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무정차 통과

1화

금정차량기지 검수고 3번 선로. 오후 2시.

사고 열차가 입고된 지 10분. 디젤 냄새와 뜨거운 철분 냄새가 뒤섞인 고내. 형광등 불빛은 바닥까지 닿지 않아, 선로 아래는 어스름한 그늘에 잠겨 있었다. 신우진은 형광 안전조끼 위로 확대경을 걸고 운전실 하부 점검구로 내려갔다. 철제 계단을 밟을 때마다 통 울림이 고내 깊숙이 퍼졌다.

제동 밸브 조립체. 유압 라인 연결부에 유분이 말라붙어 있다. 검은 때 속에서 번들거림이 남아 있었다.

손전등을 비추자 교체 주기 스티커가 보였다. 노란색 위에 흰색, 그 위에 다시 노란색. 세 겹이다. 스티커마다 모서리가 조금씩 밀려 있었고, 접착면 사이로 미세한 먼지가 끼어 경계를 그리고 있었다.

신우진은 스티커 모서리를 확대경으로 들여다봤다. 숨을 멈추고 초점을 맞추자 인쇄된 숫자들의 윤곽이 또렷해졌다. 맨 아래 교체 예정일은 2년 전 3월. 두 번째는 작년 9월. 맨 위는 올해 12월.

“세 번.”

그가 중얼거렸다. 자신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게 깔리는 걸 느꼈다. 고내의 철제 벽이 짧은 메아리를 돌려줬다.

장갑을 벗고 스마트폰을 들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려 첫 촬영은 초점이 흔들렸다. 심호흡 한 번.

다시 찍었다. 그다음 부품 본체의 일련번호를 확인했다. KD-2037-114.

기록과 대조할 번호다. 숫자 하나하나를 입술로 짚어가며 암기했다.

공구함에서 소켓 렌치를 꺼냈다. 손잡이 고무 그립은 오래되어 미끄러웠지만, 손에 익은 무게감이 그를 진정시켰다.

30분 뒤, 조립체를 분리해 검수용 트레이에 올렸다. 볼트를 푸는 동안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턱 끝으로 흘렀다. 밸브 바디 측면에 찍힌 제조 연도는 4년 전. 교체 주기 2년을 두 번 넘겼다. 금속 표면에 새겨진 숫자는 약간 마모되어 있었지만, 빛의 각도를 바꾸자 선명하게 읽혔다.

트레이를 들고 사무실로 향했다. 걸음이 평소보다 빨랐다. 개인 보관함에 현품을 넣고 잠갔다. 자물쇠 걸쇠가 철컥 소리를 내며 물렸다. 그 순간 신우진은 주머니 속 열쇠를 쥔 손에 힘을 줬다.

금정차량기지 검수고 내 사무실. 오후 2시 45분.

신우진은 정비 일지 파일을 책상에 펼쳤다. 낡은 바인더의 철제 클립이 뻑뻑하게 벌어졌다. KD-2037 관련 페이지로 넘기자 교체 기록이 세 줄이다. 종이 테두리가 손때에 절어 회색빛으로 변해 있었다.

첫 번째 연기: 2년 전 3월 15일. 두 번째: 작년 9월 8일. 세 번째: 12월 2일.

손가락으로 날짜를 하나씩 짚어 내려갔다. 간격이 규칙적이다. 정확히 약 6개월, 다시 약 3개월. 기계 마모 주기가 아니라 행정 결재 주기에 가까운 패턴이었다.

결재란을 확인했다.

빨간 도장 세 개. 전부 같은 인감. 검수팀장 고영호.

서명 필체도 동일하고, 잉크 농담까지 같았다. 도장 외곽선을 자세히 보니 첫 번째만 살짝 번졌고, 나머지 두 개는 깔끔한 경계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같은 도장, 다른 날짜, 그러나 찍은 사람의 힘은 매번 달랐다.

신우진은 스마트폰을 들어 결재란을 촬영했다. 손떨림 방지를 위해 팔꿈치를 책상에 단단히 고정했다. 셔터음이 조용한 사무실에 이질적으로 울렸다.

그때였다.

“신우진 씨.”

고영호 팀장이 사무실 입구에 서 있었다. 안전모를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있다. 손등 정맥이 불거져 올라왔고,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사고 보고서 초안 자료 확인입니다.”

“KD-2037?”

“예.”

