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매화에 핀 독

3화

새벽 안개가 채 걷히기 전이었다. 금릉각 여관 아래층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강휘는 눈을 떴다.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검로를 그리던 동작이었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급히 오갔다. 여관 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나리들.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청성파 공무다. 모든 객실을 확인하겠다.”

강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매 속 독침이 손목에 차갑게 닿았다. 석중원의 말이 맞았다. 추격대가 예정보다 빨리 도착했다.

여관 뒤편으로 난 복도 창문을 조용히 열었다. 2층 높이. 아래는 좁은 골목이었다. 강휘는 망설이지 않고 창틀을 디뎠다.

맞은편 방문이 열리는 소리. 석중원이었다.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다. 석중원도 창문으로 따라 나왔다.

지붕을 타고 여관 뒤편으로 내려가자 골목 끝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뒤편이다!”

청성파 추격대원 하나가 검을 빼들고 달려들었다. 강휘는 몸을 낮추며 옆으로 비켜섰다. 검끝이 어깨를 스치며 허공을 갈랐다.

석중원이 소매에서 단검을 빼내려는 순간, 강휘가 손을 들었다.

“기다려.”

추격대원은 잠시 멈칫했다. 강휘는 그 틈에 골목을 빠져나와 성벽 쪽 산길로 접어들었다. 석중원이 뒤따랐다.

“싸우지 않는 이유가 있나.”

석중원의 짧은 물음이었다. 강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좁은 골목에선 놈들 숫자가 늘어난다. 산길이 낫다.”

금릉각 외곽 산길에 접어들 무렵, 동쪽 하늘이 옅은 쥐색으로 밝아오고 있었다. 소나무 사이로 난 좁은 길. 바위가 길 양옆을 막아 앞뒤만 살피면 되는 지형이었다.

강휘가 걸음을 멈췄다. 바람에 실려 온 발소리.

“여섯. 앞에 셋, 뒤에 둘.”

잠시 뜸을 들였다.

“저 바위 너머에 하나 더 있다.”

석중원은 말없이 강휘를 바라봤다. 발소리만으로 인원과 위치를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파문당한 지 하루밖에 안 된 자의 감각이 아니었다.

추격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앞에서 셋, 뒤에서 둘. 모두 청성파의 짙푸른 도포를 입고 있었다. 가운데 선 자가 추격대장인 듯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강휘. 청성파 탈영병. 즉시 투항하라. 거부 시 참살이다.”

강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허리를 약간 낮췄다. 손은 아직 검집에 가지 않았다.

오른쪽 바위 뒤. 거기 숨은 한 명이 먼저 움직일 것이다. 전생에서도 이 지형에서 매복한 자들은 항상 측면을 먼저 찔렀다.

바람이 소나무 가지를 흔들었다. 그 순간, 바위 뒤에서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강휘는 몸을 틀지 않았다. 상체만 살짝 뒤로 젖히며 오른발을 축으로 왼발을 반 걸음 옆으로 옮겼다. 검집을 쥔 왼손이 검날을 감싼 채 옆구리에서 수평으로 튀어나갔다.

퍽. 매화가 가지에 맺히는 순간처럼 검집 끝이 습격자의 옆구리를 정확히 찔렀다. 칼날을 빼지도 않고 혈도를 노린 타격이었다. 습격자가 숨을 삼키며 무릎을 꿇었다.

추격대장의 낯빛이 굳어졌다.

“매화검법……?”

강휘는 대답 대신 왼발로 땅을 박찼다.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가며 검집을 수평으로 쓸었다. 가장 가까이 있던 대원이 검으로 막으려 했지만, 강휘의 궤적은 이미 그 검을 피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검집이 팔꿈치 안쪽을 때렸고, 대원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나머지 셋이 동시에 덤벼들었다. 정면에서 두 자루의 검이 강휘의 상체를 노렸다. 뒤에서는 한 자루가 다리를 베려 했다.

강휘는 허리를 꺾으며 뒤로 물러서는 듯했다. 발끝이 땅에 닿자마자 방향을 틀어 뒤쪽 대원을 향해 몸을 날렸다. 세 자루의 검이 허공에서 부딪혀 불꽃이 튀었다.

검집이 뒤쪽 대원의 손목을 내리찍었다. 뼈가 어긋나는 소리. 대원이 비명을 지르며 겨누던 검을 놓쳤다.

