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탑의 실패한 천재는 정령의 말을 듣는다
7화
촛불이 반쯤 줄어든 탁자 위에서 수정구가 식어가고 있었다. 루안은 침상에 걸터앉아 붕대 감긴 왼팔을 무릎에 올렸다.
「그 여자, 네 정령이 어디서 왔냐고 물었지.」
미르의 목소리가 머리맡에서 들렸다. 루안은 고개를 들었다. 반투명한 빛이 공기 중에 떠올라 희미하게 소녀의 윤곽을 그리고 있었다.
「대답 안 했잖아.」 “……그래.” 「멍청하긴. 그걸 왜 안 해.」
루안은 잠시 미르를 바라봤다. 눈동자 없는 푸른 빛이 깜빡였다.
“네가 무서워하길래.” 「……내가 언제.」
루안은 왼쪽 가슴의 낙인 위로 손을 올렸다. 천 조각 아래서 미열이 맴돌았다. 수정구가 다시 깜빡일 기미는 없었다.
“내일 밤, 거길 가면 시벨라가 뭘 말할 것 같아.” 「몰라. 근데 좋은 말은 아닐 거야.」
미르의 머리카락이 감정에 따라 옅은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불안할 때 나오는 색이었다.
「……있잖아, 루안.」 “응.” 「그날 계약식에서. 나는.」
말이 끊겼다. 빛 입자가 미르의 주변에서 평소보다 빠르게 흩날렸다. 루안은 숨을 멈췄다.
「나는…… 도망친 게 아니야.」
침묵. 촛농이 탁자 위로 떨어졌다.
「일부러, 멀리서 지켜본 거야. 계약을 안 한 게 아니라, 안 한 척한 거라고.」 “……왜.” 「그건…… 아직 말 못 해.」
미르의 형체가 한 번 흔들렸다. 루안은 무릎 위에서 손가락을 폈다 쥐었다. 손끝이 차가웠다. 머릿속이 백지처럼 비워졌다가 천천히 문장이 채워졌다.
1년 전.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계약식의 밤. 모두가 자신을 실패자라 불렀고, 미르는 단 한 마디도 해명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네가 말할 수 있을 때가 되면 말해.” 「……화 안 나.」
루안은 고개를 저었다. 화보다는 묘한 안도감이 먼저 밀려왔다.
“화낼 이유가 없어. 네가 내 곁에 있었다는 증거니까.”
미르의 빛이 두 번 깜빡였다. 입자들이 잠시 멎었다가 다시 천천히 흘렀다.
「……바보. 역시 바보야.」 “알아.”
루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벽 쪽 선반으로 걸어갔다. 낡은 나무 상자 안에 E급 그라울러 핵이 굴러다녔다. 그 옆에 수정구를 내려놓았다.
「내일…… 갈 거지. 그 여자한테.」 “응.” 「가지 말라고 해도.」 “네가 말할 수 없는 걸, 다른 데서 찾아야 하니까.”
미르가 루안의 어깨 위로 내려왔다. 무게는 없었지만 빛이 닿은 자리가 따뜻했다. 머리카락 색이 천천히 백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럼 나도 간다. 혼자 보내면 네가 무슨 바보 짓 할지 모르니까.」
루안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거의 웃음이라고 부를 수 없는 각도였지만, 미르는 그걸 봤다. 빛 입자가 한 번 더 반짝이고 가라앉았다.
「……한 가지 더.」 “또 있어.” 「그 수정구, 너한테 달린 게 아니야.」
루안은 선반 위의 수정구를 돌아봤다. 차갑게 식은 표면에 자신의 얼굴이 왜곡되어 비쳤다.
「감시하는 건 나야. 네가 아니라.」
침묵이 다시 방을 채웠다. 다른 종류의 침묵이었다. 루안은 오른손을 주머니에 넣으려다 멈추고, 대신 선반 모서리를 짚었다.
“시벨라가 널 의심하고 있다는 거네.” 「……응.」 “좋아.” 「좋아?」
루안은 침상으로 돌아와 앉았다. 붕대를 풀고 다시 감기 시작했다. 손끝이 정확하게 움직였다.
“의심받을 가치가 있는 정령이란 뜻이니까.”
미르의 빛이 작게 떨렸다. 그 떨림이 웃음인지 울분인지 구분하기 전에, 미르는 코웃음을 쳤다.
