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감정사의 진짜 가격
4화
손끝에 남은 쇠 냄새가…… 식지 않았다. 팩스는 세 번 접어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남부 감정소 폐기물 보관구역은 초저녁인데도 형광등이 절반만 켜져 있었다. 서아린이 한도윤보다 반 발짝 앞서 걸었다.
“폐기 상자요. 왜 열지 않았죠.”
“감정 불가야.”
“근거가 있어요?”
“손목 흉터가 먼저 반응했어. 열기 전에.”
서아린이 걸음을 멈췄다. 한도윤이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걸 아직도 혼자 알고 있는 거예요?”
“공유할 타이밍이 안 됐어.”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서아린이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라면 열었을 거예요.”
한도윤이 폐기물 보관구역 출입문 앞에 섰다. 문틈으로 소독약 비슷한 냄새가 얇게 새어 나왔다.
“그래서 당신은 A급이고, 나는 F급이지.”
서아린이 입을 열다 말았다.
“봉인 유물 이름을 알아요.”
환풍기 소리가 천장에서 났다. 한도윤이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언제부터.”
“처음부터요. 어머니가 감정하러 가기 전에 남긴 쪽지에 있었어요.”
“여기서 말하지 마.”
한도윤이 말을 끊었다.
“개방 조건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름부터 꺼내면 접촉 사고를 부르는 거야.”
“알아요.”
서아린의 목소리가 잠겼다가 돌아왔다.
“그래서 공개 감정에서 불러야 해요. 절차가 잡힌 자리에서.”
한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아린이 그를 똑바로 봤다.
“도와주세요.”
세 음절이 길게 이어졌다. ……
“가문에서 접근권을 쥐고 있다면서 왜 나한테.”
“공개 검증 규정을 만든 사람이 필요해요. 감정서 없이 위탁자 동의 하나로 S급 반응을 띄운 감정사.”
한도윤이 짧게 웃었다.
“이용하겠다는 거네.”
“맞아요.”
서아린이 대답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이 사람…… 정말 거래하자는 거잖아.’
“대신 출고 대장 원본 열람을 공식화해요. 지금 저한테 필요한 건 기록 검토예요.”
“가문 문건 접근권은.”
“제가 가진 것만 열게요. 대신 당신 손목의 반응 근거를 기록으로 남겨요.”
한도윤은 잠시 그녀를 보다가 폐기물 보관구역 출입문에서 몸을 돌렸다.
‘……그래, 이거면 되나.’
“좋아. 단, 이름은 나중에 확인해. 지금은 기록부터야.”
“그래요. 출구 쪽으로 나가죠.”
서아린이 앞장섰다.
◇ ◇ ◇
테이아 옥션 특별 경매 접수처는 이른 밤인데도 불이 켜져 있었다. 강유진이 접수대 뒤에서 팔을 흔들었다.
“여기예요. 완전 오래 기다렸잖아요.”
한도윤이 서류용 봉투를 올려놓았다.
“폐기 진동자 등록이요. 그것도 특별 경매로요.”
“특별 등록은 다음 아크에서나 될 줄 알았는데.”
“그거 진짜예요?”
강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오늘 세 건이나 몰렸거든요. 다 여러분 자리에서 나온 물건들이에요.”
그녀가 접수증을 내밀었다. 숫자가 세 칸으로 찍혀 있었다.
한도윤이 숫자를 보자 눈썹이 올라갔다.
‘이게 내 몫이라고……?’
“수수료 분할 약정서도 같이 써요. 이거 없으면 등록 자체가 안 되거든요.”
한도윤이 약정서를 훑었다.
“내 몫이 제일 적네.”
“그거 아니고. 3차 재평가 뜨면 오히려 제일 커져요.”
강유진이 볼펜을 돌렸다.
“저도 수금해야 하거든요. 이번 달 정산 밀리면 저만 잘려요.”
한도윤이 볼펜을 받았다. 서명란에 이름을 쓸 때…… 손끝의 쇠 냄새가 다시 올라왔다.
‘또 이 냄새야.’
“됐어.”
“완전 대박이네.”
“등록 완료요. 이제 이 서류 원본은 제가 보관하고, 사본은 내일 오전에 보내요.”
한도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유진이 뒤에서 말을 붙였다.
“수수료 정산은 낙찰 다음 날이에요. 그 전에 차 팀장 쪽 서류 다 정리해줘요.”
“알았어.”
한도윤이 접수처 문을 밀고 나왔다. 손에는 약정서 사본이 들려 있었다.
남부 감정소를 나서자 밤공기가 옷깃으로 파고들었다.
“끝났어?”