석중원은 움직이지 않고 지켜봤다. 강휘의 발놀림은 정형화된 매화검법의 초식과는 달랐다. 초식 세 개를 상황에 맞춰 변형하고, 그 사이사이를 기본 보법으로 메우는 식이었다.

아니다. 변형이 아니라 해체였다. 초식을 부분으로 쪼개고, 필요한 부분만 꺼내 쓰고 있었다. 그런 운용은 수련으로 익히는 것이 아니다. 실전에서 몸에 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파문당한 자에게서 어째서 이런 숙련도가 나오는가.

석중원의 눈이 가늘어졌다.

정면의 두 대원이 재차 달려들었다. 강휘는 이번에야말로 검을 뽑을 듯 손을 검집에 얹었다. 대원들이 순간 방어 자세로 전환했다.

그 틈에 강휘의 왼발이 땅에 돌을 찼다. 자갈이 대원들의 눈높이로 날아갔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젖히는 순간, 강휘는 이미 그 옆을 지나 추격대장 앞에 서 있었다.

검집이 추격대장의 목을 겨누었다. 실제 칼날도 아닌 검집에, 추격대장은 숨을 삼켰다.

“움이 안 돋았군.”

강휘가 낮게 중얼거렸다. 매화 이야기인지, 추격대장의 무공 수준을 두고 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나머지 대원들은 이미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손목이 꺾인 자, 옆구리 혈도를 맞은 자, 팔꿈치를 가격당한 자. 전원 무력화.

석중원이 천천히 다가왔다. 쓰러진 대원들을 한 번 훑어보고 강휘를 향해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초식을 변형해서 썼군.”

“그랬나.”

강휘는 짧게 답하며 추격대장의 품에서 밧줄을 꺼냈다. 쓰러진 대원들을 차례로 결박하기 시작했다. 다섯 명을 모두 소나무에 묶었다. 검은 한 곳에 모아 치웠다.

추격대장만 손이 자유롭게 남겨 두었다.

동녘 하늘이 푸르게 물들기 시작했다. 참새 몇 마리가 소나무 가지 사이로 날아들었다.

강휘는 추격대장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검집을 바닥에 내려놓고 손을 무릎 위에 포갰다.

“탈영병 누명. 누가 내렸지.”

추격대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강휘는 말없이 추격대장의 어깨 너머로 손을 뻗었다. 옆에 묶인 대원의 품에서 청성파 추격 명령서가 반쯤 드러나 있었다. 종이를 꺼내 펼쳤다.

“추격 명령서. 발신인은 청성파 장문회.”

잠시 읽던 눈이 멈췄다.

“전권 위임자는 장한걸. 대제자 신분으로 탈영병 추적과 처분을 일임받았다.”

추격대장이 이를 악물었다.

“장 사형께서 배후를 의심할 만한 물증을 제시하셨다. 네놈은 파문 직전에도 의심스러운 행동이……”

“어떤 물증.”

“사혈독침. 네놈의 배낭에서 다섯 개가 나왔다.”

강휘의 눈빛이 순간 얼어붙었다. 사혈독침. 독문에서나 쓰는 암기였다. 그게 자신의 배낭에서 발견됐다면, 이미 오래전에 심어둔 덫이라는 뜻이었다.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짧게 움직였다. 독침의 촉감을 기억하는 손끝이 허공에서 매화 한 송이를 그렸다.

“…그 자.”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짧은 소리였다. 강휘의 표정은 움직이지 않았다. 눈빛만 차갑게 가라앉았다.

추격대장의 얼굴에 당혹이 스쳤다. 강휘가 무언가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그 눈빛에 말문이 막혔다.

“존명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라!”

“존명.”

강휘가 처음으로 입가에 냉소를 띠었다.

“네 상관이 이름 불렀다고 기분 나빠할 위인인가.”

추격대장은 말문이 막혔다.

석중원이 한 걸음 다가섰다. 추격대장의 낯빛이 더 굳었다. 강휘를 모르는 얼굴이 아니었다. 객잔에서 함께 나온 동행자. 그게 누군지는 몰라도, 아군은 아닌 게 분명했다.

강휘가 다시 물었다.

“추격 명령서엔 생포냐 참살이냐.”

“……생포다. 저항 시에만 참살을 허락받았다.”

“생포해서.”

강휘는 명령서를 반으로 접었다.

“금릉각에서 청성파까지 닷새 길. 그동안 입막음할 방법은 많았겠군.”

추격대장이 입술을 깨물었다. 대답하지 않는 것이 대답이었다.

