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은비녀 아래 진실

15화

의금부 검시실은 아침부터 어두웠다.

서화연은 탁자 위에 목격 기록 발췌본을 펼쳤다. 어젯밤 등불 아래서 확인한 청원지의 묵 반응 흔적이 낮빛 아래서도 선명했다. 은은한 청색 기름기가 섬유 사이에서 빛났다.

내명부 상궁 명단을 옆에 놓았다. 대비전 소속 상궁은 열둘. 그러나 별감의 증언은 '최상궁'이라 특정했다.

명단에서 대비전 지밀상궁 최상궁의 이름을 짚었다가 손가락을 거두었다.

너무 노골적이었다. 별감이 '대비전 쪽으로 향하는 인원'을 봤다면, 대비전 소속 상궁이 폐비전 방향에서 오는 것은 역방향이다. 누군가가 최상궁의 이름을 이용했거나, 혹은 별감이 본 것은 대비전 소속이 아닌 다른 상궁일 가능성이 있었다.

붓을 들어 명단에 가로선을 그었다. 대비전 상궁 전원을 후보에서 제외했다. 이현의 발췌본이 의도적으로 심수련으로 의심이 향하지 않도록 편집되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았지만, 그 단서 하나로 판단을 좁힐 수는 없었다.

남은 여섯 명.

그중 폐비전 근무 이력이 있거나, 사건 당일 야간 당직을 섰던 상궁 셋을 추렸다. 내명부 서화각 소속 최상궁. 침방 소속 박상궁. 그리고 대전 주방 소속 민상궁.

이들의 이름을 작은 종이에 옮겨 적었다.

당일 출입 전표 기록을 확인해야 했다. 내명부 상궁은 궁궐 내 이동 시 전표를 남기며, 이 전표는 의금부 기록고에 이관되어 보관된다.

붓대를 놓았다. 발췌본과 명단을 소매에 넣고 일어섰다.

검시실 복도는 조용했다. 산대청 별감 사건의 종결 명령 이후, 의금부 내부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복도 끝에서 속삭이는 서리들의 무리가 눈에 띄었다. 서화연이 지나가자 대화가 멎었다.

신경 쓰지 않았다. 걸음을 재촉해 기록고로 향했다.

의금부 기록고는 검시실 건너편 별관에 있었다.

문을 열자 오래된 종이 냄새와 청원지 특유의 먹 향이 한데 섞여 내려앉았다. 열 줄의 서가가 천장까지 뻗어 있었고, 그 사이로 가을 아침의 희끄무레한 빛이 창틀에 걸렸다.

입구 탁자에 앉은 장내관 장덕수가 고개를 들었다. 오십 대 중반, 소금기 섞인 관자놀이가 희끗희끗했다.

“무슨 일이시오.”

서화연은 미리 준비한 전표 요청서를 내밀었다.

“산대청 별감 사건과 관련해, 사건 당일 내명부 상궁 세 명의 출입 전표를 열람하고자 합니다.”

장덕수는 요청서를 받아 훑어보았다. 손가락이 '최상궁, 박상궁, 민상궁' 세 이름에서 잠시 멈췄다.

“종결된 사건의 기록을 왜 보려는 거요.”

“최종 보고서의 부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답에 장덕수는 눈썹을 약간 올렸다.

“부록이라.”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서가 쪽을 향해 턱짓했다.

“좌측 세 번째 서가, 중간 칸에서 찾아보시오. 내명부 전표는 거기 있다.”

몸을 돌리려는 순간, 탁자 아래서 무언가를 꺼내는 소리가 났다.

“서리.”

발걸음이 멈췄다.

장덕수는 종이 두 장을 가지런히 맞춰 탁자 위에 펼쳤다.

“얼마 전 심의실에서 검시 기록 대필 문제로 소란이 있었지. 그 후로 내 나름대로 서리의 필적을 유심히 살펴보았소.”

왼쪽 종이는 사흘 전 서화연이 작성한 검시 보고서 초본. 오른쪽 종이는 한 달 전 업서화가 작성한 기록.

소매 안에서 손가락이 살짝 굳었다.

장덕수는 두 문서를 검지로 짚으며 조용히 말했다.

“붓의 기울임은 일흔세 번 중 예순아홉 번이 같았소. 대부분의 사람은 거기서 끝내더군.”

오른쪽 종이의 한 획을 짚었다.

“하지만 '안(案)' 자의 마지막 점. 업서화는 점을 찍고 붓을 왼쪽으로 튀겼소. 서방 서리들은 이걸 구필 습관이라 부르지.”

왼쪽 종이로 손가락이 옮겨갔다.

