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는 사랑을 싣고
10화
다음 날 아침 9시. 회의실 유리문을 열자 백실장이 이미 창가 쪽에 앉아 있었다.
탁자 위에는 태블릿 한 대와 종이 한 장. 인쇄된 메일처럼 보이는 서류였다.
차민혁이 내 뒤에서 들어왔다. 나보다 반 발짝 늦게 걸음을 멈췄다. 시선은 탁자 위 서류에 고정됐다. 나는 그의 옆얼굴을 보지 않았다.
백실장이 턱으로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요.”
우리가 자리를 잡자 백실장은 서류를 밀었다. 메가 프로젝트 '리버스 컬처'의 최종 PT 일정표였다. 기한은 열흘 뒤로 찍혀 있었다.
“경영진 결정이야. 두 팀 합쳐. 공동 PT로 간다.”
차민혁의 숨소리가 아주 작게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
“근거가 뭡니까.”
“근거는 내가 어젯밤에 받은 메일이고, 협업 거부 권한은 양쪽 다 없어. 묻는다고 바뀌는 건 없고.”
내 손이 탁자 아래로 내려가 무릎 위에서 주먹을 쥐었다. 열흘. 그를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기한이었다. 나는 허벅지에 손바닥을 폈다 닫았다 한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데이터 분석은 제가 맡죠.”
차민혁이 내 쪽으로 고개를 약간 돌렸다. 시선이 내 관자놀이께에 닿았다. 그는 곧바로 백실장을 향했다.
“전략 구성 초안은 제가 쓰겠습니다.”
“뭐, 그쯤이야 서로 알아서 하겠지.”
백실장은 태블릿을 집어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유 폴더는 오늘 중으로 만들게. 이상.”
회의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를 접어 챙겼다. 차민혁이 내 손을 보았다. 손목 보호대를 낀 오른손이었다.
한순간 그 눈빛이 앞선 사건 아레나 3의 형광등 아래 같았다.
“윤가람 씨.”
짧았다.
“데이터 출처는 전부 문서화하겠습니다.”
차민혁은 그 말에 잠시 침묵하더니,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답했다.
“……그렇게 하시죠.”
먼저 회의실을 나섰다.
오전 열한 시 무렵이었다.
오픈플로어에는 키보드 소리와 전화벨이 섞여 있었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 노트북을 열고 공유 폴더를 확인했다. 차민혁이 올린 초안 파일이 보였다. 강수아가 내 옆에서 커피 두 잔을 내려놓았다.
“언니, 내가 1차 데이터 정리할까?”
“그래. 작년 3분기까지만 먼저.”
강수아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던 순간, 복도 쪽에서 오지혁이 걸어왔다. 한 손에는 태블릿, 다른 손에는 A4 사이즈 사무용 봉투였다.
그가 차민혁 팀 쪽 책상을 지나칠 때였다. 탁자 위에 쌓여 있던 탁상 캘린더 두 권을 집어 들었다. 하나는 플라스틱 링 제본에 연두색 표지, 다른 하나는 검정색 단색 표지였다.
강수아의 몸이 순간 멈췄다.
오지혁이 캘린더를 봉투 안에 넣으려다 고개를 들었다.
“이거, 네가 챙겨 놓은 거지?”
건조했다. 평소와 똑같은 톤이었다.
“아…… 그, 그게.”
강수아의 목소리가 반음 정도 올라갔다.
“저번에, 데스크 리서치 자료랑 같이. 회의실에 가져가려고. 응. 미리 좀.”
오지혁의 손이 봉투 입구에서 멈췄다.
“리서치 자료에 캘린더 두 부가 필요해?”
입술을 한 번 물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캘린더를 서랍에 도로 밀어 넣었다. 강수아를 보지 않았다. 강수아의 귀끝이 붉어졌다.
“잠깐 화장실.”
돌아서서 빠르게 걸어갔다.
나는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그 오지혁의 손동작이 머릿속에 남았다. 캘린더 두 부를 동시에 집으면서 표지의 색깔을 확인하는 손끝. 필요한 물건을 정확히 아는 사람만이 하는 움직임이었다.
강수아의 거짓말은 그걸 더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오지혁이 자기 자리에 앉았다. 평소처럼 마우스를 잡고 모니터를 올려다봤다. 오른손 검지가 태블릿 화면을 쓸어내리는 속도는 평소보다 반 박자 느렸다.