“추가 병력은.”

“부대 하나가 따로 온다. 부적부다. 우리보다 하루 늦게 출발했다.”

부적대. 강휘의 눈에 잠시 어둠이 스쳤다. 전생보다 한 달 빨랐다. 장한걸이 서두르고 있었다.

“이유는.”

“모른다. 상부의 지시는 그뿐이다.”

강휘는 천천히 일어섰다. 결박한 대원들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손목의 매듭이 느슨하지 않았다.

“기다려라.”

추격대장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네놈은 재능이 있었다. 장 사형께서도 그걸 아실 거다. 지금이라도 청성파로 돌아가 해명하면……”

강휘가 손을 들었다. 말을 멈추게 하는 손짓이었다. 고개를 약간 기울이고 추격대장을 내려다봤다. 입가에 남은 냉소가 가늘게 떨렸다.

“돌아가라. 청성파로.”

추격대장이 눈을 크게 떴다.

“생포 명령을 받았으면서도 다섯이 매복했다. 저항을 유도하려는 거였다. 내가 저항했으니 참살해도 된다는 명분. 그걸 장한걸이 넣었겠지.”

추격대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네 상관에게 전해라. 덫을 놓을 거면 제대로 놓으라고.”

강휘는 등을 돌렸다. 소나무에 묶인 다섯 대원을 한 번 훑어보고 산길 위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석중원이 강휘의 옆에 섰다. 두 사람은 나란히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참 뒤, 산비탈을 반쯤 올랐을 무렵. 석중원이 낮게 말했다.

“추격 명령서. 내용을 외웠나.”

“전권 위임 항목만.”

“부적대 정보도 전생보다 빠르다는 걸 알았군.”

석중원의 시선이 강휘의 옆얼굴을 스쳤다. 하지만 그 말엔 강휘가 반응하지 않았다.

동녘 하늘이 활짝 밝아왔다. 산길 저편에서 아침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금릉각 지붕들이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석중원은 생각했다. 저 남자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추격대와 싸우는 내내 한 번도 당황하지 않았다.

마치 모든 수를 미리 읽은 듯 움직였다. 부적대 정보를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전생이라는 말을 흘려도 반응하지 않았다.

파문당한 지 하루.

그 하루 만에 익힐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석중원의 손이 무의식중에 오른손등 흉터를 덮었다.

강휘는 걷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허공을 스치며 아까 쓴 초식의 검로를 짧게 반복했다. 이번엔 더 작게, 더 정확하게.

밤이었다. 강휘는 탁자에 앉아 숨을 골랐다. 복도 맞은편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석중원이 전서구를 들고 나간 지 한참 만이었다.

잠시 후 복도에 발소리가 멎었다. 강휘는 손가락을 탁자 위에서 구부리며 매화검법 초식의 검로를 그렸다. 지금 이 손에 실을 수 있는 것은 그림자뿐이다. 진짜 검은 아직 멀었다.

문밖에서 낮은 독백이 들렸다.

“한 번의 보고가 모든 것을 가르는 칼끝이 될 수도 있군.”

문이 열리고 석중원이 들어왔다. 검은 망토에 밤공기가 배어 있었다.

강휘의 탁자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잠이 안 오나 보군.”

“너도 마찬가지인 모양이고.”

석중원은 벽 쪽 의자로 걸어갔다.

“내일 동트기 전에 떠난다.”

“알고 있어.”

“경로는 내가 정한다.”

강휘가 손가락을 탁자에서 떼었다. “지하 수로.”

석중원의 시선이 순간 멎었다.

“여관 주인에게 들었다. 금릉각 아래 옛 배수로가 있다고.” 강휘의 말투는 건조했다. “추격대가 정문과 후문을 막아도 수로로 빠지면 된다.”

석중원의 오른손이 무릎 위에서 움직였다.

“그래. 수로다.”

석중원이 일어섰다. 문 쪽으로 두 걸음 걸었다가 멈췄다.

“강휘.”

“내일, 뒤처지지 마라.”

문이 닫혔다.

강휘는 입술을 비틀었다. 석중원도 강휘가 무언가 눈치챘음을 알 것이다. 묻지 못할 뿐이다.

서로의 의도를 확인할 수 없는 관계. 그게 지금 이 공모의 실체였다.

그걸로 좋았다. 당분간은.

강휘는 바닥에 앉아 눈을 감고 내공을 끌어올렸다. 미약한 기운이 단전에서 맴돌았다.

