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넨의 느린 여관
10화
식탁 위에 천을 펼치자 버섯 조각이 드러났다. 촛불 아래 회색 갓 가장자리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냄새는.”
린이 짧게 물었다. 나는 버섯을 코 가까이 가져갔다. 흙냄새, 텁텁한 단내.
“달콤한 흙냄새.”
“그거 맞아.”
린이 조각을 받아 냄새를 맡고 눈썹을 움직였다.
“달그늘버섯 확실해. 깊은숲 지대에서 나는 거.”
그때 주방 문 쪽에서 가벼운 노크가 들렸다.
“저기요! 유하람 씨, 린 언니!”
릴라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바구니도 메지 않은 채였다.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었다.
“환자들은?”
“일단 진정시켰어요. 베른 아저씨가 지키고 있고 마르타 선생님이 번갈아 체크하기로 했는데……”
릴라의 말이 멈췄다. 초록색 눈이 식탁 위 버섯 조각을 향했다. 그녀는 다가가 손바닥을 그 위에 살짝 펼치고 눈을 감았다.
“정령님이 싫어해요. 이거 근처에 있기 싫대요.”
눈을 떴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달그늘버섯이에요. 틀림없어요.”
린이 팔짱을 꼈다.
“정령이 알려줬어?”
“냄새만으로도 알 수 있지만…… 정령님이 특히 이 버섯을 싫어하거든요. 깊은숲에서도 피해 다니는 애들이에요.”
릴라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장난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게 어떻게 여관에 있는 거예요?”
“그게 문제야.”
린이 식탁을 손가락으로 톡 두드렸다. 내가 말을 이었다.
“손님 중 한 분이 가져온 약초 다발에서 나왔어. 우리가 산 허브에 섞여 있었고.”
릴라의 눈이 커졌다.
“그럼…… 누군가 일부러?”
셋 다 침묵했다. 나는 벽에 걸린 재료 목록을 떼어 식탁에 펼쳤다.
“어제 점심 허브 스튜. 로즈마리, 타임, 캐모마일, 그리고 손님이 선물로 줬다는 야생 약초 다발.”
“그 약초 다발…… 저한테 확인받은 게 아니에요.”
릴라의 목소리에 긴장이 섞였다. 나는 턱을 짧게 끄덕였다.
“네가 준 게 아니란 건 알고 있어.”
“의도적으로 섞은 거네요.”
릴라가 버섯 조각을 다시 바라봤다. 손끝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해독하려면 시간이 걸려요. 칼렌 뿌리랑 은잎풀이 필요한데.”
“어디서 구해?”
“깊은숲 안쪽. 제 약초 지대보다 더 깊이 들어가야 해요. 아침 일찍 출발해도 왕복 반나절.”
“내일 마차로는?”
린이 고개를 저었다.
“마차는 정오랑 오후 다섯 시뿐이야. 라이넨-프란츠 구간만.”
정오 마차가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지만, 약초상이 있는 마을까지 가려면 반나절. 해 질 녘에야 도착할 거다.
“마차로는 늦어. 환자들이 내일까지 버티려면 새벽 안에 재료를 구해야 해.”
릴라가 마르타에게 받은 쪽지를 꺼내 훑어보더니 얼굴이 더 굳어졌다.
“두 분…… 열이 많이 올랐어요. 마르타 선생님이 밤새 버티긴 힘들 거라고.”
나는 식탁 가장자리를 잡았다. 손끝이 차가웠다. 내 요리에 독버섯이 섞였고, 이틀 안에 해독제를 구하지 못하면 손님 두 명이 위험하다. 마차는 하루 두 번, 약초 지대는 산 너머. 폐쇄 명령이 걸린 여관에 갇혀 있다.
등을 타고 뭔가 올라왔다. 목까지 차오르는 느낌.
“씨발.”
내 의지보다 한 박자 빨랐다. 린이 고개를 돌렸다. 릴라도 나를 바라봤다.
나는 손으로 입을 닦았다. 전생에서도 그랬다. 진짜 화가 나거나 좌절할 때면 한국어가 먼저 튀어나왔다.
“……미안. 옛날 버릇이야.”
린이 한 걸음 다가왔다. 하늘색 눈이 내 얼굴을 살폈다. 릴라는 조용히 냄비에 손을 씻으러 갔다.
“방금 그 말. 어느 나라 말이지.”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앞선 사건에서 이미 전생 이야기를 일부 꺼냈다. 그날 이후 린은 캐묻지 않았지만, 언젠가 이 순간이 올 거란 건 알고 있었다.
“내가 살던 곳. 예전에.”
린은 아무 말 없이 내 왼쪽 손목을 바라봤다. 평소 소매가 가리던 부분이었다. 아까 불을 피우려고 소매를 걷어 올린 그대로였다.
“이 흉터. 전에도 물었어야 했는데.”
손목 안쪽의 얇은 흰 선.
“내 전생.”
나는 촛불 쪽을 잠시 바라봤다. 릴라가 물을 조용히 버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회사원이었어. 내가 알던 모든 건 이 세상 게 아니야. 요리 실수는…… 원래 내 몸에 밴 방식이 잘못된 거였어.”
말이 길어졌다. 한 번 열린 입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이 여관을 시작한 건, 살고 싶어서였어. 죽지 않으려고.”
린이 손을 들어 내 손목 근처에서 잠시 멈췄다. 만지려는 건지 확인하려는 건지, 그 경계에서 손가락이 허공에 떠 있었다.