화면 보호기가 깜빡이고, 사무실은 다시 키보드 소리로 채워졌다.
작은 파문이었다.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열흘이 더 무거웠다.
회의실로 들어서기 직전, 나는 윤가람의 눈으로 복도를 훑었다. 강수아는 아직 화장실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오지혁은 내 반 발짝 뒤에서 평소 걸음보다 느리게 따라붙고 있었다. 회의실 앞에 서니 유리 너머로 차민혁이 프로젝터 화면을 조정하는 실루엣이 보였다.
회의실 유리문을 열자 차민혁이 이미 프로젝터 앞에 서 있었다. 노트북 화면이 흰 벽면에 투사되어 있었고, 오전에 공유한 초안의 두 번째 슬라이드가 떠 있었다.
“시작하지.”
내가 자리에 앉자 그가 슬라이드를 넘겼다. 퍼스트파티 데이터 전환 로드맵. 내가 밤새 정리한 그 그래프였다.
“전환율 추정치가 보수적이군.”
“의도한 거예요.”
“근거는.”
“3분기 데이터가 아직 검증되지 않아서죠. 최태호 대표가 신뢰도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했으니까.”
차민혁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걸로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그가 다음 슬라이드로 넘겼다. 컨셉 문구가 뜨자 그의 손가락이 멈췄다.
“이 문구.”
프로젝터 빛이 그의 얼굴을 반쯤 가르고 있었다.
“‘당신의 내일이 오늘을 견디는 이유입니다’…… 이건.”
내 손이 노트북 위에서 멈췄다. 저 문구는 이번 PT에 넣은 적이 없었다. 이건 6년 전, 내가 입사 첫해 사내 인트라넷에 올렸다가 2주 만에 내린 카피였다.
“어떻게 아시죠.”
목소리가 생각보다 낮았다.
“그 카피는 내부 공모용이었어요. 외부에 유출된 적 없고, 지금 사내 서버에도 없을 텐데.”
차민혁의 손이 프로젝터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평소보다 느린 동작이었다.
“기억하고 있었다.”
“뭘.”
“당신이 쓴 그 문장을.”
그가 노트북 쪽으로 몸을 돌렸다. 화면을 클릭하는 소리가 났다. 슬라이드 창이 최소화되고, 그 아래에 파일 탐색기가 열려 있었다. 폴더명이 선명했다.
‘yoonearlycareer’
나는 그 글자를 또렷이 읽었다. 그 아래로 날짜별로 정리된 서브 폴더가 줄줄이 떠 있었다. 2015입사공모. 2016Q2제안서. 2017뉴스레터_기고문.
숨이 한 박자 늦게 들어왔다.
“이게…… 뭡니까.”
차민혁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폴더 창을 닫으려고 트랙패드를 짚었지만 손가락이 살짝 빗나갔다. 마우스 포인터가 폴더 안의 파일 하나를 더블클릭했다.
스캔본이 열렸다. 6년 전 내가 손으로 프린트해서 붉은 펜으로 수정했던 그 원고였다. 상단에 내 이름. 그 옆에 차민혁의 필체로 작게 적힌 메모.
‘빠르게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정확히 내 첫 카피 원문이었다.
의자에서 일어났다. 무릎이 책상 모서리에 닿았는지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아프다는 감각은 한참 뒤에야 왔다.
“왜…… 이런 걸 모아둔 거예요.”
내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반말이 섞여 나왔다.
차민혁이 천천히 노트북 덮개를 내렸다. 프로젝터 화면이 파랗게 변했다. 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져 있었다. 입술을 한 번 다물었다 열었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한 걸음 물러섰다.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차민혁이 손을 올렸다. 무언가 하려는 듯했지만 허공에서 멈췄다.
나는 회의실 문을 열었다. 복도로 나오자 형광등 빛이 유난히 밝았다. 문 뒤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가 그대로 서 있을 거라는 걸 알았다.
손끝이 차가웠다. 걸음을 옮겼다. 복도 저 끝 화장실 방향으로 발이 향했지만, 정말로 가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그냥 어디든, 잠시 멈춰 서 있을 곳이 필요했다.
뒤에서 회의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휴게실 자판기 앞에서 멈춰 섰다. 커피 버튼을 누르려다 손을 내렸다.