고영호가 한 걸음 다가왔다. 구두 밑창이 비닐 바닥재에 닿아 짧게 끌렸다. 그 한 걸음에 신우진의 어깨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 부품, 현장 판단 영역입니다.” “교체 주기란 건 기준일 뿐이지. 상태 봐서 더 쓸 수도 있는 거고.”

신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책상 위 정비 일지 바로 위에서 부딪혔다.

“세 번 연기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도장, 같은 날짜 간격입니다.”

고영호의 턱 근육이 굳었다. 귀밑에서부터 턱까지 미세한 경련이 지나갔다. 사무실 공기가 한 겹 무거워졌다.

“내 도장 찍은 게 문제라는 말인가.”

“기록이 그렇습니다.”

고영호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 창밖으로 검수고 기중기 경보음이 멀리서 한 번 울렸다. 그는 안전모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숨을 들이쉬었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이번 건은 단순 운행 장애로 정리합시다.” “보고서에 부품 결함 의견은 빼고.”

“근거가.”

“운전 취급 부주의로 충분히 정리 가능합니다.”

신우진은 정비 일지의 사본을 집어 들었다. 손끝에 종이의 마찰감이 전해졌다. 약간의 습기로 인해 종이가 미세하게 말려 있었다.

“정비 일지는 참고자료라고 하실 셈입니까.”

“절차대로 하라는 거요.” “우리 둘 다 이 일로 불필요한 조사 받고 싶지 않잖아.”

“절차는 기록을 남기는 겁니다.”

고영호의 얼굴에서 마지막 남은 웃음기가 사라졌다. 입가의 희미한 곡선이 완전히 직선으로 변했다. 그는 안전모를 집어 들고 몸을 돌렸다. 턱끈이 책상 모서리에 걸렸다가 툭 떨어졌다.

“알아서 판단해요.”

퇴장하는 발소리가 복도로 멀어졌다. 구두 소리가 긴 벽을 따라 점차 작아지다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후 찾아온 정적이 귀를 울렸다.

신우진은 정비 일지 사본을 서랍에 넣었다. 서랍 레일이 마찰을 일으키며 약간 저항했다. 그 위에 사고 조사 보고서 양식을 펼쳐 놓았다. 펜을 들고 잠시 멈춘 다음, 부품 결함 항목은 비워둔 채 운행 기록란부터 채워 내려갔다. 펜촉이 종이를 긁는 소리만 방 안에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철도공사 본사 감사실. 오후 3시 15분.

이지원은 업무 시스템에서 알림을 확인했다. 화면 오른쪽 하단에 팝업이 뜨고 1초 만에 사라졌다. 무정차 통과 사고. 금정차량기지 관할 구간. 사고 시각은 오전 11시 2분.

보고서를 열었다. 스크롤을 내리며 시간 항목을 찾았다. 초동 결재 시간을 보자 왼쪽 눈썹이 올라갔다. 읽던 문장에서 손을 떼고 의자 등받이에 천천히 상체를 기댔다.

사고 접수: 11시 9분. 구매처 과장 결재: 11시 47분.

“38분…….”

그녀가 입 밖으로 내뱉었다. 현장 조사, 사진 첨부, 일지 검토가 필요한데 38분 만에 결재라니. 종이 한 장 읽고 도장 찍는 속도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 숫자였다.

이지원은 과거 동일 유형 사고 보고서 6건을 화면에 띄웠다. 데이터베이스를 쿼리하는 동안 로딩 아이콘이 세 번 회전했다. 초동 결재까지 평균 4시간 20분. 가장 빨랐던 건도 1시간 50분이었다.

마우스를 놓고 자판에 손을 올렸다. 오른손 검지로 딱딱하게 키를 쳐 내려갔다.

개인 기록 파일을 열었다. 오늘 날짜. 무정차 통과 사고.

구매처 과장 결재 시각 입력. 그 옆에 과거 평균치를 병기했다. 숫자와 숫자 사이의 간격이 화면 위에서 차이의 의미를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이례적 결재 패턴.

저장하지 않고 창을 내렸다. 감사실 내부 규정상, 패턴 기록은 아직 공식 의견이 아니다. 하지만 이지원은 메모장의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 한 줄을 더 쳤다. 키보드 소리가 가벼운 탁음을 냈다.

'결재 속도 이상 — 감사 준비 필요.'

