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찰의 비밀, 일곱 개의 밤
11화
내금위 관청의 집무실은 촛불 세 개로도 구석을 다 밝히지 못했다.
이겸이 탁자 위에 두 장의 종이를 나란히 놓았다. 왼쪽은 대비전 불경에서 나온 쪽지, 오른쪽은 십 년 전 아버지 사건의 증거 서찰 사본이었다.
“보시오.”
윤소하는 탁자 앞에 서서 두 문서를 번갈아 보았다. 붓끝이 종이를 떠나는 방향, 삐침의 각도, 획을 접는 지점이 똑같았다.
“왼손잡이의 필체로군요.”
“동일인입니다.”
이겸이 쪽지의 ‘密’ 자와 사본의 ‘密’ 자를 나란히 짚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긋는 가로획의 기울기가 완전히 일치했다.
“이걸 쓴 자가 누군지 아직 모르나, 대비전에서 이 쪽지를 불경에 끼워 넣은 자는 이미 포착했습니다.”
윤소하의 시선이 쪽지의 본문으로 옮겨갔다. ‘중전의 아들을 찾으라’는 구절 아래, ‘그 아이는 아직 궁 안에 있다’는 문장이 이어져 있었다.
그녀의 손끝이 탁자 모서리를 짚었다.
“종사관 나리.”
“말씀하시오.”
“이 쪽지에 적힌 아이가…… 그날 밤 자선당 후원에 있었다는 갓난아이와 동일한 인물입니까.”
이겸이 잠시 그녀를 보았다. 대답 대신 아버지 사건 문서 한쪽을 밀어 놓았다.
“십 년 전 나의 부친 이현우를 역모로 몰았던 서찰, 이것과 불경 쪽지의 필체가 같다는 건 대비전의 대리 제작자가 두 사건 모두에 개입했다는 뜻이오.”
“그럼 이 쪽지는 대비 마마의 지시로 쓰인 것이 확실하군요.”
“필체 증거만으로 영장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겸이 붓을 들어 문서 하단에 서명을 적었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였다. 인감을 찍고 일어서며 그가 말했다.
“지금부터 대비전 압수수색이 개시됩니다.”
촛불이 일렁이며 윤소하의 얼굴을 스쳤다. 그녀는 쪽지의 마지막 줄을 다시 보았다. ‘아이의 이름은 본래 정해져 있었다.’ 침방 기록부의 ‘밀자이’와 ‘빛나, 밀실 이관’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손가락이 멎었다.
자신의 이름이 본래 윤소하가 아니라는 서찰의 첫 줄. 이 쪽지의 아이. 모든 실타래가 한 지점으로 수렴되고 있었다.
그러나 입술은 열리지 않았다.
“영장을 받아오겠소.”
이겸이 문서를 들고 문을 향했다. 윤소하가 그 뒷모습에 낮게 물었다.
“대비전의 대리 제작자는 언제 체포하실 계획이십니까.”
“영장 집행과 동시에.”
문 밖 복도에서 새벽을 알리는 파발꾼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새벽녘까지 영장을 손에 쥐고 말을 달려 대비전 별당 앞뜰에 당도했을 때, 동녘 하늘은 아직 먹빛이었다.
동이 트기 전 대비전 별당 불당 앞뜰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회랑 기둥 너머로 내금위 부하 셋이 횃불도 없이 대기했다. 이겸은 품 안의 압수수색 영장을 한 번 더 짚었다. 어젯밤 관청에서 받은 두루마리에는 내명부 사건 전담 종사관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필체 감정 결과와 차령 최상궁의 진술서 사본이 영장 발부 근거로 첨부된 문서였다.
불당 안에서 움직임이 멎었다. 날리상궁이 불경 보관대 앞에서 몸을 돌렸다. 손에 든 촛불이 흔들려 벽면의 탱화가 일렁였다.
이겸이 문지방을 넘으며 영장을 내밀었다.
“내금위 종사관 이겸이옵니다.”
날리상궁의 얼굴이 굳었다. 입술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이 시각에 종사관 나리가 무슨 일로…….”
“대비전 별당 불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었사옵니다. 최상궁께서 은닉하신 중전마마의 서찰과, 불경 속에 보관된 대비전 측근의 지령 쪽지를 확보하라는 명이 내렸습니다.”