이미 식은 머그잔이 책상 위에 있을 텐데. 그 생각에 혼자 쓴웃음이 났다.
오후 네 시의 휴게실은 텅 비어 있었다. 창밖으로 흐린 하늘이 사무실 형광등을 더 납작하게 눌렀다. 나는 구석 소파에 앉아 손목 보호대를 풀었다가 다시 감았다.
차민혁의 태블릿 화면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렸다.
‘yoonearlycareer’.
내 첫 카피, 첫 리포트, 첫 기획안까지. 6년치의 기록. 그걸 모아서, 정리해서, 폴더까지 만들어 보관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왜.
왜 그런 걸 모아 둔 거지.
경쟁자를 분석하기에는 지나치게 오래됐고, 개인적 관심이라고 하기엔 설명이 안 됐다.
유리문 너머로 발소리가 들렸다. 강수아였다.
“여기 계셨네요.”
평소보다 한 톤 낮은 목소리였다. 내 옆에 조용히 앉았다.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꺼냈다.
“회의실에서 무슨 일 있었죠.”
“……그걸 어떻게.”
“차민혁 팀장님 표정이 평소랑 달라서요. 그리고 언니도.”
강수아가 내 손목 보호대를 가리켰다. 나는 모르게 세 번이나 풀었다 감은 상태였다.
한숨이 새어나왔다.
“차민혁이, 나에 대한 기록을 모아 두고 있었어.”
“……네?”
“내가 입사하고 쓴 첫 카피부터, 초기 기획안들까지. 폴더에 따로.”
강수아의 눈이 커졌다. 입을 열었다 닫았다.
“그게, 그, 진짜예요? 팀장님이?”
“실수로 열린 태블릿에서 직접 봤다.”
목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의도는 모르겠어. 분석인지, 경쟁 자료인지. 그런데 6년 동안 모았다는 게……”
말끝이 흐려졌다. 강수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거랑, 언니가 예전에 말한 공모전 건이랑…… 연결되는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2019년. 내가 그의 실수를 알면서도 침묵했던 그해.”
강수아의 숨소리가 살짝 멎었다.
“지금 와서 보니까…… 내가 침묵한 그 사람이, 나에겐 이런 기록을 남기고 있었어. 이해가 안 돼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나는 손끝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근데 더 웃긴 건.”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그 폴더가…… 내 실력을 진심으로 봤다는 증거 같아서. 그게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강수아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언니 첫 카피. ‘빠르게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기억하고 있구나.”
“당연하죠. 그거 보고 제가 에이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한걸요.”
강수아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졌다.
“그 카피가 언니 실력의 시작이었잖아요. 팀장님이 그걸 6년이나 보관했다는 건.”
잠시 뜸을 들였다.
“증명할 기회라는 뜻 아닐까요.”
나는 고개를 들었다.
“기회.”
“네. 이번 PT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걸 전부 보여줄 기회.”
강수아는 평소처럼 빠르게 말하지 않았다. 한 마디 한 마디 사이에 공백이 길었다.
“연인 관계가 아니라 경쟁자로서. 서로의 실력을 존중하는 걸 먼저 회복하는 거예요.”
나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천장을 올려다봤다.
“네 말이 맞다.”
손목 보호대를 다시 단단히 조였다.
“이번 PT로 전부 쏟아붓겠다.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도,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는 마음도. 전부.”
강수아가 작게 웃었다.
“그 표정이면, 제가 할 일은 명확하네요. 퇴근은 물 건너갔다——”
“참.”
일어서며 어깨를 툭 쳤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유리문을 열었다. 복도 건너 회의실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차민혁은 아직 그 안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내 자리로 곧장 걸어갔다.
시계가 밤 열 시를 가리킬 무렵. 사무실 전체가 조용했다.
회의실 안, 오지혁이 노트북 화면을 팀장 쪽으로 돌렸다.
“트리니티 측 데이터를 교차한 결과, 지난 분기와 이번 분기 전략 일관성 지표가 예상보다 낮습니다.”
차민혁은 화면을 훑어보다 말했다.
“원인은.”
“현지화 과정에서 지역별 마진 구조가 달라서 생긴 편차입니다. 아태 전체로 통합하려면 최소 두 개 시나리오를——”
“그걸로 간다.”
