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무정차 통과

85화

오전 10시 정각. 국회 합동 청문회장.

위원장이 목탁을 두드렸다. 방청석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속기사의 손가락이 자판 위에 멈췄다.

“오늘 청문회를 개회합니다. 본 안건은 철도안전법 위반 및 부품 납품 비리 의혹에 관한 것입니다. 먼저 감사원 측 발표를 듣겠습니다.”

김정환이 감사원 석에서 일어났다. 손에 든 파일은 두께 5센티미터. 표지 오른쪽 위에 증거 번호 AU-2024-0087-03이 찍혀 있었다.

“감사원 특별감사관 김정환입니다.”

그가 전면 스크린을 향해 손을 들자, 화면이 켜졌다.

“특별감사 결과를 보고드립니다. 감사 대상은 대한정밀 주식회사가 2015년부터 현재까지 철도공사에 납품한 B4 계열 제동밸브 전 제품군입니다.”

스크린에 표 하나가 올라갔다. 연도별 시험 성적서 발급 일자, 시험일, 인장강도 수치가 줄지어 박혔다.

김정환의 레이저 포인터가 첫 번째 줄을 짚었다.

“2015년 4월. 로트 번호 B4-BV-2015-03. 시험 성적서 인장강도 18.5뉴턴.”

레이저가 옆 칸으로 이동했다.

“감사원이 동일 로트에서 무작위 표본 열두 개를 채취해 공인시험기관에 의뢰한 결과, 평균 인장강도는 16.4뉴턴. 기준치보다 2.1뉴턴 부족입니다.”

방청석 왼쪽에서 누군가 숨을 들이켰다. 신우진은 증인 대기석에서 스크린을 올려다봤다. 표정은 움직이지 않았다.

스크린이 넘어갔다. 2017년. 2019년.

2021년. 2023년. 모든 연도의 시험 성적서 수치가 18.5뉴턴이었고, 실측치는 16.4뉴턴이었다.

패킹 재질도 동일하게 HNBR로 기재되어 있었다. 설계 기준은 EPDM이었다.

“감사원은 대한정밀의 시험 성적서 조작이 최소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이상 지속된 조직적 행위라고 판단합니다. 동일한 수치, 동일한 재질 치환, 시험일 대비 평균 3주 지연 발행. 이 세 가지 패턴이 전 기간에 걸쳐 완벽히 일치합니다.”

김정환이 파일을 한 장 넘겼다. 스크린에 새로운 표가 나타났다. 제목은 ‘검수 기록 대조표’.

“철도공사 검수팀 신우진 주무관이 동일 기간 동안 작성한 검수 일지입니다.”

빨간색과 파란색 숫자가 교차했다.

“2015년 7월 12일, 로트 B4-BV-2015-03. 신우진 측정 인장강도 16.3뉴턴. 같은 날 시험 성적서는 18.5뉴턴.”

레이저가 밑으로 내려갔다.

“2017년 11월 8일, 2020년 3월 22일, 2023년 6월 15일. 모든 측정치가 16.3~16.5뉴턴 범위 안에 있습니다. 성적서와의 오차는 2.0~2.2뉴턴. 측정 기기 교정 증명서는 전부 제출되어 있습니다.”

김정환이 청문위원들을 향해 돌아섰다.

“결론입니다. 신우진 주무관의 검수 기록만이 유일하게 독립 시험 결과와 일치했습니다. 이 검수 기록은 조작된 시험 성적서에 대한 유일한 일관된 반증입니다.”

스크린이 대조표를 확대하며 한 줄 더 밑으로 내려갔다. 2024년 4월. 로트 B4-BV-2287.

성적서 18.5뉴턴. 검수 기록 16.4뉴턴. 독립 시험 16.4뉴턴.

방청석 여기저기서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났다.

위원장이 고개를 들었다.

“감사원 측 발표를 청문회 공식 기록으로 채택합니다. 다음으로 증인 신청을 받겠습니다.”

김정환이 자리에 앉았다. 속기사가 마지막 줄을 받아 적었다.

위원장이 명단을 확인했다.

“첫 번째 증인. 철도공사 검수팀 신우진 주무관, 증인석으로 나와 주십시오.”

신우진이 일어났다. 왼손 집게손가락의 유압유 흉터가 형광등 아래 잠시 드러났다. 그는 손을 내렸다. 증인석까지 열 걸음. 구두 소리가 목재 바닥에 가볍게 울렸다.