「하, 드디어 정신 좀 차렸네. 그동안 네가 날 하급이라고 부를 때마다——」 “이제 안 불러.” “……그러겠다고.」
루안은 붕대 매듭을 마저 묶고 왼팔을 가볍게 움직였다. 여전히 저렸지만 아침보다는 나았다. 탁자 위 촛불이 마지막으로 흔들렸다.
수정구는 선반 위에서 조용히 식어가고 있었다.
복도에 나서기 전, 루안은 거처 문고리에 손을 얹은 채 잠시 숨을 골랐다. 수정구가 있던 선반 쪽에서 냉기가 밀려왔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여긴 감시받는 방이 아니었다. 감시하는 자가 머무는 방이었다.
다음 날 아침, 복도로 나왔을 때 공기는 한결 가벼웠다. 루안은 왼팔 붕대를 한 번 움켜쥐며 오른쪽 복도 끝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침 복도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벽을 따라 늘어선 마력 룬이 희미하게 숨 쉬고 있었고, 바닥 타일에는 아직 인적이 거의 찍히지 않았다. 루안은 왼팔 붕대를 한 번 쥐었다 폈다. 뼈 붙는 감각은 멀었지만 움직임엔 지장이 없었다.
「왼쪽, 열 걸음 앞.」
미르의 목소리가 짧게 울렸다. 루안은 고개를 들었다. 케인 아르겔이 복도 중앙에 서 있었다. 검은 로브의 어깨 너머로 카이젤의 형체가 어른거렸다. 어둠이 뭉친 듯한 형상이 복도 조명을 삼키고 있었다.
“일찍 일어났군.”
케인의 입매에 미소가 걸렸다. 차갑고 정확한 미소였다.
“무영자 구역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꽤 될 텐데.”
“잠이 안 와서.”
루안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케인의 옆을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바닥에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 발목을 감쌌다. 카이젤의 형상이 루안의 진로를 막고 있었다.
“잠깐.”
케인이 손가락을 튕겼다. 복도 양쪽에서 마법사 세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부 중급 이상. 손목에는 측정 마법진이 반짝이고 있었다.
「함정이야.」
미르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루안은 주머니에 넣으려던 오른손을 멈추고 그대로 허리께에 뒀다.
“네 정령.”
케인이 한 걸음 다가왔다. 거리는 이제 팔 하나.
“어제 실험 결과를 상부에 보고했다. 측정 불능 등급. 마탑 역사상 존재하지 않던 분류야. 네 정령은 마탑의 위협이다.”
루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케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건 분노라기보다 갈증에 가까운 떨림이었다.
“계약식에 실패한 무영자가 어떻게 그런 정령을 가질 수 있지. 설명해 봐.”
“증명할 수 있으면 해봐.”
루안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복도에 긴 침묵이 흘렀다. 마법사 하나가 손목의 마법진을 만지작거리다 멈췄다. 다른 하나는 입술을 깨물며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뭐라고?”
“네 주장. 증명할 수 있으면 증명해. 난 마탑 규정에 따라 재계약 실험 피험자로 여기 있고, 어제 측정 결과도 공식 기록에 남았어. 네가 그걸 뒤집으려면 절차가 필요하겠지.”
케인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카이젤의 형상이 일렁이며 복도 조명 두 개가 동시에 꺼졌다.
“네가 절차를 들먹일 줄은 몰랐군.”
“감시 대상이 된 기념으로 외웠어.”
루안은 왼쪽으로 반 걸음 비켜섰다. 카이젤의 그림자가 물러났다. 케인이 손을 올리자 마법사들이 물러났다. 복도가 다시 밝아졌다.
“좋아. 절차를 지키지.”
케인이 뒤돌아서며 말을 덧붙였다.
“네 정령이 뭔지,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그걸 밝히는 것도 절차의 일부다. 감시는 계속된다.”
루안은 대답 없이 걸음을 옮겼다. 복도를 빠져나와 중앙 실험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 인간, 무서워서 못 견디겠다. 진짜로.」 「그런데도 물러났어.」 「절차라는 단어에 약한가 보네.」 「카이젤이 물러난 거야. 네가 한 말 때문이 아니라.」
루안은 걸음을 멈췄다.
「카이젤이?」 「응. 저 어둠, 너한테 적의가 없었어. 케인 말고 널 보고 있었어.」
미르의 목소리가 잠시 끊겼다.
