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녀 아래 진실
10화
의금부 공식 심의실은 평소보다 어두웠다.
촛불이 네 개뿐이었다. 서쪽 벽 창호지 너머로 아침 햇살이 희끄무레하게 번졌지만, 깊은 방 안까지 닿지는 못했다. 상좌에는 도사 윤공이 앉았다. 왼편으로 대비전 지밀상궁 최 상궁, 오른편 첫 자리에 이현. 그 아래로 서화연이 홀로 섰다.
이현의 앞 탁자 위에 검시 기록 한 장과 별도의 필적 견본이 놓여 있었다.
윤공이 입을 열었다.
“산대청 별감 독살 사건의 검시 기록에 관한 공식 심의를 시작한다.”
서화연은 고개를 숙였다. 소매 안에서 은침 세트가 차갑게 팔뚝에 닿았다.
이현이 검시 기록을 들어 올렸다.
“이것은 검율 대리 서화연이 작성한 검시 기록이다.”
그의 목소리는 벽을 때리는 듯 낮고 짧았다.
“필적을 표준 검시관 필적 견본과 대조했다.”
이현은 별도의 종이를 함께 들어 보였다. 방 안의 시선이 두 문서를 오갔다.
“결과를 말하겠소.”
그가 서화연을 똑바로 보았다.
“필체가 다르오. 검시관의 붓놀림이 아니다.”
정적이 내려앉았다. 촛불 하나가 심지 끝에서 가늘게 흔들렸다.
최 상궁이 허리를 곧추 세웠다. 대비전 상궁의 남색 당의가 촛불 아래서 무겁게 빛났다.
“윤 도사께 여쭙겠사옵니다.”
최 상궁의 음성은 의외로 가늘었다.
“대필이 발각될 경우 대필자와 사주자 모두 장형 후 유배라는 규정, 아직 유효하옵니까.”
윤공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의금부 법도는 변함없소.”
서화연의 손끝이 살짝 저렸다. 그러나 시선은 내리깔지 않았다.
이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서 검율. 해명하시오.”
서화연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탁자 위의 검시 기록을 집어 들지 않았다. 대신 소매에서 은침 세트를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아홉 개의 은침이 검은 비단 위에서 차가운 빛을 냈다.
“먼저 여쭙겠습니다.”
서화연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낮았다.
“경력께서는 검시관의 손 떨림에 대해 보고받으셨습니까.”
이현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보고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확인하시지요.”
서화연은 가장가는 은침을 집어 들었다. 왼손으로 오른손 소매를 걷어 올렸다.
“검시관은 현재 오른손에 경련성 진전이 있습니다. 세 필선 이하의 정밀한 획을 긋지 못합니다.”
그녀는 은침 끝을 탁자 위의 빈 청원지에 가져갔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침 끝이 종이에 닿자 획은 곧바로 흔들렸다. 직선이 아니라 미세한 물결이 그어졌다.
서화연이 은침을 내려놓았다.
“이것은 검시관의 현재 신체 상태입니다.”
그리고 검시 기록 사본을 펼쳤다.
“그리고 이것은 검시 기록. 모든 획의 굵기가 일정하고, 침으로 긋는 맥락혈 위치 표기가 오차 없이 기록되었습니다.”
탁자 위에 두 개의 종이가 나란히 놓였다. 하나는 흔들린 획, 하나는 정밀한 획. 같은 손에서 나왔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현의 오른손 검지가 접혔다. 한 번.
서화연이 계속했다.
“검시관은 검안 과정을 구술했고, 저는 그것을 받아썼습니다. 그것이 이 기록의 실체입니다.”
“구술 받아쓰기라면 더더욱——”
최 상궁이 끼어들었다. 서화연은 그녀의 말을 자르지 않았다. 대신 검시 기록의 마지막 면을 펼쳤다. 하단에 찍힌 두 개의 인장이 촛불에 드러났다.
“기록 하단을 보십시오.”
서화연의 손끝이 인장을 가리켰다.
“검시관의 서명과 인장, 그리고 대필자인 제 서명과 인장. 두 개가 함께 찍혀 있습니다. 대필을 숨기려 했다면 대필자의 인장을 찍지 않았을 것입니다.”
최 상궁의 입술이 얇게 다물렸다.
서화연이 마지막 종이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청원지 묵 반응 대조표였다.
“이것은 의금부 청원지와 동일 로트에서 제조된 기록지에 대한 묵 반응 대조 결과입니다. 기록에 사용된 묵과 청원지의 섬유 반응은 원본 검시 데이터와 완전히 일치합니다.”
그녀는 대조표를 이현 쪽으로 밀었다.
“기록의 주체가 누구든, 기록의 내용은 원본 검안 데이터와 다르지 않습니다. 의금부 검시 규정의 핵심은 기록의 진실이지, 붓을 쥔 손가락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정적.
촛불이 또 한 번 흔들렸다.
이현의 왼쪽 관자놀이에 흰머리가 촛불을 받아 희게 빛났다. 그는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검시 기록, 떨린 획이 그어진 시연지, 묵 반응 대조표. 세 개의 증거가 탁자 위에서 일직선으로 놓여 있었다.
윤공이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문이 열렸다.
심수련이었다. 품에 내명부 검시 기록 대장을 안고 있었다. 남색 당의 자락이 문지방을 스치며 조용히 실내로 들어왔다.
“내명부 제조상궁 출신 심수련, 증인으로 참석하겠사옵니다.”
윤공의 얼굴에 당혹이 스쳤다.
“심 상궁께서는 소집 대상이 아니었소.”
