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라이넨의 느린 여관

5화

촛불이 반쯤 줄었을 때쯤 주방에서 허브 향이 퍼져 나왔다.

린이 새벽부터 우리던 차였다. 나는 로비 테이블 여섯 개를 닦고 작은 찻잔 열두 개를 늘어놓았다. 접수대에는 '무료 시음, 오늘 정오 한정'이라고 쓴 나무판을 걸었다.

“찻잔이 모자라면 어쩌지.”

린이 주방에서 고개만 내밀었다.

“그럴 리 없어.”

“혹시 모르잖아요.”

“없다니까.”

그녀는 다시 고개를 집어넣고 주전자를 들었다. 김이 올랐다.

정오 즈음 마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바깥 공기가 차가웠다. 마부가 먼저 내려서 허리를 풀었다.

약초상 에델이 그 뒤를 따랐다. 예상보다 사람이 많았다. 에델과 마부 외에도, 짐칸에서 뛰어내린 행상 하나가 더 있었다.

“어제 그 차 맛봤는데 말이야.”

에델이 마부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시음회 한다니까 한 번 들러보자고.”

마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이 여관 안으로 들어왔다. 행상은 마른 체격에 눈이 빠른 남자였다. 로비를 한 번 훑더니 찻잔들이 놓인 테이블로 곧장 걸어갔다.

“이게 그 허브차?”

린이 주전자를 들고 다가갔다. 아무 말 없이 첫 찻잔을 채웠다. 연한 녹색 빛깔이 찻잔 바닥에서 올라왔다. 행상이 찻잔을 들었다. 코를 대고 한 번 들이쉬고, 작게 한 모금 마셨다.

잠시 침묵.

“이거 뭐 들었어?”

행상의 눈이 커졌다. 린이 대답했다.

“레몬밈. 캐모마일. 라벤더 조금.”

“비율이?”

“비밀.”

행상이 빙긋 웃었다. 마부도 찻잔을 집어 들었다. 에델은 이미 두 번째 모금을 삼키고 있었다.

“달지도 쓰지도 않고 딱 좋네.”

마부가 말했다. 나는 접수대 뒤에서 지켜보다가 로비로 나왔다.

“식사는 안 하셔도 차는 얼마든지.”

행상이 빈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를 봤다.

“주인장?”

“유하람입니다.”

“이거 정기적으로 살 수 있나?”

나는 잠시 린을 돌아봤다. 그녀는 이미 다음 찻잔을 채우는 중이었다. 눈길이 마주치자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네가 결정하라는 뜻이었다.

“매주 정오 마차 시간에 맞춰 준비하겠습니다. 가격은 한 잔에 동전 두 닢.”

행상은 잠시 생각하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동전 주머니를 꺼냈다.

“그럼 오늘부터. 매주 두 잔씩이면 한 달 치 계산해주게.”

“……선결제요?”

“장사가 바쁘면 까먹으니까.”

그가 동전을 세어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다. 금액은 정확히 한 달 치, 열여섯 닢이었다.

“명부 하나 만들어야겠네.”

내가 중얼거리자 행상이 손을 내밀었다.

“이름은 토비야. 옷감 장사. 매주 정오에 들를 테니 차 식지 않게 준비해둬.”

토비와 악수했다. 마부도 한 잔 더 마시고 일어섰다.

“나도 가끔 들를게. 이 동네서 마실 만한 차 찾기 힘들었거든.”

에델은 이미 객실 열쇠를 들고 계단 쪽으로 가고 있었다. 한숨 돌리러 온 거라 했다.

세 사람이 제각기 흩어지고 로비가 잠잠해졌다. 나는 접수대 서랍에서 장부를 꺼내 첫 줄을 썼다. '허브티 정기 선결제: 옷감상 토비, 매주 정오, 2잔'.

린이 조용히 다가와 장부를 들여다봤다.

“수익 전액, 네가 가져.”

내가 말했다. 린의 손이 멈췄다.

“……뭐?”

“허브티는 네가 만든 상품이니까. 재량 자금으로 써도 되고.”

린은 장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손끝이 페이지 모서리를 한 번 스쳤다.

“운영비에 합쳐.”

“린.”

“여관이 먼저 돌아가야 차도 팔리는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로비 테이블을 정리하러 갔다. 나는 장부에 '운영비 편입'이라고 덧붙였다. 린의 뒷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그래도 조금 전, 그녀가 장부를 스치는 손끝이 평소보다 느렸다.

