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라이넨의 느린 여관

9화

스튜 그릇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식당을 갈랐다.

코너 테이블의 중년 여행자가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나려다 무릎을 꿇었다. 손이 탁자 가장자리를 긁었다. 옆자리의 젊은 남자도 입을 가리고 헛구역질을 했다.

“뭐야, 이거……”

내가 주방 쪽에서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세 번째 손님이 탁자에 이마를 대고 신음 중이었다.

린이 쟁반을 내려놓고 뛰어갔다. 그녀의 손이 가장 가까운 손님의 어깨를 짚었다.

“진정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해 봐.”

“배가…… 속이 뒤틀려요.”

나는 식당을 가로질러 주방 문을 열었다. 스튜 냄비가 아직 스토브 위에 있었다. 국자를 들어 국물을 확인했다.

색은 평범했다. 냄새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혀끝에 닿자마자 미세한 쓴맛이 올라왔다.

마법 보존 식재료. 린이 전날 밤 확인하며 말했었다. ‘마력을 해제하지 않고 가열하면 변질돼.’ 나는 냄비 뚜껑을 닫고 다시 식당으로 나왔다.

린은 이미 식탁 두 개를 붙여 환자들을 눕히고 있었다. 식초를 탄 물수건을 이마에 얹는 손놀림이 빠르고 정확했다. 네 번째 손님이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바닥에 토했다.

“내 잘못이야.”

내가 말했다.

린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거 말고 양동이.”

나는 주방으로 가 양동이 두 개를 가져왔다. 린이 식당 창문들을 열었다. 바람이 들어와 구토 냄새를 조금 희석시켰다. 다섯째 손님, 젊은 여성이 울먹이며 팔을 붙잡았다.

“약은…… 약 없나요, 주인장.”

“지금 구하겠습니다.”

내가 말했지만 확신은 없었다. 여관에 해독제 비축은 없었다.

문이 열렸다.

마르타였다. 손에 마을 조례서 두루마리와 작은 점검 기록판을 들고 있었다. 목에 건 의원 배지가 문 옆 창문에서 들어온 햇빛에 번쩍였다. 그녀의 시선이 바닥의 구토물을 훑고, 신음하는 손님들을 훑고, 그리고 나를 멈췄다.

“사고로 들었습니다.”

마르타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하지만 내가 익히 아는 그 조용함이 아니었다. 단호함이었다.

“마을 위생 조례 제7항. 집단 식중독 의심 시 24시간 폐쇄 명령입니다.”

“마르타 님, 아직 원인이——”

“주인장.”

그녀가 내 말을 잘랐다.

“손님 다섯 분이 같은 음식을 먹고 쓰러지셨어요. 지금 원인 규명보다 격리가 먼저입니다.”

린이 일어서서 마르타 앞에 섰다. 허리춤의 약초 주머니가 흔들렸다.

“조리가 잘못됐어요. 마력 해제 순서를——”

“린 양.”

마르타가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다른 손으로 점검 기록판에 무언가를 적었다. 붓 끝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만 들렸다.

“지금은 절차대로 합니다.”

그녀가 기록판에서 종이 한 장을 떼어 접수대 위에 올렸다.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공식 폐쇄 명령서였다. 24시간. 여관 출입 금지. 위생 점검 재실시 후 해제 가능.

“마르타 님.”

내가 한 걸음 다가갔다.

“저희가 이 여관을 살리려고——”

“알아요.”

처음으로 마르타의 목소리에 금이 갔다.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왼손이 목걸이 배지를 만지작거렸다.

“이 마을 규칙은 모두를 위한 겁니다. 자네만 예외일 순 없어요.”

그녀가 돌아섰다. 문을 향해 걸어가다가 멈췄다.

“환자들은 제가 대장간에 연락할게요. 베른이 들것 가져올 거예요.”

“기다려요.”

린이 불렀다. 마르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깊은숲 약초 지대로 옮기면 릴라가 뭔가 알 거예요. 여기보다 낫습니다.”

마르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고 나갔다. 문 닫히는 소리가 로비에 울렸다. 접수대 위에 놓인 폐쇄 명령서만 남았다.

린이 쓴웃음 비슷한 걸 내뱉었다.

“……말이 통하질 않네.”

나는 명령서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손끝이 약간 떨렸다. 분해서가 아니었다.

마르타의 마지막 표정이 떠올랐다. 죄책감이었다. 그녀가 배지를 만질 때마다 보이던 바로 그 손동작.