오지혁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차민혁은 팔짱을 낀 채 화이트보드에 붙은 메모지를 바라봤다.
그런데 시선이 허공에서 멈췄다.
오늘 오후. 태블릿이 열리던 순간.
윤가람의 표정이 떠올랐다. 놀람도 아니고 분노도 아닌, 뭔가 더 깊은 곳이 금 간 얼굴.
오지혁이 그 침묵을 깼다.
“팀장님.”
“……들었다.”
“윤가람 대리 건입니까.”
차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지혁이 어깨를 한 번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저도 그쪽 팀하고 붙을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결국 남는 건 공정함뿐이더라고요.”
“……공정함.”
“네. 다른 건 다 감정이나 변수에 휘둘리니까.”
차민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이 살짝 벌어졌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오지혁이 건조한 톤으로 덧붙였다.
“지금도 그걸로 가는 거죠.”
“……그래. 공정하게.”
차민혁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오지혁은 잠시 그 옆얼굴을 바라보다 이내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시각, 내 자리에서는 모니터 두 개가 동시에 떠 있었다.
왼쪽엔 차민혁 팀이 공유 폴더에 올린 전략 초안 데이터. 오른쪽엔 내가 아까부터 교차 분석 중인 노트.
강수아가 옆자리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차민혁 팀 초안은 역시 로컬라이제이션보다 통합 시나리오에 무게를 뒀다——”
“그래서 내 쪽은 반대로 간다. 지역 데이터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전략.”
“그럼 컨셉 문구는?”
나는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차민혁이 6년 전 내 첫 카피에 남겼다는 붉은 메모. ‘이 문장, 방향성이 같다.’
그 문장이 떠올랐다.
“보이는 데이터만이 살아남는다.”
“……좋은데요? 근데 뭔가, 더.”
강수아가 마커를 쥐고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데이터가 투명해야 브랜드가 투명해진다. 이거잖아요. 그런데 ‘살아남는다’로 끝내기보다——”
“당신의 내일을 위한 약속.”
강수아가 돌아봤다.
“어.”
“리버스 컬처. 역발상이라는 뜻이고, 트리니티가 요구한 전략 일관성의 반대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도 있고.”
내 목소리는 더 빨라졌다. 손가락으로 태블릿을 두드리며.
“동시에, ‘약속’이라는 단어로 마무리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데이터 신뢰도가——”
“PT 하나로 증명된다.”
강수아가 마커를 내려놓으며 웃었다.
“언니, 이거 진짜다.”
나는 바로 파일을 열었다. 제목을 수정했다.
‘제일뷰티리브랜딩최종PT_v1’ → ‘리버스 컬처: 당신의 내일을 위한 약속’.
슬라이드를 한 장씩 넘기며 데이터 출처 검증과 예상 전환율 시뮬레이션을 덧붙였다. 마지막 슬라이드에 컨셉 문구가 들어갔다.
저장.
전사 공유 폴더 업로드.
진행 막대가 차오르는 동안 강수아가 내 책상 모서리에 기대어 섰다.
“이제 좀 정리되셨어요?”
“……아직. 하지만 일단 이걸로 끝.”
나는 노트북을 덮었다. 강수아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중얼거렸다.
“퇴근 준비나 해야겠다. 오늘 진짜 오래 있었다——”
“고마워.”
뒤돌아서며 말했다.
“네가 옆에 있어서, 오늘 버틴 거야.”
강수아는 대답 대신 손을 살짝 흔들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회의실 문이 열리고 차민혁이 나왔다. 넥타이 핀을 풀어 손에 쥔 채, 자기 자리로 걸어가다 노트북 화면을 열었다.
습관처럼 공유 폴더를 클릭했다.
윤가람 팀 폴더에 새 파일 하나.
파일명을 읽는 순간 손가락이 멈췄다.
‘리버스 컬처: 당신의 내일을 위한 약속’.
차민혁은 숨을 내쉬는 것도 잊은 채 화면을 응시했다.
‘빠르게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6년 전 그 문장과, 지금 이 제목이 마주보고 있었다.
그는 폴더 안의 슬라이드 요약을 빠르게 훑어 내려갔다. 지역별 데이터 투명성, 전환율 시뮬레이션, 반대 논거를 통한 역발상 구조. 마지막 페이지.
조용히 노트북을 덮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