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날카로운 꽃잎은 독을 머금고

4화

은신처의 촛불이 바닥에 그림자를 길게 눕혔다.

조운휘는 벽에 기댄 채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었다. 오른손은 검자루 위에 얹혀 있었지만 손가락 끝이 냉기를 띠고 있었다. 왼손은 바닥에 닿은 채 감각이 없었다.

임시 해독약을 삼킨 지 한 시진. 처음에는 손발 저림이 가볍게 물러나는 듯했으나, 지금은 숨을 들이쉴 때마다 경맥을 타고 푸른 기운이 번졌다. 독기는 좌측 견정혈에서 천천혈 방향으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의 굳은살 자리가 먼저 마비됐다. 검자루를 쥘 수 없다.

조운휘는 왼손을 바닥에서 떼려 했으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팔 전체를 어깨부터 들어 올리자 손목이 축 늘어졌고 손등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왼쪽 목의 흉터가 붉게 부풀었다. 파문 낙인의 자리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오른손을 검자루에서 뗐다. 손가락이 굳어 있었다. 품속에서 작은 죽통을 꺼내 입으로 마개를 물어 뽑아냈다.

썩은 대나무 냄새가 났다. 죽통을 바닥에 엎자 갈색 가루가 흘러내렸다. 조운휘는 왼손 검지에 침을 묻혀 가루를 찍고 바닥에 여섯 획을 그었다.

은신처 위치를 암시하는 약속된 부호였다. 마지막 획을 긋자 손끝이 떨렸다. 획은 비뚤었으나 읽히는 데 지장은 없을 것이다.

죽통을 발로 밀어 구석으로 보냈다. 통풍구로 드나드는 밤바람에 촛불이 흔들렸다. 사지의 마비는 천천히 어깨와 허벅지로 올라오고 있었다. 잠룡독이 파문 낙인의 잔류 기운과 만나 증폭된 탓이다. 그는 눈을 감지 않고 벽에 기댄 채 숨만 골랐다.

얼마나 지났을까.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가볍고 빠른 걸음이 은신처 북쪽 샛길로 접어들었다. 허리춤에서 약통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뒤따랐다.

당예린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어깨에 밤이슬이 맺혀 있었고 자주색 당삼의 소매 끝이 젖어 있었다. 허리띠에는 크고 작은 약통과 침통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녀는 촛불 빛에 한 번 눈을 깜빡이고는 바닥에 비뚤게 그어진 여섯 획을 내려다봤다.

“이 모양으로 부를 거면 진시 약속은 왜 했어.”

조운휘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른손이 검자루에 닿지 않은 것을 당예린이 보았다. 그녀의 눈이 좁아졌다.

약통 하나를 풀어 바닥에 내려놓고 침통을 열자 길이가 제각각인 은침들이 촛불을 받아 반짝였다. 당예린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왼쪽 손목을 집었다. 검지, 중지, 약지가 차례로 맥점을 눌렀다.

“좌측 견정혈에서 천천혈까지 독기가 절반 왔네. 예상보다 두 시진 빠르다.”

“할 수 있나.”

“말을 해. 어떻게 할 수 있냐고.” 장난기 사라진 목소리였다. 조운휘는 천천히 눈을 그녀에게로 돌렸다.

“완전한 제어.”

“무슨 대가.”

“쌍극합일 체질 데이터 전부.”

당예린의 손가락이 멈췄다. 침통 위 은침 하나가 그녀의 숨결에 떨렸다.

“전부라고?”

“지금껏 네가 채취한 건 해독 과정의 부산물이다. 정상 상태의 쌍극합일을 의도적으로 발동시킨 데이터는 없다.”

당예린이 손목을 놓았다. 그녀의 손이 침통으로 가서 가장 긴 침을 집었다.

“데이터를 믿을 수 있게 해 줄 장치가 필요해.”

“네 침 끝에 내 기를 실어 직접 읽어라.”

그녀의 눈썹이 올라갔다. 당예린은 침을 촛불에 달궜다. 침 끝이 푸르게 변색되었다.

“아프다.”

“안다.”

조운휘는 오른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손가락 끝이 약간의 감각을 되찾고 있었다. 당예린은 그의 왼쪽 옷깃을 풀었다. 견정혈 주변이 드러나고 푸른 기운이 피부 아래 실핏줄을 타고 번지고 있었다.

“침을 놓는다. 호흡 맞춰. 들이쉴 때 침, 내쉴 때 독.”

조운휘는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었다. 침이 견정혈에 닿았다. 깊지 않게, 그러나 정확히 혈 중심을 찔렀다.