바깥에서 무거운 발소리가 들렸다. 베른이었다. 그가 절뚝이며 로비 안으로 들어왔다.

어깨에 접이식 들것 두 개를 걸치고 있었다. 얼굴에는 그을음이 조금 남아 있었다. 작업 중이었던 모양이었다.

“몇 명.”

“다섯.”

내가 대답했다.

베른은 고개 한 번 까딱하더니 가장 가까운 테이블로 갔다. 그는 말없이 첫 환자 옆에 들것을 펼쳤다. 식당 구석에 있던 젊은 남자였다. 남자가 신음하며 몸을 웅크렸다.

“옮긴다.”

베른이 말했다. 그 말 한마디에 남자는 얌전히 팔을 들것 위로 올렸다. 대장장이의 팔뚝이 긴장으로 단단해졌다. 그는 한 번에 환자를 들것에 올렸다.

그때 문이 다시 열렸다.

“들었어요 들었어! 마르타 할머니가 뛰어가시는 거 보고!”

릴라였다. 등에는 약초 바구니를 멘 채였다. 코와 볼의 주근깨가 숨을 헐떡일 때마다 움찔거렸다.

“어머나, 이 냄새는……”

릴라가 코를 벌름거리더니 바닥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구토물 근처를 맡는 건 아니었다. 그냥 공기 중의 냄새를 살피는 것 같았다.

“달그늘버섯?”

린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확실해?”

“응…… 이 씁쓸한 뒷냄새는 거의 그거야. 근데 이거 깊은숲 지대에서 나는 건데.”

릴라가 미간을 좁혔다.

“요즘 내가 캐지도 않았고, 거래한 적도 없는 거야.”

베른이 두 번째 들것을 펼쳤다. 릴라가 재빨리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았다.

“베른 아저씨, 환자들 약초 지대로 옮겨요. 거기 제린 잎이 있으니까 임시 해독제 만들 수 있어요.”

베른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조용히 두 번째 환자를 들어 올렸다. 린이 식탁 위의 물수건을 한데 모아 작은 보따리를 만들었다.

“따라갈게.”

린이 말했다. 내 쪽을 보지 않았다. 식당 바닥의 얼룩을 밟으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베른이 앞서고 릴라가 환자 옆에서 손을 잡으며 따라갔다. 린은 마지막으로 문간에 멈춰 섰다. 다섯 환자. 두 개의 들것. 남은 셋은 걸어서라도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너.”

린이 말했다.

“스튜 냄비는 그대로 둬.”

알았다는 뜻으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문 밖으로 사라졌다. 발소리가 마을 길을 따라 멀어졌다. 베른과 릴라의 목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환자들이 신음 소리를 삼키는 소리도.

나는 주방으로 돌아갔다. 스토브 위의 냄비가 그대로였다. 국자도 내가 아까 놓은 각도 그대로였다.

마력 보존 해제를 빼먹었다고 린이 말했지만, 달그늘버섯은 그 레시피에 없던 재료였다. 누군가 섞었다면 언제, 어디서.

냄비 뚜껑을 다시 열었다. 스튜 표면에 얇은 막이 생기고 있었다. 나는 뚜껑을 닫고 부엌 선반에서 밀폐 용기를 꺼냈다. 증거물 보관은 전생에서 배운 몇 안 되는 쓸모 중 하나였다.

주방은 어두웠다. 촛불 하나만 식탁 위에서 타고 있었다.

나는 싱크대 옆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등이 차가운 벽돌에 닿았다. 손님들이 실려 나간 뒤의 고요가 귀를 먹먹하게 했다.

“젠장.”

한국어였다. 혀에 익은 말이 먼저 나왔다.

“……뭐라도 좀 해야 했는데.”

여관 주인이라는 놈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구급 상자나 들고 서성인 거였다. 마르타가 폐쇄 명령서를 내밀 때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게 맞는 말이니까.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손끝이 떨렸다.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드니 린이 주방 입구에 서 있었다. 손에 작은 쟁반을 들고 있었다. 찻주전자와 찻잔 두 개.

“여기 있었네.”

린이 내 앞에 와서 멈췄다. 그녀는 쟁반을 바닥에 내려놓고 내 옆 벽에 등을 기댔다. 서 있는 채로였다. 잠시 침묵.

“폐쇄야.”

내가 말했다.

“알아.”

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딱딱했다.

“네 허브티도, 네 요리도 아니었는데. 결국 내가 여관 주인으로서 놓친 거야.”

린이 나를 내려다봤다. 촛불에 얼굴 반쪽이 흔들렸다.

