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Story

별에 새겨진 공녀, 얼음 공작의 손을 잡다

8화

다음 날 아침, 북부 신전 지하 고문서고의 촛불은 반쯤 줄어 있었다. 에레디아는 탁자 앞에 서서 왼쪽 눈가를 손끝으로 눌렀다. 눈물점 자리가 전날보다 차분했다. 피부 아래 남은 열은 칼집에 거둔 칼처럼 얌전해 있었다.

아르보가 맞은편에서 밀랍 봉인을 녹이고 있었다. 금속 인장을 눌렀다가 떼어내자, 검은 문양 복사본 위에 신전의 다섯 별 문양이 찍혔다.

“공녀께서 요청하신 검증서입니다.”

그가 문서를 밀었다. 에레디아가 손을 뻗어 받았다. 종이 모서리가 아직 따뜻했다.

“이건 제가 공개 심문에서 사용해도 됩니까.”

“신전이 보증하는 범위는 단 하나입니다. 어젯밤 달의 눈물 광석 앞에서 공녀의 눈물점이 별의 서고와 같은 검은 문양으로 반응했다는 사실뿐입니다.”

아르보가 말을 끊었다.

“광석이 서고의 기록을 왜곡할 수 있다는 고문서 해석은 신전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증거 능력은 기대하지 마십시오.”

“그걸로 충분합니다.”

에레디아가 검증서를 접어 품에 넣었다. 아르보는 반응 필사본 위에 검은 보자기를 다시 덮고, 남은 촛농으로 봉합 부위를 고정했다.

“저는 기록 봉인을 위해 여기에 남겠습니다.”

“검증서를 받았으니 더 머물 이유는 없습니다.”

그녀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차가운 지하 공기가 소매 안으로 스며들었다.

“공녀.”

아르보가 촛불 뒤에서 그녀를 바라봤다.

“이 기록을 남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신전 바깥에서 공녀가 이 문서를 쓰는 광경이 제가 아는 공녀의 방식과 다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신관님이 제 방식에 관심 가질 이유가 있습니까.”

에레디아가 답했다. 아르보는 대꾸하지 않고 필사본을 서랍에 넣었다.

고문서고를 나와 돌계단을 오르는 동안 얼굴 쪽 열기가 다시 올라왔다가 걷혔다. 에레디아는 소매로 뺨을 닦지 않았다. 검증서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로엔 공작성 대접견실에 도착했을 때, 칼릭스와 로베르토는 이미 상석과 그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에드릭은 창가 쪽 등받이 의자에 앉아 차를 만지지 않은 채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에레디아가 문 안으로 들어서자 칼릭스의 시선이 그녀의 품에 닿았다. 그가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입회 진행관이 문을 닫았다.

“벨리언 공녀. 자리에 앉기 전에 말씀드립니다.”

로베르토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오늘 소집의 명분이 없으면 이 자리는 황실 사절단에 대한 모독으로 기록됩니다.”

“명분은 문서로 가져왔습니다.”

에레디아가 검증서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어 하우젠 자백서 사본, 광산 반출 장부 원본, 마르타가 제출한 벨리언 은폐 기록, 흰 리본 초커 조각이 든 작은 상자를 차례로 내려놓았다.

“이 초커가 어머니의 것이라고 벨리언이 주장한 기록과,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가 함께 있습니다.”

로베르토가 초커 상자를 만지지 않고 허리를 굽혀 들여다봤다. 에드릭은 손을 깍지 낀 채 창가를 향했지만 얼굴은 그쪽으로 반쯤 돌아와 있었다.

“천천히,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로베르토가 장부 원본을 끌어당겼다.

“반출 장부의 공백이 왜 황태자 전하와 연결된다는 겁니까.”

“이 장부에 표시된 운송 구간이 검은 왕관 인장이 쓰인 광석 경로와 겹칩니다. 그걸 누가 승인했는지는 자백서에 있습니다.”