이겸의 목소리는 낮고 고르게 가라앉아 있었다. 영장을 펼쳐 두 줄로 요약했다.
“십 년 전 이현우 장군의 역모 사건 증거 서찰과 이번 가짜 서찰의 필체가 동일 인물의 왼손잡이 붓글씨임이 감정으로 입증되었사옵니다. 현재 대비전 지밀 최상궁이 그 제작자로 지목된 상태입니다.”
날리상궁의 촛불 든 손이 떨렸다. 그녀는 말없이 불경 보관대 쪽을 돌아보았다.
“상궁님.”
이겸이 반 걸음 다가섰다.
“이제 상궁님의 침묵은 중전마마를 죽이는 겁니다.”
뜰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날리상궁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한참 만에 촛불을 보관대 옆에 내려놓고, 손을 들어 불경함 한가운데의 《묘법연화경》 제삼권을 집어 들었다.
표지와 속지 사이에서 얇은 한지가 빠져나왔다.
“이것이 대비전 지밀 최상궁이 내게 보낸 지령입니다.”
날리상궁의 목소리는 속삭임에 가까웠다. 이겸이 종이를 받아 들었다. 왼손잡이 특유의 역방향 획이 촛불 아래 선명히 드러났다.
가짜 서찰과 동일한 필체였다. 내용은 짧았다. ‘중전의 서찰을 내일 밤까지 불경함에 넣으라. 넣지 않으면 가락지의 사연을 대비 마마께 아뢸 것이다.’
이겸이 쪽지를 접어 품에 넣었다.
“서찰은 어디 있사옵니까.”
날리상궁이 소매 깊숙이 손을 넣었다. 삼합청명사로 만든 진짜 서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잠시 종이를 만지작거리다 이겸에게 건넸다. 손끝이 서로 닿지 않게 조심하는 움직임이었다.
“이걸 내금위에 넘기는 것으로…… 제 진술도 받아주시겠사옵니까.”
이겸이 서찰을 받아 영장과 나란히 쥐었다.
“증거 제공에 협조하신 점은 형량에서 참작되오나, 은닉과 대비전 공모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습니다.”
“알고 있사옵니다.”
날리상궁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가는 붉었지만 시선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이 늙은 최상궁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옵니다.”
이겸은 서찰을 펼치지 않았다. 윤소하에게서 들은 대로, 봉투 바깥쪽 한문 약호의 획 굵기와 기울기가 침방 기록부 속 중전의 필체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만 확인했다. 그는 서찰을 조심스레 품 안에 넣고 영장을 말아 허리춤에 꽂았다. 내금위 부하들에게 손짓으로 불당 출입문 봉쇄를 지시했다.
“불경함의 모든 쪽지를 확보하고, 지밀 최상궁의 처소로 인원을 보내라. 체포할 때 신체 접촉은 최소화하라. 저항이 없으면 수갑도 채우지 않는다.”
날리상궁이 물러서며 불당 기둥에 등을 기댔다. 촛불이 한 번 깜빡이고 다시 타올랐다. 동터 오는 빛이 불당 창호지 너머로 푸르스름하게 번져들고 있었다.
그 빛 속에서 《묘법연화경》 제삼권의 책장 사이로, 아직 꺼내지 못한 또 한 장의 쪽지가 살짝 모서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새벽녘 횃불이 물러간 자리에 아침 햇살이 스며들었다. 불당 안 향로에서는 재가 되어버린 진언의 흔적이 마지막 연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대비 마마 민씨가 불당 문을 열고 들어섰다. 수행하는 이는 대비전의 측근 하나뿐이었다. 푸른색 도포를 입은 사내로, 오른손에 불경을 받쳐 들고 왼손은 소매 안에 감추었다.
이겸이 불단 옆에서 한 걸음 나섰다. 윤소하는 그의 뒤편에서 대비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냐.”
대비의 목소리는 낮고 고요했다. 분노라기보다, 뜻밖의 광경에 대한 가벼운 의문처럼 들렸다.
“내금위 종사관 이겸이옵니다.”
이겸이 허리를 숙였다. 윤소하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 대신 손을 들어 대비의 측근을 가리켰다.
“저 자가 바로 가짜 서찰의 필체를 만든 자입니다.”
대비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측근은 얼굴빛을 바꾸지 않고 불경을 품에 안았다.