“기록의 무결성을 확인하는 자리라면 내명부의 기록도 동등한 자격이 있사옵니다.”
심수련은 이미 탁자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대장을 펼치자 내명부 특유의 용뇌향이 은은하게 번졌다. 그녀는 해당 면을 펼쳐 윤공 앞에 내려놓았다.
“내명부가 보관 중인 검시 기록의 사본이옵니다. 서 검율의 기록과 한 글자도 다르지 않사옵니다.”
최 상궁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심 상궁께서는 지금 의금부 심의에——”
“삼중 보관의 원칙을 상기시켜 드리겠사옵니다.”
심수련의 호박색 눈동자가 최 상궁을 향했다. 웃지 않는 눈이었다.
“기록은 의금부, 규장각, 내명부에 삼중으로 보관되며, 한 곳의 기록을 의심하려면 세 곳 모두를 대조해야 하옵니다. 그것이 선왕께서 정하신 법도이옵니다.”
그녀는 최 상궁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내명부의 기록은 서 검율의 기록과 일치하옵니다. 대필이 있었다면, 세 곳의 기록이 모두 달라야 했사옵니다. 그러나 그러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사옵니다. 이것은 대필 의혹 자체가——”
심수련이 잠시 말을 끊었다.
“——무의미하다는 뜻이옵니다.”
실내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현은 대장 쪽으로 손을 뻗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탁자 위에 그대로 고정되어 있었다. 서화연이 제시한 은침의 흔들린 획. 검시 기록의 정밀한 획.
윤공이 심수련과 최 상궁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손이 탁자 아래에서 움직였다. 문서를 만지는 소리가 짧게 났다.
“기록의 무결성은 확인되었소.”
윤공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대필 의혹은 무혐의로 종결한다.”
최 상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의 자락이 탁자 모서리를 쳤다.
“대비전 마마께 보고드리겠습니다.”
발소리가 심의실 밖으로 사라졌다. 문이 닫혔다.
정적 속에서 이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서화연을 똑바로 보았다.
“능력은 인정하오.”
한 박자 쉬었다.
“그러나 신분 의심은 거두지 않겠소.”
서화연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묻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방 구석까지 닿았다.
“의금부 경력께서는 왜 대비전의 지시를 받아 이 사건을 심의하십니까.”
이현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오른손 검지가 접힌 채 멈췄다.
“원칙대로라면, 의금부 내부 사건의 심의는 경력의 직권입니다. 대비전 상궁이 참관하는 공식 심의는——”
서화연은 말을 끊지 않았다. 다만 느려졌다.
“——대비전과 의금부 사이에 공식적인 지시 계통이 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윤공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 검율.”
서화연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질문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만 경력께서 스스로 답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대답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방 안의 모두가 들은 대답이었다.
심수련이 대장을 닫았다. 용뇌향이 마지막으로 한 번 번졌다가 흩어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대장 표지 위에서 잠시 멈췄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의 변색 자국이 촛불 아래서 짙게 드러났다.
서화연은 그 손을 보았다. 그리고 심수련의 눈을 보았다.
호박색 눈동자에는 계산된 만족감이 떠올라 있었다. 그러나 서화연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 만족감 뒤로 무엇인가 스쳤다. 순간적인 균열. 죄책감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짧았고, 연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날카로웠다.
윤공이 심의 종결을 선언했다.
“심의 결과는 이현 경력이 공식 문서로 정리하시오.”
“알겠습니다.”
이현의 대답은 한 마디뿐이었다. 그는 검시 기록과 필적 견본을 챙겼다. 손놀림은 정확했지만 평소보다 느렸다. 은침 시연지가 탁자 위에 남았다. 흔들린 획이 촛불을 받아 가늘게 빛났다.
서화연은 은침 세트를 거두었다. 침이 비단에 스칠 때마다 은은한 소리가 났다.
“서 검율.”
심수련이었다. 그녀는 이미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잠시 말씀 나누실 수 있으시겠사옵니까.”
의문문이었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서화연은 은침 세트를 품에 넣었다. 도자기 조각이 손등에 닿았다. 아직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물증. 심수련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물증.
“예.”
복도로 나서자 창호지 너머로 아침 햇살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바닥의 돌틈에 그림자가 깊게 끼어 있었다. 심수련은 몇 걸음 앞서 걷다가 멈춰 섰다.
서화연이 다가가자 그녀가 팔을 내밀었다.
손가락이 서화연의 소매를 가볍게 잡았다.
“산대청 별감의 유언을 아직 묻지 않으셨사옵니다.”
서화연의 숨이 멈췄다.
심수련의 손끝에서 약재 냄새가 났다. 쓴 풀과 마른 꽃잎 사이. 그녀는 목소리를 더 낮췄다. 복도 끝까지 닿지 않을 만큼만.
“그 유언 안에, 네 정체를 증명할 단서가 있소이다.”
서화연은 심수련을 똑바로 응시했다. 호박색 눈동자가 너무 가까웠다. 웃지 않는 눈이 서화연의 눈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그때 복도 저편에서 발소리가 멈췄다.
서화연이 고개를 돌렸다.
복도 반대편 끝. 이현이 서 있었다. 품에 심의 서류를 안은 채.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시선은 심수련이 서화연의 팔을 잡은 손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심수련이 손을 뗐다. 천천히, 지체 없이.
“다음에 계속하시지요.”
그녀가 돌아섰다. 발소리가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이현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서화연도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로 복도의 긴 돌틈이 이어져 있었다.
촛불 하나가 복도 벽 등잔에서 심지를 태우며 가늘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