“수수료 분할 약정까지. 이제 지하철 타러.”
“차는?”
“오늘은 없어.”
백훈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뒤를 흘끗 봤다. 한도윤도 멈춰 섰다.
하나는 아예 나가 있었다.
“한도윤 씨, 저기.”
백훈이 턱으로 가리켰다.
어두운 골목 입구에 남자 둘이 서 있었다. 작업복 차림인데 손에 낀 장갑이 두꺼웠다. 얼굴은 모자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우리 따라온 거?”
“모르지.”
한도윤이 말했다. 걸음을 옮기자 그 둘도 움직였다. 보폭이 컸다.
“먼저 온 건가.”
“같은 쪽이야.”
백훈이 한도윤 앞으로 반 발짝 들어섰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뒤에서 쇠 파이프 끄는 소리가 났다.
……쇠?
앞의 둘이 멈췄다.
“감정소 쪽 사람인가?”
한도윤의 물음에 백훈이 어깨를 풀었다.
“아니, 냄새가 달라. 게이트 밖 헌터.”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뒤쪽 남자가 달려들었다.
파이프가 바닥에 떨어졌다.
쩅그렁.
앞의 둘 중 하나가 한도윤에게 붙었다.
손이 왼쪽 소매를 움켜쥐었다.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골목에 짧게 울렸다.
뜯겼다?
왼쪽 손목이 드러났고 그 위로 오래된 화상 자국이 가로놓여 있었다.
차가운 손바닥이 거길 스쳤다. 순간 시야가 흔들렸다. 어둡고 뜨거운 벽. 누군가 한도윤을 끌어당기던 손. 쇠 냄새.
이건…… 뭐지.
“놔!”
백훈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터졌다. 그가 품에서 단검을 뽑았다.
“이거, 이제 내 손에 오니까 반응하네.”
백훈이 중얼거렸다. 그가 검을 옆으로 크게 휘둘렀다.
바람이 갈렸다. 앞에 있던 남자의 장갑이 벗겨져 날아갔다.
한도윤은 찢긴 소매를 잡아당겨 손목을 가렸다. 맥박이 손끝까지 밀려올랐다. 나침반이 셔츠 안에서 한 번 뜨거워졌다.
이 반응은…… 대체.
백훈이 쓰러진 둘을 번갈아 걷어찼다.
“그거 봐. 진짜 각성했어.”
“경비 불러.”
한도윤이 말했다. 목소리가 잠겼다.
지금 나…… 무서운 건가.
백훈이 휴대폰을 꺼냈다.
“가만 있어. 인계할 데가 있으니까.”
피부 자국은 거의 보이지 않게 눌렀다.
“이거, 기억나?”
백훈이 한도윤을 보며 물었다.
“아니. 그냥 화상.”
한도윤은 짧게 답했다.
정말…… 그냥 화상인데.
백훈은 그 이상 묻지 않았다.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경비 두 명이 후문 쪽에서 뛰어왔다.
“저 두 명. 폭행 시도.”
백훈이 검을 칼집에 꽂으며 말했다.
“인계할 테니까 연락처 남기고.”
“옷 찢어졌네요.”
“괜찮아요.”
한도윤이 대답했다.
손때 눌러붙은 모서리. 번호가 세 개 흐리게 찍혀 있었다.
“이거.”
한도윤이 백훈에게 보여줬다. 백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사설 헌터 연락처네.”
“알아.”
감정소 후문 골목이라는 위치. 우리를 기다린 타이밍. 그리고 이 명함.
이게 우연이라고?
시험대 위에서 본 서류들 사이에 끼어 있던 그 쇠 냄새가 떠올랐다. 차민규가 흘린 것과 같은 종류였다.
“보관해 둬.”
한도윤이 주머니에 명함을 넣었다. 경비들이 두 남자를 끌고 정문 쪽으로 갔다.
“가자.”
백훈이 한도윤의 어깨를 짚었다.
“아냐, 나는 감정소 들렀다 갈게.”
“지금? 다칠 뻔했잖아.”
“상관없어.”
“알았어. 연락해.”
백훈이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한도윤은 남부 감정소 본관으로 들어갔다.
본관 로비에서 서아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 서류 묶음 하나.
“왜 여기 계세요.”
“국가유물관리국 열람 협조 공문이 왔어요.”
지금 이 시각에?
서아린이 한도윤의 찢긴 소매를 훑었다.
“일단 보안 주임한테 갑시다. 후문 쪽 소란이 있어서 보안 인력이 분산됐어요.”
“뭘 열람할 건데요.”
“차민규 팀장 개인 금고요.”