“무엄하구나. 감히 대비전의 신하를……”
“왼손을 보이십시오.”
윤소하의 목소리는 조용했으나 불당의 공기를 반으로 갈랐다. 대비의 말을 자른 나인을 향해 측근이 반 박자 늦게 고개를 돌렸다.
“네까짓 것이……”
“왼손을 보이십시오.”
두 번째 말은 더 낮고 더 느렸다. 측근의 손이 불경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소녀는 한문을 읽을 줄 압니다.”
윤소하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진짜 서찰이 아니라, 다른 종이였다. 소혜가 남긴 조각, 침방 기록부에서 찾아낸 약호, 그리고 지난밤 이겸이 건넨 필체 대조 사본이 겹쳐져 단단히 접혀 있었다.
“이 모든 서찰을 비교했사옵니다. 붓끝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찍혀 내려간 흔적, 획의 기울기, 획을 마무리하며 살짝 비틀리는 습관까지. 모두 동일한 한 사람의 필체였사옵니다.”
대비의 입술이 열렸다.
“그것이 무슨 증거란 말이냐.”
“소녀가 직접 읽어드리겠습니다.”
윤소하는 접힌 종이를 펼쳤다. 그 종이 위에는 가짜 서찰의 한 구절이 반듯하게 옮겨 적혀 있었다. 이겸의 손이 운검에서 떨어졌다. 그는 물러서지도, 윤소하를 막지도 않았다. 다만 시선을 대비의 측근에게 고정한 채였다.
윤소하가 입을 열었다. 한문이 흘러나왔다. 음절 하나하나가 불경만큼 정확했고, 그 울림은 향연보다 무거웠다.
“……이상이 중전께서 친히 쓰셨다고 전해진 서찰의 일부입니다.”
종이를 접으며 윤소하가 덧붙였다.
“그러나 이 필체는 중전 마마의 것이 아니옵니다.”
대비의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녀는 측근을 한 번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손에 쥔 염주를 한 알 굴렸다.
“가엾구나. 네가 글을 읽는 재주를 숨기고 살아온 세월이 얼마나 고단했겠느냐.”
“소녀의 세월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옵니다.”
윤소하가 다시 한 걸음 다가섰다. 거리는 석 자도 채 남지 않았다.
“소녀는 지금, 대비 마마께서 이 자를 시켜 중전을 함정에 빠뜨린 증거를 보이고 있사옵니다.”
측근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왼손 소매가 살짝 떨렸으나 여전히 손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대비는 염주를 멈추고 윤소하를 내려다보았다.
“네가 나를 무고하는구나. 그 대가를 알면서도 그러는 것이냐.”
“이미 알고 있사옵니다. 대비 마마께서 소녀를 죽이려 하셨던 것도, 이 모든 거짓 서찰이 소녀의 손에 처음 심어진 이유도.”
대비가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에는 온기가 없었다.
“그렇다면 네가 아는 것을 전부 말해보려무나.”
이 순간, 윤소하는 소매 안에서 체크리스트를 꺼냈다. 일곱 개의 단계가 적힌 낡은 종이. 여섯 개의 이름은 이미 선이 그어져 있었다. 마지막 칸에는 '대비 마마 민씨'라는 글씨와 함께, 작게 '서대감 박씨'라고 덧붙여져 있었다.
서대감 박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윤소하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마지막 줄을 가리켰다.
“저 자가 가짜 서찰을 쓴 자이며, 이를 사주한 분은 바로……”
윤소하의 손끝이 체크리스트의 마지막 이름 위에 닿았다. 종이에 금이 갈 듯 세게 눌렀다.
“대비 마마, 당신이십니다.”
대비의 얼굴에서 미소가 걷혔다. 염주 한 알이 손가락 사이에서 멈추었다. 윤소하는 그 순간 체크리스트의 마지막 줄을 그었다. 한 번의 획으로, 종이가 찢어질 듯한 굵기의 선으로.
서대감이 물러서려 했다. 이겸이 한 걸음에 그의 앞을 막고 서서 왼쪽 소매를 붙잡았다. 소매 안에서 가느다란 붓과 작은 먹통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붓끝에 아직 마르지 않은 먹물이 대리석 바닥에 점 하나를 남겼다.
“네 이놈이 감히!”