당예린의 손끝에서 미세한 기운이 침을 타고 흘러들었다. 역상 해독술의 임시 처방이었다. 독기는 침 끝에서 한 차례 저항했고 푸른 기운이 침 주변으로 몰려들었다가 흩어졌다. 당예린은 침을 한 치 더 밀어 넣고 손목을 살짝 비틀자 침 끝에서 검은 액체가 한 방울 배어 나왔다.

“독기 방향이 틀렸어.”

그녀는 두 번째 침을 집어 천천혈 방향 한 치 아래 지점에 비스듬히 찔러 넣었다. 경맥을 가로막아 잠룡독의 전진로를 차단하는 배치였다. 검은 액체가 두 번째 침에서도 스며 나왔다.

조운휘의 호흡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마비가 풀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독기의 전진은 멈췄다. 당예린은 침을 더 놓지 않고 기다렸다. 왼손은 여전히 그의 손목 맥을 짚고 있었다.

“이재혁이 보낸 의원.” 조운휘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당예린의 손가락이 맥 위에서 멈칫했다.

“네 혈도 조작 패턴에 그 흔적이 있다. 견정혈-천천혈 연결선을 가로지르는 침 배치. 청운검문 의원은 쓰지 않는 방식이다.”

당예린은 달구지 않은 세 번째 침을 손에 쥔 채 맥을 놓았다.

“삼 년 전이야. 이재혁이 사람을 보냈어. 잠룡독 초기 증례라며 혈도 조작 데이터를 넘기고 협업을 제안했지.”

“거절했다.”

“당가 방계가 정파의 문주 대리와 손잡는 건 위험하니까. 게다가 데이터만 봐도 이건 순수한 치료가 아니었어. 독을 심고 그 반응을 측정하려는 거였지.”

조운휘는 눈을 떴다. 천장의 깨진 틈 사이로 밤하늘이 어렴풋이 보였다.

“왜 말하지 않았나.”

침을 쥔 당예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네가 복수 말고 다른 걸 원할 거라고 생각 안 했어.”

“지금 말한 이유는.”

“네가 쌍극합일 전부를 대가로 내놨으니까.”

당예린은 세 번째 침을 촛불에 달궜다. 침 끝이 붉게 변하자 그녀는 침을 조운휘의 좌측 흉터 근처에 갖다 댔다. 파문 낙인의 붉은 부위가 침의 열기에 반응했다.

“그 의원이 초기 독의 기반을 이미 주입해 놨어. 그래서 네 독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던 거야. 내 임시 해독약이 효과가 약했던 것도 그 때문이고.”

“네가 정보를 은닉했다는 증거다.”

“그래.”

당예린은 침을 놓지 않았다. 침 끝이 흉터 위로 내려가 파문 낙인과 잠룡독이 만나는 지점을 겨누었다.

“데이터를 전부 넘기면 이 기반 독까지 역산해서 최종 해독 처방을 짤 수 있어. 대신 네 체질은 내 손에 완전히 기록된다. 당가든 청운검문이든 필요하면 언제든 재현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되는 거야.”

“상관없다.”

“대가가 너무 싸.” 당예린의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평소 같은 농담조가 아니었다. 그녀는 침을 흉터 옆 혈자리에 꽂았다. 네 번째 침이었다. “잠룡독은 이걸로 제어할 수 있어. 침을 뺄 때까지 전진은 멈춘다. 데이터 전부를 받을 테니까 해독은 완료다.”

그녀가 일어서려 하자 조운휘가 말했다.

“하나 더.”

당예린이 멈췄다.

“독왕곡에 고의로 잠입한다.”

그녀의 황금빛 눈이 가늘어졌다.

“복수의 마지막 증거를 확보하려고?”

“내 체질 반응을 원격 추적해라. 역상 해독술의 실전 데이터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

당예린은 침통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그를 내려다봤다. 촛불이 흔들리며 얼굴에 그림자가 번졌다.

“네가 독왕곡에 미끼로 들어가서, 내 해독술 데이터를 수집하게 해 주겠다?”

“그렇다.”

“대가는.”

“최종 해독 처방. 내가 돌아왔을 때.”

당예린은 입술을 깨물고 허리춤의 작은 약통 하나를 더듬어 열었다. 안에서 미세한 보라색 가루가 쏟아져 손바닥에 담겼다.

“추적용 독기 표식이야. 미량이라 네 잠룡독에는 영향 없어. 대신 체질 반응을 내 옥패가 실시간으로 읽을 수 있게 된다.”

조운휘는 보라색 가루를 바라봤다.

“위험은.”

“없어. 대신 네 위치와 체질 상태가 전부 내 손에 들어와.”

“좋다.”