“그런데 서리의 '안' 자는 붓을 오른쪽으로 떼더군.”

숨을 들이켰다.

“악필을 고치려 연습 중입니다. 장내관님.”

장덕수는 대답하지 않고 미소 지었다. 동정도, 비웃음도 없는 미소였다. 미세한 금을 처음 발견한 골동품상의 표정과 닮아 있었다.

“서방 검율 대리는 원래 붓글씨를 강점으로 뽑히는 자리요. 한 달 사이에 붓 습관이 바뀌는 경우는 내 이십 년 경력에 처음 보오.”

“연습은 부족해도 결과가 나아지길 바랄 뿐입니다.”

목소리가 약간 낮아졌다.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렸다. 대필 사실이 발각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의심은 더 위험했다. 기록의 필적 차이가 아니라, 사람의 정체성을 겨누고 있었다.

장덕수는 문서를 접어 다시 탁자 아래로 넣었다.

“흥미롭군. 서리는 참 흥미로운 사람이오.”

손을 내저었다.

“전표를 보시오. 업무를 방해할 생각은 없소.”

한 번 고개를 숙이고 서가 쪽으로 걸었다. 등 뒤로 장덕수의 시선이 따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좌측 세 번째 서가는 7년 전 기록으로 빼곡했다.

사건 발생일의 내명부 출입 전표는 따로 묶음 처리되어 얇은 노끈으로 싸여 있었다. 서화연은 묶음을 꺼내 탁자 앞으로 가져왔다.

전표는 작은 종이 쪽지에 불과했다. 인물, 출발지, 도착지, 시각. 그 외 불필요한 정보는 기입하지 않는 양식이었다.

최상궁의 전표부터 찾았다.

그날 해시 2각. 출발: 내명부 서화각. 도착: 빈 전각(서북쪽). 사유: 전각 정리 물품 운반 확인.

손가락이 멈췄다.

빈 전각 서북쪽. 경복궁 서북쪽 빈 전각, 곧 폐비 서씨의 옛 거처였다. 그리고 시간은 해시 2각. 별감이 목격한 시각과 일치했다.

별감의 증언: '은비녀를 꽂은 최상궁이 폐비마마의 처소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 전표는 대비전 소속이 아닌, 내명부 서화각 소속 최상궁이 사건 당일 밤 폐비전 방향으로 향했음을 입증했다.

최상궁의 전표를 접어 소매에 넣었다. 숨이 천천히 깊어졌다.

대비전 소속이 아니었다. 내명부 서화각은 대비전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독자적 기구다. 최상궁은 대비의 직접 통제를 받지 않으면서도 내명부 내에서 실세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현의 발췌본은 이 최상궁의 존재를 완전히 배제한 채, '은비녀를 든 상궁' 구절만을 전달했다.

탁자 모서리를 짚었다.

심수련을 보호하려 했다는 가정은 틀렸다. 그가 애초에 감추려 했던 것은 심수련이 아니라, 바로 이 전표의 주인공이다. 최상궁의 행적을 숨기기 위해 기록의 5분의 1만을 발췌했고, 나머지는 그대로 사가에 은닉되어 있다.

목구멍을 분노가 짓눌렀다.

신뢰를 담보로 한 동맹이었다. 약속과 공유를 조건으로 내건 추적이었다. 그런데도 이현은 진실의 핵심을 혼자 쥐고, 서화연에게 건넨 것은 빛바랜 파편뿐이었다.

그때 기록고 문이 열렸다.

고개를 들자 이현이었다.

검은 관복의 소매가 문틀에 스쳤다. 기록고 안으로 두 걸음 들어서다가 서화연의 표정을 보고 멈췄다. 왼쪽 관자놀이의 흰머리가 창빛에 드러났다.

서화연의 손이 전표 뭉치 위에 올려졌다.

이현은 탁자 위의 전표와 서화연의 눈을 번갈아 보았다. 허리띠 은장식에 손가락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별감 건은 종결됐소.”

낮고 짧은 목소리였다.

“더 이상 추적하면 위험하오.”

전표 뭉치에서 최상궁의 것을 빼내 탁자 위에 펼쳤다.

“경고하러 오셨습니까.”

“경고가 아니오. 사실을 말한 것이오.”

“사실이라면.”

전표를 이현 쪽으로 밀었다.

“이것도 사실로 인정하십시오. 애초에 당신이 숨긴 기록 때문에, 저는 지금도 위험 속에 있습니다.”

시선이 전표에 닿았다.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최상궁.”

“말씀해 주십시오. 최상궁에 대해 알고 계신 것이 무엇입니까.”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 질문은 질문이 아니라 추궁이었다.