서대감이 오른손으로 이겸의 손목을 뿌리치려 했으나, 이겸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왼쪽 손목을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
“왼손. 획을 그을 때마다 붓대를 비트는 버릇까지 십 년 전과 똑같소.”
서대감의 다리가 풀렸다. 이겸이 그를 바닥에 무릎 꿇리며 허리춤에서 포승을 꺼냈다.
대비가 돌아섰다. 손에 쥔 염주가 바닥에 떨어져 구슬이 흩어졌다. 한 알, 두 알, 불단 아래로 굴러갔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이 모든 것은 저자가……”
“마마.”
윤소하의 목소리가 대비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반말이었다. 마지막 한 마디만이, 체크리스트의 마지막 글자가 사라지는 순간과 정확히 겹쳐 떨어졌다.
“더는 숨길 불경도, 보낼 쪽지도 남지 않았소.”
대비의 등이 굳었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어깨가 한 번 들썩였을 뿐이었다.
불당 밖에서 발소리가 일제히 울렸다. 내금위 병사들이 문 앞에 도열하는 소리. 갑옷의 철판이 부딪히는 경쾌한 금속음이 아침 공기를 갈랐다.
이겸이 포승을 조이며 외쳤다.
“내금위, 대비전 압수수색을 개시한다!”
문이 열리고 병사들이 불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서대감을 일으켜 세우고 붓과 먹통을 증거물로 포장했다. 불단 아래 굴러간 염주 구슬도 하나하나 수거되었다.
대비는 불당 한가운데 서 있었다. 아침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으나, 그림자는 더 짙게 드리워졌다. 병사 한 명이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마마. 저희는 다만 전교를 받들어……”
“알고 있느니라.”
대비의 목소리는 처음 불당에 들어왔을 때와 똑같았다. 고요하고, 담담했다. 다만 그 고요함이 더는 위엄이 아니었다.
이겸이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대비전 내 모든 서찰과 기록을 분류하고, 왼손잡이 필체가 담긴 문서 일체를 별도 봉인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불경 보관소로 향하는 병사들의 발걸음이 복도에 메아리쳤다.
날리상궁 한씨가 불당 앞뜰에 서 있었다. 그녀는 병사들이 서대감을 끌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포박된 서대감의 얼굴을 올려다보지도 않았다. 손에 쥔 호박 가락지는 어느새 빠져 있었다.
윤소하는 체크리스트를 접어 허리띠 안쪽에 밀어 넣었다. 종이의 온기가 살갗에 닿았다. 이겸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서대감의 집무실에서 가짜 서찰의 초본 여러 장과 십 년 전 아버님 사건의 문서 초안을 함께 발견했소.”
윤소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은 아직 불당 안에 남아 있는 대비에게 가 있었다.
“이제 모든 증거가 갖춰졌소이다.”
“그렇소.”
이겸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중전궁에 복권의 교지가 내려질 것이오. 지금쯤이면 대비의 유폐를 논하는 상소가 올라갔을 터.”
병사 한 명이 불당 안에서 나와 이겸에게 보고했다. 불경 사이에서 찾아낸 쪽지들이 모두 왼손잡이 필체임을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이겸이 직접 그 쪽지를 받아 품 안에 넣었다. 윤소하의 진짜 서찰과, 대비의 지령 쪽지, 그리고 필체 대조 증거 문서가 그의 품 안에 함께 쌓였다.
대비전 앞 마당으로 나왔을 때, 해는 이미 중천에 가까웠다. 압수된 문서 상자가 수레에 실려 내금위 청사로 옮겨지고, 서대감은 별도의 포승에 묶여 관청으로 이송되는 중이었다.
이겸이 윤소하의 팔꿈치를 가볍게 잡았다. 걸음을 멈추게 하는 힘이 아니라, 다만 방향을 알리는 손길이었다.
“내일 중전마마께서 직접 자선당에서 너를 부르셨다.”
윤소하의 시선이 이겸의 얼굴로 옮겨갔다.
“네 출생에 대해 말씀해 주실 것이다.”
윤소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허리춤 쪽으로 향했다가 멈추었다. 체크리스트가 들어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손을 내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비전 앞 마당에 내금위 병사들이 마지막 증거 상자를 옮기고 있었다. 봄볕이 먼지 낀 상자 위로 쏟아져 내렸다. 이겸이 손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