당예린은 보라색 가루를 오른손 검지에 묻혀 조운휘의 왼쪽 견정혈 옆, 방금 침을 놓았던 자리 바로 아래를 눌렀다. 가루가 피부에 닿자 푸른 빛이 번쩍이며 표식 독이 경혈을 타고 스며들었다. 조운휘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가 받은 침 네 개가 동시에 검은 액체를 한 방울씩 토해냈다. 잠룡독이 안정화되는 반응이었다.

당예린은 손가락을 떼고 물러나 침을 하나씩 뽑기 시작했다. 침이 빠질 때마다 조운휘의 손끝에 감각이 돌아왔다.

“표식은 네가 독왕곡 안에 들어가면 활성화돼. 옥패에 독충 문양이 빛날 거야. 위험하면 내가 알고, 해독술 데이터도 그때부터 쌓인다.”

“거래 성립이다.”

조운휘는 벽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른손이 검자루를 다시 쥐었다. 여전히 약간의 저림이 남아 있었지만 쥐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품속의 독왕곡 서찰 원본이 옷감에 닿는 감각이 느껴졌다.

당예린은 침통을 닫아 허리춤에 걸고 약통들을 하나씩 확인하며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바닥에 놓인 빈 죽통을 집어 품에 넣고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데이터는 네가 죽어도 내 옥패에 기록된다. 그러니까.”

말을 마치지 않고 문을 열었다. 밤바람이 밀려 들어와 촛불을 눕혔다.

“돌아와야 해.” 사투리였다. 문이 닫혔다. 그녀의 발소리와 허리춤 약통 소리가 밤공기 속으로 작게 흩어졌다.

조운휘는 자리에서 완전히 일어나 검을 허리에 찼다. 무릎을 굽혀 앉은 자세의 감각이 남은 다리를 풀고 왼손으로 품속을 눌렀다. 서찰 원본과 우대협의 대화 기록이 함께 접혀 있었다. 탁자 위에는 당예린이 두고 간 깨끗한 침 한 개가 놓여 있었다. 그는 침을 집어 검집 안쪽 천에 꽂았다.

은신처 바깥 골목에서는 감시탑 순찰대의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북서쪽 담장 너머로 독왕곡 순찰 구역이 시작되는 습지가 있었다. 밤 안개가 땅에 낮게 깔렸다. 조운휘는 문을 열고 나갔다. 발소리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습지의 물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순찰조 셋이 조운휘의 팔을 뒤로 꺾었다. 밧줄이 손목을 두 번 감고 옥죄었다.

“눈을 가려라.”

조운휘는 저항하지 않았다. 검은 천이 시야를 덮자 습지 냄새가 더 진하게 밀려왔다. 약 사십여 보. 아래로 내려가는 돌계단을 밟자 공기가 차가워지고 쇠와 약재가 섞인 냄새가 났다.

눈가리개가 벗겨졌다. 푸른 불꽃의 유리 등롱이 걸린 석실, 검은 돌 좌대 위에 독사 문양 철가면을 쓴 사내가 앉아 있었다.

“무릎 꿇려라.”

순찰조장의 손에 어깨가 눌려 무릎이 석판에 부딪혔다. 곡주가 왼손을 들자 손끝에 푸른 연기가 실처럼 감겼다.

“네 목의 흉터. 청운검문 파문 낙인이군.”

“독왕곡도 나를 추적했다.”

세로 눈동자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곡주의 검지가 푸른 연기를 번지며 조운휘의 이마 쪽으로 다가왔다. 조운휘는 오른쪽으로 고꾸라지듯 몸을 던졌다. 순찰조원이 검을 뽑으려 했으나 곡주가 왼손으로 제지했다.

“반응 하나는 살아 있군.”

곡주가 허리춤에서 얇은 장검을 뽑았다. 푸른 기운이 검날에 번져 있었다. 왼손 검지로 검자루를 쥐는 방식, 칼날을 비스듬히 기울여 어깨선부터 찌르는 초식. 쾌검보의 변형. 삼십 년 전 파문된 선대 사숙만이 쓰던 왼손 검술이었다.

“청운검문에서 그걸 쓰던 자는 기록상 한 명뿐이다. 삼십 년 전 파문된 선대 사숙.”

철가면 뒤에서 숨소리가 가볍게 새어 나왔다.

“눈이 좋군. 죽은 자들의 기록까지 꿰고 있다니.”

검날이 허공을 찔렀다. 일부러 빗나간 공격. 푸른 연기가 벽에 잔상처럼 맴돌았다.

“네가 청운검문에서 쫓겨난 사연은 이재혁에게 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기어든 걸 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었겠지.”

곡주가 검을 거두고 좌대로 돌아갔다. 소매에서 서찰 한 장이 빠져나와 탁자 위로 미끄러졌다.

“이재혁이 보낸 마지막 서신이다.”