에레디아가 하우젠 자백서 사본을 펼쳤다. 칼릭스가 몸을 세우고 그녀 곁으로 왔다.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지자 로베르토의 손가락이 장부 귀퉁이를 오래 눌렀다.

“황태자 전하께서 하우젠에게 직접 지시했다는 근거는요.”

“가족을 협박했다고 자백한 당사자의 진술입니다. 협박의 대가가 갱도 인장 사용과 점화석 적재였다는 것까지 받아냈습니다.”

“자백서 하나로 전하를 앉히기엔 부족합니다.”

“그래서 월백초 역추적 경로를 가져왔습니다.”

에레디아가 로그 사본을 채반 부근에 붙은 접근 기록 옆에 놓았다.

“어제 독을 실은 자는 물러난 뒤 서쪽 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 거기서 회수된 백야초 포장지에는 사절단 부식 물자 표식이 찍혀 있었고요.”

에드릭이 처음으로 몸을 완전히 돌렸다. 옅은 회색 눈이 좁아졌다.

“공녀는 그 표식이 황실 사절단의 것이라고 단정하시는군요. 사절단 표식은 누구든 훔쳐 쓰거나 위조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 점은 별도로 입증했습니다.”

에레디아가 납품서 사본을 한 장 더 꺼내 놓았다.

“독병을 납품한 상인이 남긴 인수 기록입니다. 받은 사람은 사절단 수행단장 명의로 되어 있고, 해당 시각 대접견실 근무 일지와 맞물립니다.”

“위조라는 말을 하고 싶으시면, 먼저 이 세 기록의 상인 인장과 서명을 대조하십시오. 시간은 드리겠습니다.”

에드릭이 고개를 갸웃했다. 입가에 웃음이 스쳤다.

“공녀께서 저를 몰아가려는 모양인데, 그래서 오늘 아침 신전에서 받은 검증서가 그 모든 것의 시작점이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에레디아가 눈을 깜빡이지 않고 그를 바라봤다.

“황태자 전하께서 아셔야 할 문서가 하나 있습니다.”

“말씀해 보십시오.”

“별의 서고가 보여준 두 번째 미래 단편입니다. 거기에는 전하가 앉은 자리와 독살에 관한 문구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에드릭의 손가락이 의자 팔걸이 위에서 미끄러졌다. 로베르토가 장부에서 눈을 떼었다.

“전하, 이 내용을 알고 계십니까.”

에드릭이 답하기 전에, 대접견실 밖에서 세 번의 짧은 노크가 났다. 입회 진행관이 문틈으로 낮은 목소리를 들여보냈다.

“황제 폐하의 친서를 받은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로베르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이 열리고 전령이 봉인된 두루마리를 두 손으로 들고 들어왔다. 봉인 왁스에는 황실 쌍두 독수리가 찍혀 있었고, 자국이 깊었다.

로베르토가 직접 받아 풀었다. 종이가 펼쳐지는 소리가 대접견실 바닥에 얇게 깔렸다. 그는 첫 줄을 소리 없이 읽고 나서 입술을 다물었다. 두 번째 줄을 읽을 때 손목이 떨렸다.

“공작 전하.”

로베르토가 두루마리를 바라본 채 말했다.

“폐하의 확인입니다. 로엔 공작은 선황 폐하의 서자다, 황실의 피가 북부에서 무단으로 공작가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 서신이 닿는 시각부터 북부는 반란 영지로 취급됩니다.”

대접견실이 갈라졌다. 입회 진행관이 한 걸음 물러났고, 창밖 복도에서는 병사들의 발소리가 한꺼번에 몰려왔다가 멎었다.

에드릭은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두루마리를 향해 손을 한 번 뻗다가 내렸다.

칼릭스는 이마를 찌푸리지 않았다. 그가 로베르토에게 다가가 두루마리를 빼앗듯 받아 직접 읽었다. 손이 닿는 순간 로베르토의 팔 근육이 굳었다.