손톱 밑의 어두운 변색이 내공 운용에 따라 미세하게 움직였다. 강휘는 손을 펼쳐 변색을 바라봤다.

아직 어둡다. 독문과의 접점을 증명하는 유일한 단서.

장한걸이 전서구를 받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판은 장기판이 된다.

눈을 감고 검로를 그렸다. 근육은 기억하고 있었다. 실현할 힘이 모자랄 뿐이다.

시간이 필요했다. 장한걸이 덫을 완성하는 시간. 그리고 자신이 검을 되찾는 시간.

강휘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매화 한 송이가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형상이 근육의 궤적을 따라 그려졌다.

배수로로 새벽에 금릉각을 벗어난 강휘와 석중원은 밤낮을 걸었다.

이틀 뒤. 청성파 경계.

먼저 청성파 산문에 당도한 것은 전서구였다.

장한걸은 동창에서 기척을 느끼고 붓을 내려놓았다. 먹물이 종이 위에서 번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전서구가 날아든 방향은 북쪽. 금릉각 쪽이었다.

새 한 마리가 창틀에 앉아 작은 대롱을 물고 있었다. 장한걸은 일어나 새의 다리에서 대롱을 풀었다. 미리 잘라둔 작은 고깃조각을 내밀자 전서구가 받아먹고 날아갔다.

대롱을 열자 얇은 비단에 적힌 작은 글씨가 드러났다. 장한걸의 눈이 글자를 따라가는 동안 미소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왼손 약지의 흑요석 반지를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강휘 생존. 외문제자 전원 제압. 매화검법 초식 사용.’

장한걸의 손가락이 멈췄다.

매화검법. 파문된 검법이었다. 청성파에서도 이제는 전수하지 않는 초식. 강휘가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는지, 그리고 외문제자들을 제압할 정도로 익혔다는 사실이 장한걸의 머릿속을 빠르게 스쳤다.

아니다. 분명 그때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살아 돌아오더라도 중상이어야 정상이었다.

붓을 집어 들었다. 빈 종이에 글씨를 적기 시작했다.

‘매화검법이라….’

붓을 내려놓고 종이를 들어 올렸다. 먹물이 마르는 동안 눈빛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분노는 없었다. 대신 계산이 있었다.

석중원의 보고대로라면 강휘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무공 수준도 아직 전성기에는 못 미치겠지만, 외문제자 전원을 제압할 정도면 무시할 수 없다.

장한걸은 종이를 접어 소매에 넣고 창밖을 바라봤다. 청성파의 산봉우리들 사이로 저녁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제가 살아서 돌아왔군요.”

혼잣말처럼 흘린 말이었지만 어조는 부드러웠다. 방 안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는 벽장으로 걸어가 칠함을 하나 꺼냈다. 칠함 안에는 작은 옥병이 하나 놓여 있었다. 뚜껑을 열자 은은한 단내가 풍겼다.

독문에서 보내온 물건이었다. 청성파 장문인조차 모르는, 장한걸 개인의 거래로 얻은 것.

옥병을 손에 쥔 채 장한걸은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 당장은 강휘를 직접 건드리기 어렵다. 석중원이 붙어 있고, 추격대도 관가에 인계됐다. 청성파가 공식적으로 다시 나서기엔 명분이 약하다.

다만 강휘가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면, 그 움직임을 역이용하면 된다.

“금릉각에서 빠져나오는 길도 결국 하나뿐일 테니까요.”

장한걸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사람 좋은 인상이었지만 눈빛만은 차가웠다.

“그 길에 독을 깔아두면 되는군요.”

옥병을 칠함에 도로 넣고 뚜껑을 닫았다. 전서구 한 번 더 보내야 했다. 석중원이 아니라, 독문 쪽으로.

탁자로 돌아와 새 종이에 짧게 적었다. 붓을 든 손이 가볍게 떨렸다. 분노가 아니라 예상 못 한 변수에 대한 긴장이었다.

강휘가 단순한 탈영병이 아니었다. 전생에서도 그랬듯, 이번에도 예상을 깨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은 될 수 없다. 장한걸은 종이를 말아 작은 대롱에 넣었다. 전서구 한 마리가 다시 동창으로 날아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더 확실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사제.”

창밖으로 안개가 짙어지고 있었다. 청성파의 산길이 어둠에 잠기기 시작했다.

장한걸의 손가락이 탁자 위에서 가볍게 두드려졌다. 규칙적인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덫은 이미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매화에 핀 독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