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차 통과
71화
권오중 감사관이 공문을 접어 봉투에 다시 넣었다.
“감사원 내부에서도 오전 중 긴급 검토 회의가 소집됩니다. 정치적 중립성 시비가 붙었으니까요.”
이지원의 왼손이 요약본 위로 올라갔다. 손가락 끝이 마지막 장의 연대기 표에 닿았다.
“1997년 12월 18일. 윤태호 본부장이 당시 구매처 과장으로 대한정밀과 첫 납품 계약을 체결한 날입니다. 바로 그날, 이철호 주임이 B4 계열 제동밸브의 시험성적서 역전 발행을 문제 삼아 보고서를 상신했습니다.”
권오중의 시선이 연대기 표에 고정됐다.
“계약 당일 보고서.”
“배상호 당시 부품검수과장이 일곱 건의 이의 제기를 전부 반려했습니다. 8일 후 이철호는 전보됐고, 보고서는 물류창고 B동 지하 2층으로 이관됐습니다.”
이지원이 요약본의 다른 페이지를 펼쳤다. 9년 전 박중호 보고서의 로트번호와 2022년 검수 기록의 로트번호를 나란히 표시한 대조표였다.
“2009년 11월, 박중호 검수팀장이 동일 계열 부품에서 동일한 수치 조작을 발견해 QC-2009-0031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보고서 역시 구매처의 반려로 결재되지 못했고, 원본은 개인 금고에 보관됐습니다.”
권오중이 입을 열었다.
“두 보고서가 같은 부품 계열을 다루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같은 부품 계열, 같은 제조사 코드 DH, 같은 금형라인 2A, 같은 결함 수치입니다. 인장 강도 2.1뉴턴 부족, 중량 0.6그램 감소, 패킹 재질 EPDM에서 HNBR로 치환. 20년 동안 조작 방식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지원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서류를 읽는 속도와 같았다.
“이번 특별감사는 개별 정치적 사안이 아닙니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구조적 부패의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감사 범위를 3년으로 축소하는 것은 이 연속성을 의도적으로 절단하는 것과 같습니다.”
권오중이 요약본을 다시 집었다. 세 번째 장을 천천히 넘기며 수치를 훑었다.
“감사관님.”
이지원이 상반신을 약간 앞으로 기울였다.
“20년 전 보고서의 원본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만으로도 이 납품 비리가 단일 계약이나 개인 비리가 아니라, 승인 라인 전체가 관여한 제도화된 관행임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원본 없이도.”
“박중호 보고서 원본은 금고에 있습니다. 9년 전 보고서와 아버지의 계약서, 반려 문서, 전보 공문, 그리고 지난 14년간의 검수 기록이 하나의 체인으로 연결됩니다. 원본은 추가 확보 대상이지, 체인의 존재 조건이 아닙니다.”
권오중이 잠시 침묵했다. 요약본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의원실 공문은 접수됐습니다. 무시할 수 없는 무게예요. 하지만.”
돌아섰다.
“방금 논증하신 구조적 연속성이 사실이라면, 이 감사는 3년 제한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오늘 오후 긴급 검토 회의에서 그 점을 근거로 유보 입장을 권고하겠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됩니까.”
“길어야 48시간입니다. 그 안에 20년 전 보고서의 실물을 확보하거나, 원본이 없어도 체인이 완결된다는 논리를 보강해야 합니다.”
이지원이 요약본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손목시계를 보지도 않았다.
“확보하겠습니다.”
차량기지 검수 사무실.
오전 10시 45분. 신우진은 책상 위에 9년 전 보고서 사본과 2022~2023년 B4 계열 검수 기록 47건을 연도별로 펼쳐 놓고 있었다. 박중호가 맞은편에서 2018~2021년 기록철을 넘기고 있었다.
“여기.”
박중호가 손가락으로 한 줄을 짚었다. 2019년 3월 14일자 입고 기록. 로트번호 DH-19-2A-331.
“패킹 재질 HNBR. 무게 0.6그램 빠짐.”
신우진이 9년 전 보고서 사본에서 같은 항목을 찾았다. “2009년 8월 입고분도 동일. 로트번호 DH-09-2A-773. 패킹 HNBR, 중량 오차 -0.6그램.”
“4년마다 같은 불량이 새 로트번호로 들어온다. 2015, 2019, 2022.”
신우진의 오른손 검지가 허공에 짧은 세로선을 그었다. “2023년 5월 입고분도 동일. DH-23-2A-1421.”
