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찰의 비밀, 일곱 개의 밤
2화
다용도실 안으로 침방 나인들이 한 줄로 섰다. 여섯 명. 초롱불 아래 얼굴들은 하나같이 창백했다. 이겸이 탁자 앞에 서서 손짓하자, 입회 진행관이 소혜의 유품을 하나씩 펼쳤다.
바늘겨루, 실꾸리 몇 개, 반쯤 꿰매다 만 저고리 한 벌. 그리고 찢긴 종이 한 조각.
찢긴 자국이 거칠었다. 중전의 서찰 봉투만 사용하는 연한 자줏빛이었다. 먹글씨 두 획이 찢긴 면에 걸쳐 남아 있었다. ‘ㅇ’과 ‘丨’을 닮은 획의 일부.
이겸이 그 조각을 집어 올렸다.
“이 물건을 본 적 있는 나인은 손을 들어라.”
아무도 손을 들지 못했다. 한 나인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윤소하는 찢긴 면을 응시했다. 종이 가장자리를 따라 미세한 구멍이 일정한 간격으로 뚫려 있었다. 바늘땀 자국.
누군가 이 봉투를 헐겁게 꿰매 붙였다가 찢어낸 흔적이다. 땀 간격은 손톱 두께보다 좁았다. 회귀 전, 윤소하는 이 땀 간격을 본 적이 있었다. 침방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본 적 없습니까.”
탁자 위에 종이를 내려놓으며 이겸이 나인들을 한 명씩 훑었다. 시선이 윤소하에게 닿았다.
“윤 나인. 가까이 오십시오.”
조용히 발을 내디뎠다. 이겸이 찢긴 종이를 윤소하 쪽으로 조금 밀었다.
“이 종이에 대해 아는 바가 있습니까.”
“중전 마마의 서찰 봉투입니다. 침방에서 다루는 비단의 종류와 염색법을 고려하면, 소혜가 직접 만졌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근거는.”
“소혜는 지난 닷새 동안 비단 염색 작업에만 배정되어 있었습니다. 서찰 봉투는 침선방에서 완성된 후 봉함실로 넘어갑니다. 침방 나인이 작업 중 접촉할 일은 없습니다.”
이겸이 잠시 윤소하를 바라보았다. 침방 내부 공정을 이렇게 정확히 꿰고 있는 나인은 드물었다. 옆에 선 나인 하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다른 하나는 윤소하의 옆모습을 힐끗 쳐다봤다.
“그럼 이 종이가 왜 소혜의 유품 속에 있었을까요.”
“그 점은 저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윤소하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종이에 닿지는 않았다.
“찢긴 면을 보십시오. 바늘땀이 일정합니다. 침선을 다루는 사람의 솜씨입니다.”
이겸이 종이를 다시 집어 초롱불 가까이 들어 올렸다. 찢긴 가장자리를 비춰보자 구멍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땀 한 올 한 올이 정교했다.
“침방 나인은 아닙니까.”
“아닙니다.”
목소리가 아주 조금 빨라졌다. 시선은 여전히 종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회귀 전 마지막 밤, 어둠 속에서 손끝으로 더듬었던 바늘땀과 똑같았다. 내명부 내에서 이렇게 촘촘히 박는 솜씨를 가진 사람은 한 명뿐이다.
“왜 아닙니까.”
윤소하는 잠시 침묵했다.
“침방 나인의 바늘땀은 의복의 겉감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 땀 간격은 종이에 특화된 솜씨입니다. 서찰 봉함을 전문으로 다루는——”
말을 끊었다. 입회 진행관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겸의 눈빛이 좁아졌다.
“계속하십시오.”
“봉함실 나인의 솜씨로 보입니다. 봉함실에서는 서찰의 봉투를 별도로 보수하는 일이 있으니까요.”
이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각을 조심스럽게 천 위에 올려놓았다. 이내 부하에게 손짓했다.
“증거물로 접수한다.”
부하가 작은 목함을 가져와 그 안에 넣었다. 나인들 사이로 가느다란 탄식이 새어 나왔다. 누군가 치마를 움켜쥔 손이 보였다.
윤소하는 물러서지 않았다. 바늘땀의 주인은 이미 떠올렸다. 복수 체크리스트의 첫 번째 이름. 지금은 입 밖에 낼 수 없지만, 좁혀졌다.
이겸이 탁자 앞에서 물러서며 말했다.