증인석에 서자 시야가 한눈에 들어왔다. 정면에 위원석. 왼쪽에 감사원 석. 오른쪽에 피감사인 석. 그 자리에서 윤태호가 신우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윤태호의 왼쪽 턱선. 흉터가 정장 칼라 바로 위로 얇게 드러나 있었다. 표정은 평온했다. 눈은 깜빡이지 않았다.

“증인, 선서를 부탁드립니다.”

신우진이 오른손을 들었다.

“증인은 양심에 따라 사실대로 증언하겠습니다.”

“직업과 소속을 말씀해 주십시오.”

“철도공사 차량정비단 소속입니다. 직책은 검수 주임.”

위원장이 끄덕였다.

“먼저 2024년 4월 3일 발생한 무정차 통과 사고와 관련해 질문하겠습니다. 증인은 사고 전날인 4월 2일, 해당 열차의 부품을 검수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어떤 부품입니까.”

“B4-BV-2287. 대한정밀 납품 제동밸브입니다.”

신우진이 허리 높이까지 손을 올렸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밸브 형상을 손가락으로 표시했다.

“검수 결과는.”

“인장강도 16.4뉴턴. 설계 기준치 18.5뉴턴 대비 2.1뉴턴 부족. 패킹 재질은 EPDM이 아닌 HNBR로 확인됐습니다.”

“기준치 미달을 확인한 뒤 어떤 조치를 했습니까.”

“검수 일지에 기록했습니다. 검수팀장에게 구두 보고했습니다. 구매처에 이의 제기 양식을 제출했습니다.”

위원장이 문서를 한 장 넘겼다.

“구매처의 답변은.”

“반려됐습니다. 시험 성적서 적격 판정을 근거로 부품을 전량 통과시켰습니다.”

위원회 중앙의 한 위원이 끼어들었다.

“시험 성적서는 누가 발급했습니까.”

“대한정밀 자체 시험실입니다.”

“증인의 검수 수치와 성적서 수치를 같은 날 비교한 기록이 있습니까.”

“검수 일지 오른쪽 칸에 시험 성적서 수치를 병기해 두었습니다. 부품 인수 하루 전 발급된 성적서와 제 검수 수치를 대조하는 것이 제 표준 절차였습니다.”

김정환이 감사원 석에서 손을 들어 올렸다. 손에는 검수 일지 사본.

“위원장님, 해당 검수 일지는 감사원에 증거 AU-2024-0087-03-12로 제출되어 있습니다. 2024년 4월 2일자 기록이 맞습니다.”

방청석 반대편. 윤태호가 천천히 펜을 내려놓았다. 수첩 위에는 한 줄만 적혀 있었다. ‘검수 기록 병기 — 표준 절차 아님.’

그가 옆자리 법무팀 수석 변호사에게 몸을 기울였다. 목소리가 닿지 않는 거리에서 입만 움직였다.

“그 병기 절차. 현장 규정에 명시된 적 없습니다.”

변호사가 빠르게 메모를 적었다.

위원장이 다시 신우진을 향했다.

“4월 3일 사고 당일. 무정차 통과가 발생한 시점은 언제입니까.”

“오후 2시 14분. 열차 번호 KTX-217. 통과한 역은 천안아산역입니다.”

“증인은 사고 직후 무엇을 했습니까.”

“출동했습니다. 사고 열차의 제동 시스템을 현장에서 점검했습니다.”

“어떤 부품을 확인했습니까.”

“제가 전날 검수했던 것과 동일한 로트, B4-BV-2287.”

신우진이 손을 내렸다.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검수 당시 측정했던 것과 같은 위치에서 피로 균열이 확인됐습니다. 인장강도 부족이 제동압 편차를 유발했고, 그 편차가 열차의 정차 위치를 12미터 이탈시킨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청문회장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속기사의 자판 소리만 연속으로 이어졌다.

위원이 한 명 더 손을 들었다.

“사고 조사 보고서에는 이 부품 결함이 기록되어 있습니까.”

“아니요.”

“왜 기록되지 않았습니까.”

신우진이 방청석을 바라보지 않고 정면을 응시했다.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사고 원인이 ‘운전 취급 부주의’로 변경됐습니다. 부품 결함 관련 기술은 모두 삭제 처리됐습니다.”

“누가 변경을 지시했습니까.”

신우진이 이마의 힘줄을 살짝 움직였다. 그걸로 끝이었다.

“당시 구매처에서 변경을 요청했고, 검수팀장이 승인했습니다.”

위원장이 서류를 내려놓았다. 방청석에서 숨소리 몇 개가 겹쳤다.

윤태호는 펜을 다시 집어 들었다. 손가락 끝이 흰색으로 변할 만큼 쥐었지만,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가 수첩에 두 번째 줄을 썼다. ‘신 — 사고 후 현장 점검 기록. 물리적 증거 보유 불확실.’

