그가 초소를 이탈한 시각, 목격자가 본 인상착의, 사라진 물품의 목록을 완벽하게 맞췄습니다.”

강윤의 목소리가 약간 잠겼다. “그러나 이탈했다는 초소의 경비 일지는 이틀 전 다른 무관이 근무 교대 기록을 고쳐 쓴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종이는 버려지지 않고 상납 문서 뭉치에 섞여 있었고요. 저는 그 종이 한 장을 직접 형조에 제출했습니다. 그 동기는 풀려났으나, 누명을 쓴 자에게 더 이상 무관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강윤이 한 호흡을 멈췄다. “저는 그 사건 이후 문과로 전향했습니다. 증거 조작이 얼마나 작은 종이 한 장으로 완성되는지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조작으로 한 사람의 삶이 끝나는 것도.”

몸을 돌려 대청 안 관원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지금 여기, 진찰록 원본과 검시록 사본 사이 불일치는 그때의 경비 일지와 진술서처럼 정교하게 맞춰져 있습니다. 단 하나의 차이는, 이 검시록은 조작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진찰록이 실제 증거가 아니라 사전에 준비된 문건일 가능성은 이 자리에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김상선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듯 상체를 움직였다가 멈췄다. 강윤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이 심문의 전제는 검시록이 위조되었다는 의혹입니다. 그러나 그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은 의녀 진찰록 단 하나. 그 진찰록 자체가 사건의 실체와 모순된다는 점을 저는 지금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심문은 절차적 하자가 아니라, 의도적 조작에 의한 정치 심문입니다.”

대청의 관원 하나가 무의식중에 붓을 내려놓았다. 굴러가는 붓 소리만 탁자 위를 굴렀다.

김상선이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강 참의. 그 발언의 결과를 알고 하는 말이오.”

“알고 합니다.”

강윤이 이의 신청서를 탁자 위에 밀어 놓았다. “본 심문의 대상인 서 참하의 검시 기록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일치합니다. 이 심문을 계속하려면 먼저 내의원 진찰록의 오류부터 검증하십시오. 그전까지 모든 절차는 부당합니다.”

김상선이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심문을 연기한다. 대왕대비 마마께 재지시를 요청하겠다.”

입회 진행관이 기록을 접었다. 관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상선이 대청을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강윤을 돌아보았다. “오늘 이 증언이 강 참의의 관직에 어떤 영향을 줄지, 나는 책임지지 않소.”

강윤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서연은 벽 아래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두 손은 여전히 무릎 위에 포개져 있었고,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은비녀 독초 도감 - 12화 완결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