보고서를 다시 열었다. 이번에는 천천히, 문장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읽었다. 구매처 과장 이름은 윤태호. 서명란의 타임스탬프를 한 번 더 확인하고, 그 옆에 붙은 부서 결재 번호를 별도로 적었다. 책상 위 텀블러의 커피가 반쯤 남아 있었지만 이미 식어 있었다.

금정차량기지 검수고 내 사무실. 오후 4시.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무실은 조용했다. 맞은편 자리 동료는 현장 순찰을 나갔고, 복도에서는 가끔 무전기 잡음만 짧게 스피커를 울렸다.

신우진은 개인 보관함에서 문제의 정비 일지 기록물을 다시 꺼냈다. 확대경을 목에 걸고 데스크 램프를 켰다. 할로겐 불빛이 복사본 표면을 노랗게 덮었다. 확대경 렌즈 너머로 종이의 섬유질이 미세하게 드러났다.

잉크 색상을 먼저 봤다.

첫 번째 연기 결재란의 잉크는 약간 퇴색된 검붉은색. 공기 중에 노출되어 산화된 흔적. 두 번째는 선명한 적색.

얼마 전에 찍은 듯한 생생함이 남아 있었다. 세 번째는 첫 번째와 비슷한 톤이지만 미세하게 밝았다. 스탬프 잉크를 보충한 직후였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도장을 다른 시기에 찍은 증거였다.

도장 압력도 확인했다. 확대경을 들어 빛의 각도를 비스듬히 조정했다.

첫 번째 날인은 압흔이 깊다. 종이 뒷면에서 만져질 정도다. 손끝으로 뒷면을 쓸자 미세한 요철이 전해졌다.

두 번째는 중간. 세 번째는 옅었다. 거의 닿을 듯 말 듯한 압력으로 표면에만 잉크가 묻어 있었다.

날인자의 힘 조절이 매번 달랐다는 뜻이다. 손의 자신감이 닳아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급해서 힘을 뺀 것인지.

신우진은 사본을 내려놓고 개인 수첩을 꺼냈다. 낡은 가죽 표지의 모서리가 닳아 안감이 드러나 있었다.

왼쪽 가슴 주머니에서 유성 매직을 뽑아 기록했다. 매직 특유의 알코올 냄새가 잠깐 코를 찔렀다.

'KD-2037 교체 연기 3회.' '결재자: 고영호(3회 모두).' '잉크 농담·압흔 상이 — 시기 다른 날인.' '추정: 최소 2년 전 시작된 의도적 연기.'

볼펜 대신 매직을 쓴 이유는 지우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다. 글씨 위로 다시 한 번 획을 덧그려 더욱 진하게 만들었다.

수첩을 덮으려는 순간,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벨 소리가 적막을 찢으며 두 번 반복됐다.

“금정차량기지 검수고입니다.”

수화기를 들었다. 플라스틱의 차가운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

“신우진 씨?”

상대방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서류를 읽으면서 전화를 건 것처럼 문장 끝이 약간 비틀려 올라갔다.

“본사 구매처 윤태호 과장입니다.”

신우진의 손가락이 수첩 표지 위에서 멈췄다. 엄지손가락이 가죽 표면의 흠집 위에 그대로 고정됐다.

“예.”

“내일 오전, 보고서 가지고 구매처로 오십시오.” “직접 설명 들었으면 합니다.”

한 박자 침묵. 수화기 너머로 사무용품 서랍이 열리고 닫히는 둔탁한 소리가 희미하게 전해졌다.

“몇 시까지.”

“9시면 되겠습니다.”

신우진은 전화기를 귀에 댄 채로 정비 일지 기록을 바라봤다. 결재란의 붉은 도장 세 개가 램프 불빛 아래 반사됐다. 확대경 렌즈에 왜곡되어 붉은 원들이 휘어져 보였다.

수화기 너머로 서류 넘기는 소리. 종이와 종이가 마찰하는 소리. 윤태호가 먼저 끊었다. 통화 종료음이 짧게 울린 뒤 무음.

신우진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수첩을 열었다. 방금 적은 메모 밑에 한 줄을 더 썼다. 유성 매직의 잉크가 번지지 않도록 천천히, 그러나 또박또박 눌러썼다.

'내일 09:00 구매처 면담.'

신우진은 정비 일지 파일을 책상에 펼쳤다.
낡은 바인더의 철제 클립이 뻑뻑하게 벌어졌다.
KD-2037 관련 페이지로 넘기자 교체 기록이 세 줄이다.
종이 테두리가 손때에 절어 회
무정차 통과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