변호사가 옆에서 속삭였다.

“다음 증인은 이지원입니다. 문서 원본 위주로 공격하겠습니다.”

윤태호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시선은 여전히 증인석을 향해 있었다.

한 차례 숨이 가라앉고, 다시 지루한 공기가 회의장을 채운 지 십 분 남짓. 귀를 간질이던 변호사의 속삭임이 채 마르기도 전에, 맞은편 자리에서 의자가 밀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튕겨 나왔다.

위원장이 고개를 들었다.

“청문회 측, 추가 질문 있으십니까.”

이지원이 손을 들려는 순간, 반대편에서 먼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위원장님, 피감사인 측에서 잠시 발언권을 요청합니다.”

윤태호 옆자리의 법무팀 변호사가 일어섰다. 검은 정장에 은색 타이핀. 탁자 위에는 방어 전략 문서가 펼쳐져 있었다. 왼쪽 페이지 상단에 형광펜으로 세 줄이 그어져 있었다.

위원장이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인정합니다. 다만 증인의 증언 이후로 한정하십시오.”

변호사가 증인석을 향해 반 걸음 다가섰다. 손에는 검수 기록지 사본 한 묶음.

“신우진 증인께 확인하겠습니다. 증인은 7년 전 무정차 통과 사고 당시 해당 차량을 검수한 담당자입니까.”

신우진이 마이크를 당겼다.

“맞습니다.”

“당시 사고 차량의 부품 결함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도 증인 본인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변호사가 기록지 한 장을 위원장석으로 들어 보였다.

“증인의 오늘 증언은 부품 검수 기록에 기반한 기술적 판단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증인은 이미 7년 전, 같은 계열 부품에서 동일한 결함을 발견하고도 상부에 보고하는 데 그쳤습니다. 결함을 막지 못한 당사자입니다.”

속기사의 자판 소리가 빨라졌다.

“당시 증인이 상부에 보고한 후, 그 보고는 기각되었고 사고는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그 사고로 동료가 의원 면직되는 결과까지 초래되었지요.”

변호사가 한 걸음 더 가까이 왔다.

“이후 증인은 7년간 이 특정 부품 계열, 특정 납품사의 검수 기록만을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보관해 왔습니다. 오늘 증언은 기술적 판단이 아니라, 7년 전 상처에 기인한 표적 감사의 결과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변호사가 신우진의 왼손을 시선으로 가리켰다.

“증인의 왼손 검지에 남은 흉터. 유압유로 인한 화학 화상 자국이지요. 그 흉터를 입은 날이 바로 7년 전 사고 당일입니다.”

방청석에서 누군가 숨을 들이켰다.

“증인의 검수 기록 수집과 보존 행위가, 객관적 감사 절차가 아니라 개인적 유감에서 비롯된 선별적 증거 확보였음을 부인할 수 있습니까.”

최명식이 방청석 앞줄에서 주먹을 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얘졌다.

이지원이 메모지에 펜을 댔다가 멈췄다.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닫혔다.

신우진은 변호사의 시선을 그대로 받았다. 표정이 움직이지 않았다. 숨을 한 번 고르고 마이크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증거는 상처로 말하지 않습니다.”

목소리가 차분했다.

“7년 전 기록. 9년 전 보고서. 오늘 검수 데이터. 세 문서는 서로 다른 시점에서 서로 다른 결재자를 거쳤습니다.”

그가 탁자 위의 파일을 펼쳤다. 세 장을 나란히 배열했다.

“1997년 12월 18일자 시험 성적서. 인장강도 16.4뉴턴. 기준치 18.5뉴턴 대비 2.1뉴턴 부족. 패킹 재질 HNBR.”

손가락이 두 번째 문서로 옮겨갔다.

“2009년 QC-2009-0031 보고서. 동일 부품 계열. 동일 인장강도 16.4뉴턴. 동일 패킹 재질.”

세 번째 문서.

“올해 4월 검수 기록. 부품 번호 B4-BV-2287. 인장강도 16.4뉴턴. HNBR 패킹.”

신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세 문서의 작성자는 각각 다릅니다. 1997년은 이철호 검수관. 2009년은 박중호 검수관. 올해는 저입니다.”

그가 세 장을 가지런히 모아 위원장 쪽으로 민었다.

“다른 사람. 다른 시기. 다른 결재 라인. 같은 측정치. 개인적 유감으로 세 사람의 계측기를 7년 간격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까.”

변호사의 입술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증인은 측정치의 일관성을 데이터 연속성이라고 주장하지만—”

“데이터 연속성 아닙니다.”