“윤소하 나인. 툇마루로 나가 계십시오.”
머리를 숙이고 다용도실 문을 향해 걸었다. 등 뒤에서 이겸이 부하에게 낮게 지시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머지 나인들은 날리상궁의 감독 아래 대기했다.
툇마루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초롱불이 흔들려 윤소하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이겸이 문을 닫고 나왔다. 손에는 침방 근무 일지 한 권. 그가 기둥 옆에 서서 일지를 폈다.
“소혜 나인 사망 당일, 당신은 저녁 식사 후부터 취침 시간까지 합숙처에 없었습니다. 동료들은 당신이 세탁실에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세탁실 담당 나인은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윤소하가 그를 마주 보았다.
“맞습니다. 저녁 후 잠시 처소를 비웠습니다.”
“어디에.”
“후원 산책로입니다. 혼자였고, 증인은 없습니다.”
이겸이 일지를 접었다. 손가락이 일지 등뼈를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당신은 사건 현장에서 시신을 가장 먼저 뒤집었습니다. 소혜의 옷감에 손톱자국이 있다는 사실도 진작 알고 있었고요. 그리고 지금, 자신의 동선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변명하지 않습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변명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대로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오른손 검지가 치맛자락을 살짝 비볐다.
“종사관께서는 제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보십니까.”
이겸이 반 박자 늦게 고개를 갸웃했다.
“숨기고 있다기보다, 당신은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차이를 지금 묻고 있습니다.”
대답하지 않았다. 툇마루 너머로 합숙처 쪽 등불이 하나 꺼졌다.
이겸이 일지를 허리띠에 꽂으며 덧붙였다.
“오늘 밤부터 당신에게 감시 인원을 붙이겠습니다. 공식 수사가 끝날 때까지 모든 동선은 내금위에 보고됩니다.”
눈이 미세하게 빛났다. 두려움이 아니라, 계산이 담긴 빛. 자신에게 쏠린 의심은 칼끝이 양날인 법. 진짜 범인은 이제 그 칼끝을 의식할 것이다. 그 불안이 실수를 만들 것이다.
“알겠습니다.”
허리를 굽혔다. 목소리는 지나치게 담담했다. 이겸이 거리를 좁혔다.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왜 당신은 두렵지 않습니까.”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초롱불 아래 눈동자는 호박빛을 띠며 고요했다.
“두려울 이유를 아직 찾지 못해서입니다. 종사관.”
이겸이 그 눈빛을 한동안 응시했다. 말없이 등을 돌린 그가 부하를 불렀다.
“윤소하 나인의 동선을 기록하라. 교대 인원은 한 시진 후에 배치한다.”
툇마루 위에 윤소하 혼자 남았다. 바람이 옷깃을 스쳤다. 손끝으로 허리띠 안쪽 종잇조각을 한 번 누르고는, 어둠 속으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침방 후원 다용도실 바깥 회랑에서 날리상궁의 느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종사관.”
이겸이 바느질함을 든 채 걸음을 멈췄다. 날리상궁이 차령 상궁을 대동하고 문지방을 넘어섰다. 초롱불이 얼굴 옆면을 비추자, 눈가의 얕은 주름이 마치 무늬처럼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이미 한 차례 심문을 마치셨으니, 이제 내명부의 절차를 따라야 할 시간이옵니다.”
“절차라 하심은.”
“내명부 소속 나인의 진술은 당사자가 배석한 자리에서 기록되어야 합니다. 내금위가 임의로——”
“상궁.”
목소리가 바닥을 깔았다. 상대를 자르는 듯한 어조는 아니었으나, 그 낮은 톤에 날리상궁의 입술이 살짝 굳어졌다.
“이곳에 변사체가 있습니다. 누군가 소혜 나인의 목을 졸랐고, 그 자는 아직 이 침방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 누군가가 내명부 소속이라는 증거는 아직——”
“증거는 지금부터 찾는 것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날리상궁의 손가락이 당의 옷자락을 한 번 쓸었다. 차령 상궁은 그 뒤에서 고개를 숙인 채, 손톱으로 옆구리를 긁는 버릇을 억누르고 있었다.
“종사관께서 내명부의 질서를 흐트러뜨리지 않겠다고 약조하셨습니다. 그 약조, 아직 유효한 것으로 듣겠습니다.”