박중호가 2020년 기록을 넘기며 코웃음 쳤다. “20년 전에도 똑같은 짓 했다는 거지.”
신우진이 대답하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메시지였다. 이지원.
‘감사원 내부 긴급 검토 돌입. 범위 축소 48시간 유보. 20년 전 원본 확보 필요.’
신우진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박중호에게 메시지 내용을 전달했다.
“48시간.”
박중호가 기록철을 내려놓았다. “원본은 내 금고에 있다. 9년 전 것만.”
“물류창고 B동 지하 2층, 구역 4-B.”
“거길 어떻게.”
“이관 기록을 확보했다. 문서번호 TH-1997-044. 1998년 2월 14일 김재원 전 감사실장이 직접 이관했다.”
박중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걸 알고도 안 가봤나.”
“어제 오후에 확인하려 했는데, 구매처에서 물류창고 출입을 통제했다. 윤태호 본부장의 지시라고 들었다.”
박중호가 욕을 삼켰다. 턱 근육이 움찔거렸다.
“입고 일정도 변경됐다.”
신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오늘 아침 정보다. KD-2037 다음 입고분이 애초 금요일에서 수요일로 앞당겨졌다. 물류창고에 새 부품이 들어오기 전에 기존 재고를 섞어버리려는 거다.”
“의도적인 증거 희석.”
“그렇다. 입고 전에 현장 샘플을 확보해야 한다.”
신우진이 이미 펼쳐둔 교차 대조표를 한쪽으로 밀고 빈 종이를 꺼냈다. 유성 매직으로 세 줄을 그었다.
“입고 전 창고 보관분, 검수 대기 중인 현장 도착분, 그리고 교체 작업장에 남아 있는 반납 부품. 셋 다 입고 전 상태여야 한다.”
박중호가 일어나 작업 점퍼를 걸쳤다.
“검수고에 지난주 반납분 KD-2037이 있다. 오늘 오후 정기 점검 전에 확보한다.”
“나는 물류창고 쪽을 다시 시도한다.”
“통제 풀렸겠나.”
“안 풀렸겠지. 하지만.”
신우진의 왼손 엄지가 무의식적으로 집게손가락의 유압유 흉터를 문질렀다.
“입고 일정 변경을 구실로 부품 보관 구역 출입을 요청할 수 있다. 긴급 검수 명목으로.”
박중호가 신우진을 잠시 바라봤다. 그 눈이 무언가를 재고 있었다.
“윤태호도 알 거다. 네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신우진이 매직을 주머니에 꽂았다.
“그쪽도 준비하고 있을 거다. 우리가 먼저 손을 써야 한다.”
박중호가 문 쪽으로 걸어가다 멈췄다.
“늦기 전에 금고의 원본도 옮긴다.”
“지금은 열지 마십시오. 물류창고 확인이 먼저입니다.”
“알았다. 검수고 반납분부터 처리한다.”
박중호가 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에 발소리가 멀어졌다.
신우진은 휴대폰을 집어 이지원에게 짧게 메시지를 보냈다.
‘입고 일정 변경 확인. 증거 희석 시도. 물류창고 재진입 시도 예정. 원본 확보 중.’
노조 회의실은 차량기지 본관에서 복도를 하나 건넌 곳이었다.
오후 2시, 형광등 불빛이 길쭉한 탁자 위에 내리꽂혔다. 한경숙이 상석에 앉았다. 팔을 걷어붙인 채였다. 대의원 열한 명이 탁자 양옆으로 자리 잡았다. 김민섭이 왼쪽 끝, 14년 차 조합원 박용규가 오른쪽 두 번째 의자에 앉았다.
한경숙이 수첩을 폈다.
“구본근 의원실에서 감사원 특별감사반에 공문 보냈다. 감사 범위를 3년으로 축소하라는 압박.”
박용규가 손을 들었다.
“의원실이 왜 우리 감사에 개입합니까.”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결과는 명확하다. 범위 축소되면 9년 전 보고서는 감사 대상에서 빠지고, 20년 전 보고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게 된다.”
김민섭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정치권 싸움에 우리가 끼는 건 위험하지 않습니까.”
“이미 끼었어. 저쪽에서 먼저 공문을 보냈다.”
회의실 공기가 무거워졌다. 누군가 커피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박용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노조가 감사원 업무에 의견 내는 건 월권 아닌가요.”
“우리가 증언하는 건 월권이 아니다. 부품 검수하는 현장 노동자의 증언. 그게 감사 증거가 된다.”