신우진이 말을 끊었다. 위원장이 눈썹을 올렸다.

“부품 연속성입니다.”

탁자 위에 네 번째 서류를 꺼냈다. 부품 로트 추적표.

“1997년 부품 번호 DH-98-2A-521. 제조사 코드 DH. 금형 라인 2A.”

그가 두 번째 줄을 짚었다.

“2009년 부품. 제조사 DH. 금형 라인 2A. 로트 번호 형식만 변경.”

세 번째 줄.

“올해 부품. B4-BV-2287. 제조사 DH. 금형 라인 2A.”

신우진이 서류에서 손을 떼었다.

“같은 제조사. 같은 금형. 같은 결함. 20년 동안 부품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매번 로트 번호뿐입니다.”

속기사가 잠시 멈췄다 다시 자판을 두드렸다.

“이 부품의 시험 성적서 서른두 건을 전수 대조했습니다. 199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전부 인장강도 16.4뉴턴. 시험일 대비 발행일 평균 3주 지연. 발행일이 시험일보다 앞선 역전 사례 여섯 건.”

그가 파일을 한 장 더 넘겼다.

“국립시험소 교정 성적서와 납품사 제출 성적서를 교차 검증했습니다. 측정 설비는 동일 규격. 실제 측정치는 매번 불일치. 납품사 성적서만 허용 기준을 통과했습니다.”

위원장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증인. 그 교차 검증 데이터를 증거로 제출했습니까.”

“오늘 아침 감사실을 통해 제출 완료했습니다. 증거 번호 AU-2024-0087-03.”

위원장이 옆의 속기사를 돌아봤다. 속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자 기록에 등록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신우진이 세 장의 문서를 다시 한 번 정렬했다. 손끝이 흉터 위를 스쳤다.

“문서는 기억합니다.”

그가 손을 내렸다.

“사람이 잊어도. 결재자가 바뀌어도. 보관 기한이 지나도. 세 번 사라질 뻔했고 세 번 남았습니다. 이 부품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기록은 20년 동안 말하고 있었습니다.”

위원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를 한 장씩 넘기며 숫자를 확인했다.

“피감사인 측. 추가 의견 있습니까.”

변호사가 입을 열려다 윤태호 쪽을 돌아봤다.

윤태호는 손가락 하나를 살짝 들어 올렸다. 변호사가 입을 다물었다.

“이의 있습니다.”

일어난 것은 윤태호 본인이었다.

“증인의 교차 검증 방식 자체는 정밀합니다. 다만 세 문서를 연결하는 고리가 전부 증인의 해석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가 손끝으로 파일을 가리켰다.

“여기 1997년 문서는 공식 감사 경로를 거치지 않은 개인 소장 문서입니다. 2009년 보고서는 당시 정식 채택되지 못한 초안이고요. 세 문서가 같은 부품을 가리킨다는 증명은 물리적 로트 추적으로서는 완결되었을지 모르나, 법적 증거 연속성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위원장이 손을 들었다.

“그것은 다음 증인 심문에서 다룰 사안입니다. 현재 증인에 대한 이의는 기각합니다.”

윤태호가 자리로 돌아갔다. 표정은 정확히 통제되어 있었으나, 입술 끝에 미세한 선이 그어졌다. 미소라기보다 예정된 결과를 확인한 사람의 절제된 호흡에 가까웠다.

그가 앉으며 옆자리의 변호사에게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 건넸다.

“진본성으로 넘어갑니다.”

변호사가 방어 전략 문서의 두 번째 탭을 펼쳤다. 페이지 상단에 ‘문서 증거 능력 공격 논점’이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위원장이 목차를 넘겼다.

“1차 증인 신우진 증언을 종료합니다. 증인께서는 방청석으로 이동하셔도 좋습니다. 다음 증인—이지원 감사관.”

이지원이 손에 든 증거 파일을 가슴 높이로 올려 들었다. 가죽 표지 왼쪽 아래에 ‘AU-2024-0087’이 흰색 라벨로 붙어 있었다.

윤태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감사실 석의 이지원에게 닿았다. 오른손 검지가 넥타이의 매듭을 한 번 쓸었다.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

이지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20년 전 성적서 원본이 든 투명 파일을 손목의 메탈 시계와 정확히 직각으로 정렬하며 가슴 앞에 고정했다.

청문회장의 형광등이 증인석으로 향하는 통로를 길게 비추고 있었다. 속기사의 자판이 멈춘 적막 속에서 이지원의 낮은 굽 소리만 바닥을 짚었다.

무정차 통과8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