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무정차 통과

7화

검수고 사무실은 비어 있었다. 오전 아홉 시. 야간 근무자는 퇴근했고 주간 근무자는 아직 현장에 있었다.

신우진은 어젯밤 접어둔 대조표를 펼쳤다.

빈 칸이 여섯 개였다. 선임 노트에 적힌 부품 번호와 정비 일지 사이의 누락. TH-1187-A42만이 아니었다. 세 개는 기록 자체가 없었다. 세 개는 페이지가 통째로 빠져 있었다.

페이지 누락. 우연이라고 보기엔 번호가 규칙적이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한쪽의 정비 일지 원본 철제 캐비닛으로 걸어갔다. 열쇠를 꽂아 돌렸다.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의 파일을 꺼냈다.

KD-2037-114. 해당 로트 번호가 속한 구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교체 예정일이 찍힌 페이지가 두 장 연속으로 사라져 있었다.

제본 실밥 사이에 찢긴 흔적.

신우진은 휴대폰을 꺼내 찍었다. 실밥을 당겨 찢긴 단면이 보이게 한 컷. 페이지 번호가 건너뛰는 구간을 위에서 내려다본 한 컷.

사무실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그는 파일을 닫고 캐비닛을 잠갔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대조표의 빈 칸 중 하나에 작게 썼다. '원본 페이지 소실 — 3월, 7월, 11월.'

숫자가 말이 되지 않았다. 3개월마다 한 번씩. 정비 일지가 부분적으로 사라진 주기는 부품 교체 연기 결재가 찍힌 주기와 일치했다.

PC를 켰다. 전산 시스템에 접속해 KD-2037-114의 디지털 정비 이력을 불러왔다. 화면에 출력된 목록을 아래로 내렸다.

스크롤을 멈췄다.

교체 연기 결재 라인. 첫 번째 연기 — 결재일 2년 전 3월 14일. 두 번째 연기 — 작년 9월 8일. 세 번째 연기 — 올해 12월 2일.

눈을 가늘게 떴다.

마우스로 해당 라인을 클릭해 상세 보기를 열었다. 결재자 전자 서명 이미지가 팝업 창에 떴다.

도장 날인 이미지. 세 개 모두 동일 인물. 윤태호.

신우진은 수첩을 꺼내 날짜를 옮겨 적었다. 세 날짜 사이의 간격을 계산했다. 18개월.

15개월. 부품 교체 권장 주기는 18개월이었다. 첫 번째 연기까지는 정확히 주기를 지켰다. 그다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전산 기록을 인쇄했다. 프린터에서 출력물 세 장이 나왔다.

그가 출력물을 집어 들었을 때였다.

도장 이미지의 잉크 농도 차이가 눈에 띄었다. 세 번째 결재 도장의 색이 진했다. 두 번째는 옅었다. 첫 번째는 그 중간이었다.

도장 날인 순서.

신우진은 출력물을 테이블 위에 나란히 펼쳤다. 왼쪽부터 결재일 순서대로 놓았다. 첫 번째 연기. 두 번째 연기. 세 번째 연기.

손가락으로 잉크 농도를 짚었다.

일반적인 결재 도장은 날인 순서대로 잉크가 점점 옅어진다. 인주를 한 번 찍고 여러 장을 연속으로 날인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반대였다.

가운데 도장이 가장 옅고, 마지막 도장이 가장 진했다. 인주를 새로 찍은 흔적. 날인 순서가 시간 순서와 맞지 않았다.

세 번째 연기 결재가 먼저 찍혔다. 그다음 첫 번째. 마지막으로 두 번째.

신우진은 출력물을 뒤집어 뒷면을 빛에 비췄다. 인주가 종이 뒷면까지 번진 정도로도 날인 순서가 확인됐다.

세 번째 도장 — 번짐이 가장 적고 선명했다. 인주가 마르기 전에 겹쳐진 흔적이 없었다. 가장 나중에 찍혔다.

첫 번째 도장 — 인주가 다른 종이에 살짝 묻어나온 흔적이 있었다. 두 번째 도장 위에 겹쳐 찍을 때 전사된 것이었다.

날인 역순.

문서를 조작할 때 날짜를 거꾸로 기입한 흔적이었다. 교체 연기가 일어날 때마다 순차적으로 결재된 게 아니었다. 한 번에 세 장을 올려놓고 날짜만 바꿔가며 도장을 찍었다.

신우진은 세 출력물을 다시 정렬했다. 도장 날인 순서대로. 세 번째 연기 결재가 제일 먼저. 첫 번째 연기 결재가 그다음. 두 번째 연기 결재가 마지막.

그리고 각 도장 옆에 실제 날인되어야 할 순서를 연필로 적었다.

매직을 집어 들었다. 대조표 하단에 새 열을 추가했다. '날인 순서 — 실제 vs 기재.'

| 부품 번호 | 교체 예정 | 실제 교체 | 날인 순서(실제) | 날인 순서(기재) |

| KD-2037-114 | 2년 전 3월 | 미교체 | 2 | 1 | | KD-2037-114 | 작년 9월 | 미교체 | 3 | 2 | | KD-2037-114 | 올해 12월 | 미교체 | 1 | 3 |

오른쪽 검지로 허공에 짧은 획을 그었다. 역순 날인. 세 건. 동일 결재자.

증거로서 충분한지 아닌지는 변호사가 판단할 문제였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다른 사실이었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었다. 의도였다.

오전 10시 30분. 철도공사 본사 7층 감사실.

이지원은 보고서를 들고 감사실장의 책상 앞에 섰다. 결재 패턴 분석 파일과 구매처 과장 결재 로그를 합쳐 열 페이지 분량이었다.

감사실장 민경수는 안경 너머로 첫 장을 훑었다.

