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Last Light at Six

4화

아침 안개가 하드웨어 상점 앞 도로를 반쯤 지웠다. 강 냄새가 평소보다 진하게 깔렸고, 사람들은 평소보다 서로 가까이 섰다. 노라는 마시의 팔꿈치 옆에 멈춰 섰고, 아이작은 무리에서 두어 걸음 떨어진 곳에서 양복 저고리 깃을 세운 채 서 있었다. 만년필을 쥔 손이 주머니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톰 래시터가 수위 게이지 판을 들고 나왔다. 평소보다 천천히 걸었고, 의족이 아스팔트를 끄는 소리가 안개에 묻혀 둔탁했다. 게이지 판을 세우는 손이 떨렸다.

“13.9피트.”

안도의 숨소리가 몇 군데서 샜다. 누군가 박수를 치려다 말았다. 톰이 게이지 판을 내려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판을 가슴 앞에 세운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얘기할 게 있어.”

마시가 고개를 들었다. 뒤쪽에서 수군거리던 목소리들이 잦아들었다. 톰의 얼굴은 평소의 붉은 기가 가셔서 밀가루처럼 창백했다. 그는 게이지 판을 땅에 기대어 세우고 두 손을 허리춤에 올렸다가, 결국 늘어뜨렸다.

“아침마다 이걸 읽는 게 내 일이었어. 하지만 읽기만 하는 게 아니었단 걸, 이제 다들 알아야 해.”

군중 속에서 누군가 낮게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야, 톰.”

“댐 균열. 9년 전, 우리가 알았어. 나도 알았고, 짐 밴스도 알았어.”

아이작의 상반신이 한 번에 굳어졌다. 등을 강타당한 사람처럼 어깨가 위로 올라갔다가 그대로 멈췄다. 주머니 속 손이 만년필을 꺾을 듯이 움켜쥐는 게 노라에게 보였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마시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보고서가 있었어.” 톰은 얼굴을 들고 군중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눈가가 붉었다. “짐이 진단 결과를 받았어. 콘크리트에 금이 가고 있다는 내용이었지. 보강하지 않으면 무너진다는 거였어. 그리고 우리는… 우리는 묻었어. 보고서를 없애고, 입 다물었고, 아무것도 안 했어.”

말을 마치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숨이 막히는 소리, 욕지거리, 누군가의 손이 허공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겹쳤다. 한 노인이 뒤돌아서서 하드웨어 상점 벽을 짚었다.

마시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노라는 숨을 쉬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로켓 펜던트로 올라갔다가 멈췄다.

눈앞이 좁아지는 느낌이었다. 아이작의 얼굴은 석고상처럼 변해 있었다.

톰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신발 밑창이 젖은 아스팔트에서 끈적하게 떨어졌다.

“내 잘못이야. 짐 혼자 한 게 아니야. 이 마을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9년 늦었지만.”

군중이 갈라졌다. 누군가는 톰에게서 물러섰고, 누군가는 다가서려다 멈칫했다. 마시가 얼굴을 감싼 손 사이로 말했다.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대답은 없었다. 톰은 게이지 판을 하드웨어 상점 벽에 걸었다. 금속 고리가 벽돌에 부딪혀 짧은 소리를 냈다.

군중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거칠었고, 몇몇은 일부러 톰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마시는 노라의 팔을 한 번 만졌다.

노라는 고개를 저었다. 마시는 입술을 깨물고 혼자 걸어갔다. 하드웨어 상점 앞에는 셋만 남았다.

아이작이 첫 발을 뗐다. 구두 굽이 땅에 닿는 소리가 또렷했다. 톰 앞에서 멈춰 섰다.

“아버지가. 네가 묻었다고 한 그 보고서.”

톰은 턱이 바르르 떨렸다.

“갖고 있어.”

아이작이 빈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이 위로 향해 있었다.

톰은 뒤돌아 하드웨어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지 않고 열린 채로 흔들렸다. 몇 분 후, 그가 손에 든 것은 누렇게 바랜 봉투였다.

가장자리가 닳고 접힌 자리는 갈색으로 변색되어 있었다. 그는 봉투를 아이작의 손에 올려놓았다. 손끝이 닿는 순간 톰의 어깨가 무너지듯 앞으로 쏠렸다.

“짐이 맡겼어. 자기 대신 보관해달라고. 내가 약속했어. 절대 꺼내지 않겠다고.”

“왜 꺼냈어.”

톰은 아이작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눈물이 수염을 따라 번져 있었다.