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깜빡임 없이 전표를 응시하는 검은 눈. 오른손 검지가 접혔다 펴졌다. 생각이 깊어질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침묵이 길어졌다.

“말할 수 없소.”

“말할 수 없거나, 말하지 않으려 하거나.”

“둘 다요.”

전표를 들어 서화연 앞에 다시 놓았다.

“최상궁은 내명부의 실세요. 대비의 감시 밖에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오. 섣불리 건드리면 서리 혼자가 아니라 의금부 전체가 위험해지오.”

“그래서 제게 거짓말을 하셨습니까.”

“거짓이라니.”

“공유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조건부 동맹을 수락하셨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기록의 온전한 내용을 숨기고 계십니다. 내명부 서화각 최상궁의 존재, 전표에 기록된 그날 밤 행적. 그 모든 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하셨습니다.”

전표 위에서 손이 하얗게 굳었다.

“그것은 보호가 아닙니다. 통제입니다. 당신은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모르길 원하는지 당신 기준으로 결정했습니다.”

입술이 열렸다. 그러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목울대가 한 번 내려앉았다.

“잘못을 인정하오.”

“잘못이 아니라 의도였습니다.”

전표를 소매에 넣으며 일어섰다.

“의금부 경력 이현. 전 당신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 한 문장이 기록고의 공기를 끊었다.

왼쪽 새끼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릴 적 골절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손가락이었다. 서서히 고개를 숙였다. 관복 소매 아래로 주먹이 쥐어졌다. 말없이 몸을 돌렸다.

느린 걸음이었다. 문지방을 넘을 때, 어깨가 잠시 문틀에 닿았다. 그 짧은 접촉만으로도 몸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반듯한 등이 복도로 사라졌다.

탁자에 홀로 섰다. 소매 속에서 전표의 모서리가 손바닥을 찔렀다.

장내관의 필적 의심. 이현의 배신. 최상궁의 출현. 모든 조각이 한꺼번에 무게를 더했다. 손을 짚자 청원지 냄새가 아래에서 올라왔다.

기록은 지워지지 않는다. 사람은 지울 수 있다. 신뢰도, 약속도. 그러나 기록은 남는다. 이제 그 기록을 온전히 자기 손으로 찾아야 했다.

전표를 다시 펼쳤다. 7년 전 그날 밤 해시 2각. 최상궁. 폐비전 방향.

발췌본과 전표를 나란히 놓았다. 두 기록 사이의 빈틈을 메울 증거는 어디에 있을까. 이현의 사가에 숨겨진 목격 기록 원본. 대비전 서화각의 물자 출납부. 그리고 아직 손에 넣지 못한 야간 순찰 기록의 사라진 부분.

조사는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가볍고 천천히, 그리고 익숙한 리듬의 걸음이었다. 고개를 들자 장덕수가 서가 사이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묵은 기록부를 손에 든 채였다. 필적 대조 이후 서가 뒤편에 틀어박혀 있었는지도 몰랐다.

장덕수는 서화연 앞에 멈췄다. 시선이 탁자 위의 전표와 발췌본을 훑었다.

“이현 경력께서 상당히 흔들리시더군. 그 양반, 원래 표정을 숨기는 분인데 말이오.”

대답하지 않았다.

장덕수는 기록부를 옆구리에 끼고 조용히 덧붙였다.

“서리께서는 참으로 흥미로운 분이군요.”

잠시 뜸을 들였다.

“업서화라는 이름의 전 주인은… 글씨뿐 아니라 걸음걸이와 체구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고 들었습니다.”

몸이 굳었다.

장덕수는 더 말하지 않았다. 미소 지으며 고개를 약간 숙였다. 기록고 깊숙한 서가 뒤로 느린 걸음으로 물러났다. 발소리가 종이 냄새 속으로 흡수되어 사라졌다.

거기 서 있었다.

소매 안에서 전표의 가장자리가 손바닥을 찔렀다. 창틀의 빛이 한 뼘 더 흘러들어 탁자 위를 비췄다.

그 빛 속에서 최상궁의 전표 한 줄이 읽혔다.

7년 전 그날 밤 해시 2각. 빈 전각.

그날 밤. 그리고 지금. 두 시간이 한 전표 위에서 포개졌다.

전표를 접어 품 안 깊숙이 넣었다. 손이 더는 떨리지 않았다.

기록고 안으로 두 걸음 들어서다가 서화연의 표정을 보고 멈췄다. 왼쪽 관자놀이의 흰머리가 창빛에 드러났다.

서화연의 손이 전표 뭉치 위에 올려졌다.

이현은 탁자 위의 전표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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