“증거는 충분합니까.”
한경숙이 수첩 한 장을 넘겼다.
“작년 4월 7일. 익명 제보 하나가 노조로 들어왔다. '내부고발-부품 시험성적서 조작'이라고 적힌 봉투였다.”
탁자 위로 시선이 집중됐다.
“내용은.”
“B4 계열 제동밸브. 인장 강도 2.1뉴턴 부족, 중량 0.6그램 미달. 패킹 재질이 EPDM에서 HNBR로 치환됐다.”
박용규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걸 작년에 받고도 왜 진작 공유 안 했습니까.”
“제보만으로는 부족했다. 증거를 보강할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다릅니까.”
“신우진 사원이 확보한 교차 대조 데이터가 있다. 박중호 검수팀장의 9년 전 보고서와 현행 부품 결함 패턴이 동일하다. 제조사 코드 DH, 금형라인 2A 전부 일치.”
김민섭이 탁자 위로 상체를 기울였다.
“그러니까 9년 동안 똑같은 불량 부품이 계속 납품됐다는 거죠.”
“9년이 아니다. 20년이다.”
회의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벽시계 초침 소리가 들렸다.
박용규가 커피 잔을 밀어냈다.
“의원실 압박이 있는 마당에, 이게 과연 감사 범위 안으로 들어갑니까.”
“들어가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증언이 필요하다.”
“몇 명이나.”
한경숙이 시계를 보지 않고 시간을 확인했다. 수첩을 덮었다.
“김민섭 씨는 이미 동의서에 서명했다. 오늘 아침에.”
시선이 김민섭에게로 쏠렸다. 김민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수 일지에 내 서명이 있는 게 몇 건인지 세 봤다. 못 본 척할 수가 없더라.”
박용규가 팔짱을 꼈다.
“우리한테 불이익은 없습니까.”
“개별 증언자 신분은 감사원 비공개 열람으로 보호된다. 노조 차원에서 법률 이지원도 붙일 거다.”
“그건 지부장님 말씀이고, 현실은 어떨지.”
한경숙이 팔을 풀었다.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불이익을 못 겪을 거라고 말할 생각 없다. TF는 이미 노조 검수 기록을 열람하겠다고 압박 중이다. 윤태호 본부장 쪽에서는 우리가 증언 모으면 안전 업무 방해로 고소할 수도 있다.”
회의실 공기가 한 번 더 가라앉았다.
“그래도 필요한가.”
한경숙이 수첩을 집었다. 페이지 하나를 찢었다.
“여기 제보 요약본이다. B4 계열 부품 하나가 14년간 검수 통과할 때마다 인장 강도가 2.1뉴턴씩 부족했다. 그 부품이 열차 제동장치에 들어간다.”
종이 한 장을 탁자 중앙으로 밀었다.
“증거를 보강하자. 우리가 할 일은 거기까지다. 정치적 판단은 감사원이 한다.”
박용규가 종이를 집어 들었다. 한참 읽었다. 종이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찬성합니다.”
나머지 대의원들이 하나씩 고개를 끄덕였다. 전원 동의까지 3분이 걸리지 않았다.
한경숙이 일어섰다.
“오늘 중으로 동의서 받아서 감사원에 전달한다.”
구내 카페는 텅 비어 있었다. 형광등 절반이 꺼진 창가 쪽 테이블에 신우진이 먼저 와 앉아 있었고, 식은 커피 두 잔이 놓여 있었다.
이지원이 맞은편 의자를 빼며 앉았다. 어깨에 멘 서류 가방을 옆자리에 내려놓았다.
“감사원 상황은.”
이지원이 공문 사본을 테이블 위에 밀었다. 구본근 의원실 로고.
“감사 범위 3년 축소 압박. 다음 주까지 중간 결과를 내지 못하면 그대로 적용됩니다.”
“권 감사관 반응은.”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의식하고 있어요. 공식 입장은 유보. 하지만 이 요약본을 받았을 때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신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은. 부품 입고 일정이 변경됐다. 원래 다음 달 도착 예정이던 KD-2037 물량이 내일 오전 입고로 앞당겨졌어.”
“입고 즉시 검수 없이 현장 투입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맞다. 검수 기록이 남기 전에 부품을 차량에 박아버리면, 우리가 들고 있는 불량 데이터는 ‘이미 교체된 과거 부품’ 문제가 된다.”