“결재 속도가 평균보다 빨랐다. 납품사 회의 일정과 결재 시점이 겹친다. 정리하면 그겁니까.”

“네.”

“그래서요?”

이지원은 보고서의 세 번째 페이지를 짚었다.

“구매처 과장 윤태호가 사고 당일 사고 조사 보고서 초안을 38분 만에 결재했습니다. 부품 점검 소견이 비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평균 검토 시간은 4시간 20분입니다.”

“초안 결재니까 빠를 수 있습니다.”

“부품 사양서가 78쪽입니다. 38분 안에 검토하려면 쪽당 29초.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민경수는 보고서를 덮었다.

“사실관계는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이게 뭘 입증합니까.”

“결재 절차 위반입니다.”

“절차 위반은 맞습니다. 감사로 가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이지원은 잠시 기다렸다.

“부당한 이익, 담합, 또는 예산 유용. 그런 게 보입니까.”

“정황은 있습니다.”

“정황.” 민경수가 고개를 저었다. “정황으로 감사 개시 안 됩니다. 규정 아시죠.”

이지원은 알고 있었다. 감사 개시 요건은 제16조.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법 정황.' 구체적이고 명백할 것.

“물적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결재 속도가 빨랐다는 건 규정 위반이지만 감사 사유로는 약합니다. 그 사람이 반성문 한 장 쓰면 끝납니다.”

“부품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가능성.” 민경수가 손을 들어 올렸다. “가능성은 감사가 아니라 추측입니다. 부품에 결함이 있다는 검수 보고서, 시험 성적서, 그런 게 있어야 감사팀을 꾸릴 수 있어요. 있습니까.”

이지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없으면 보강하세요. 지금 이걸로는 안 됩니다.”

민경수가 보고서를 그녀 쪽으로 밀었다.

“반려합니다. 추가 증거 준비되면 다시 올리세요.”

이지원은 보고서를 집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알겠습니다.”

돌아서서 문으로 걸어갔다.

복도로 나왔다. 문이 닫혔다.

이지원은 벽에 기대어 잠시 숨을 들이쉬었다. 보고서를 팔 아래에 끼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을 켰다. 연락처에서 '신우진'을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 울렸다.

“신우진입니다.”

“이지원입니다. 잠시 통화 가능합니까.”

“말씀하십시오.”

“방금 감사실 보고가 반려됐습니다. 증거 불충분.”

수화기 너머로 짧은 침묵.

“당연한 결과입니다. 구매처 결재 속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부족하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공식 경로를 먼저 거쳐야 했습니다.”

“이제 공식 경로는 닫혔습니까.”

이지원은 복도 유리 너머를 바라봤다. 감사실장실 안에서 민경수가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닫혔습니다. 적어도 지금 가진 증거로는.”

“그쪽에서 필요한 게 뭡니까.”

“부품 자체의 결함 증거. 검수 기록. 시험 성적서. 제가 가지고 있는 건 결재 속도뿐입니다.”

신우진의 목소리가 약간 빨라졌다.

“내일 오후. 제가 넘길 수 있는 게 있습니다.”

“어떤 겁니까.”

“정비 일지 원본에서 페이지 소실 확인. 부품 교체 연장 결재 도장의 날인 순서 역전.”

이지원이 벽에서 등을 뗐다.

“날인 역순을 확인했습니까.”

“잉크 농도, 뒷면 번짐, 전사 흔적까지. 세 가지.”

“그건.”

“실수로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한 번에 도장을 찍고 날짜를 조작한 겁니다. 교체 연기 세 건에 전부 같은 패턴.”

이지원은 보고서를 바라봤다. 방금 반려된 그 종이뭉치.

“사본을 받을 수 있습니까.”

“드리겠습니다. 원본 사진도 같이.”

“언제.”

“내일 오후 2시. 본사 구내식당이나 지하 1층 문서고 앞.”

“문서고 앞이 낫겠습니다. 사람이 덜 다닙니다.”

“그렇습니까. 거기서 뵙겠습니다.”

이지원은 목소리를 낮췄다.

“한 가지만 더. 감사실 내부에 정보가 새는 것 같습니다.”

“근거는.”

“제가 구매처 결재 로그를 조회한 직후, 감사실 내부 계정에서 같은 로그에 중복 접근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정기 감사와 무관한 시점에.”

“누군지 특정은.”

“아직 못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 둘 다.”

“알겠습니다.”

이지원은 유리 너머를 다시 봤다. 민경실장이 여전히 통화 중이었다. 입술 움직임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시선이 이쪽을 향하지는 않았다.

“끊겠습니다.”

“내일 오후 2시.”

이지원이 전화를 끊었다. 복도 끝으로 걸어가던 중, 민경수의 사무실에서 작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그가 수화기를 내려놓고, 이내 다시 들었다. 그리고 번호를 직접 눌렀다. 단축 번호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지원은 걸음을 멈추고 유리 너머로 그 장면을 지켜봤다.

민경수가 통화를 시작했다. 입 모양이 선명하게 읽혔다.

“윤 과장님.”

뒤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 세 번.

이지원은 휴대폰을 손에 쥔 채로 복도 벽 쪽으로 물러섰다. 감사실장의 목소리가 낮게 이어졌다.

“오늘 오후 네 시 감사실에서는 별일 없습니다.”

잠시 멈췄다가.

“검토할 사항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이지원은 숨을 멈췄다.

오늘 오전 보고 반려. 그리고 30분 뒤 구매처 과장에게 거는 전화.

단순한 업무 연락인가.

아니면.

그녀는 손목시계를 봤다. 오전 11시 7분.

벽에 기대어 허리를 곧게 폈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반려된 보고서를 가방 안으로 밀어 넣으며 복도 저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통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충분했다.

무정차 통과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