「……신경 쓰여.」
오후가 되자 실험장 인근은 평소와 달랐다. 경보가 울리기 시작한 건 정오를 막 넘긴 시각. 처음엔 단속적인 진동이 벽을 타고 흘렀다. 이내 날카로운 금속음이 복도를 가득 메웠다.
“게이트 붕괴! 4구역 ‘갈라진 허공’ 이상 신호! 모든 마법사는——”
확성 마법진의 목소리가 끊겼다. 정적. 그리고 다시 터져 나온 비명 섞인 통보.
“붕괴 진행 중. 잔류 인원 대피하라. 반복한다, 붕괴——”
루안은 복도 벽에 등을 붙이고 섰다. 마법사들이 뛰어가는 발소리가 천장을 울렸다. 누군가 어깨를 부딪치고 지나갔지만 사과도 없었다.
“야!”
익숙한 목소리. 아린이 반대쪽 복도에서 달려왔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선배 여기 있었어요? 대피해야 돼요. 4구역 게이트가 완전히——”
“몇 명 남았어.”
“……네?”
“잔류 인원. 몇 명인지 알아.”
아린이 입술을 깨물었다. 눈가가 붉어졌다.
“열 명. 하급 조제사랑 견습 두 명도 아직——”
루안은 벽에서 몸을 떼고 4구역 방향으로 걸었다.
“선배! 미쳤어요? 거긴 붕괴 중이에요!”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아린이 팔을 붙잡았다. 루안의 왼팔이 묵직하게 저렸고, 아린의 손이 붕대 위에서 떨렸다.
“선배 팔도 아직 안 나았어요! 거기다 감시 대상에——”
“그래서 가는 거야.”
루안은 팔을 빼지 않았다. 대신 걸음을 멈추고 아린을 똑바로 봤다.
“감시 대상이 사람 구하면 문제라도 돼.”
「……명분이 그거야?」 「구하려는 거야, 진짜로.」
미르가 짧게 숨을 들이켰다. 아린의 손이 천천히 떨어졌다.
“……따라갈 거예요.”
“말려도.”
“당연하죠.”
아린은 이미 루안보다 반 발짝 앞서 걷기 시작했다. 4구역 방향 복도 끝에서 푸른 빛이 비정상적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경보 사이렌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비명이 바람을 찢었다. 바람이 아니라 충격파였다.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온 파동이 광장의 돌바닥을 뒤집으며 세 명의 견습 마법사를 공중으로 날렸다. 등이 바닥에 처박히는 둔탁한 소리. 피가 돌 틈으로 번졌다.
「왼쪽!」
미르의 목소리에 루안은 몸을 던졌다.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에 D급 하운드의 앞발이 내리꽂혔다. 세 개의 발톱이 돌을 긁으며 불꽃을 튀겼다.
“……젠장.”
루안은 오른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났다. 왼팔 붕대가 풀려 있었다. 시벨라의 집무실에서 받은 수정구는 튜닉 안주머니에 넣어둔 채였다.
거처에 두고 올 시간이 없었다. 비상 경보는 해질녘에 울렸다. '갈라진 허공' 게이트 이상. 1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하운드가 다시 달려들었다. 루안은 단검을 뽑았다. 앞선 사건에서 거수 핵을 적출할 때 쓴 검이다. 날에 아직 푸른 핵 잔여물이 말라붙어 얼룩져 있었다.
「내가 시야 오른쪽 맡을게. 네가——」
“필요 없어.”
루안은 하운드의 돌진 궤도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파고들었다. 그라울러보다 한 등급 위였지만 목덜미 약해지는 지점은 같았다. 미르가 잠시 숨을 멈췄다. 루안의 단검이 하운드 목뼈 아래를 찔러 들어갔다. 정확히 두 번째 마디와 세 번째 마디 사이.
마수가 비명을 지르며 무너졌다.
「……죽을 뻔한 건 알겠지?」
“알아.”
「알기만 하는 놈이 매번 저런대.」
루안은 대꾸하지 않고 다음 마수를 찾았다. 광장엔 지금 다섯. 부상자는 일곱. 하급 조제사 두 명이 부상자 한 명을 질질 끌며 대피하고 있었다. 입회 진행관 하나가 방패 마법진을 펼친 채 버티고 있었지만 마력 고갈로 푸른 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대피로 확보.”
「하? 지금 무슨 권한으로——」
“권한 없어. 그냥 하는 거야.”
루안은 쓰러진 마수 옆을 지나쳐 광장 중앙으로 달렸다. 진행관이 그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너, 너는 무영——”
“후방으로 가십시오. 마력 남은 거 있으면 부상자부터.”