조운휘의 시선이 종이로 옮겨갔다. 마지막 획이 왼쪽으로 기우는 필체. ‘쌍극합일’과 ‘잠룡독’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밧줄에 묶인 오른손이 천천히 매듭을 더듬었다. 기억해 둔 방향으로 손목을 안쪽으로 꺾으며 손가락 하나를 밀어 넣었다.

“너를 죽이기엔 아깝다. 잠룡독을 견디는 쌍극합일 체질은 더 많은 데이터를 원한다. 그 체질을 독왕곡에 바쳐라.”

바로 그때 바깥에서 폭발음이 울렸다. 순찰조원들이 문 쪽으로 돌아서는 순간, 조운휘는 오른손을 풀고 왼손을 스스로 풀며 몸을 일으켰다. 순찰조장의 허리춤에서 검집을 낚아챘다.

검집 째로 첫째의 복부를 찔렀다. 둘째의 손목을 검자루 끝으로 내리쳤다. 셋째의 정강이를 보법으로 파고들어 걷어찼다.

곡주가 몸을 돌리며 푸른 기운을 검날에 번지게 했다. 조운휘는 맞서지 않고 탁자 위의 서찰을 왼손으로 낚아챈 뒤, 벽의 등롱 하나를 엎었다. 푸른 불꽃이 쏟아지며 약재 냄새가 폭발적으로 번졌다. 그 틈에 계단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청운검문 대연무장에서 북소리가 울렸다. 서쪽 바위산 기슭, 사냥꾼 대피처를 개조한 좁은 석실 안에서 조운휘는 탁자 위에 서찰 원본을 펼쳤다.

문이 열리고 우대협이 손에 종이 뭉치를 쥔 채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우대협, 살아계셨군요. 독왕곡 외곽에 불 지르는 게 이 늙은이가 할 짓인지….”

조운휘가 손을 내밀자 우대협이 종이 뭉치를 건넸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십 년 전 그날 밤, 후원 서고 뒤편에서 목격한 것들입니다. 이재혁이 누군가와 밀담을 나누는 장면. 그가 조운휘의 검술 연습 시간표를 건네는 모습. 그리고… 그 밤 이후로 당신의 사제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까지. 제가 이걸 기록으로 남긴 건, 언젠가 팔려고 한 게 아니라….”

“됐다.”

조운휘는 증언 기록을 읽었다. 시간과 장소, 인원과 행동이 구체적이었다. 서찰 원본과 증언 기록을 나란히 놓았다. 서찰의 필체와 증언의 시간이 맞물렸다. 약속한 약재가 청운검문 경비로 조달되었다는 문장은, 우대협이 목격한 밀담의 날짜와 일치했다.

시선이 서찰 아래쪽에 멈췄다. ‘내부의 또 다른 눈’이 계속 주시하고 있다는 구절. 그다음 문장은 얼룩에 가려져 ‘…장로회 내 협력자…’라는 두 글자만 보였다.

조운휘의 시선이 대연무장 쪽으로 향했다. 장내에 아직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자가 있다는 뜻이었다.

우대협이 입술을 축이며 물었다.

“우대협, 저… 문주 추대식에서 제가 증언을….”

“약속대로다.”

조운휘는 서찰을 접어 품속에 넣고 증언 기록을 같은 자리에 겹쳐 넣었다. 품 안에서 작은 죽통 하나가 미세하게 떨렸다. 당예린의 전서였다. 죽통을 열고 쪽지를 펼쳤다.

‘최종 해독 처방 완료. 역상 해독술로 잠룡독 근원 제거 가능. 대가는 이미 받았으니, 살아서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 오늘 추대식이 끝날 때까지.’

아래에 작은 글씨가 있었다.

‘추적 표식 데이터도 충분히 수집했다. 네 체질은 이제 독왕곡 것만이 아니다.’

조운휘는 쪽지를 접어 촛불에 태웠다.

“추대식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대협이 북소리를 세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운휘는 왼손으로 검집을 집어 허리춤에 찼다.

“기억해라. 네가 해야 할 말은 네가 직접 본 것뿐이다.”

우대협의 손이 콧수염을 움켜잡았다. 가짜 보석 반지들이 부딪혔다.

“목숨이 아니라 정보만 가져오라 하셨는데, 이번엔 제 목숨을 정보와 함께 가져가야 하는 일이군요.”

“두려우면 오지 마라.”

우대협은 잠시 숨을 멈췄다가 처음으로 반말을 내뱉었다.

“두려워서 가는 거다, 이 자식아. 십 년 동안 이 불알 떨리는 걸 참아 왔다.”

북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렸다. 대연무장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바위산까지 낮게 울려왔다.

날카로운 꽃잎은 독을 머금고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