“멍청한 소리.”

그녀가 말했다.

“세상에 멀쩡해 보이는 버섯은 수백 가지야. 다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래도.”

“그래도가 뭐.”

린이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시선이 내 이마에 닿았다.

“나는 여기 있을 거야.”

목소리에 떨림이 없었다. 그냥 사실 하나를 놓듯이.

“……네가?”

“너 혼자서 이 수습할 수 있겠어.”

물음표가 붙지 않은 문장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못 해.”

“그럼 됐네.”

린이 쟁반에서 찻주전자를 집었다. 따뜻한 김이 올라왔다. 캐모마일과 레몬밤 냄새. 그녀가 찻잔에 차를 따랐다.

“마셔.”

찻잔을 건넸다. 손가락이 살짝 스쳤다. 여전히 차가운 손끝이었다. 찻잔은 따뜻했다.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혀를 지나갔다. 목으로 넘어간 뒤에야 단내가 올라왔다.

“내일부터 진짜 원인을 찾자.”

린이 자기 찻잔을 들며 말했다.

“재료, 손님 동선, 주방 상태. 처음부터 다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꺼풀이 뜨거웠다. 애써 삼켰다.

“고맙……”

“됐어.”

린이 내 말을 잘랐다. 그녀는 찻잔을 입에 대고 잠시 멈췄다.

“……이 여관. 둘이 하는 거잖아.”

아까 내가 한 말이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더 천천히.

린은 찻잔을 내려놓고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선반 위에 남아 있던 허브 다발과 식재료 바구니를 식탁으로 옮겼다.

“칼 가져와.”

“뭐 하려고?”

“하나씩 다 까볼 거야.”

나는 일어났다. 다리가 저렸다. 싱크대에서 작은 칼을 꺼내 건넸다. 린은 허브 다발을 풀어 잎을 한 장씩 들춰보기 시작했다.

내가 냉장 마법이 걸린 작은 궤짝을 열었다. 안에는 어제 쓰고 남은 양파 두 개, 말린 고기 조금, 그리고 한 줌의 야생 허브. 릴라에게 산 거라고 린이 말했던 것이다.

허브를 꺼내 식탁 위에 펼쳤다. 로즈마리, 타임, 그리고 이름 모를 잎 몇 장.

“이건 다 네가 산 거지?”

“응. 어제 아침에 릴라한테 받은 거야.”

린이 고개도 안 들고 대답했다. 그녀는 지금 캐모마일 줄기를 하나하나 검사하고 있었다.

내가 허브 더미를 한 잎씩 넘겼다. 냉장 마법의 잔향이 손끝에 약간 차가웠다.

세 번째 잎을 넘겼을 때였다.

손이 멈췄다.

“린.”

“……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두 손가락으로 작은 조각을 집어 올렸다. 회색빛 도는 갈색 갓, 가장자리는 은은하게 달빛처럼 옅은 테두리가 감돌았다.

“이거 봐.”

버섯이었다. 잘게 부서진 조각이었다. 다른 허브들에 섞여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린이 손을 내밀었다. 내가 조각을 그녀 손바닥에 올렸다. 그녀가 촛불 가까이 가져갔다. 잠시 뚫어지게 보더니 입술이 굳어졌다.

“내가 산 게 아냐.”

단호한 목소리였다.

“릴라한테 받을 때 분명히 확인했어. 로즈마리랑 타임만 있었어.”

“그런데 이게 어떻게.”

린이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녀의 하늘색 눈에 촛불이 작게 깜빡였다.

“이거 달그늘버섯일 수도 있어.”

“독버섯?”

“확실하진 않아. 하지만 내가 알기로 그렇다면.”

린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말끝을 대충 자르는 평소와 달랐다.

“위장 경련, 발열, 설사. 증상이 일치해.”

식탁 위에 버섯 조각이 놓여 있었다. 촛불 아래서도 테두리만 희미하게 빛났다.

“일단 릴라한테 확인해 보자.”

린이 조각을 작은 면 천에 싸기 시작했다.

“약초에 대해선 릴라가 마을에서 제일 잘 알아.”

“이걸로 마을 회의에 증명할 수 있을까.”

내가 물었다. 린이 천을 접으며 잠시 멈췄다.

“모르겠어.”

솔직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걸로 시작하는 수밖에 없어.”

그녀가 버섯 조각을 곱게 싼 천을 주머니에 넣었다. 내일 아침 릴라에게 보여주기로 한 거다.

촛불이 한 번 깜빡였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라이넨의 느린 여관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