“물론입니다. 다만 약조는 상호적인 것. 상궁께서도 수사에 협력하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호박 금가락지가 초롱불에 반짝였다. 날리상궁이 입을 열려는 순간, 차령 상궁이 급히 걸음을 뗐다. 치맛자락이 바닥에 끌릴 정도로 동작이 빨랐다.
“저, 저어…….”
이겸과 날리상궁의 시선이 동시에 꽂혔다. 차령 상궁은 입술을 축이다가, 다시 손을 소매 안으로 감추었다.
“소혜…… 소혜 나인이 그날 오후 대비전 근처를 배회하는 걸 보았다는…… 그런 말을 들은 것 같사온데…….”
날리상궁의 눈매가 미세하게 당겨졌다. 차령 상궁은 고개를 더 숙였다.
“아니, 확실한 것은 아니옵고…… 청소하던 하급 나인 하나가 그런 소리를 해서…….”
“언제 들으셨습니까.”
이겸이 물었다. 차령 상궁의 손끝이 소매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사, 사건이 터지기 전 오시 무렵…… 그때는 별일 아닌 줄 알고 넘겼사온데, 지금 생각해보니…….”
“왜 바로 보고하지 않으셨습니까.”
날리상궁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차가워졌다. 부드러움은 그대로였으나 문장이 짧았다.
“송구하옵니다…… 그저 나인의 잡담이라 여겨…….”
말끝이 사라졌다. 등줄기로 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
윤소하는 이 광경을 다용도실 안쪽 구석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등 뒤로 선반에 기댄 채 숨을 얕게 쉬었다. 허리띠 안쪽에 숨긴 종잇조각이 살갗에 닿아 있었다.
대비전.
심장이 한 번 느리게 뛰었다. 회귀 전 기억 속에서 대비전은 언제나 그림자로만 존재했다. 직접 등장한 적은 없었고, 모든 지시는 중간자를 통해 흘러들어왔다.
그런데 소혜가 대비전 근처에 있었다.
이겸이 바느질함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대비전 부근에서 보았다는 그 목격담, 내일 중으로 진술서를 작성해주십시오.”
“그, 그건…….”
차령 상궁이 날리상궁의 눈치를 살폈다. 날리상궁은 표정을 움직이지 않았다.
“내명부의 일은 내명부 안에서 다스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비전과의 연관성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것은 오히려——”
“오히려 무엇입니까. 사건의 실마리가 대비전에 닿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걸 확인하지 않는 것이 내명부의 권위를 지키는 일이옵니까.”
날리상궁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리는 버릇도 멈춘 채 그저 이겸을 응시했다.
그때 윤소하가 발을 옮겼다. 움직임이 너무 조용해서 이겸이 잠시 늦게 알아챘다.
“종사관. 소혜의 바느질 도구함, 아직 증거물로 분류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리하겠습니다. 침방 나인의 유품은 동료가 수습하는 것이 규례옵니다.”
이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엄지가 검지 마디를 한 번 톡 쳤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방 안에서만. 내가 지켜보겠습니다.”
예를 표한 윤소하가 다용도실 구석으로 걸어가자, 날리상궁의 시선이 등을 따라붙었다.
소혜의 도구함은 선반 아래쪽에 있었다. 칠이 벗겨진 나무 상자의 손잡이 부분이 반질반질했다. 무릎을 꿇고 앉아 뚜껑을 열었다.
실꾸리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소혜는 정리정돈에 무심한 편이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누군가 이미 손을 댄 것이다.
실꾸리를 하나씩 집어내며 안쪽을 살폈다. 등 뒤에서 이겸의 시선이 느껴졌다. 호흡을 가다듬고 손끝이 떨리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움직였다.
세 번째 실꾸리를 집었을 때, 바닥에 깔린 무명천 밑으로 종잇조각의 귀퉁이가 삐져나와 있었다.
찾았다.
직감이었다. 이 종이의 재질은 조금 전 바느질함에서 꺼내 허리띠에 숨긴 조각과 같았다. 중전의 서찰에 쓰인, 얇고 결이 고운 닥나무 종이.
왼손으로 실꾸리를 옮기는 척하면서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종잇조각을 끼워 소매 안으로 밀어넣었다. 동작은 물 흐르듯 이어졌다. 이겸은 다용도실 입구 쪽에 팔짱을 끼고 기대서 있었다. 눈은 윤소하에게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의 위치에서는 손이 소매 안으로 들어간 순간을 정확히 보지 못했다.
“다 정리했습니다.”