“공식 기록관을 부르라.”

칼릭스가 말했다. 목소리는 건조하고 함께 있던 사람들 각자의 호흡을 세는 듯했다.

“이 친서는 대접견실 안에서 지금 필사한다. 사절단 접견 구역과 공작성 외곽을 분리하라.”

입회 진행관이 달려나갔다. 복도 너머로 빗장이 걸리는 소리가 두 번 났다. 에레디아는 탁자에 놓은 증거품들을 끝까지 정리했다. 검증서와 자백서를 먼저 챙겼다. 손등으로 스치는 대접견실 공기가 전부 서늘했다.

칼릭스가 두루마리를 다시 말아 탁자 끝에 내려놓았다. 에드릭을 한 번, 로베르토를 한 번 보았다.

“반론 절차를 신청하십시오. 붙들어 두진 않겠습니다.”

로베르토가 장부 원본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가 멈췄다. 그는 에레디아의 증거품이 아닌 자기 검을 허리에 붙들었다.

“공식 기록관이 도착하면 저는 반론 절차를 서면으로 제출합니다. 그 전까지 이 대접견실에서 누구도 퇴장할 수 없습니다.”

칼릭스가 뒤돌아 서쪽 별실 문으로 걸어갔다. 두 걸음쯤 가다가 에레디아 곁을 지나며 멈췄다.

“증거는 기록관이 올 때까지 저쪽 금고에 둬.”

에레디아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친서 필사가 끝난 뒤에 다룰 문제도 있습니다.”

“알아.”

칼릭스가 낮게 답하고 별실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기 전, 그가 검지로 경비 하나를 대접견실 안쪽에 남기라는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받은 병사가 에레디아와 증거품 사이를 가로질러 섰다.

에드릭은 창가에서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두 볼의 피가 얕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마른 입술을 떼어 입회 진행관에게 물었다.

“지금 우리가 기다리는 것이 공작 전하의 명령에 따른 격리입니까, 황태자에 대한 보호 명분입니까.”

입회 진행관이 대답하기 전에 에레디아가 먼저 말을 받았다.

“둘 다에 가장 가까운 표현은 봉쇄겠지요.”

그녀의 뺨 위로 눈물점 쪽 열이 다시 한 번 짧게 지나갔다. 손가락을 올리진 않았다. 대신 고개를 들어 대접견실의 서쪽 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칼릭스가 들어간 별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복도 끝에서 기록관의 급한 발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복도 끝 기록관의 발소리가 문 안쪽까지 따라붙다가, 별실 문이 닫히면서 한 겹 멀어졌다. 대접견실의 웅성임은 벽 너머 낮은 압력처럼 깔렸고, 필사를 마친 친서 냄새가 소매에 얇게 남아 있었다. 칼릭스는 탁자 앞에 선 채 검은 반지를 손에 쥐고 있었고, 에레디아가 그 뒤로 두 걸음쯤 떨어져 멈추었다.

대접견실의 포위 소식이 복도를 타고 별실까지 밀려왔다. 공식 기록관의 필사가 끝나자 칼릭스가 먼저 별실로 물러났고, 에레디아가 그 뒤를 따랐다. 문이 닫히자 바깥의 발소리가 한 겹 멀어졌다.

칼릭스는 탁자 앞에 서서 검은 반지를 손에 쥔 채였다. 엄지로 고리 안쪽을 한 번 밀었다.

“제7수송로. 점화석이 벽에 닿기 전에 갈라놓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가 뒤를 돌지 않은 채 말했다.

“알고 있었다. 그 수송로에 뭐가 실리는지.”

“화물 경로 기록을 먼저 확인했습니다. 벽면 분진과 장부 공백이 같은 구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에레디아는 손끝으로 소매 안쪽을 눌렀다. 아직도 광산 갱도 특유의 마른 흙내가 손톱 밑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칼릭스가 천천히 돌아섰다. 회청색 눈이 그녀의 왼쪽 눈밑에 잠시 닿았다가 거두어졌다.