“네가 왔으니까. 그 만년필을 보고…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아이작은 봉투를 들여다보았다. 개봉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봉투 표면을 한 번 쓸었다. 거친 종이 소리만 났다.

노라는 상점 앞 벤치 뒤편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봉투의 크기, 종이의 색깔, 접힌 방식—서점 금고에 있는 어머니의 편지와 같은 종이였다. 같은 해, 같은 사무실에서 온. 그녀의 등이 벤치 등받이에 닿은 채 굳어졌다.

아이작은 만년필을 주머니에 넣고 봉투를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그가 몸을 돌렸다.

“아이작.”

톰이 한 걸음 따라 나왔다. 의족이 땅에 부딪혔다.

“용서를…”

아이작은 멈추지 않았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등이 안개 속으로 작아질 때까지 톰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노라가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움직임에 톰이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톰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얼굴이었다.

노라는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작이 사라진 방향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톰의 그림자가 하드웨어 상점 문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경첩이 삐걱이며 문이 닫혔다.

안개가 다시 길 위로 밀려왔다.

루스 이모에게 줬어요. 그 편지와 같은 날짜였죠.

노라는 루스의 손목 위로 손을 얹었다. 왜가리 날개에 체온이 옮겨붙었다. 자수정 눈이 실내등 아래서 젖은 빛으로 반짝였다.

루스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주전자가 침묵을 메웠다. 김이 찻잔 입구를 스치고 사라질 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광장에서 느꼈던 그 침묵과 같은 무게가 찻잔 받침 위에 내려앉았다.

노라는 카운터 뒤 작은 부엌에서 주전자를 올렸다. 손이 로켓으로 갔다 떨어졌다. 물이 끓기 전에 다시 만졌다.

아침 광장의 광경이 손끝에 남아 있었다. 톰의 굵은 목소리. 아이작이 듣고도 움직이지 않던 그 침묵. 그 침묵을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

주전자가 끓기 직전, 문이 열렸다. 루스 펨블이 들어서며 왜가리 브로치를 똑바로 고쳐 꽂고 있었다. 숨이 약간 가빴다.

“차 드릴까요.”

“네가 앉아 있거라, 얘야. 내가 끓일게.”

루스는 노라의 손을 살며시 밀어내고 찬장에서 찻잔을 꺼냈다. 두 사람의 찻잔. 그녀가 이 서점에 올 때마다 꺼내던 그 세트였다.

“마시가 전화했더구나. 네가 광장에서 돌아오는 걸 봤다고. 아이작의 아버지 제임스가 한 짓에 대해…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된 모양이더라.”

“루스 이모, 이미 알고 계셨죠.”

루스의 손이 찻주전자 위에서 멈췄다. 그녀는 주전자를 내려놓고, 카디건 깃의 왜가리 브로치를 손끝으로 더듬었다.

“네 엄마가 이 브로치를 내게 준 날… 병실 창가였어. 커튼이 바람에 부풀어 오르고 있었지. 네 엄마가 내 손을 잡고 말했단다. ‘루스, 노라를 부탁해. 서점을 부탁해. 그리고 절대 말하지 마. 제임스가 뭘 했는지 아무한테도.’”

노라는 로켓을 꼭 쥐었다.

“왜요. 왜 엄마는 그런 부탁을.”

“네 엄마는 그날 밤 전화를 받았어. 댐에 균열이 있다는 걸 알았고, 그걸 덮은 사람이 제임스 밴스라는 것도 알았지. 그런데… 이미 늦었더구나. 물은 차오르고 있었고, 제임스는 그날 밤 차를 몰고 마을을 떠났어. 진실을 말해봤자 마을만 갈가리 찢어질 거라고… 네 엄마는 침묵을 택한 게 아니야. 침묵밖에 남은 게 없었던 거지.”

찻물이 끓었다. 김이 올라 루스의 안경에 서렸다.

“나는 그 침묵을 지켰어. 9년 동안 네 앞에서도. 아이작 앞에서도. 그게 약속이라고 믿으면서.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구나. 어떤 약속은 지키는 것보다 깨는 게 더 옳은 일인지도.”

루스는 브로치를 떼어냈다. 은빛 왜가리가 그녀의 손바닥 위에 누웠다.

노라는 루스의 손을 덮었다. 브로치가 두 사람의 손바닥 사이에서 차갑게 눌렸다.

“엄마는 침묵하라고 한 게 아니라, 살아남으라고 한 거였을 거예요.”

루스가 작게 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브로치를 노라의 손에 쥐여 주었다. 왜가리의 부리가 노라의 손금을 눌렀다.