한도윤이 서아린을 똑바로 봤다.
“그거 이미 압수물 검사실에서 결론 난 사안 아닌가.”
“출고 대장 원본하고 폐기 기록 사본이 필요해요.”
서아린이 공문을 폈다.
“여기, 남부지부 공식 날인. 보안 주임이 서명할 자리에 빈칸이에요.”
“내가 뭘 할까요.”
“같이 들어가서 시간 기록해 주세요. 열람 일지에 두 명 서명이 필요해요.”
보안 주임은 지하 보안실 책상 앞에 서 있었다.
“공문 확인했습니다. 다만 개인 금고는 팀장 전결 시설이라.”
서아린이 한 걸음 다가섰다.
“국가유물관리국 협조 공문입니다. 저항하시면 절차 위반으로 적히는 쪽은 감정소예요.”
보안 주임이 무전기를 내려놓았다.
뭐야, 이 기세.
서아린이 공문의 국장 직인을 짚었다.
“여기 서명해 주세요. 열람 기록은 제가 작성할게요.”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혔다.
보안 주임이 먼저 펜을 받아 서명했다.
지하 복도 끝 차민규의 개인 금고 앞.
열쇠 없는 디지털 자물쇠였다. 보안 주임이 보안 카드를 찍고 임시 비밀번호를 눌렀다.
“열람 시간 기준으로 칠 분입니다. 그 뒤엔 제가 잠급니다.”
서아린이 금고 안쪽 서랍을 열었다.
서류 뭉치 속에서 빛바랜 폴더 하나가 나왔다.
이거…….
진동자 출고 말소와 폐기 기록이 한 묶음으로 묶여 있었다.
“이거예요.”
서아린이 폴더를 한도윤에게 건넸다.
페이지를 넘기자 3년 전 날짜가 보였다. 폐기 결재 서명.
출고 대장 원본과 겹쳐 보니 필획이 어긋났다.
서로 다른 사람이 적은 듯했다.
……이게 무슨.
“접촉 사고 보고서는 없어?”
“안쪽 서랍을 열어 볼게요.”
서아린이 몸을 숙였다.
손은 긴장하지 않았다. 서랍이 살짝 걸리자 그녀가 어깨로 밀었다.
끼익.
금속 마찰음이 나고 두툼한 파일이 나왔다. 표지에 ‘봉인 유물 접촉 사고 보고서’라는 붉은 글씨.
“맹목. 폐인. 실종.”
서아린이 낮게 읽었다.
“전부 여기 있어요.”
한도윤은 두 서류를 함께 겹쳐 세웠다.
이게 전부라고?
아니, 이건 시작이다.
열람 일지에 이름과 시간을 적었다. 서아린도 서명을 남겼다.
“사본 뜹니다. 원본은 그대로 둬요.”
보안 주임이 귀를 기울였다. 복사기가 지하 보안실에 있었다. 서아린이 사본 두 벌을 만들어 한 벌은 감정소에 남기고 한 벌은 배낭에 넣었다.
한도윤은 금고 문이 다시 잠기는 소리를 들으며 주머니 속 명함을 한 번 만졌다.
방금 그 골목의 두 남자.
그리고 이 금고.
같은 손때다.
“이제 가요.”
서아린이 배낭을 메며 말했다.
“여기 기록은 남으니까. 다음 공개 조사 때 우리가 먼저 꺼낼 수 있어요.”
한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소 로비를 나서는 내내 왼쪽 손목이 욱신거렸다.
찢긴 소매를 감았지만.
밤바람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특별 경매장은 자정이 지나서도 조명 절반이 켜져 있었다.
단상 위 감정대는 폐기 진동자를 올려둔 채였다.
아까 강유진이 서류를 들고 뛰어다니며 등록을 마쳤고, 서아린이 폐기 기록 사본을 열람 일지와 대조했다. 그 뒤로 이 물건은 여기 놓여 있었다.
한도윤은 감정대 앞에 섰다.
손목에 감긴 붕대가 조명 아래서 희었다. 왼쪽 화상 흉터가 아직 남아 있었다.
“개시하겠습니다. 위탁자 확인은 끝났고요.”
강유진이 진행석에서 마이크를 당겼다.
평소와 달리 목소리가 반 톤 낮았다.
“폐기 진동자, 특별 경매 등록 완료. 이제 감정사 확인만 남았습니다.”
단상 아래 백훈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저 손, 평소답지 않은데.
서아린은 맨 앞자리에 앉아 장갑 낀 손으로 기록지를 폈다.
한도윤이 나침반을 감정대 곁에 내려놓았다.