해 질 무렵, 오후 마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마차다. 나는 접수대로 돌아가 대기했다. 손님이 더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아니었다. 하루에 두 그룹 이상이 묵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문이 열렸다.

들어온 남자는 묵직한 가죽 가방을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짙은 회색 코트,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 신발에는 먼지가 거의 없었다. 마차 안에서 닦은 모양이었다.

“빈방 있나.”

짧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2층에 한 방 있습니다. 1박에 은화 세 닢.”

남자는 가방에서 정확히 세 닢을 꺼내 접수대에 올렸다. 손가락은 길고 깨끗했다. 일하는 손은 아니었다. 그는 객실 열쇠를 받는 동안에도 로비를 천천히 훑었다. 시선이 구석구석 닿았다.

린이 로비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남자의 시선이 거기서 멈췄다.

정확히 말하면, 린의 귀걸이에 멈췄다.

그 시선이 무언가를 확인하듯 한 번 깜빡였다. 린은 남자를 보지 않고 테이블을 마저 닦았다. 나는 열쇠를 건넸다.

“계단 오른쪽 첫 번째 방입니다.”

“저녁 식사는?”

“7시부터 식당에서 드실 수 있습니다.”

남자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기 전, 한 번 더 돌아봤다. 린이 아닌, 나를 봤다. 짧지만 의미심장한 눈길이었다.

발소리가 위층으로 사라졌다.

린이 걸레를 개며 입을 열었다.

“귀족.”

“……짐작이 가나요?”

“손가락 관절이 깨끗했어. 일을 안 해본 손. 게다가 가죽 가방은 베르네 공방 꺼야. 평민은 못 사.”

그녀의 관찰력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린은 걸레를 들고 주방으로 사라졌다.

저녁 식사 시간. 남자는 식당 구석 자리에 앉았다. 지금은 손님이 그와 나, 그리고 린뿐이었다. 토비와 마부는 이미 마차를 타고 떠났고, 에델은 저녁을 거르고 싶다며 방에 있었다.

내가 주방에서 수프를 데우는 동안 린이 빵과 치즈를 날랐다. 그녀가 식당과 주방을 오갈 때마다 귀족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나는 주방 창구 틈으로 그걸 지켜봤다.

린이 귀족의 테이블에 수프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 귀걸이.”

남자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내 손이 수프 국자 위에서 멈췄다.

“상당한 숙련공의 솜씨로군.”

린은 잠시 손을 멈췄다. 그리고 수프 그릇 옆에 스푼을 가지런히 놓았다.

“가보라고 들었어요.”

“가보.”

남자가 그 말을 천천히 씹었다.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재미있군. 그런 솜씨는 보통 특정 가문에서만 전수되는데.”

“잘 모르겠네요.”

린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돌아섰다. 그녀의 발걸음은 평소와 같았지만, 주방으로 들어오는 문을 닫을 때 손끝이 살짝 떨렸다.

나는 수프 국자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더 드릴 거 있어요?”

내가 물었다. 린이 고개를 저었다. 싱크대에 기대어 잠시 숨을 골랐다.

“저 사람, 저 귀걸이를 알고 있어.”

“……의심되는 가문이라도?”

린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더 큰 대답이었다.

나는 창구 틈으로 식당을 다시 봤다. 귀족은 여전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채 수프를 떠먹고 있었다.

식사가 끝난 뒤, 린은 남은 그릇들을 쟁반에 담아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어깨가 평소보다 굳어 있었다. 나는 접수대에서 장부를 덮었다. 오늘 수입은 선결제 열여섯 닢과 숙박비 은화 세 닢. 작지만 확실한 첫걸음이었다.

그런데 그 숫자들보다 린의 떨리던 손끝이 계속 떠올랐다.

나는 로비 등을 끄고 계단으로 향했다. 2층 복도는 조용했다. 에델의 방에서는 옅은 코골이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귀족의 방은 두 번째 문.

내 방으로 가려던 그때, 세 번째 방 앞 복도에서 그림자가 움직였다.

귀족이었다. 그는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벽에 기대 서 있었다. 가죽 가방 없이, 두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은 채.

“주인장.”

목소리가 조용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잠깐 괜찮겠나.”

질문이 아니라 통보였다. 그는 한 걸음 다가섰다. 복도 등불이 그의 얼굴 절반을 비췄다.

“혹시 그 여인의 출신을 아시오?”

내 표정이 굳었다. 그는 계속 말했다.

“저 귀걸이는 평민이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오.”

라이넨의 느린 여관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