진행관이 무어라 더 말하려 했지만 루안은 이미 등을 돌렸다. 왼팔이 욱신거렸다. 붕대를 다시 감을 시간은 없었다.
「또 온다. 두 마리. 왼쪽 멀리서.」
미르의 목소리에 긴장이 배어 있었다. 평소의 비꼬는 어투가 아니었다. 루안은 숨을 들이쉬었다. 임시 유대가 열리며 미르의 감각 일부가 흘러들어왔다. 시야의 왼쪽 가장자리에서 마수들의 마력 파동이 번지는 속도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해졌다.
D급, 그리고 C급 하단.
“……둘 다 상대해야 해?”
「내가 나눌게. 근데 30초야.」
“충분해.”
미르의 빛이 루안의 오른편에서 번쩍였다. 반투명한 소녀의 실루엣이 공중에 떠올랐다. 하급 정령이 형태를 드러내는 행위. 지난 두 번처럼 떨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단호했다.
「30초. 그 안에 안 끝내면 내가 너 때릴 거야.」
“기대할게.”
D급 마수가 미르의 빛을 향해 돌진했다. 루안은 C급 하단을 향해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단검을 역수로 고쳐 잡았다.
거수의 핵 위치를 떠올렸다. 이번 마수는 파충류형. 핵은 대개 턱 아래——
「17초!」
미르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높아졌다. 루안은 마수의 아래턱을 피해 옆으로 구르며 검을 밀어넣었다. 비늘에 막혔다. 예상보다 두꺼웠다.
「12초! 이 바보야 위험해!」
루안은 다시 찔렀다. 같은 자리. 비늘이 갈라지고 핵에 닿는 감촉.
비틀었다. 마수가 경련하며 꼬리로 바닥을 내리쳤다. 돌 조각이 루안의 왼쪽 어깨를 스쳤다. 화끈하게 열이 올랐다.
「5초—— 됐다!」
미르의 빛이 흩어지며 D급 마수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루안은 숨을 몰아쉬며 일어났다. 왼팔 붕대가 완전히 풀려 피가 배어나고 있었다. 미르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너 팔.」
“나중에.”
게이트가 울기 시작했다. 낮고 긴 진동이 광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부상자를 옮기던 조제사들이 비틀거렸다. 공중에 떠 있던 먼지들이 갑자기 한 방향으로 빨려 들어갔다. 게이트 쪽으로.
붕괴다.
「루안, 저거——」
미르의 말이 끝나기 전에 게이트가 수축했다. 눈에 보일 정도로 급격하게.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푸른 균열이 게이트 가장자리에서 바깥으로 뻗어나왔다. 공간 균열. 닿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작은 허공의 입이 열 개도 넘게 생겨났다.
“대피해! 전부——”
루안의 외침이 균열의 파열음에 묻혔다. 그의 발밑 돌이 갈라지며 검은 틈이 입을 벌렸다.
「루안!」
미르가 물리적 형태를 강제로 유지하며 나타났다. 반투명한 팔이 루안의 오른쪽 손목을 붙잡았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급 정령의 신체는 빛의 흐름일 뿐, 물체를 잡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미르의 손은 떨리면서도 단단했다. 손가락 끝에서 빛 입자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미르, 너.”
「닥치고 버텨!」
게이트가 두 번째 수축을 일으켰다. 광장의 공기가 전부 게이트 쪽으로 쏠리며 루안의 몸이 떠올랐다. 미르가 있는 힘껏 잡아당겼지만 발이 바닥에서 뜨고 있었다.
광장 외곽. 무너진 돌기둥 뒤에서 케인 아르겔이 서 있었다. 어둠의 형상을 한 카이젤이 그의 어깨 너머로 떠올랐다.
케인의 손에는 마법진 하나가 준비되어 있었다. 방어계. 광장 전체에 한 번에 전개 가능한 고등 마법이었다.
카이젤이 낮게 울렸다. 「개입하지 않을 건가.」
케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공중에 떠오른 루안과 그 손목을 붙잡고 버티는 반투명한 정령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관망. 관찰. 그리고 계산.
「저 상태로는 20초도 못 간다.」
「알고 있다.」
그래도 케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루안의 왼팔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게이트의 균열 쪽으로 빨려 들어가며 가느다란 붉은 실을 그리는 광경을 조용히 응시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