놋쇠 몸체가 진동자에서 열이 퍼지듯 붉어졌다.
“이건 E급 폐기물이 아니야.”
차민규가 뒤쪽 출입구에서 걸어 들어왔다.
“뭐야, 새벽에 무슨 감정이야. 승인은?”
강유진이 고개만 들고 답했다.
“테이아 특별 경매 규정에 위탁자 동의 있으면 진행 가능하거든요. 위탁 등록도 끝났잖아요.”
“등록이 문제가 아니라, 저 자격으로 E급 폐기물을 만지고 있다는 거지.”
차민규가 단상 앞까지 왔다.
“F급 감정사가 무슨 수로 재감정을 해.”
한도윤은 대꾸하지 않고 루페를 뺐다. 진동자 안쪽 금속 심선이 루페 너머로 잡혔다. 몸체에 남은 이음매, 폐기 도장이 눌린 자리. 그 아래로 마모 흔적이 세 겹 있었다.
손끝이 따뜻했다.
……아니, 이건 나침반 열이 아니다.
진동자가 내는 미세한 감응이 감정대를 타고 올라왔다.
이건…… 살아 있잖아.
“표면 감정 결과만 먼저 말하죠.”
서아린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가 기록합니다. 근거로 쓸 수치를 알려주세요.”
“공진 주파수와 입력 감응선이 있어요. 폐기 도장은 표면만 눌렀고.”
한도윤이 루페를 접었다.
“출고 당시 E급 진동자와 다른 반응이에요. 위탁 등록 기준으로는 B급 이상.”
차민규가 웃었다.
“네가 뭘 알아. 폐기된 물건을 B급이라니.”
그 순간, 단상 뒤 전광판이 켜졌다.
[후발 재평가 접수 — 누적 3회.]
문자가 한 줄 더 떠올랐다.
[감정인: 한도윤. 조건 충족 — 진명 감정사 임시 승급.]
차민규가 전광판을 올려다봤다. 안경 너머 눈이 가늘어졌다.
“……이게 무슨.”
“후발 재평가 한 차례 더 접수됐고, 누적 3회라 진명 감정사 임시 승급 조건이에요. 시스템 고시라 수동 보류는 없잖아요.”
“F급 자격은 원천 무효야. E급 이상 공식 감정서를 못 쓰는 주제에 무슨 임시 승급이야.”
차민규가 단상 난간을 짚었다.
손가락 끝이 하얗게 눌렸다.
지금 이걸 막을 수 있을까?
“규정 어디에 있어? 임시 승급은 진명 감정 직전에만 유효한 거잖아.”
서아린이 답했다.
“이번 경우는 특별 경매 재감정이에요. 고시가 먼저 떴으니, 효력은 지금부터입니다.”
“그럼 난 이 재감정 자체를 정지 요청할 거야. 절차 오류로.”
차민규가 팩스를 꺼내려 주머니를 더듬을 때, 승급증 인쇄음이 났다.
타악.
단상 옆 문서 배출구에서 종이 한 장이 나왔다. 강유진이 받아 한도윤에게 건넸다. 손끝에 종이의 열이 짧게 남았다.
한도윤이 승급증을 감정대 위에 폈다.
이름과 임시 승급 문구가 찍혀 있었다.
“이제 F급 아니라서요.”
차민규의 손이 주머니에서 멎었다.
승급증을 집어 들었다. 한 번 뒤집어 봤다. 다시 앞면을 봤다.
입술이 얇게 붙어 벌어지지 않았다.
……말문이 막혔나.
이걸 어째.
서아린이 낮게 말했다.
“오늘 기록으로 3차 고시와 승급이 남습니다. 이의 있으면 서면으로요.”
강유진이 뒤에서 낙찰가부터 셌다.
“예상 낙찰가 이백에서 출발, 반응 인원 스물하나. 완전 대박이네, 내일 공개 감정만 붙으면——”
백훈이 한 걸음 다가섰다.
“한도윤 씨. 그럼 내일은 우리 칼하고 같이 볼 수 있는 거죠?”
한도윤이 승급증을 접어 조끼 안주머니에 넣었다. 나침반은 아직 감정대 옆에서 붉은 채로 있었다.
“내일 S급 공개 감정에서 기록하고 봉인 파편, 같이 증명해요.”
서아린이 기록지를 접으며 답했다.
“저도 참석합니다.”
백훈이 주먹을 쥐었다.
“오, 그거. 그거 좋은 거네.”
차민규는 전광판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손가락으로 승급증을 두 번 더 들여다보다가, 아무 말 없이 출입구 쪽으로 돌아섰다. 걸음이 예전처럼 빠르지 않았다.