일어서며 말했다. 목소리는 고요했다.
“남은 유품 중에 증거로 삼으실 물건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이겸이 팔짱을 풀었다. 눈이 윤소하의 얼굴을 잠시 머물다가 도구함 쪽으로 내려갔다.
“진짜 목적은 그게 아닐 텐데.”
손끝이 치맛자락을 살짝 비볐다. 대답하지 않았다.
“됐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겸이 바느질함을 다시 집어들고 날리상궁에게 몸을 돌렸다.
“내일 아침, 편전 곁 행각에 내금위 임시 수사 본부를 설치하겠습니다. 차령 상궁의 진술서도 그곳에서 받도록 하지요.”
날리상궁은 미소를 지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명심하겠습니다.”
이겸이 다용도실을 나서자 차령 상궁도 황급히 뒤따랐다. 날리상궁은 잠시 윤소하를 내려다보았다. 시선이 소매 근처에 닿았다가 이내 밖으로 향했다.
“내일 일찍 합숙처를 정리하거라. 상궁의 지시 없이 침방 밖으로 나서지 말고.”
“예, 상궁 마마.”
고개를 숙였다. 날리상궁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다용도실에 혼자 남은 윤소하는 숨을 들이쉬었다. 손을 소매 안으로 넣어 종잇조각을 꺼냈다. 촛불이 깜빡이며 그림자를 흔들었다.
종이의 빛깔은 아까 허리띠에 숨긴 조각보다 약간 누르스름했다. 먹글씨 한 획이 뚜렷하게 보였다. 획의 시작 부분이 굵고 마지막이 날카롭게 빠져 있었다. 글자를 완전히 알 수는 없었으나 획의 방향으로 보아 아래쪽으로 내려긋는 필획이 분명했다.
종잇조각을 손바닥에 감췄다.
소혜는 대비전 근처를 배회했다. 그리고 이 조각을 도구함에 숨겼다.
회귀 전에는 이 도구함을 그냥 지나쳤다. 아무 의미 없는 유품이라 여겨 누군가가 수습하게 내버려뒀다.
그것 때문에 틀렸다.
소매 안주머니 깊숙이 조각을 밀어넣었다. 손끝으로 천의 올을 확인하며 빠져나오지 않도록 접어 넣었다. 이제 두 개의 조각이 손에 들어왔다. 바느질함 속의 것과 도구함 속의 것. 하나의 글자만으로는 부족하지만, 두 조각이 모이면 필획의 방향과 간격으로 어떤 글자인지 추정할 수 있었다.
협력자는 침방 안에 있다. 소혜는 그걸 알았다.
눈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깜박였다. 체크리스트 첫 단계의 목표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소혜 나인의 자살 조작에 가담한 자.
이름 대신, 먼저 증거.
다용도실의 촛불을 입김으로 껐다. 적막이 방 안을 채웠다. 조용히 문을 열고 합숙처로 향했다.
좁은 침방 안, 홑이불을 끌어당겨 촛불을 켜고 종잇조각 두 개를 이불 위에 나란히 놓았다. 하나는 ‘ㅇ’을 닮은 둥근 획의 일부, 다른 하나는 아래로 길게 내려긋는 획. 손가락이 조각들 사이를 천천히 짚으며 빈 공간을 메웠다. 첫 번째 조각의 둥근 부분이 위에, 두 번째 조각의 긴 획이 아래에. 옆으로 빠지는 단 획이 있었다면——
밀(密).
심장이 한 번 크게 울렸다. 중전의 서찰에 쓰인 은어의 첫 글자가 분명했다. 손바닥에 침을 묻혀 촛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종잇조각 두 개를 바느질함 밑바닥 겹헝겊 사이로 밀어넣었다. 손가락이 천의 결을 따라 마지막으로 조각의 위치를 확인했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한 글자를 얻었다. 다섯 글자가 더 필요하다.
그 시각, 편전 곁 행각의 임시 수사 본부. 이겸이 내금위 등기록을 펼쳐놓고 윤소하의 나인 기록부를 다시 살피고 있었다. 입궐 연도, 배정 부서, 신체 특징이 적힌 첫 장을 넘기자 이전 이력이 기재되어야 할 두 번째 장이 깨끗하게 공란으로 남아 있었다.
손가락이 종이 위에 멈췄다. 엄지로 검지 마디를 한 번 톡 쳤다. 불빛이 기록부의 빈 칸을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