“……함께 있고 싶었어. 여관이 아니라, 당신과.”
린은 대답 대신 내 손목 위로 손가락을 가볍게 올렸다. 흉터 위를 지나는 건 아니었다. 그냥, 닿았다.
그녀의 손 온도가 낮았다. 오늘 하루 종일 찬물을 만져서일 거다.
“……바보.”
린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평소 말투 그대로였지만 끝음이 작았다. 손이 내 손목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릴라가 조용히 냄비를 선반에 얹고 돌아섰다. 그녀는 작게 미소 짓고 바구니를 다시 메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저, 내일 새벽에 약초 지대 먼저 다녀올게요. 칼렌 뿌리랑 은잎풀은 제 밭에도 조금 있어요. 나머지는 해 뜨고 베른 아저씨랑 상의해볼게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문을 열고 나갔다.
주방 안에 둘만 남았다. 린이 내 손목을 놓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할 수 있어. 해독제 만들 수 있어. 여기서. 우리가.”
나는 끄덕이고, 손목 근처에 내 손가락을 살짝 걸쳤다. 린의 입술이 작게 떨렸다 닫혔다. 표정은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눈이 예전처럼 나를 감시하는 색이 아니었다.
촛불이 한 번 더 깜빡였다. 바깥은 완전히 어두웠다. 새벽이 오기까지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아침 일찍 마르타가 여관 문을 두드렸다. 짧고 단단한 노크였다. 문을 열자 빗물에 젖은 우산을 접으며 입을 열었다.
“마을 회관으로 오셔야겠습니다. 폐쇄 명령 재검토 회의를 열었어요.”
뒤에서 린이 걸어나왔다. 마르타의 시선이 우리 둘 사이를 잠시 오갔다.
“두 분 다요.”
마을 회관은 빗속 안개에 잠겨 있었다. 긴 탁자에 의원 네 명이 앉아 있었다. 나는 버섯 조각을 싼 천과 증축 계획서를 꺼냈다.
“원인이 밝혀졌습니까.”
마르타의 물음에 천을 펼쳐 탁자 중앙에 올렸다.
“릴라에게 산 허브 더미에 섞여 있던 달그늘버섯입니다.”
“확신합니까.” 의원 하나가 몸을 기울였다.
린이 대답했다. “갓 색깔, 달빛 무늬, 증상 일치. 틀림없어.”
“릴라가 팔았다는 건가요.”
“아니요.” 린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섞었어요. 릴라는 현장에서 직접 골라줬고 저도 확인했습니다.”
“범인은 아직 모릅니다.” 내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원인은 확인됐고 재발을 막아야 합니다.”
증축 계획서를 펼쳤다. 보관실 분리와 환기구 확장을 담은 단순한 도면이었다.
“외부 식재료는 입고 즉시 별도 검수대에서 확인합니다. 비용은 제 부담입니다.”
“증축은 조례상 회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요청드립니다.”
마르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인이 외부 오염으로 확인됐고 재발 방지 계획도 구체적이군요. 저는 찬성입니다.”
표결은 빨랐다. 셋이 손을 들었다. 마르타가 회의록에 도장을 찍었다.
“증축 승인합니다. 폐쇄는 3일 유예. 기간 안에 공사 완료하고 위생 점검을 다시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서류 사본을 받아 챙겼다. 린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
회의 후 곧장 여관으로 돌아왔다. 로비에는 릴라가 없었다. 린이 곧바로 비옷을 내게 건넸다.
“깊은숲으로 갈 거야.”
“지금?”
“비 오는 동안이야. 우회로를 알아.”
릴라가 약초 바구니를 든 채 안쪽 복도에서 나왔다. 칼렌 뿌리와 은잎풀이 담겨 있었다.
“해독제 재료는 챙겼어요. 그런데……” 릴라가 창밖을 돌아봤다. 빗줄기가 유리창을 거칠게 때리고 있었다. “서리이끼가 없으면 안 돼요. 깊은숲 약초 지대에서만 나는 이끼인데, 폭우 때문에 길이 막혔어요.”
릴라가 손을 허공에 살짝 뻗어 귀를 기울였다. 표정이 굳어졌다.
“정령이 말해줘…… 이 비가 그치면 달그늘버섯의 독이 더 빨리 퍼질 거야. 습기가 독을 활성화시켜서.”
린이 나를 돌아봤다. 하늘색 눈이 흔들리지 않았다.
“가야 해.”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환자 다섯 명입니다.” 린이 짧게 내뱉었다.
릴라가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는 여관에 남을게요. 환자들 상태를 계속 체크해야 하고…… 마르타 선생님을 도와야 하니까.”
이번엔 고개를 숙여 동의를 표했다. 릴라의 초록색 눈에 걱정이 가득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두 분 다.”
린이 비옷을 내게 건넸다. 그녀는 이미 후드를 눌러쓰고 문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해독제. 만들 수 있어.”
나는 비옷을 걸치며 대답했다.
“그래. 우리가 한다.”
여관 문을 열자 빗소리와 비 냄새가 밀려들어왔다. 깊은숲 약초 지대로 가는 길은 아직 비에 잠겨 있었다. 로비에는 릴라 혼자 남았다. 그녀가 창밖 폭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령이 말해줘…… 이 비가 그치면 달그늘버섯의 독이 더 빨리 퍼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