이지원이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정치적 압박과 현장 물리적 증거인멸을 동시에. 윤태호 본부장의 수순이 정확하네요.”
신우진이 가방에서 교차 대조 파일을 꺼내 펼쳤다. 14년간의 부품 검수 기록과 박중호의 9년 전 보고서 사본을 나란히 놓았다.
“박중호 검수팀장 금고 안에 원본이 있다. 9년 전 보고서의 실물. 사진과 수기 서명까지 포함된 원본.”
“그게 감사원에 제출되면, 3년 축소 압박은 근거를 잃습니다. 9년 전부터 동일한 결함이 반복됐다는 물증이니까.”
“그렇다. 하지만 원본을 열어보려면 박중호 검수팀장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법무팀이 금고 개방 절차에 제동을 걸었어.”
이지원이 자신의 문서 목록을 꺼냈다. 아버지 이철호의 반려 의견서 사본과 전보 공문.
“아버지 보고서 원본은 아직 위치를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김재원 전 감사실장이 1998년 물류창고 B동으로 이관한 기록만 확인했어요.”
“물류창고 B동.”
“대한정밀 화재와 같은 구역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지원이 목록의 마지막 줄을 짚었다.
“문서번호 TH-1997-044. 윤태호가 구매처 과장으로 첫 계약을 승인한 날, 아버지가 상신한 보고서입니다. 이 원본을 찾아야 20년의 연결고리가 완성됩니다.”
신우진이 허공에 짧게 검지를 그었다. 가로선 하나.
“그럼 순서다. 내일 오전, 먼저 박중호 검수팀장의 금고를 연다. 9년 전 보고서 원본을 확보하고 감사원에 중간 결과로 제출한다.”
“그 다음.”
“물류창고 B동이다. 문서 이관 기록을 역추적해서 TH-1997-044의 실제 보관 위치를 찾는다.”
이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8시 42분.
“법무팀의 금고 개방 제동을 어떻게 풀 계획입니까.”
“박중호 검수팀장이 직접 요청할 거다. 본인 소유 금고에 대한 본인 열람 권한. 법무팀이 막을 근거는 없다. 시간만 끌 뿐.”
신우진이 식은 커피를 들었다.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20년 전 보고서 원본은 윤태호도 위치를 모를 가능성이 높다. 배상호가 이관 기록을 삭제했으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찾을 수 있습니다.”
신우진이 교차 대조 파일을 접어 가방에 넣었다. 이지원이 공문 사본과 문서 목록을 챙겼다.
“내일 오전 7시. 차량기지 검수 사무실.”
“알겠습니다.”
이지원이 일어났다. 가방을 들고 먼저 카페를 나섰다. 신우진은 잠시 자리에 남아 창밖을 바라봤다. 본사 건물의 조명이 하나둘 꺼지고 있었다.
신우진이 집에 도착한 것은 밤 10시가 넘어서였다. 현관 등을 켜지 않고 신발을 벗었다.
작업복 상의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었다. 책상 위에 노트북을 열고 교차 대조 파일을 다시 불러왔다.
박중호의 9년 전 보고서 사본. 이지원 아버지의 20년 전 반려 의견서. 2015년부터 2023년까지의 검수 기록 47건.
세 자료를 화면에 나란히 띄웠다. 눈으로 수십 번 훑었던 숫자들.
인장 강도 -2.1뉴턴. 패킹 재질 EPDM→HNBR 치환. 중량 -0.6그램.
동일한 결함 수치가 9년 전 보고서와 올해 검수 기록에 똑같이 찍혀 있었다.
신우진이 파일을 닫으려다 멈췄다.
시선이 결재 라인에 꽂혔다.
1997년 이철호 보고서의 반려자: 부품검수과장 배상호.
2009년 박중호 보고서의 반려자: 구매처 과장 윤태호, 부품검수과장 배상호.
2022년 B4 계열 검수 부적합 은폐 건의 결재자: 감사실 배상호.
신우진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세 개의 보고서. 세 개의 다른 시점. 세 개의 다른 문서 체계.
결재 라인은 같았다.
배상호라는 이름이 20년을 관통하고 있었다.
신우진이 오른손 검지로 노트북 화면 위를 천천히 쓸었다. 가로선 하나. 세로선 둘.
수십 년간 부품 비리가 구조화되어 온 증거는, 어쩌면 결재 라인 그 자체일지도 몰랐다.
노트북을 덮지 않은 채, 신우진은 내일 아침 금고 앞에 설 준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