“그럼 이제 네가 가져야겠구나. 나는 괜찮아, 얘야. 할 말 다 했으니까.”

그녀는 차를 마시지 않고 문으로 걸어갔다. 문간에서 잠시 멈춰 섰다.

“아이작 그 아이는… 제임스가 아니란다. 네가 그걸 알았으면 좋겠구나.”

문이 닫혔다.

오후의 빛이 마을 주차장에 내리쬐었다. 아이작은 차 트렁크를 열어 놓고 서 있었다. 서류 가방은 뒷좌석에, 만년필은 대시보드 위에 놓여 있었다.

트렁크에는 이미 더플백 하나가 실려 있었다. 넣고 떠나는 데 3분. 시동 거는 데 30초면 충분했다.

그는 만년필을 집었다. 금색 클립의 J.V.가 손가락에 닿았다. 아버지의 글씨체가 떠올랐다.

왼쪽으로 조금 기울어진, 항상 검은 잉크만 고집하던 그 필적. 그 글씨로 댐 진단 보고서를 작성했을 것이다. 그 글씨로 결함을 덮는 공문을 썼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글씨로 아들에게 편지를 쓰진 않았다.

대시보드 너머로 보고서가 보였다. 톰에게 받은 그 봉투. 그리고 은행 보고서 초안.

서점을 파산으로 몰아넣을 숫자들이 찍혀 있었다. 다음 주 화요일이 마감이었다. 그가 마을을 떠났을 때 노라는 열아홉이었다.

로켓을 만지며 서 있던 그 모습을, 9년이 지나서도 같은 버릇으로 로켓을 만지며 서 있는 그 모습을 그는 보았다. 두 번 다 아이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만년필을 쥔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는 트렁크를 닫았다. 더플백은 그 안에 그대로 두었다. 서류 가방만 들었다. 차 문을 닫고 서점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5시 55분. 노라는 서점 앞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축제 플로트 설계도가 창가 작업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었다. 책 모양으로 만든 마차 스케치. 어머니가 시작한 전통이었다.

문이 열렸다. 아이작이 서류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얼굴은 정리되지 않은 채였고, 눈가는 그늘져 있었다.

“폐점 5분 전이에요.”

“알아.”

아이작이 카운터로 걸어왔다. 서류 가방을 열어 두 개의 봉투를 꺼냈다. 하나는 톰에게 받은 댐 보고서 원본. 다른 하나는 은행 마크가 찍힌 평가 보고서 초안이었다. 그가 은행 보고서를 노라 앞으로 밀었다.

“서점 가치 하락. 담보 부족. 연장 거절 권고.”

노라는 그것을 읽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작의 얼굴만 보았다.

“그걸 왜 보여주는 거죠.”

“제출하지 않을 거니까.”

노라의 손이 멈췄다. 로켓에서 손이 떨어졌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요? 당신 경력에—”

“안다.”

아이작은 만년필을 서류 위에 올려놓았다. J.V.가 빛났다.

“9년 전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아야 할 사람한테도. 그 침묵이… 너를 지키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됐을 때, 나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다. 진실을 말해도 바뀌는 건 없을 거라고. 그냥… 모두가 더 아파질 뿐이라고.”

노라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광장에서 침묵하던 그 얼굴이 지금은 무너지고 있었다.

“그 침묵이 당신을 죽이고 있었어요. 9년 동안.”

아이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손이 만년필을 다시 만지려다 멈췄다.

“나는 이제… 도망치는 걸로 사람을 지킬 수 없다는 걸 안다.”

노라가 반 걸음 다가섰다.

“서점만이 아니에요. 마을 전체가 지금 갈가리 찢어지고 있어요. 누군가는 여기서 싸워야 해요.”

“알아.”

“함께 싸울 수 있어요.”

아이작이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한 뼘도 채 남지 않았다. 벽시계가 6시를 가리켰다. 노라는 잠금 장치로 걸어가지 않았다. 대신 아이작의 눈을 보며 말했다.

“좋아, 그럼 우리 싸우자.”

아이작은 손을 내밀었다. 노라의 손이 아니라, 창가 작업 테이블 위의 축제 플로트 설계도를 향했다. 그 위에 만년필을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금색 클립의 J.V.가 스케치 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건 여기 두고 갈게.”

만년필은 책 모양 마차 스케치 위에 놓인 채 빛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폐점 시간이 지난 서점 안은 조용했고, 창문 합판 사이로 마지막 빛이 가늘게 새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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