“백야초는 무미무취다. 맛으로 잡을 수 없는 독을 어떻게 그 시각에 역추적했지.”

“접근 로그와 물자 표식입니다. 시종의 채반에 남은 지문 인영도 있었습니다. 기록이 먼저 남았고, 저는 그 기록을 따라 움직였을 뿐입니다.”

“기록은 사후에 남는다.”

칼릭스가 반지를 쥔 손을 엉덩이 옆으로 내렸다. 별실의 공기가 얇아지는 느낌이었다.

“너는 사전에 알고 움직였다. 폭발 지점도, 독이 섞일 물도.”

“공작께서는 제가 사건을 막은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에레디아가 물었다. 목소리는 낮았고 끝이 약간 갈라졌다.

“그게 아니야.”

칼릭스가 한 걸음 가까이 왔다. 검은 제복 단추에 별실 촛불이 번졌다.

“네가 언제나 한 발 앞서 있다. 처음 만난 날부터.”

“계산이 빠른 사람이라는 평은 들었습니다.”

“계산이 아니라 예측이다.”

탁자 위에 황제 친서의 필사본이 반쯤 펼쳐져 있었다. 사절단 구역 격리 명령이 붉은 선으로 줄 그어져 있었다.

에레디아는 서류를 보지 않았다. 칼릭스의 손에 쥔 반지만 시야에 들어왔다. 검은 서약 반지였다.

“묻겠다. 이 정보를 어디서 얻었지.”

“봉인 로그와 광산 반출 장부입니다. 오늘 아침 신전 검증서도 받았습니다.”

“그걸로 폭발 시각을 알 수 있었나.”

한동안 말이 없었다. 에레디아는 등을 곧게 세웠지만 목덜미 쪽이 무겁게 굳었다. 어깨선을 따라 긴장이 번졌다.

“그 시각에 움직인 건 현장 판단이었습니다. 근거가 부족했다면 더 일찍 보고했을 겁니다.”

칼릭스가 낮게 숨을 내쉬었다. 반지를 쥔 손가락 사이로 푸른 핏줄이 얇게 비쳤다.

“추가 검증은 신전 검독관에게 맡기지. 네 답은 여기서 더 확인하지 않겠다.”

“확인하셔도 됩니다.”

“그러다 회귀라는 말이 나오면 어떡하지.”

그 말은 무겁게 깔렸다. 에레디아의 등이 잠깐 굳었다가 허리까지 뻣뻣해졌다. 그녀는 입술을 닫았다. 회귀라는 말을 받으면 반증할 수도, 긍정할 수도 없었다.

“묻지 마십시오, 공작님.”

“왜지.”

“그 질문의 답은 아직 검증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제가 답하면 오늘 포위가 아니라 다른 사건이 앞서게 됩니다.”

칼릭스는 그 말의 무게를 가늠하듯 그녀를 보았다. 시선이 길었다.

“네가 별실 문을 열고 나가면 이 대화는 여기서 끝난다. 그다음부터는 서로를 증거로 대하게 된다.”

“그것이 오늘 필요한 관계라면 그렇게 하십시오.”

에레디아가 문 쪽으로 두 걸음 물러서며 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운 쇠가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칼릭스가 낮게 말했다.

“내가 모르는 미래를 네가 이미 알고 있다.”

그가 반지를 쥔 손을 천천히 내렸다.

“지금은 놓아두겠다. 증거가 되는 날까지.”

에레디아는 손잡이를 잡은 채 돌아섰다. 그의 회청색 눈을 정면으로 받았다. 문밖의 포위 경계 소리가 복도 끝에서 다시 한 번 끊어졌다.

별에 새겨진 공녀, 얼음 공작의 손을 잡다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